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SEEKER:S Story/*사회참여극단 돌쌓기

[사회참여극단 돌쌓기 10] 에필로그

알 수 없는 사용자 2015. 9. 7. 02:00


썰물처럼 밀려드는 일거리들을 잠시 막고 떠난 탐방은 새로운 일상을 제시해 주었다. 늘 아침에 일어나 씻고 출근하여 저기 멀리까지 밀려있는 일들을 하나씩 처리하고 한 달에 공연을 하나씩 올리는 우리들에게 새로운 나라에서의 새로운 일상은 적잖이 행복한 날들이었다. 처음으로 봉쥬하고 인사했던 공항의 출입국심사대에서부터 헤어짐을 아쉬워하며 출국장에서 통역과 나누었던 짧은 인사들도 이제 벌써 한 달이라는 시간이 지난 한달 간의 기억이 되었다.


프랑스에 처음 도착했을 때의 현기증 날 정도의 쨍함을 아직 기억한다. ‘어떻게 하늘이 저렇지?’라는 탄성이 나오게 만들었던 샤를드골 공항의 파란하늘은 딜레이 때문에 24시간이 넘어버린 비행시간의 피곤함도 잊게 만들었다. 평소에는 그러지 않는다고 하지만 유난히 더웠던 40도의 날씨와 소매치기, 집에서 쫒겨 나기 등 파리에서 겪을 수 있는 거의 모든 사고를 모두 겪어낸 우리들에게 이 도시의 첫 인상은 그리 달갑지 않았다. LGP와의 첫 만남과 우리를 경계하는 눈초리는 여기까지 와서 목표했던 탐방을 망칠 수 없기에 어떻게든 안간힘을 쓰게 만들었고 그 결과 크리스토퍼의 마음을 열게 만들었다. 처음부터 따뜻하게 우릴 반겨주었던 루이 프라티, TO의 대표도 탐방에 큰 힘이 되었다. 함께 할 프로젝트를 제안하며 꼭 한국을 방문해 함께 작업을 하고싶다던 그의 말이 이미 이 탐방이 성공한 것 같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만들었다. 짧은 방문이었지만 펫포렌에서의 기억도 앞으로 프로그램을 기획하는데 큰 영감을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지점은 미모스 페스티벌로도 연결된다. 수 십 편의 공연을 보면서 새로운 연출과 오브제를 보았던 것도 앞으로의 활동에 많은 영향을 끼칠 것이다.


좋은 점이 있었다면 아쉬웠던 점들도 있었다. 김강 선생님의 추천으로 만났던 Nadege의 경우 생각보다 대화의 포인트들이 맞지 않아 후속으로 연계된 La generale의 방문까지 큰 수확을 얻지 못했다. TO가 제안했던 이탈리아행을 금전적, 시간적 문제로 참가할 수 없는 것도 아쉬웠다. 어쩌면 이번 탐방에서 가장 큰 수확이 될 수도 있었을 기회였는데 말이다. 그리고 시민참여 프로그램의 개선점을 찾기 위해 참여한 Alsaxy 프로젝트의 경우 생각보다 참가자들에 대한 프로그램 설계가 치밀하지 않아 프로젝트에 참여했다는 느낌만 받은 채 돌아올 수밖에 없어서 아쉬웠다.


액션프로젝트로 시작해서 목적지를 정하기까지 참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다. <세월호 유가족에게 보내는 목소리> 프로젝트에 함께 참여해줬던 350여명의 시민분들에게 우선 감사함을 표현해야할 것 같다. 그리고 우리를 프랑스로 이끈 프랑수아 듀콘세이 교수와 프랑스의 수많은 지인들을 연결시켜주신 김강 선생님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전달하고 싶다. 그리고 무엇보다 한 달 동안 우리를 쫒으며 어려운 말들을 통역해준 박익현 통역에게도 진심을 담아 감사의 말을 전달하고 싶다. 그리고 더불어 내년에 씨커스를 떠나는 많은 청년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통역과 현지코디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하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탐방기간이 길면 길수록 통역과 현지코디의 역할은 대단히 중요해진다. 한 달이 넘는 기간을 지원금과 자부담금으로 타국에서 지낼 수 있었던 것은 현지코디의 역할이 컸으며 현지 일정과 갖가지 요구사항을 헤쳐 나갈 때 신뢰할 수 있는 코디 한명은 탐방팀원들이 몇 달간 국내에서 조사한 것보다 훨씬 큰 역할을 한다.


이번 탐방으로 세계를 보는 시각이 참 넓어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팀원들과 이제는 우리 한국인보다는 지구인이라는 표현을 쓰는 게 맞는 것 같다고 이야기 하였다. 한국적인 사고에 갇혀서 보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국제적으로 여러 극단과 교류하고 함께 작업을 하는데서 얻는 많은 이점들을 배웠다. 이는 다른 분야보다 문화예술분야에서 특히 두드러지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서로 다른 문화를 기반으로 자라난 여러 집단들은 그것이 섞일 때 더욱더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음을 여러 인종, 여러 문화가 모인 프랑스를 보면서 깨달았다. 지금의 프랑스가 정체하지 않고 움직일 수 있는 것은 마치 핵발전처럼 여러 문화의 충돌과 그것에서 나오는 에너지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문화예술분야의 활동가라면 꼭 이런 기회를 통해서 견문을 넓힐 수 있었으면 좋겠다.



국방용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