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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1] 안산정신건강트라우마센터 416트라우마회복지원팀 신정식 팀장님

seeds 2016. 6. 22. 12:37

[아트온어스]안산정신건강트라우마센터 1

416트라우마회복지원팀 신정식 팀장님 


아트온어스에서는 액션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안산 세월호 심리지원 센터에 다녀왔습니다. 현재 한국의 트라우마지원은 어떤 형태이며 어떤사람들이 일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센터에 오는 사람들은 어떤 방식으로 자신의 삶을 애도하고 회복하고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안산정신건강트라우마센터(안산온마음센터)>는 세월호 참사 피해자의 생활 및 심리안정 등의 지원을 위해 20145월 설치되었으며, 현재 보건복지부와 경기도 지원으로 운영되는 종합적인 정신건강기관이다


 

센터전경


아트온어스: 안산 지역에서 엄마랑 함께 하장등 다양한 기획 하셨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커뮤니티 지원을 기획 하신 의도와 활동 과정 그리고 그에 따른 결과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인터뷰를 요청 드렸다.


신정식: 간단히 소개를 하면 내 개인적 배경은 정신보건 사회복지사이고, 대학원에서 상담을 전공했고, 3~4년 정도 이야기 치료에 많이 집중 하였고, 현재 트라우마와 관련해서는 동작 중심의 예술치료를 트레이닝 하고 있다. 트라우마를 바라보는 것이 이야기치료의 구성주의적 관점과 예술과의 조화, 이런 것들이 나에게 있다.


세월호 이 후 1년이 지난 후 안산온마음센터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처음 안산온마음센터에 왔을 때 세월호 유가족 분들의 분양소를 찾아가게 되었는데 가족 분이 이야기 하는 것이 지역 주민들에게 이해를 받지 못하여 동네 사람들에게 좀 이해 받고 싶다”, 그리고 피해자가 아니라 누군가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성공하는 일이 하나 없이 계속 정치적 맥락 속에서 무언가 이루기가 쉽지 않아 실패를 하고 있는 기분이다같은 이야기였다. 유가족들이 무력감을 느끼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같이 지내다 보니 무언가를 만들고 계신 것을 보았고 이것이 자가 치유적 활동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들기 활동을 통해 서로 지지하고 수다 떨 수 있고, 잊을 수 있고, 다른 것에 집중 할 수 있는 것이니까. 그래서 그런 활동을 지원하면서 그들이 바라는 의도와 요구를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 하던 차 세월호 유가족들이 정치적으로 요구하는 사람으로 되어있는데 다양한 모습으로 이 분들을 바라볼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하고 생각하다가 대폭적으로 분양소에 공방을 지원하기 시작 하였다. 그 곳의 재료비와 강사비 등을 지원했고 그것에 대한 결과물로 엄마랑 함께하장을 기획 하게 되었다. 혼자 기획했으면 하지 못했을 일이었으나 안산에 계신 아름다운가게 간사님 한 분과 세월호 유가족 대표 어머님의 추진력의 도움을 받아 기획이 이루어질 수 있었다. 장터를 통해 문화적인 시민 플리마켓이 성황리 진행되고, 오신 분들이 좋았다고 말씀하셨다. 유가족들이 에너지가 대단한데 그 에너지가 갇힌 것이 아니라 주민들과 접촉하면서 발산될 수 있었다. 사람의 에너지가 전환되고 치유될 수 있구나 하는 경험이 되었다. 장터 후 평가회에서 유가족 대표께서 평가회를 하는 도중 눈물을 보이시며 보통 상담실에서 할 수 있는 자신의 감정을 오픈하기 시작하셨다. 그 오픈은 인위적으로 질문하여 나온 것이 아니라 몇 개월 동안 이 사람들이 나와 함께 하는 동료구나라는 신뢰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동안 내비치지 않았던 자신의 속 마음이야기를 노출 하신 것인데 이 경험을 통해 과정은 어려웠지만 엄마랑 함께 하장이라는 큰 프로젝트를 통해 이 분에게 상담 비슷한 것을 한 것이기도 하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익금은 지역아동센터에 전액 기부 하였는데, 이 프로젝트의 과정을 통해 유가족들이 피해자에서 기여자 즉 주체자로 전환된 것과 주민들은 그냥 재미있는 곳에 와서 놀다보니까 주최자가 유가족인 것을 보고 아 이들이 우리의 이웃이었지하고 생각하게 되는 것. 이 두 가지가 가장 큰 목적이었다. 이번 프로젝트 이 후 활동지원팀이 생기면서 엄마랑 함께하장을 계속 지속 가능 한 것으로 되었고,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이번 경험이 결국 유가족들이 자신의 생활로 돌아갔을 때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밑바탕이 되기를 바라는 부분도 있다.

