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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Globalwork Story/방글방글(공정무역)

7월 24일. 집 나간 남편도 돌아오게 만드는 공정무역. (시연)





게스트하우스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오전 일정을 위해 나왔다.


오늘 일정은 프로크리티Prokritee와 아라냐Aranya를 방문하는 것이다. 아라냐는 어제 매장을 방문하기도 했는데, 매장에서 본 제품을 만든 생산자를 직접 본다니까 설레었다.


9시30분에 게스트하우스로 우리를 픽업하러 온 프로크리티의 마케팅디렉터 에르샤드를 만나 차를 타고 프로크리티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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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에 도착해서 에르샤드Ershadul에게 본인의 소개와 프로크리티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프로크리티와 프로크리티를 만든 MCC에 대한 설명은 그곳에 있는 동안 인터뷰한 마케팅디렉터인 에르샤드, 프로크리티 대표 Swapan, MCC 前대표 Derek에게 한 번씩 총 3번을 들었는데, 그냥 여기서 모든 것을 더해서 설명하겠다.)



Prokritee

프로크리티는 공정무역을 하는 곳으로 MCC에서 만든 기관이며 지금은 MCC에서 독립하여 있다. 프로크리티는 8개의 조직으로 나뉘어져있는데, 일정중 우리가 방문할 액션백Action bag은 이 조직 중에 하나였고 지금은 독립하여서 프로크리티와는 자매와 같은 협력기관으로 연결되어있다.



MCC

MCC는 미국의 NGO단체로 방글라데시에 들어왔는데, 방글라데시 독립전쟁 중 파키스탄의 공격에 대한 피해 복구에 주로 힘을 썼다. 전쟁으로 인해 남자가 줄어들었고 때문에 여성의 복지에 중점을 둔 곳으로, MCC의 활동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3가지가 있는데 바로 ‘농업, 직업, 교육’이다. 직업에 대해서는 여성만을 대상으로 하며, 교육은 1년 동안만 care를 한다.







마케팅디렉터 에르샤드Ershadul

에르샤드는 전에는 브라더스 재봉틀 회사에서 영업을 했었고, 프로크리티에서 근무한지는 4년이 되었다고 했다. 그는 공정무역에 대해서는 단답형으로 ‘Good!’이라고 말했는데, 마냥 좋기만 한 것인가 라는 질문을 받고는 order가 더 많았으면 좋겠는데 너무 적다는 말을 하며 송이언니에게 살짝 투덜거렸다. 송이언니가 발끈해서 폭풍영어를 해주었는데 에르샤드는 식은땀을 흘리며 장난이라고 뒷수습을 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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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프로크리티의 대표 Swapan을 만나고 다시 또 프로크리티와 MCC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나서, 송이언니는 그루 실무를 보고 우리는 아래에 있는 프로크리티의 매장으로 내려갔다.


프로크리티의 매장은 주뜨와 재생종이를 사용하여 만든 제품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제품의 종류도 문구류, 가정용품, 아이용품 등 다양하게 갖추어져 있다. 가격은 어제 방문해 본 다른 공정무역 매장보다 저렴했는데 쥬뜨와 재생종이를 이용해서인지 고급스러운 느낌은 없고 방글라데시의 느낌을 담은 제품들이다.


매장을 둘러보고 있는 중 매장에서 일하는 디렉터 Shahid가 우리를 불러 다시 사무실로 올라 갔다. 사무실에는 MCC 前대표 Derek이 있었다. 그에게 다시 한번 프로크리티와 MCC의 이야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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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C 前대표 Derek


Derek은 원래 선생님이었는데 봉급이 적어 다른 직업을 알아보던 중 거주하고 있던 곳에 MCC가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었고 그때 MCC를 알게 되어 그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와의 인터뷰에서는 재밌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Derek에게 MCC가 제공하는 교육을 받고 성공한 사람이 있냐고 물었더니, 교육을 받기 전 남편이 집을 나갔었는데, 교육을 받고 난 후에 집나간 남편이 다시 돌아오는 경우가 있었다고 한다. 내가 질문했던 의도와는 ‘성공’에 대한 개념이 다른 대답이었지만, 가정이 화목해졌다는 것이 부와 명예를 얻는 것 보다 더 성공적인 것 아니겠는가 싶다.


그는 마지막으로 우리에게(한국의 청년들에게) 방글라데시가 최빈국이라지만 세계 어디를 가든 빈부격차가 있고 따라서 어느 나라든 힘들다는 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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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크리티를 나와 아라냐로 이동했다. 첫 생산지 방문이었다. 어제 왔던 건물의 1층으로 들어갔다. 1층에 들어가자마자 이상한 냄새가 났는데 염색약 냄새였다. 사무실로 들어가 대표 할머니를 만나 뵈었다. 송이언니 말씀으로 꼼꼼하고 정확하신 분이라고 들었는데 정말 첫인상부터 나이가 있으신 데도 불구하고 카리스마가 느껴졌다.


