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날, 야나카 마을에 도착한 우리. 야나카 마을로 들어선 순간 역 주변과 달리 차분하고 고요한 분위기가 우리를 감싸 안았다.
<지하철역 입구에 있는 야네센 마을 지도>
야나카 마을
도쿄 야나카 지역, 오래된 목조 건물들이 보전되어 있고, 일본 에도시대의 절들이 많이 남아 있는 마을이 있다. 길을 걷다보면, 자연스럽게 마을의 절들과 마주친다. 일본 어디를 가나 절과 신사가 많지만, 이 마을은 오래된 절들이 많아 ‘절 마을’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렇게 오랜 건물들이 보전될 수 있었던 이유는, 이 지역이 도쿄 대공습과 관동 대지진을 피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때문에 오래 전 도쿄의 모습을 상상해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마을이기도 하다.
마을로 들어서 우에노 공원으로 들어오면, 특유의 고즈넉한 분위기가 펼쳐진다. 우에노 공원 묘지에는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묘지가 있다고 전해지는데 정확한 위치는 아무도 모른다고 한다. 이렇게 야나카 지역은 번화가와 멀지 않지만, 특유의 여유로운 분위기가 있는 마을이다.
역동적으로 변화하고 개발되는 도시 안에서 야나카 마을이 이 특유의 분위기를 유지하고 만들어 올 수 있었던 것은 주민들의 자발적인 활동 덕분이다. 야나카의 마을만들기는 1989년 자생적으로 시작되었으며, 오래된 주민주도형 마을만들기의 사례로 알려져 있다. 1989년 주민들에 의해 시작된 단체인 ‘야나카 학교’는 오래된 목조 건물들이 헐리고 신축 맨션들이 들어서면서 마을의 경관이 바뀌고 있다고 생각한 마을 사람들에 의해 시작되었다. 당시 신축 빌라가 들어서면서 경관 문제로 마을에 소란이 있었는데, 이에 대해 ‘야나카 학교’가 제시한 중재안이 지역 사회에서 받아드려지면서 ‘야나카 학교’가 지역 사회에서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이후 이들은 역할에 따라 2개의 단체로 갈라지는데, 하나가 NPO인 타이토 역사도시 연구회이고, 나머지 하나가 히토마치 CDC이다.
<마을의 오래된 목조건물을 이용한 양조장. 술 박물관으로도 쓰인다.>
타이토 역사도시 연구회
NPO 타이토 역사도시 연구회는 2001년 ‘야나카 학교’의 멤버인 시이하라 마사코의 주도에 의해 결성되었다. 이후 마을의 빈 공간을 이용하고, 마을 주민들 스스로 마을의 장점이라고 생각하는 마을의 고즈적한 외관을 유지하기 위해 활동하고 있다. 이 지역은 오래된 집이 많고, 오랫동안 이 마을에 살아왔던 사람들도 많다. 그런데 건물주들이 이주하거나 사망하면서 집을 물려받은 자식들이 이 지역으로 들어오지 않거나, 집이 너무 낡았거나, 새로 신축을 하려 해도 사정이 마땅치 않아서 빈 집들이 많이 있다. 오래된 집들은 집 앞 도로가 좁은 경우가 많다. 이런 집은 새로 신축할 경우 현행 건축법에 의해 도로를 4m 폭으로 늘려야 하는데, 넓이가 나오지 않는 집들이 많기 때문에 신축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때문에 주인들이 집을 새로 짓기를 포기하고, 사용도 하지 않는 빈 집들이 많은 것이다. 이런 점에 착안해 타이토 역사도시 연구회는 행정의 지원을 받아 이 집들을 활용할 수 있는 집들로 고친다. 마을의 역사를 보전하면서 마을에서 문화예술활동을 할 수 있는 거점으로 삼는 것이다.
마을 아줌마들이 만든 야네센
야나카 마을에서 활동하고 있는 또 다른 곳인 야네센이 있다. 야네센은 야나카·네즈·센다기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든 유한회사이다. 네즈와 센다기 지역은 야나카와 붙어 있는 다른 동네들이다. 야나카가 타이토 구에 속해있고, 네즈와 센다기가 동끼오 구에 속해있다. 야네센은 지역의 정보들을 주민들에게 알리고, 주민들의 마을활동을 촉진시키는 역할을 한다. 말하자면 유한회사지만, 마을만들기 지원센터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야네센은 마을에 아이들을 키우기 위한 정보가 너무 없다고 생각한 아줌마들에 의해 만들어졌다.
