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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SEEKER:S Story/*달자공방

[액션프로젝트보고] <자전거, 도시>의 공미연 감독을 만나다.

<자전거, 도시>의 공미연 감독을 만나다.

 

달자공방은 마치 진리를 구하는 승려의 마음으로 공미연 감독을 만났다. 생활 자전거 문제에 오랫동안 관심을 가져 왔고 <자전거, 도시>의 연출자로서 한국의 생활 자전거의 본질적 문제점을 진단하고 확산의 가능성과 자전거 공방의 새로운 역할을 논하였다.


 


(인터뷰 내용은 주제 흐름에 맞게 약간 재구성하였음.)


공미연 감독 : 생활 자전거 문화는 노동 환경과 맞닿아있다. 이른 출근과 야근을 반복하는 환경, 생활공간을 쉽게 선택할 수 없는 환경에서 생활자전거가 활성화되기 어렵다.

발바리도 사그라든 걸 보면 사회 분위기도 영향을 준다. 모임이 파편화되고 네트워크, 외부활동에 관심도가 많이 떨어지는 것 같다. 사회적인 이슈에 대한 관심도도 떨어진다.

정책적으로는 선진국 도시의 껍데기만 흉내 내는 식으로 인프라를 구축하려고 하는데, 엄청난 예산이 들어갈 뿐 아니라 실효성이 없다. 더 쉽고 효과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 교육이 아니겠나. 그런 면에서 달자공방의 활동이 중요한 부분이다.

자전거를 한번이라도 타 본 경험, 도로를 달려본 경험을 가진 사람들은 자신감이 생기고 자전거로 이동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런 사람들이 지금도 도로에서 자전거를 타고 있는 거다. 이건 큰 차이다.

그러나 어릴 때 자전거를 배우지 못하고 그런 경험을 갖지 못하고 도시에서 자동차가 반드시 필요하고 생각하는 아이들이 성인이 된다면? 자전거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사실 어느 집이나 자전거 한 대 씩은 있지 않나? 잘 안타거나 관심이 없어서 그렇지 자전거는 거의 집마다 있다. 이걸 관심 영역 안으로 갖고 들어오게 하는 역할을 교육이 할 것이다.

해외의 사례를 보고 오는 것도 중요하다. 물론 문화와 환경이 다르지만 차이를 알아야 한국에도 적용이 가능하지 않겠다. 단순히 문헌 자료를 보는 것과는 다르다. 자료는 제한된 정보를 보고서 나머지 상황을 유추해야 하는 면이 있다. 진짜로 그런 것들이 우리 공공영역에도 필요하다. 학교에서도 필수 과목으로 넣도록 계속해서 요구해야 한다. 그런데 아무도 그런 요구 안하고 있다.

 

달자공방 : 맞다. 그리고 자전거를 안전하게 타고 교통을 이해하는 것도 있지만, 정비도 중요한 부분이다. 자전거 고장나서 샵에 가져가면 수리가 가능한데도 부품을 교체하라고 한다. 매출 높이려고. 만약 수리비가 5만원정도 나온다 하면 10~20만원짜리 저가 자전거 타는 사람들은 이 참에 그냥 새 자전거 산다. 더 좋은 자전거 사면 덜 고장나겠지, 더 멀리 갈 수 있겠지 하는 합리화를 하며 레저산업의 소비 조장에 말려든다. 아니면 수리비용이 부담스러우니까 자전거 안고치고 그대로 방치한다. 사실 정비 조금만 알면 돈 안들이고 고칠 수 있는 부분이다. 자전거가 애물단지처럼 느껴지는 건 큰 문제다.

우리는 이런 문제들이 작은 공방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생활자전거에 적합한 서비스는 따로 있다고 본다. 무작정 소비만 조장하고 그런 게 아니라 정말로 자전거를 생활속에서 이용하는 데 필요한 기술들을 가르치고 도움을 주는 공방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렇게 공방 문턱을 낮추고 사람들과 계속해서 소통하고 엮을 매개가 필요한 거다.

