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7일
스카이 팜, 일본 사이트를 발견 했을 때 여긴 꼭 가야해! 를 외쳤었다. 홈페이지 화면 가득 푸른 들판, 빨간 딸기, 그리고 딸기 빙수와 아이스크림.
딸기밭을 하면서 동시에 가공품을 만들어 파는 곳을 가고 싶었기에 메일을 보냈고 역에 도착하여 전화를 주면 데리러 와주신다는 답장까지 받고 가가와의 기니시 역에 도착. 초록 공중전화에 들어가 수첩에 적은 번호를 펼치며 전화를 해 보았다. 연결이 잘 안되어 혹시나,하는 걱정이 들었으나 채 5분도 되지 않아 홈페이지에서 본 익숙한 얼굴이 웃으며 우리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스카이 팜의 주인인 히로유키 가와니시씨와의 만남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차를 타고 농장으로 들어가는 길에 보이는 초록의 쌀은 아직 익지는 않았지만 방학이나 주말을 이용하여 아이들의 체험학습장이 되는 곳으로 가을이 되면 수확을 하고 그 곳에 참여한 모든 이가 밥을 지어 먹는, 땀과 쌀이 뒤섞인 따뜻한 축제날이 된다고 한다.
차에서 내리자 우선 우리를 비닐하우스로 안내해 주셨는데 총 3개의 딸기 비닐하우스와 올해 재배하기 시작한 블루베리 2개소가 있었다.
딸기는 겨울에 수확하기 때문에 지금은 텅 비어있었고 문을 열어주자 고개를 들여놓은 우리는 동시에 으악, 소리를 내었다. 해충을 막기 위해 비닐하우스 안의 온도는 45도 정도였기 때문이었다. 온도에 놀라 잠시 뒤로 주춤하다가 다시 안을 살펴보니 특이한 점은 급식소 탁자같은 긴 탁자가 놓여있었던 점이다. 그건 딸기가 하늘의 햇빛을 조금 더 많이 받고 바닥에서 떨어져 있기 때문에 해충으로부터도 멀리 두기 위함이라 설명해 주셨다.
더위도 피할 겸 우리는 농장의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 본격적인 인터뷰를 하기 시작했다.
인연인 건지 이 분은 어제 만난 키노에 교수님의 제자로서 스위트 프로젝트의 일원이기도 하였다. 사실 스카이팜을 방문하려고 했던 이유는 딸기 농장이기 때문이라기보다 그 딸기를 이용한 가공품을 만드는 점에 주목하여 직접 보고 배우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사전에 메일을 보냈을 때 가공품 만드는 체험을 해 볼 수 있도록 준비를 해주신다고 하셨었는데 가보니 이미 잼 등이 만들어져 있었기에 체험을 해 보지 못한 점은 조금 아쉬움으로 남았다.
하지만 얘기를 들을수록 실망감은 커녕 얘기를 더 듣고 싶어서 점심시간이 지난 줄도 모르게 되었다.
아저씨는 지역에서 가장 젊은 농부 중에 한 분이셨고 딸기만으로 유명 백화점에 납품을 할 정도로 입지도 단단한 농부셨다. 딸기는 1년에 25~30톤 정도를 수확하여 그 중 규격외 상품등을 포함해 5톤 정도를 별도로 저장해 두어 잼을 만들거나 하여 그것을 이용해 딸기 아이스크림,딸기 빙수 등으로 만들어놓기 때문에 이렇게 딸기가 나오지 않는 여름에도 판매가 가능하게 되는 것이었다.
잠시 사무실 안을 구경할 때 커다란 칠판에 딸기 케익에 관한 그림과 글을 보고 그에 대해 여쭤보았다. 그랬더니 구상중인 상품이라 대답해 주셨다. 여긴 생산자-가공자가 조금 분리되어 있는데 전문 파티쉐를 고용하여 같이 구상을 하고 만들어진 상품을 시연하는 시식회를 갖는다. 바로 이 시식회가 내가 부러워했던 ‘팜 스위트 프로젝트’이다. 새로운 상품이 나올 때마다 출시를 하기 전에 홈페이지에 팜 스위트 서포터즈를 모집하여 모인 사람들과 함께 시식회를 갖고 그 평을 듣는 시간을 갖는다. 우리가 신기해 하니 잠시만, 하더니 사무실 구석으로 가서 부스럭 부스럭, 잠시 후 큰 종이 뭉치를 들고 오신다. 깨끗한 파일로 정리된 종이 뭉치위엔 날짜와 함께 시식회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안을 들여다 본 우리는 놀랐다가 아저씨를 존경의 눈으로 바라보았다. 100여장이 넘는 이 파일은 시식회에 참여한 5세 아이부터 함께한 부모님, 할머니까지 다양한 연령, 전문 베이커리 운영자, 신문 기자 등의 다양한 사람들이 1장의 설문지에 빼곡히 평가를 해 놓은 평가서였다. 그렇게 해서 가장 평가를 좋게 받았던 3종류의 딸기가 전에 우리가 보았던 3개의 비닐하우스 안에서 자라고 있었던 것이다.
‘안 좋은 평가를 받을 땐 어떻게 하시나요?’ 조심히 묻자 ‘당연히 좋은 평이 있으면 안 좋은 평도 있죠. 여기 아이가 한 것을 보니 단 맛이 적다고 나와 있네요. 모든 사람들의 의견을 다 받아들이기는 어렵지만 더 노력할 수 있게 되는 힘이 되죠.’ 하시며 살짝 웃어주신다.
딸기 농장을 하고 배송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쌀의 수확체험, 팜 스위트 프로젝트 등 밭에 올 기회가 없었던 사람들까지 작은 마을로 끌어들이는 힘을 가까이서 보니 젊은 나이이지만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진지함과 적극성이 원동력이겠구나 싶었다.
자신의 솔직한 얘기를 많이 해 주셔서 시간이 훌쩍 지났고 그 때문인지 아저씨의 사무실엔 받길 바라는 전화가 몇 번이나 왔고 우리는 시간을 뺏은 듯한 미안한 마음에 인터뷰를 슬슬 정리하기로 하였다. 아저씨는 올 때와 마찬가지로 우리를 차로 태워다 주셨고 그 사이 아이들에 대한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딸 2명, 아들 1명이 있는 아저씨는 아직 아이들이 어리지만 커서 농업에 관심이 있다고 한다면 체력적으로는 어렵지만 힘든 만큼 보람이 있는 농사를 물려줄 의향이 있다고 하셨다. 덧붙여 관심이 있는 젊은이가 있다면 자녀가 아니더라도 물려줄 생각도 있다고 하셨다. 바쁘실 텐데도 기차를 타는 게 헷갈릴 수 있다며 기차가 올 때까지 우리를 기다려주시고 창 밖에서 손을 흔들며 점점 멀어져 가는 모습을 볼 때 마음이 벅차면서 생각이 들었다.
여름이라 텅 빈 비닐하우스를 보았고, 비록 딸기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체험은 해 보지 못했지만...스카이 팜에는 하늘 외에도 땀과 땅과 그리고 아저씨의 멋진 검게 그을린 얼굴이 함께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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