 

 

아트온어스: <엄마랑 함께하장> 프로젝트 자체는 성공적이고 유가족 입장에서도 유의미했다고 보인다. 하지만 시민들은 사회적인 문제에 회피하는 경향이나 문제를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고 여길 수도 있을 것 같다. 어떻게 지역사회와 장을 연결시켰나?

신정식: 이 장터를 기획 했을 때 생각보다 지역에서 많은 사람들이 참여 하고 싶어 하였다. 그들이 어떤 마음을 갖고 있었냐면 같은 동네사람으로서 안쓰럽기도 하고, 무언가 하고 싶기는 한데 유가족에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방법을 모르는 것이 많았다. 예를 들면, 1년째 분양소에 방문해서 그냥 쓱 보고만 가시는 분이 있었는데, 마음은 위로를 하고 싶기는 하지만 어떻게 유가족에게 말을 걸어야 할지 모르시는 것이었다. 그런데 장터에서 양말 만들기 활동을 하니, 이러한 매개가 이웃들이 유가족들과 함께 활동을 같이 하게 연결해주고, 옆에 앉아서 서로 이야기도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접촉이 이루어진다. 사람들에게 사회적 재난이나 문제에 대한 피로도 있지만, 어떻게 같이 해야 하는지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크게 들었다. 하지만, 양말 목공예(버려지는 양말목을 직조하여 공예품을 만드는 업사이클링제품) 같은 것은 내가 쉽게 같이 할 수 있는 활동이다 보니 함께 참여하고 지지해줄 수 있는 환경이 제공 되었던 프로젝트였던 것 같다. 그러니까 사건에 대한 진상이 규명될 때까지 함께 싸워주세요! 라고 말하는 것은 너무 어렵지만 우리가 어떤 좋은 의도로 이런 활동들을 하려고 하는데 함께 해 주세요 라고 말했을 때는 마음만 있고 방법을 모르던 사람들이 참여해 주셨다. 함께 무언가를 한다는 것은 동료가 된다는 의미인 것 같아 이러한 과정을 통해 이분 어떻게 도와 드리지가 아니라 함께 하니까 동료가 되더라. 그런 포지션의 이동들이 있어서 표현하지 못했던 마음끼리 연결이 되었던 부분이 있다. 기획 의도 자체가 그랬고 그래서 제목도 최대한 친근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한 점도 있다.

 

                           엄마랑함께하장 포스터 사진출처: 안산온마음센터


아트온어스: 기획 의도 자체가 친밀감을 느끼고 재밌게 활동 할 수 하도록 하는 것, 그리고 매체가 있었던 것이 시민의 참여율을 높이게 한 것 같다.

신정식: 그렇다. 예술이 그런 것을 잘 담아내도록 해줄 수 있는(Containment) 안전한 매체라고 생각한다. 그 안에 분노를 담아도 누가 뭐라할 수 없는 것이 예술이고. 유가족들이 다른 사람에게 한다면 상대가 도망가겠지만 예술을 통해 안전하게 담아 낼 수 있기 때문에 예술이 할 수 있는 사회적 역할에 대한 확신과 신뢰가 있다. 유가족 어머니들의 다양한 수공예 활동도 그것의 일환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트온어스: 유가족 커뮤니티 내부적으로는 각자 다른 입장들로 인한 (예를 들면, 아이들을 찾은 부모와 찾지 못한 부모) 갈등이나 긴장은 없었는지? 그리고 그런 긴장을 어떻게 다루시는지?