간단한 인사 후 바로 송이언니와 대표할머니 사이에 그루 제품에 대한 대화가 오고갔다. 이때 처음으로 그루 실무에 대해 관찰을 했다.


G;ru 실무 관찰


전에 그루 측에서 주문한 제품에 결함이 있어서 그것을 확인하고 수정을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그루가 가져간 제품에는 결함이 있는 부분에 스티커가 붙여져 있었는데 대표 할머니는 결함을 확인하자마자 책상에 놓여있는 벨을 눌러 사람을 불렀다. 그 제품을 만든 생산자를 부른 것인데 다시 똑같은 실수를 하지 않도록 그 자리에서 바로 생산자에게 제품을 보여주는 것이다.


결함을 확인한 후에는 그루에서 주문한 제품의 현재 진행상황을 확인하고 여러 가지 샘플들의 무늬와 옷감들을 확인했다. 무늬는 아라냐의 기존 무늬를 사용하거나 직접 디자인한 무늬를 사용해도 되고 섞어서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옷감들은 염색전과 후의 재질에 있어 차이가 나기 때문에 꼭 둘 다 확인해 주어야 한다. 염색은 밀랍의 사용에 따라서도 차이가 나타나고 첫 번째 염색방법과 두 번째 염색방법이 다를 때에도 차이가 나는데, 이것을 이용하여 무늬와 색깔을 만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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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루의 실무를 본 뒤, 생산현장을 둘러보았다.

(생산현장을 돌아다니는 동안 직접 무늬도 찍어보고 염색도 해보고 했는데 보는 눈도 있고 해서 웃으면서 돌아다녔지만 마음이 그렇게 좋지만은 않았다.)


Aranya 생산현장

처음으로 본 것은 밀랍을 이용하여 다양한 무늬를 새기는 작업이었다. 밀랍은 조각을 판 판으로 찍기도 하고 직접 그리기도 하는데, 직접 그려서 만든 제품은 체력과 정신력의 소모가 크기 때문에 가격이 비싸다. 그렇다고 판으로 찍는 제품이 싼 것은 아닌데, 판이라고 해도 손바닥만 한 작은 판이고 찍을 때 마다 뜨거운 밀랍을 묻혀 찍는 것이라 손이 많이 간다. 더욱이 판으로 찍는 작업은 실외에 위치해 있고 가스통과 직접 연결된 밀랍이 들어있는 큰 냄비를 옆에 두고 해야 하는 작업이라 덥기도 엄청 더우면서 위험해 보이기도 했다. 그 다음으로 간 곳은 염색현장이었다. 복도라고 불러야 할 만한 좁고 기다란 공간에서 다리맡에는 염색물통을 놓고 머리위에는 염색한 천을 널어놓는 줄을 두고 일을 하고 있는 젊은 청년들을 보고 기분이 좋지만은 않았다. 이것이 내가 그렇게 사람들에게 알아달라고 외치던 ‘공정무역’ 현장인가. 힘든 만큼 임금을 많이 받고 있는 거겠지. 그렇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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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냐에서의 일정을 마쳤다. 오늘 염색한 천을 찾으러 마지막 날 아라냐에 다시 들를 것을 약속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저녁을 먹고 송이언니 주도로 팀회의가 이루어졌다. 공정무역과 세상을 이롭게 하는 다른 방법&대안들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었고 송이언니가 겪은 공정무역 현장의 이야기들도 들었다. 팀회의를 하면서 나는 오늘 일정을 마친 소감으로 작업환경이 열악하다고 느낀 것을 이야기했고 ‘공정무역이라고 하니까 열악한 만큼 임금을 제대로 받겠죠?’라는 질문을 했다. 송이언니는 모든 거래처를 투명하게 알 수는 없다고 하셨다. 투명한 거래는 특정 매장에서만 중점적으로 거래해야만 가능하다고 한다.


특정 매장을 선택하여 거래를 하면 투명하게 말단 생산자까지 알 수 있지만 대부분의 특정 매장과 거래하지는 않는다. 그렇게 하지 못하는 이유는 자본과 시간이 많이 들기 때문인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공정무역 심사기관 역할을 하는 FLO와 WFTO가 있다. FLO는 소비자(대기업)를 중심으로 보고 심사를 하는 곳이고 WFTO는 생산자를 중심으로 보고 심사를 하는 곳인데 이런 두 기관의 특성으로 인해서, 즉 어느 쪽에 초점을 맞춰 공정무역을 바라보냐에 따라 입장차이가 날 수 있어 결국 심사기관도 완전히 신뢰할 만한 곳은 못 되고 따라서 공정무역 마크가 있다고 그 제품을 수동적으로 옳다고만 판단하면 안 된다는 것이 이날 토론에서 내가 느낀 것이다.


오늘 하루도 공정무역을 생각하며 눈뜨고 공정무역을 생각하며 눈을 감는구나. 그런데 집 떠나온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부터 왜 이렇게 김치가 먹고 싶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