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속한 도시화의 물결 아래에서 수많은 교통수단들이 생겨났다. 교통수단들과 함께 남는 공간들도 속속들이 생겨났고, 공간들은 버려졌다. 그 공간을 다시 살려낸 좋은 예가 있다. 아키하바라역과 오카치마치역 사이를 잇는 고가다리아래가 그것이다.
<2K540의 입간판. 고가다리 아래 만들어진 수풀 사이에 자리잡고 있다.>
2k540 AKI-OKA ARTISAN의 의미
JR 오카치마치 역에서 선로를 따라 아키하바라 방면으로 걸어가면 고가 아래에 형성된 "2K540 AKI-OKA ARTISAN". 이곳은 작품제작을 테마로 한 시설로 갤러리, 공방, 카페, 판매샵 등이 있으며 공예인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쇼핑은 물론이며 워크샵도 정기적으로 개최되며, 체험도 가능하다. 2k540이라는 특이한 이름의 유래는 도쿄역을 기점으로 해서의 거리 나타낸 것이다. 즉, 도쿄역에서 2킬로미터 540미터 부근에 위치하고 있어서 “2k540(니케이 고욘마루)”가 되었다고 한다. 현재까지 48개의 공방이 들어서있으며, 우산이나 가죽, 보석, 수제품, 그릇, 전통공예품, 미술작품 등 다양한 샵들이 존재하고 있다. ARTISAN은 프랑스어로 ‘장인’을 뜻한다.
<2k540 AKI-OKA ARTISAN>
주차장이나 창고 등으로 이용되고 방치되어 있던 공간을 아이디어만으로 살려냈다. 예술가와 장인들이 모일 수 있고 작업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었고,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단순히 물건을 사는 장터만 마련되었더라면 이 공간이 오랫동안 사람들의 왕래가 이어지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재능 있는 차세대 아티스트들을 발굴하고, 시민들이 직접 오가며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제공하면서 지속가능한 유휴공간의 활용을 이루어 낸 것이다.
<고가다리 아래라고 보기 힘든 밝은 하부공간>
2k540의 컨셉 역시 ‘고가 아래 폐쇄된 공간이 아니라 거리의 연장선에 있다’는 것이다. 오래전부터 마을에 장인이 많았고, 보석이나 가죽공예가들이 많은 지역이었기에 그 특징을 살린 것도 배울 점이다. 일본의 마을만들기나 도시계획에서 가장 크게 와 닿았던 점은 그 지역의 역사를 중요시하고, 버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적극적으로 지역사회에 녹아드는 지점도 와닿는다. 원래 역에서 조금 떨어져 있고 주차장과 창고로 활용되던 곳이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지나다니기에는 어려운 환경이었다. 그러나 하드웨어 활용의 극대화를 위해 하부공간을 밝게 만들고, 거리 자체도 하얀 페인트로 칠해지면서 밝고 따뜻한 느낌이 만들어 졌다. 이처럼 젊은 장인들과 아티스트들이 활동할 수 있는 공방거리가 생기고 나서 사람들이 많이 찾기 시작했고, 이후 아키하바라에서 오카치마치 사이를 걸어서 구경하는 새로운 흐름도 만들어 내고 있다.
<수제 나무공예 장인의 아트샵 겸 작업공방>
사람, 물건, 다양한 것들 연결하는 공간
유휴공간은 현재라는 시대에서 바라볼 때 도시환경의 악화요인으로 인식되어지기는 하지만 역설적으로 공간의 활용성에 있어 잠재력이 강한 지역이며, 다양한 시선에서 바라보는 새로운 공간활용 방안의 계획을 통해 도심 속에서의 기능을 연결시키거나 특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예전부터 우에노와 아키하바라 사이에 위치한 오카치마치는 보석도매상가로 유명한 곳이었다. 2012년 12월, 이곳 전통공예가들의 기술이 집결하고 젊은 아티스트들이 활동할 수 있는 공방거리가 만들어지게 된다. 고가도로 아래라는 장소적 특징에 걸맞게 컨셉 역시 ‘사람을 연결’ 하고, ‘물건을 연결’ 하는 등 다양한 ‘연결’들이 이루어지는 장소라는 일관된 철학을 가지고 있다.
<2k540의 리플렛. 자세하게 안내되어 있다.>
버려진 공간을 다시 새롭게 만든다는 것은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재개발처럼 새롭게 짓는 방식도 있고, 그 공간이 가진 역사를 간직한 채 탈바꿈하는 방식도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서 이제는 더 이상 재개발처럼 다 허물어버리고 새로 짓는 방식은 필요 없다. 역사성을 간직하고 좀 더 편하고 나은 공간으로 색칠을 하는 방식의 개발이 필요한 시점이다. 공간을 다시 발견할 수 있었다. 버려진 집이 더욱 낙후되는 이유는 사람이 살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던가. 버려진 공간 역시 사람들이 오가고, 많은 이들의 숨결과 발길이 닿을 때 다시 살아날 수 있다. 그리고 버려진 공간을 사람들이 찾게 만드는 비결은 먼 데서 오거나 많은 돈을 투자해야하는 것이 아니라 작은 아이디어와 생각의 변화에서 만들어진다.
<고가다리 아래를 떠받치고 있는 기둥들. 그러나 다리아래라고 보기는 힘든 개방적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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