: 공감한다. 정비도 정말 중요하다. 타이어에 공기 넣는 것만 해도 제대로 알지 못한다. 그렇게 공기를 빵빵하게 넣어야 하는 지 몰랐는데 지음한테 배우고 나서 깜짝 놀랐다.

 

: 자전거, 도시 관객들의 반응이나 공감대는 어느정도인가? 사실 생활자전거라는 키워드로 대중들과 소통하기 어렵게 느껴질 때가 많다. 너무 이상적이라거나, 현실과 너무 먼 얘기처럼 받아들여질 때가 있다. 영화 초반에 자전거 여행자가 4대강 개발 해놓으니 자연도 느낄 수 있고 환경에도 좋으니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얘기했던 것이 생각난다. 그런 생각들이 전부는 아니겠지만 상당히 많다고 느껴진다. 자전거는 여가로 타는 것이라는 생각들도 너무 확고해서 소통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공 : 공감대는 꽤 있다. 4대강을 다니고 동호회처럼 취미, 레저로 타시는 분들도 농민들이 쫓겨나는 일이 있었는지 몰랐다며 생각을 달리했고, 무조건 자전거를 많이 타면 좋을 거라고 막연히 생각한 부분에 대해서 반성한다는 사람도 있었다.

영화에서 안전장구의 중요성을 왜 강조하지 않냐고 물어보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건 영화에서 다룰 내용이 아니다.

 

: 안전장구 중요하긴 하지만 헬멧을 의무화하거나 헬멧을 거의 의무처럼 쓰는 분위기가 되어 버리면 생활자전거 이용률은 떨어지게 된다. 따릉이도 그것 때문에 말이 많다. 헬멧을 의무화 하라는 시민들의 요구도 많은데 그건 너무 과하다고 본다.

: 발바리에서도 그것 때문에 논란이 됐었다. 원래는 헬멧 착용이 자유였는데, 워낙 여러 사람들이 나오니까, 헬멧 착용에 대해서 얘기가 나왔다. 결국 자전거 타러 나오려는 사람들을 막는 거다.

국내에서는 너무 다 갖추고 자전거를 타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안전장구를 하고 자전거를 타면 좀더 제대로 자전거를 타는 이미지가 있어서인지 자동차들이 좀 더 존중하는 분위기가 있다. 웃기는거다. 안전장구를 착용하지 않고도 안전하게 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 자전거는 이정도는 갖추고 타야 한다는 인식이 오히려 생활속에서 편하게 자전거를 타지 못하게 만드는 것 같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한국에도 자전거를 생활 속에서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타는 생활 자전거 문화가 있는 것 같다. 오래 된 쌀집자전거, 짐자전거타는 할아버지, 할머니들 서울에서도 심심치 않게 보지 않나?

: 맞다. 그 분들에게는 자전거면 충분하고 자전거가 당연한 거다. 차가 이렇게 많아지기 전부터 오랫동안 도로에서 자전거를 타 왔고 지금까지도 자전거를 타고 있는 거다. 그냥 고민 없이 자전거를 선택하는 거다.

동네 안에서는 생활 자전거를 많이 이용하고 있다. 그렇지만 다른 동네까지 다니는 것은 어려움을 느낀다. 그런데 그 다른 동네에서도 생활 자전거를 탄다. 좁은 바운더리를 이동하는 데 만족한다. 이 동네에서 저 동네까지 자전거의 영역이 확장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영화에서도 그런 얘기를 하고 싶었다.

