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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Globalwork Story/방글방글(공정무역)

7월 25일. 종이를 아껴 씁시다. (시연)






오늘은 Shuktara handmade paper project를 방문하는 날이다. 다카와 먼 곳에 있는 종이생산지인데 그곳까지 가는 이동시간만 약 5시간 정도 되기 때문에 모기 때문에 잠을 설치고도 새벽 5시에 일어나 피곤한 몸을 이끌고 준비를 하고 출발했다. 방글라데시에 오기 전 수완나폼 공항에서 산 태국 멀미약을 챙겨먹었더니, 태국에서는 멀미약에 수면제가 가득 들어가는지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포장도 매끄럽지 않은 도로를 중앙선을 넘어가며 달리는데도 말 그대로 정신 놓고 잠만 잤다. 

 

 

몇 시간을 달려 잠시 휴게소에 들렸다. 방글라데시는 아직까지 정말 왼손으로 더러운 것 처리하고 오른손으로 밥 먹고 그러는지 화장실에 휴지가 없다. 대신 변기 옆에 물호스hose가 꼭 달려있다. 아, 이제 외출할 때마다 숙소에서 화장지 꼭 챙겨 나와야겠다.


휴게소에서 늦은 아침을 해결하기 위해 휴게소 식당에 들어갔다. 역시나 모든 사람들의 이목 집중. 이제 익숙해져야 할 텐데, 도무지 익숙해지지가 않는다. 방글라데시의 일반 식당에 들어간 것은 처음이라 그때서야 ‘나 지금 방글라데시 한가운데서 밥 먹는구나.’하는 느낌이 들었다. 한국과 비교하자면 당연하게도 위생상태가 좋지 않았다. 그래도 레스토랑이라고 쓰여 있는 휴게소 식당인데, 방글라데시에서는 좋은 식당으로 생각되는 곳이겠지. 식사를 마치고 다시 차를 타고 종이생산지로 향했다.



다시 몇 시간을 달리고 또 달려서. 드디어 도착. 사무실에 들어가니 망고를 주셨다. 드디어 방글라데시에서 망고를 먹어보는구나! 망고를 배터지게 먹어 보자꾸나~ 하고 기대한 첫날에 망고시즌이 지났다는 몬쥬의 말에 절망했는데, 감격스럽게도 아직 망고는 남아있었다.


Shuktara의 관계자분들과 인사와 간단한 대화를 마치고 생산현장을 둘러보려 자리에서 일어났다. 생산자들은 시골사람들이라 그런지 확실히 다카사람들과는 다른 순박함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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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uktara handmade paper project


Shuktara는 handmade로는 방글라데시에 처음 시작한 곳으로 버려진 쥬뜨를 이용하여 종이를 만든다. 디자인과 제품을 주문받아 종이로 만들어지는 다양한 제품들을 생산하기도 한다.

(원재료 가격: 버려진 쥬뜨 1kg당 20다카, 버려진 코튼 1kg당 110다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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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uktara handmade paper project 생산현장


쥬뜨를 종이로 만들기 위한 과정이다.


1. 버려진 쥬뜨를 잘게 자른다. 자를 때 쓰는 칼의 무게는 2kg. 쥬뜨 1kg을 자르면 3다카를 받는다고 한다. (어제 수연이한테 3다카 빚진 것 수연이가 안 갚아도 된다고 그랬는데, 이렇게 들으니까 3다카는 엄청난 돈이었다.)


2. 자른 쥬뜨를 기계에 돌려 솜처럼 부드럽게 만든다.



3. 큰솥에 넣고 끓인 뒤

4. 씻어서



5. 다른 기계에 6시간을 돌리면 부드러운 펄프로 변신.

6. 다시 펄프를 씻어


7. 염색을 한다. 색깔은 3가지가 있다.



8. 틀에 펄프를 깔고 모양과 두께를 잡는다. 경력이 오래된 사람일수록 두께 조절이 가능하다.

9. 기계로 압축하여 물을 빼고


 

10. 물기를 말리면 종이완성! 이때 두꺼운 종이는 다리미와 비슷하게 생긴 것(이하 편의상 다리미로 부르겠다.)에 붙여 말리고, 얇은 종이는 햇볕에 말린다.



다리미에서 일하는 한 생산자 옆에는 어린 남자아이가 2명 있었는데, 그녀의 아들이라고 한다. 관계자는 Shuktara에서는 아기와 함께 작업장에 있는 것이 가능하다고 했다. (다른 작업장에는 태어난 지 1개월 밖에 안 된 아기가 일하는 엄마 옆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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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다리미 때문에 아이와 함께 작업장에 있게 해주는 것에 대해서 좋은 느낌은 아니었는데 그렇다고 아이를 엄마 없는 집에 혼자 둘 수는 없는 것이니, 물론 그것보다는 아이와 함께 작업장에 해주는 것이 좋지만 작업장이 위험한 부분도 있으므로 아이를 케어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추어 졌으면 좋겠다. 작업장 자체도 열악한데 아이에 대한 관리 시스템을 만든다는 것이 무리인 이야기지만 생산자들의 가난함이 되물림 되지 않도록 돕는 것도 공정무역이라면 아이에 대한 문제에 더 많이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물론 방글라데시란 나라의 특성을 고려하여 생각해야 하지만. 이상과 현실이 같을 수 있기는 어렵다는 말이 크게 와 닿은 곳이다.


어제 아라냐에서도 그동안 공정무역 생산지에 대해 생각해왔던 것과 차이가 큰, 열악한 생산 환경에 충격을 받았는데 오늘 이곳을 보니까 이런 열악함은 방글라데시 전체적인 것인가 보다 싶었다. 하긴 차를 타고 이곳까지 오던 중 본 공사현장을 보니 새집을 지어도 깨진 벽돌로 짓던데, 다 짓고 나면 그 집이 새집인지 헌집인지는 현지인들만 알겠지 외국인인 우리 눈으로 구별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방글라데시를 보면서 한국인의 눈을 가지고 있으니 모든지 열악한 환경으로 보이는 거겠지. 앞으로의 탐방에는 이곳이 방글라데시임을 고려하고 관찰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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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다카로 향했다. 2시쯤이었다. 숙소에는 8시가 넘어 도착했는데, 운전을 해준 깔람이 고생이 많았다. 다카 시내에서 traffic jam이 심했다. 숙소 전 골목길에서는 한자리에서 30분을 있기도 했다. (차가 꽉막혀 움직이지 못하는 차안에 있는동안 깔람이 방글라 숫자를 가르쳐 줬는데 탐방기간동안 잘 활용해서 썼다. 엑 뚜이 띤 짯...)


생산지를 탐방한 시간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이동시간이 너무 길어 모두가 지친 하루였다. 힘을 내기 위해 저녁으로 한국에서 가져간 라면을 먹었는데 식사 때를 놓쳐서인지 모두 잘 먹지 못했다.


내일은 아티잔헛Artisan Hut과 모티프Motif를 방문한다. 몬쥬가 선물해준 옷 입고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