신정식: 모든 사람을 아우를 수는 없는 것 같다. 재난이 커뮤니티의 갈등을 불러일으킨 다는 것을 보게 되는데. 유가족들도 활동가들과 비활동가들, 소송그룹과 비소송 그룹 등으로 나누어져 있다. 피해자들끼리도 입장이 모두 다르다. 시간이 가면서 입장과 태도가 달라지기 마련이고. 그래서 사실 갈등이 있긴 한데 중요한 것은 갈등이 있다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한국사회에서 자신의 입장과 견해가 다른 사람들과 의견을 조율해 본 경험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재난 후 심신의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 조절이 안 되는 모습들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지 못하고 회피하는 기제가 있고, 상대방을 자극하는 말이나 비언어적인 태도들이 나타나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 단계에서 필요한 것은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보다, 입장이 다른 사람들을 어떻게 대하고 그것을 어떻게 전환(해결이란 단어보다 전환이라는 단어가 적합한 것 같다) 시켜가는가가 필요한 것 같다. 구조적 맥락과 개인의 것들을 전환하는 과정에 있어서 서로 소통하는 것과 자신을 성찰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트온어스: 그렇다면 팀장님도 하나의 개인 혹은 기관의 일원으로 유가족을 만날 때 어떤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 다양한 입장을 가진 유가족들 사이에서 한가지의 입장을 취하는 것이 어려우시진 않은가?

시스템이 분업화 되어있다 보니 전체적으로 보기 어려운 부분도 있고, 개인의 입장과 기관의 입장이 일치하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럴 때 개인으로 할 수 있는 것은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 내일이 아니니 나랑 상관없다고 여기지 않고 질문하고, 소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아트온어스: 전체적으로 아우르고 조율하는 역할이 개인이 하는 것이 아닌 시스템적으로 마련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필요하다고 보인다. 그런 맥락에서 현재까지의 안산온마음센터에서의 역할이 트라우마 개입에 적합했다고 판단하시는가?

심리사회적 지원 전반에 대한 것을 지역사회와 의논하며 가야했는데 코디네이션의 역할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다. 전문가 집단이 모였을 때 전문가나 지역사회는 온마음센터에게 코디네이션의 역할을 기대했으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전체적인 그림을 함께 그리고 지역 내 기관끼리 협력하려는 노력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기획단계에서 협력하는 것이 중복이나 실수를 줄이는 것이 필요한데 초기에 경황이 없어서 부족했던 부분을 사업이 진행되면서 조금씩 노력해가고 있다.

안산온마음센터 내부 (상: 휴식공간 하: 집단실) 


아트온어스: 안산온마음센터의 장기적인 계획은 어떠한가? 지금은 416유가족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앞으로의 계획은?

신정식: 아직 정해진 것은 없고, 정부의 지원도 어떻게 될지 정해진 것이 없다. 미국 같은 경우는 인프라가 있으니까 서로 적합한 기관에 의뢰하기 때문에 별도의 트라우마 센터가 필요 없을 것이고, 후진국은 그럴 여력이 없고 일본의 고베의 경우 트라우마센터가 지역 가정폭력 등의 트라우마 개입으로 바뀐 것이 하나의 예인 것 같다. 세월호에 대해 잘 실천하는 과정의 경험들을 장기적으로 잘 가져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분들이 정치적 상황 속에서 안정화가 안 된 사람들도 꽤 있고, 트라우마틱한 상실일 수 있는 사건이기 때문에 7-8년 까지는 심리지원에 대한 지원이 같이 따라가는 것이 필요하다. 이분들에 대한 지원이 지속가능한 것이 되는 것은 필요할 것 같다. 그 이 후 역할의 전환에 대해서는 고민해야겠지만 유가족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이 되는 것은 중요하다고 본다. 또 한 가지 느끼는 부분은, 군 피해 유가족이나 형제복지관 피해자들을 만난 적이 있는데 세월호 유가족들을 매우 부러워한다. 세월호는 생각보다 관심과 지지를 굉장히 많이 받고 있지만 이 밖에 사회적 인정을 받지 못한 집단적 트라우마가 한국사회에 꽤 많이 있다. 고통에는 위계가 없는데. 군 피해 유가족들 만나고 나니 굉장히 마음이 슬프고 외롭더라. 그래서 집단적인 트라우마에 대해 고통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고 어떻게 지원할 수 있는지 고민하는 집단이 생겨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보면 너무 많은 커뮤니티가 지원을 필요로 한다. 이번 세월호 경험을 통해 이런 지지들이 계속 생겨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한 가지는 트라우마 피해자가 나타내는 행동적, 증상적 특징이 개인의 책임이 아닌 트라우마라는 맥락 속에서 이해되어져야 한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가 각자가 가진

