2011 Globalwork Story/방글방글(공정무역)

8월 4일. 시원한 공장을 만들어주세요 (수연)

seeds 2011. 8. 25. 12:21



오늘은 TS를 벗어나 jute mill, silk  mill을 가는 날이다. 공정무역 생산지는 아니지만
공장에서 주트와 실크로 제품을 만드는 과정을 볼 수 있는 기회였다.
며칠있었다고 좀 여유로워진 생활에 지겨웠던 우리는 어디를 간다는 것에 신나서 차에 올랐다.
우와...그런데 운전사 아저씨가 장난이 아니었다.
이런 격한 스피드는 '지옥의 도시'라고 불리는 수도 다카에만 있는 줄 알았다.  
구불구불한 방글라데시 도로를 마치 레이스 경주 하듯이 달리는 아저씨와 반대편에서 똑같이 달려오는 덤프트럭들 덕분에
여기서 이렇게 탐방이(그리고 내 인생이) 끝나는건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의 드라이버 아저씨의 이름은 '아빠사리'였다. 시연이와 나는 계속 육개장 먹고싶다, 된장찌개 먹고싶다를 말하다가
그분의 이름을 듣고 아빠 보고싶다고 칭얼대기 시작했다.


Jute mill - 어느나라 가나 관리들은 다 똑같아!

주트 공장에 도착했는데 커다란 철문이 경비와 함께 우리를 막고 있었다.  우리는 어디 끌려가는거아냐? 주트 공장에 온거 맞아? 하면서 긴장했는데 정부에서 운영하는 공장이라서 방문허가증도 필요하고 이것저것 들어가기 까다로운 곳이었다.
들어가서 허가증을 보여줬는데도 계속 알아들을 수 없는 방글라데시어로 우리를 저지했고, 우리와 같이 간 TS의 코쿤과
계속 실랑이를 벌였다. 우리가 무거운 주트를 훔쳐갈꺼도 아니고, 주트 공장을 차릴 것도 아닌데, 그냥 공부하러 온 학생들인데!
어렵게 들어간 공장은 생각보다 엄청나게 컸다.  왠지 '18세기 산업화시대 공장' 뭐 이런 단어들이 떠오르는 곳이었다.
거대한 회색 건물에  기계들이 빽빽하게 주르륵 있고, 사람들이 묵묵히 일을 하고 있었다.


주트를 물에 씻고 여러번 부드럽게 만들고 그 것을 실로 뽑아내고 실을 천으로 만들고 하는 일련의 과정을 모두 지켜보았다.
하지만 주트가 어떻게 변신하는지보다 관심이 갔던건 생산자들의 환경이었다.
귀를 막을 만큼 기계들에서 큰 소리가 나는데 어떻게 하루종일 일할 수 있는지 걱정되었다. 심지어 팬(선풍기)도 돌아가지 않아서 주트 먼지와 소음, 습기가 공장 안을 꽉 채우고 있었다. 




공장을 둘러본 뒤 공장 담당자(국가에서 운영하므로 공무원)와
간단한 인터뷰를 했다.

Q. 만들어진 주트제품을 어느나라에 수출 많이 하나요?     아프리카, 중동, 미국 등 세계 여러국가에 합니다.

Q. 생산자들 임금이 얼마 정도 입니까?
    1800-2000 다카 (한 주에) 정도가 가장 많이 받는 생산자고
    초봉은 하루 8시간 기준 190다카 정도 됩니다.

Q. 공장의 생산자 현황은 어떻게 됩니까?
   2000명의 노동자가 있고 공장은 24시간 가동하는데 3개조로 나누어서
   일합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조>는 중간에 30분 쉬는시간이
   있고  (이때 밥을 먹어야 한다)   이어서 하는 <오후 6시 시작 조>는
   4시간에 한번씩 15분 쉬고 이 쉬는시간에는 다음 타임 생산자들이  
   공장을 계속 가동합니다. (한마디로 24시간 릴레이로 풀가동)
  
Q. 생산자들이 일하는거 즐거워 보이나요?
   공장에 있는 식당에서 돈을 적게 주고 아침을 먹을 수 있고
   명절에도 스윗(달콤한 과자)같은 것을 주고 가끔 운동회도 합니다.

Q.직원들은 어떻게 채용하나요?
지역에서 실업자들 먼저 뽑고 1200명은 정규직(위의 복지혜택 받음)
나머지는 비정규직으로 일손이 필요할때 부름니다.

Q.팬이 없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팬을 틀면 주트 먼지가 위로 난리고 또 일정온도를 유지해야합니다. 
 마스크를 주는데 안씁니다. 만약 주트 때문에 병에 걸리는게 입증이 되면 9개월 유급 휴가를 줍니다.(아직 없음)                    
                                         
우리가 생각보다 열악한 공장의 환경에 너무 예민하게 생각했던 것일 수도 있지만, 인터뷰를 하는 내내 왠지 모르게 느껴지는
관리의 좋게말하면 도도함;과 30분 쉬는 시간이 있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말하는 태도에 약간은 화가 났다.
팬이 없는 이유도 납득이 갔지만 그럼 다른 방법을 고안해야 되는 것 아닐까? 정부의 공장 씩이나 되서 몇천명의 생산자를
고용하고 있는 공장이라면..아쉬움이 많이 느껴졌던 방문이었다.


Silk mill - 한국에서는 먹는건데! 

다음 방문지는 실크공장이었다. 직접 뽕을 키워서 누에를 키우고 실을 만들고 자수까지 놓는 곳이었다.
공장 옆에 있는 shop에는  화려하게 만들어진 사리(방글라데시 여성스카프)들과 옷들이 반짝반짝 빛을 내며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100% 실크인 고급 제품이라그런지 잘 차려입은 여자들이 매장을 둘러보고 있었다.
아 맞다 새로운 사실인데, 실크라서 마냥 부드러울 줄 알았는데 약간 거칠거칠 했다. 무작정 부드러운건
중국 제품이라고 했다. 여기서도 중국제품은 질낮은 걸로 치부되는구나;;


토실토실한; 누에를 직접 보는 것도 신기했지만 누에고치를 푹~삶아서 수작업으로 번데기를 걸러내고 노랗고 반질반질한
실을 뽑는 것도 신기했다. 실제로 그 곳에서는 후끈한 열기와 함께 고릿한 번데기 냄새가 났다. 엉엉. 울수도 웃을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한국에서는 저거 먹는데..."하는 말이 목끝까지 차올랐지만 조용히 넣어뒀다.
앞으로 한국가서 번데기는 먹기 힘들 것 같다. 실크 생각나서.
예쁘게 수작업으로 구슬과 실로 자수를 놓는 장면도 인상깊었다. 사리 하나를 만들려면 일주일이나 걸린다고 했다.
저렇게 정성들인 옷을 입고 사는 민족은 참 미적감각 있고 아름다운 사람들인 것 같다.
이렇게 오늘 하루도 지나갔다. 점점 타나파라 생활도 방글라데시 생활에도 적응이 되가는 것 같다. (시원한~우기가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