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션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그동안 알아봤던 곳들을 다시 머리속에 떠올려보았습니다. 몇 군데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 중에서도 예전부터 추천을 많이 받았던 대구 북성로 일대를 방문하기로 하였습니다. 게스트하우스와 문화활동, 지역기반의 활동을 하는 여러 단체들이 유기적인 네트워크를 이루고 있는 점이 인상적이었기 때문입니다.
오랜만에 서울을 벗어나는 살짝의 설레임과 대구 지역에 대한 기대감으로 출발하였습니다. 화려한 동성로를 걷다보니 어느새 시간여행이라도 한 듯 북성로에 다다르게 되었고 이내 그 사이에 고즈넉하게 자리잡은 한옥 건물. 옛스러움과 현대적 유니크함이 어우러진 복합문화공간 판에 도착하게 되었습니다.
판 게스트하우스는 한옥과 적산가옥을 리모델링하여 게스트하우스와 카페, 공연장으로 꾸며진 공간입니다. 게스트하우스와 갤러리로 운영하고 있는 미나리하우스 입장에서 마찬가지로 게스트하우스와 문화공간으로 이루어진 판은 어떻게 운영하고 있는 지 궁금한 부분이 많았습니다.
아래는 판 게스트하우스의 손미숙 대표님과의 대화내용입니다.
Q. 간단한 소개 부탁드려요.
A. 판 게스트하우스는 2013년 8월 오픈한 재즈바&게스트하우스에요. 60년 전 건축된 아름다운 한옥을 활용하여 특유의 고풍스러우면서도 세련된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곳이죠. 상시 운영되는 게스트하우스와 매주 금요일, 주말마다 이루어지는 재즈 공연 이외에도 레스토랑도 함께 운영이 되고 있어요. 해외 여행객들 뿐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손님들이 방문하고 있는데, 특히 서울에서 오신 손님분들의 반응이 좋은 편이에요.
Q. ‘판’이라는 이름에 숨겨진 의미가 궁금해요.
A. ‘판’은 정말 다양한 의미로 해석될 수 있어요. 대구에서 판을 벌렸다는 의미, 한옥에서 지었다는 것에서 착안해 나무 ‘판’이라는 의미, 외국인 여행객들을 위한 놀자 ‘판’, 혹은 주민/방문객들이 붙여준 개 ‘판’, 인도에서 ‘판’은 작은 음악상자라는 의미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이렇듯 ‘판’은 재즈바, 게스트하우스, 레스토랑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이름이라고 생각해요.
Q. 게스트하우스와 음악을 접목시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A. 주부로 살아오다가 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를 고민하게 되엇어요. 네팔에서 게스트하우스에 묵은 적이 있었는데, 그 때 게스트하우스의 운영이 결국 살림의 연장이라는 것을 느꼈어요. ‘특별한 전문성이 없어도, 나도 이 일을 할 수 있겠구나’, 하고요. 그러던 중 대구지역에 한옥으로 된 게스트하우스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에 대한 수요가 있을 것이라 판단했죠. 때마침 우연하게도 한옥과 적산가옥이 있는 이 곳을 발견하게 되었어요. 적산가옥 층고가 높아서 공연을 하면 좋을 것으로 예상했고, 마침 한옥도 작은 규모여서 추가로 하나 구입했어요.
Q. 원래 음악에 관심이 있었나요? 공연장은 어떻게 만드셨는지요.
A. 젊은 시절부터 취미로 재즈를 많이 들어왔고, 또 좋아해요. 그렇지만 이렇게 공간을 만드는 것은 또다른 일이어서 주변 지인들로부터 공연장 시설 및 구성등을 도와줘서 가능했지요. 주변분에게 추처받은 대목수 한분이 전체적으로 공간을 만들었고요. 세부적인 인테리어, 음악 등은 그때그때마다 주변지인이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Q. 리모델링 기간은 얼마나 걸렸나요?
A. 7개월 정도 소요됐어요. 인테리어에 전문 지식이 없는 문외한이다 보니 색 하나 고르는 것도 오래 걸렸죠. 그래서 하나하나 벽에 조금씩 칠해보면서 결정했어요.
Q. 외국에서 오랜 기간 거주하셨다고 들었어요. 원래 고향은 어디신가요?
A. 네. 결혼 이후 6-7년동안 미국에 거주한 적이 있어요. 본가는 경남 밀양이랍니다. 이곳에 자리잡은 이유 중 하나도 본가 근처에 머물 수 있다는 점이었죠. 밀양에서 한 시간 정도 밖에 안 되는 거리라서요.
Q. 판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데 따르는 어려움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A. 처음에는 살림의 연장이라 생각한 게스트하우스 운영이었지만, 생각보다 어려운 일들이 많았어요. 손님 응대나 장사 경험도 없던 2명의 인력이 침구정리, 음식 등 게스트하우스 운영 전반을 맡아서 한다는 점이 정말 힘들었죠. 힘들지만, 많이 배워가며 해 나가고 있어요.