폭력성에 대해서 깨닫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아는 지식과 지혜들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세월호를 보도하는 언론들, 시신이 나왔을 때 몰려들어 자극적을 방송하는 사람들에 대한 불신과 분노가 있는데 이것은 우리 안에 사회적으로 합의된 기준이 없는 것이고, 사회적 학습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증거이다. 트라우마 생존자들에게 다른 것보다 Psyco education이 필요하듯이 커뮤니티 차원에서도 인식과 관련한 교육이 필요하다. 하지만 수업처럼 진행하는 것이 어려운 문제이니 함께하는 태도나 관계성 속에서 서로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함께하는 방식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기회를 주어야 할 것 같다.

 

아트온어스: 오늘 안산에 오면서 왠지 모를 긴장을 느꼈다. 최근 여러 사건들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다 보면 개인적으로 회피하고 싶어지기도 하고 지치기도 하는데. 늘 유가족과 함께 하시는 상담사, 활동가 분들은 소진되는 감정을 어떻게 관리하나?

신정식: 개인이 컨트롤 할 수 없는 상황을 계속해서 처하다 보니 물론 많이 지치고 소진 되는 경험을 한다. 그 과정에서 나는 내가 개입하는 사람이라기보다 이 사건과 같이 현존하는 사람이구나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치료자나 개입자도 사건의 영향을 받는 부분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그런 역할을 하는 사람들을(정신보건복지 기관들이나 치료사들) 수단이나 도구로 인식하지 그것을 존중하는 인식은 아직 미미 한 것이 현실이다. 일반적인 사회, 문화 속에서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지 못하고 회피하는 기제와 재난지원 인력을 대하는 정부와 조직의 처우와 인식은 많이 연결되어 있는 것 같다. 그것에 대해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 쉽지는 않은 것 같다. 그 맥락 속에서 살아내고 현존하고 나서 나 스스로 무력해지지 않을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고 느낀다. 재난지원현장에서는 많은 사건과 갈등 속에 성찰과 휴식의 시간이 많이 부족하다

개인적으로는 몸에 대한 자각을 하려고 노력하고 춤이나 부드러운 움직임을 해보곤 한다. 최근에는 가슴이 꽉 차서 아프리카음악을 틀어놓고 타악기에 맞춰서 그냥 몸 가는대로 움직였다. 몸에 대한 자각들이 중요하다고 느낀다.

인권이나 평화, 이야기치료사의 언어로는 부재하지만 암시하는 것을 보는 것, 고통의 반대 맥락을 보는 것 (고통스러운 것의 반대되는 삶에 대한 경험이나 지향이 있기 때문에 현재가 고통스러운 것) 등 트라우마가 아닌 소중한 가치를 잃지 않기 위해 평화와 인권에 대한 공부를 계속하고 있다

몸 적으로는 꽉차있다 싶으면 춤을 추고, 의미를 잃지 않기 위해서는 가치를 둘 수 있는 것에 대한 공부와 교육을 진행하는 것, 그리고 딸이 있는데 딸아이와 스킨쉽하면서 인간에 대한 의미를 생각해 보는 것 등이 많진 않지만 하고 있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 이 후 근본적인 해결이 없는채 2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다는 사실이 늘 좌절스러웠다. 하지만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그런 좌절을 잘 견디고 유가족과 함께 해 오시는 분들, 그들과 함께 존재하는 분들이 있다는게 다행이란 생각과 함께 이렇게 함께 사는 것, 서로의 짐을 나누어지는 것이 아트온어스가 추구해가고 싶은 방향이라는 확신도 들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회의 구조도 우리의 인식도 나아져야 할테고 그걸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고민도 깊어져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