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5일 - 8월 6일. 신이 주신 선물 (수연)
8/5일 - 생산자 2명 집에 놀러가기!
아침부터 비가 억수로 쏟아졌다. 한국에도 비가 많이 온다고 하는데
방글라데시도 우기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중이다. 밤에 태풍처럼 쏟아지는 비에
어른 다섯명이 좋아서 숙소 복도에서 '감자감자'를 먹으며 비구경을 하기도 했다. 매일매일 비와라, 기우제 지낼 기세다.
오늘은 오전 오후를 나눠서 두명의 생산자를 만나러간다.
정형화된 인터뷰를 하는 것보단 생산자 집에 방문해서 같이 집안일도 하고 얘기도 하고 그럴 계획이다.
한국에서 미리 준비해온 알록달록 판초우비를 뒤집어쓰니까 무서울게 없다. 비쯤이야~!
(딱 방글라데시 우기때 방문한거라서 허리까지 잠겨서 아이들과 수영하는 것을 상상했었다. 수영도 못하면서)
집으로 갔더니 마침 또 정전이다. 비와서 햇빛도 없고 그냥 어두운 방안에 앉아서 내 집마냥 침대에 드러눕기도 하고
주시는 간식을 염치없이 얌얌 먹었다. 그런 우리를 또 챙겨주시느라 커다란 잭푸르트를 통째로 잘라서
내주셨다. 마치 향수 맛이 나서 숙소에서 나오면 안먹었는데
여기서는 안먹을 수 없어서 음~~쿱모자(매우 맛있어요)하면서 먹었다!!
그리고 남은건 모두 대기오빠와 우기쌤에게 선물로 주었다. 우하하
빗물에 설거지 하는 것도 보고, 같이 해볼까 머뭇거리는 사이 어머님은 설거지를 후다닥 다 해버렸을 뿐이고
우리는 처마에 비떨어지는 것을 보면서 또다시 아티잔(장인)이 되어 주섬주섬 가방에서 바늘과 천을 꺼내 작업을 시작했다.
나는 시연이 주려고 폭신폭신 천 머리끈을 만들고 있었는데 여기 어머님한테 주고왔다. 주면서도 부끄러워지는 손.
숙소로 돌아오는 길은 빗물로 완전히 잠겨버렸다. 아...시도때도 없이 상황에 관계없이 떠오르는 한국음식. 지금은 김치부침개.
두번째 집은 아주머니가 전원주 아줌마 같이 엄청 잘 웃으셨다. 엄청 예쁘고 해맑게!
방글라데시 사람들이 한국에 비해서 엄청 많이 웃는다거나 그런 것을 솔직히 잘 못느꼈는데
(행복지수 1위라고 해서 기대했는데 하하)
이 분 집에는 엄마도 딸도 너무너무 잘 웃었다. 그래서 지켜보는 우리도 너무너무 행복해졌다. 역시 웃음은 바이러스!
같이 반찬도 만들고 다 만든 반찬은 맛보기도 했다. 갈릭, 칠리, 어니언 등 우리 눈에는 다 노란색인 소스들로 척척척 음식을
볶아내고 지져내고 구워내는 모습이 딱~ 저녁준비하는 엄마모습이었다.
난의 일종인 '루띠'도 만들었는데 우리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내가 송이언니 못한다고 엄청 놀렸는데 나도 못했다.
한국에서도 피잣집에서 알바할때 맨날 반죽에 구멍내서 혼났는데 여기서도 여전했다. 시연이만 잘했다.
대기오빠는 동그랗게 안만들고 이상하게 뾰족하게 만들어서 오빠 이름(바부) 그대로 바부루띠가 되버렸다.
어머님이 오빠가 만든거 구워서 바부루띠 바부가 먹으라고했다. 으하하
송이언니는 아이들에게 잡혀서 보드게임 비슷한 것을 했는데 4명의 여자들이 주사위를 던져서
가운데 있는 김보성 같이 생긴 마초남에게 빨리 가면 이기는 것이었다. 결국 연륜의 송이언니가 마초남을 차지했다!!!!(우와~~)
어머님의 유쾌한 웃음 덕분에 떠나기 싫은 집이었다.
8/6 - 생산자 집 방문
생산자 밀착체험 일정이 지속되고 있다. 이제 방글라데시에서 먹는 음식은 뭔지 설거지는 어떻게 하는지, 집안 생활수준은 어떤지, 어느정도는 알 수 있을 정도가 됐다. 그리고 아이들은 비가오면 바지만 입고 운동장으로 모여서 슬라이딩을 한다!
집에 방문하기 전에 그녀가 일하고 있는 염색하는 곳에 가서 일하는 것도 구경하고 얘기도 나누었다.
염색하시는 분들은 다른 파트의 생산자분들에 비해서 왠지 터프했다!
우리에게 노래를 주문했는데 이제 노래시키는 것에 익숙해진 우리는 애국가를 불렀다. 아리랑을 부르기엔 너무 슬플꺼 같아서.
그들에게도 '답가'를 요청했는데 역시 방글라데시 국가를 불러주셨다. 그 노래도 답가로 하도 많이 들어서 외울지경이었다.
방글라~~ 발로바시이~~~ 방글라데시 사랑한다. 뭐 이런 뜻인 것 같다.(완전추측)
.
오후에 방문한 집은 가족들 뿐만 아니라 우리를 구경온 이웃까지 제 집처럼 자연스럽게 들어와 있었다.
오늘 방문한 생산자의 이름은 삼수나하. 2002년부터 TS 염색파트에서 일했다고 한다.
나이는 34살이고 두 아들과 한명의 딸, 남편, 어머니, 남동생이 같이 살고 있다.
10년 전에 남편이 일이 없어서 집에서 아들을 데리고 친정집으로 왔다고 한다. 그럼 이혼을 한건가요? 했더니
남편이 이혼을 안해줘서 그냥 나왔다고했다! SO COOL, 이 시대의 차도녀다.
어쨋든 지금은 다행히 남편이 일을 시작하고 같이 산다고 한다.
그녀에게 행복하냐고 물었는데 웃으며 결혼하기 전이 가장 행복했다고 한다.
우리가 방문했을때 마루에 앉아서 혼잣말을 하는 남자가 있었는데 아마도 다운증후군인듯 한 남동생이었다.
남편이 릭샤드라이버로 버는 일정치 않은 수입과 자신이 일한 돈으로 많은 가족을 부양하고 살림까지 해야하는 건
해보지 않아도 고단함이 느껴졌다. 그럼에도 그녀는 너무너무 잘 웃었다.
아이들이 잘 크고 학교가고 좋은 직업 얻길 바란다는 평범한 엄마인 그녀에게 우기쌤이 힘든 상황에도
잘 웃는다고 하니까, 통역을 통해서 건네진 답변이 일품이었다! 웃음은 신의 선물이라고 했다.
이날 우리의 통역을 담당해주던 TS 스텝 히라가 라마단인데도 불구하고 갑자기 바나나 두개를 까먹어서 우리를 놀래켰지만
(그녀는 머쓱하게 웃으며 배고파서 힘들다고 했다) 하루하루가 고단한 생활 속에서도 은근한 웃음을 잃지 않으며
자신의 믿음인 라마단을 지키고 그럼에도 손님이 오면 한가득 바나나며 주전부리를 내오는 사람들이 방글라데시 사람들이다.
나는 일도 안하고 밥도 많이 먹으면서 신의 선물을 많이 잊고 살고 있었다. 이제라도 웃어야지. 방글방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