Q. 게스트하우스의 시설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나요?
A. 도미토리 2개, 다락방+구들장 방 5개로 구성되어 있어요.
Q. 방문객 현황은 어떤가요?
A. 주말에는 한옥 대부분이 차고, 주중에는 절반 정도가 차요. 도미토리의 경우 주말에 많이 사용하시는 편이에요.
Q. 온라인 홍보는 어떻게 진행하고 계신가요?
A. 지금은 웹사이트만 운영하고 있지만, 곧SNS 페이지도 만들 예정이에요. 미나리하우스처럼 비슷한 느낌의 게스트하우스들을 연결하는 네트워크를 생성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드네요.
Q. 웹사이트에서 결제도 이루어지나요?
A. 아니요, 현재는계좌이체만 가능해요. 하지만 곧 홈페이지에서도 결제가 가능하도록 할 예정이에요. 게스트하우스 운영 경험이 없다 보니 여러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중이죠.
Q. 미나리하우스는 외국인 게스트들이 많이 방문하고, 그 중에서도 아티스트가 많아요. 대부분이 장기로 묵고 있고요. 판 게스트하우스에도 외국인 여행객들이 많이 방문하나요?
A. 많진 않지만 종종 오고 있어요. 주로 지인이나 부킹닷컴을 통해 이곳을 찾고 있는데, 전체 방문객의 약 5%정도랄까요.
Q. 게스트 하우스를 운영하면서 기억에 남는 진상 투숙객이 있나요?
A. 기억나는 건… 담배꽁초 버리는 남학생, 겨울에 보일러 팡팡 틀며 창문 열어 놓고 자는 20대 여자, 체크아웃 안 지키는 손님, 20대 초반의 개념 없는 여자들, 술 마시고 늦게 오는 손님 등이 있겠네요.
Q. 아까 말씀하신 홈페이지나 신문 개제 이외에 판 게스트하우스를 알리기 위한 별도의 홍보도 진행하고 있나요?
A. 별도로 이루어지는 홍보는 없고, 조금씩 알려지면서 자연스럽게 방송을 타거나 KTX 기내지에 실린 적이 있어요.
Q. 처음부터 많은 인력이 투입되진 않았을 텐데요.
A. 네, 초창기에는 적은 인력으로 운영했었죠. 그러다 보니 저희도 지치지만, 손님 역시도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하는 인상을 받을 수 있겠더라고요. 그래서 점차 투입 인력을 늘려왔어요.
Q. 마당쪽 통로도 그때 만들어진 것인가요?
A. 네, 공사 하면서 새로 만든 통로에요. 공간을 트니까 마당을 통해 연결되어서 좋은 것 같아요.
Q. 카페를 운영하기에도 좋은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카페까지 하는 데 대해서 고민해보신 적이 있나요?
A. 생각보다 만만치 않아요. 또, 새로운 주방을 만들어 카페를 운영하는 데에 힘든 점들도 많을 것으로 생각되고요.
Q. 카페에서는 음악공연을 매주 하시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공연 스케줄은 어떻게 되나요?
A. 매주 금요일과 주말에 재즈공연이 이루어지고 있어요. 지금까지는 재주를 위주로 했었는데요, 앞으로 다른 장르 음악도 시도해볼까 해요. 가령 토요일에는 락이나 인디 같은 아티스트를 초청한다든지 해서 다양한 음악공연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려고 해요.
Q. 아티스트는 어떤 방식을 통해 섭외하나요?
A. 주로 지인을 통해서 섭외하고, 공연을 한 아티스트가 다른 아티스트에게 알리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어요. 공연비와 1박 무료 숙박권을 제공하고, 음향시설이 좋은 환경이라는 점이 아티스트들에게 매력적으로 작용하는 듯 해요.
Q. 공연으로 인한 주변 소음 문제도 발생할 수 있겠는데요.
A. 다행히 근처에 살림집이 별로 없어요. 초등학교나 사무실 위주라 소음 걱정은 크게 하지 않아도 되어 다행이에요.
Q. 공연료는 얼마인가요?
A. 개관 이후 1년간은 무료 입장으로 진행할 예정이에요. 아직 대구 시민 사이에서 유료공연에 대한 의식이 채 자리를 잡지 않고 있어서요. 올 9월부터는 몇 천원 정도로 공연비를 받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Q. 공연에 대한 홍보는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나요?