야나카 마을의 지역 보전
현재 야나카 마을은 일본 내에서도 관광하러 들르는 사람들이 많은 지역이다. 번화한 거리는 아니지만 옛 도쿄의 모습을 잘 간직한 매력이 있어 이런 요소들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이 지역을 찾곤 한다. 지금과 달리, 원래 이 지역은 교통이 불편한 지역이었다. 그 덕분에 마을이 과거의 모습을 간직한 채 있을 수 있었던 것이다. 현재는 역이 가까워지고, 유명해 지면서 관광객이 아주 많이는 아니지만 늘어난 상태이다. 이것이 야나카 마을의 딜레마이다. 마을이 활기를 되찾는 것은 좋지만, 마을만들기 활동의 결과물이 마을에 사는 오랜 원주민들에게 돌아가고 있느냐는 문제가 생겨났다. 관광객들이 찾으면서 외부자본이 유입되고, 유명세로 인한 금전적 이익이 다시 외부로 반출되는 경우도 많아졌다. 지하철이 생기면서 새로운 건물도 많이 들어섰다. 이렇듯 야나카 지역의 역사를 통한 도시재생과 마을만들기는 지역순환형 경제를 만들어야 한다는 새로운 과제에 직면해있다.
야나카 마을 둘러보기
스페이스100 멘토의 소개 한국과도 교류가 많은 커뮤니티 아키텍터 이나모토 에치죠씨를 소개 받아 야나카 마을을 돌아 보았다. 이나모토씨는 50년대 생으로, 일본 학생운동의 마지막 세대로 살아온 분이다. 일본에서 커뮤니티 아키텍터로 일하고 있고 주로 관이나 민을 대상으로 커뮤니티 디자인 컨설팅을 하고 있다.
<마을을 소개해 주신 이나모토 에츠조 선생님>
①이치다 저택
동경예술대학 길 건너편, 오래된 나무와 풀들이 있는 정원과 나무로 된 마루(우리나라로 치면 툇마루)를 가진 집이 있다. 일본 전통 목조 주택인 이 집은 1907년에 지어졌다. 이치다 저택이라 불리는 이 집은, 오랫동안 이치다 가문의 소유로 위치 때문에 동경예술대학 학생들이 하숙을 많이 하던 집이었다. 이 집을 거친 학생들만 해도 30명이 넘는다고 한다. 2001년 도쿄예술대학 학생들과 교수들이 모여 이치다 집안의 집주인과 전세 계약을 했고, 이후 NPO 타이토구 역사도시 연구회가 집을 관리하고 있다. 도쿄예술대학의 학생들이 이 집을 고쳐 쉐어하우스로 이용하고 있고, 마을 활동의 거점으로 삼는다. 1층 다다미방은 마을 예술 활동의 사랑방처럼 쓰이고 있다.
<이치다 저택 입구에서 설명 듣고 있는 스페이스100>
②카야바 커피
마을을 돌다보면, 술 박물관 겸 양조장 건너편으로 2층짜리 아담한 목조건물이 있다. 마을의 작은 사랑방 역할을 하는 이 곳은 도쿄예술대학 젊은 학생들도 자주 드나드는 마을의 랜드마크이다. 다이쇼 5년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이 건물은, 오랫동안 상점으로 이용되어 왔다. 1938년 카야바 커피점이 이 자리에 문을 열고 장사를 해오다가 2006년 폐점되었다. 하지만 이 작은 카페를 마을의 중요한 역사적 유산이라고 생각한 NPO 타이토 역사도시 연구회가 내외 여러 사람의 지원을 받아 2008년부터 새롭게 운영하고 있다.
<현대의 거리와 조화를 이루는 오래된 목조건물 카야바 커피>
'2014 SEEKER:S Story > *스페이스100'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해외탐방프로젝트#5] 예술, 오래된 지역 공간과 만나다. BankART 1929 (0) | 2014.09.28 |
---|---|
[해외탐방프로젝트#4] 쉐어하우스의 새로운 패러다임, 히츠지 부동산 (0) | 2014.09.25 |
[해외탐방프로젝트#3] 아이들에게 상상력을! 플레이파크 / 스페이스100 (0) | 2014.09.24 |
[해외탐방프로젝트#2] 유휴공간 되살리기 프로젝트! 2k540 / 스페이스100 (0) | 2014.09.23 |
[해외탐방프로젝트 #0] 스페이스 100, 우리들의 이야기 (0) | 2014.09.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