달 : 어떻게 하면 자전거를 타고 갈 수 있는 심리적 거리를 확장시킬 수 있을까? 독일에서는 4학년 쯤 되면 도로에서 실전 연습을 한다. 우리나라도 초등학교에서 간헐적으로 자전거 교육을 한다지만 운동장에서 몇 번 타보고 끝난다. 보여주기식 교육이다. 그러니 결국 강변이나 유원지 이런데서 타는 거다. 도로를 달리고 여기서 저기까지 진짜로 이동해보고 자전거로 이렇게 이동할 수 있다는 경험을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 바이크 버스, 발바리도 비슷하다. 도로에서 하는 것이 홍보 효과도 있지만 도로 경험을 하는 거다.

 

: 그렇다면 요즘 청소년들의 자전거 유행을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겠다.

: 완전히 그렇다고는 할 수 없다. 한 때의 장난감이 될 수도 있다. 우리 조연출도 고등학교 때 자전거 열심히 타고 다니던 사람이었는데, 애 낳고 차 타고 다니다가 다시 자전거 타려니 무섭고 힘들어서 금방 포기하지 않았나.

자전거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을 갖지 않고 자동차가 당연하게 느껴지는 환경에서 그 문화를 얼마나 지속할 수 있을까? 그런 청소년들이 나중에 커서 돈 좀 생기면 더 좋은 자전거를 타고 어디 멀리 가서 자전거를 타고 있을 수도 있지.

그래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자전거를 탄다는 것 자체가 긍정적이다. 활동적으로 움직이고 만나는 괜찮은 에너지라고 본다.

이런 것을 사회적인 차원에서 좀 안정화시킬 필요가 있다. 문화센터나 공공기관에서 자전거가지고 제대로 된 프로그램 하는 것도 하나도 없지 않나.

 

달 : 자동차를 억제하고 자전거를 우대하는 정책이 한국 실정에 맞지 않는다는 얘기도 있다.

공 : 물리적 공간을 차지할 수 밖에 없는 경쟁이다. 공간의 절대적 크기가 늘어나지 않는 이상 양비론은 불가능하다.


달 : 달자공방에게 하고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공 : 정책과 결함하든 아니든 교육이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방식임에 분명하다. 활동과 생각에 확신을 가져라. 또 지금처럼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어렵고 힘들어도 포기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외롭고 힘든 것들을 응원하고 지지해주고 싶다. 영화도 그런 마음에서 만든 것이다.

달 : 영화가 공감대를 가진 사람들, 단체들을 한데 모으는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가 영화 외에도 계속해서 뭉쳐서 더 많은 것들을 논했으면 좋겠다.



인터뷰를 마치고


1. 우리가 그리고 있는 공방의 역할에 대해 다시 한번 확신을 가지게 되었고 좀 더 적극적으로 공교육, 청소년 기관과 결합하면서도 청소년 외의 대상에 대해서도 소홀히 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독일에서는 학교와 학부모가 함께 자전거 교육을 진행한다. 교육의 책임과 역할을 학교 뿐 아니라 가정도 함께 지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다양한 대상들이 함께 엮일 수 있는, 특히 가족이 함께할 수 있는 구조의 교육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것도 중요하겠다.

또 생활 속 정비, DIY 문화를 만들기 위한 노력도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 지역 내에서 사람들과의 소통, 그리고 기관과 단체와의 소통의 장을 활발하게 만들어나갈 필요가 있겠다. 소통과 관계의 단절이 사회문제에 대한 무관심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 끊임없이 관심을 갖고 작은 행동이나마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활동은 주민들과, 여러 단체들과 함께할 수 있다면 좋겠다.

 

3. 일상 속에서 짐자전거를 타는 노인들처럼 자연스럽고도 당연하게 일상적으로 자전거를 타기 위해서는 어떤 환경이 필요할까? 지금과 같은 물질만능, 초고속시대에 작은 가능성의 단초는 없을까?

 

4. 유럽 및 미국과 한국의 근본적 문화차이에 대해 좀 더 긍정적인 생각을 갖게 되었다. 으레 유럽은 환경이 잘 되어 있어서 자전거 문화가 발달했고 한국은 그렇지 못하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한국이 받아들이는 문화적 변화 속도를 봤을 때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