A. 신문사 문화게시판을 이용하거나 방문객들에게 단체문자를 돌리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어요. 공연 당일에는 주로 예약전화가 오는 편이고요. 주말에는 레스토랑에 손님들이 꽤 오세요.
Q. 공연 관람객은 얼마나 되나요?
A. 주말에는 50명 내외로 방문하고요, 공간은 2층까지 해서 최대 60-70명까지 수용이 가능하고요.
Q. 대구 내에 판과 비슷한 또 다른 복합문화공간이 있나요?
A. 제가 대구출신이 아니라 잘 모르겠지만, 손님 및 지인의 의견으로는 없는 걸로 알고 있어요. 문화예술단체는 많은데 말이죠.
Q. 미나리하우스는 임대 형식으로 공간을 빌려 운영하다보니 많은 어려움이 있어요. 판 게스트하우스는 한옥을 구입하신건가요?
A. 네. 투자를 했죠. 부동산 가격이 낮고, 권리금도 없다는 점이 유리하게 작용했어요. 이전에는 이곳에 고물상 하는 분들이 세 들어 살고 있어 쓰레기가 가득 차 있었어요. 그래서 구입 이후에 쓰레기를 다 버리고 대대적인 리모델링 공사도 시행했죠.
Q. 복합문화공간이라는 특성상 인력 배치에 애매함도 존재할 것 같아요.
A. 저희는 총괄 매니저 1명, 주방2명, 게스트하우스 2명, 야간 아르바이트생 1명으로 총 7명정도가 이 곳에서 일하고 있어요. 각자 맡은 역할은 있지만, 모든 일을 같이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
Q. 직원 고용 형태는 어떤가요?
A. 야간 아르바이트생을 제외하고는 모두 정규직이에요.
Q. 인건비가 만만치 않을텐데요.
A. 맞아요. 아직까지는 수익이 낮아서 매달 500-600만원 정도의 손해를 보고 있는 상황이에요. 그렇다고 인력을 안 쓸 수도 없는 상황이라 인력을 줄이기보다는 모객을 더 해서 인건비를 충당할 수 있을 정도로 수익을 창출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어요. 1년간은 손해 본다고 생각하고요..
Q. 판 게스트하우스가 ‘복합문화공간’으로서 자리잡아가는 과정이 궁금해요.
A. 현재로써는 금요일 공연만이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레스토랑은 아직 완전히 자리잡기엔 이르고요. 주방도 두 번 정도 바뀌었어요. 초기에는 레스토랑도 일찍 문을 닫는 방식으로 운영했는데, 이 근처 상권이 없다 보니 저녁 이외에도 술을 파는 용도로 늦게까지 개장하면 좋겠다고 판단해 운영시간을 바꾸었어요. 지금의 파스타, 피자 메뉴를 조금 더 보완하고, 안주류와 생맥주도 추가할 예정이에요.
Q. 연고지가 아니다보니 지역사회와의 교류에 있어 어렵지는 않나요?
A. 어쩌다보니 이곳이 지역사회의 롤 모델이 되었더라고요. 구청에서 개발하고 싶은데 돈이 없어서 미뤄오던 것을 개인이 투자를 해서 개발을 했다는 점에서요. 그래서 실제로 구청이나 시청에서 이곳에 탐방을 오는 경우도 많아요. 하지만, 아직까지 지원금은 전혀 없고요.
Q. 지역 공기관의 이러한 관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약간 부담스러워요. 매출에 도움이 되지는 않는데 수시로 오는 것이 불편하기도 하고요.
Q. 게스트하우스 운영에 어려움도 많겠지만, 또 어떤 좋은 점들이 있나요?
A. 집에만 있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참 좋은 것 같아요.
Q. 마지막으로 판 게스트하우스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A. 단기적으로는 매출 증진, 장기적으로는 가업으로 물려주겠다는 목표로 공을 들여서 열심히 하고 있답니다.
멋진 중년의 삶을 만들어 나가시는 대표님과 얘기를 나누고 자식을 키우듯 정성스레 운영하는 모습을 알게되니 이 공간이 더 정감있게 느껴졌습니다. 다만 게스트하우스와 레스토랑, 음악공연이 별도로 운영되는 느낌을 받아서 당초 각 분야별 손님들의 네크워킹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지는 못한 점이 아쉬웠습니다.
인터뷰 이후 음악공연도 감상하고 싶었으나 저희가 방문한 주말에는 세월호 사고의 희생자들의 슬픔을 애도하기 위해 공연이 취소되어서 공연을 직접 보지는 못했습니다. 음악공연은 다음에 감상하기로 하고 다음 방문지를 향해 이동하기로 하였습니다.
다음 방문지는 북성로의 핫플레이스 장거살롱입니다. 전수윤 대표님이 어떤 이야기를 해주실 지 기대가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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