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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Globalwork Story/CDT and To(디자인)

7월 13일 코펜하겐에서의 본격적인 탐방 시작!

오늘 오전 탐방지역은 코펜하겐 중앙역 주변지역으로 정하고 탐방을 시작했다. 우린 가볼 만 한 지역과 눈여겨볼 만한 상점들을 미리 체크해왔는데, 거리마다의 자세한 정보를 알아오진 못했기 때문에 지도에 의지한 채 골목마다 샅샅이 돌아다니는 방법을 택할 수 밖에 없었는데 갑작스레 성인용품 판매점, 성인 클럽, 게이바 등이 즐비한 거리로 접어들고 말았다. 조심스럽게 사진을 찍긴 했는데, 곳곳에 덩치가 크고 무섭게 생긴 아저씨들이 자꾸 쳐다봐서 사진도 몰래 찍으며 서둘러 그곳을 떠났다.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노골적으로 가게를 알리는 익스테리어들이 많아서 약간 부끄러웠다. (우린 순진한 총각들이다.)


<코펜하겐에 오니까 너무 신나^^>


코펜하겐을 탐방하면서 느낀 점은, 이 곳 사람들은 굉장히 친절하다는 점이다. 작은 것부터 하나하나 배려하는 모습과 묻거나 도움을 청하지 않아도 자신이 먼저 도움이 필요하냐고 물으며 친절히 도와주는 것 등. 지하철에서 노선표라도 확인하려 보고 있으면 지나가던 할머니가 와서 어디로 가냐고 물어본다. 혹시나 동양인이라 무시하지 않을까 했던 것이 기우에 불과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게다가 처음 본 사람인 우리에게 농담도 하며 스스럼없이 대하는 것이 낯선 나라를 방문한 우리 입장에서는 너무나도 고맙고 즐거운 일이었다.

<밖에서 사진을 찍자 파이프를 물고 나와서 포즈를 취해주던 파이프 가게의 센스 넘치는 아저씨!>


  두 번째로 인상적이었던 것은 백야로 인해 해가 굉장히 늦게 저무는데 (열시가 넘어야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상점들은 오후 다섯시가 되면 문 닫기 시작해서 여섯시면 대부분의 상점들이 문을 닫는다는 것. 하루에 일하는 시간을 철저하게 지키는 것으로 보이는데, 상점들이 이렇게 일찍 문 닫는 광경은 익숙하지 않아 굉장히 인상적인 모습이었다. 물론 상점을 탐방해야 하는 우리들에겐 큰 제약이었지만.

<시계는 6시를 가르키고 있지만, 이처럼 대부분의 상점들은 문을 닫았다.>

마지막으로 자전거가 굉장히 일상적인 교통 수단이라는 점이다. 이곳이 수도임에도 불구하고 차량 통행량이 굉장히 적은데, 그에 대비해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이 굉장히 많았다. 그게 가능한 이유가 자전거 도로의 체계적 정비라 생각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인도 한 켠에 자전거 도로를 만들어 실 이용률이 낮아 생색내기에 불과한 경우가 많은데, 이곳은 차도의 한 차선을 자전거 도로로 만들고 신호체계까지 별도로 마련하는 등 자전거를 이용할 환경을 제대로 만들어주고 있었다. 이런 체계적이고 실지적인 정비가 정책이 실생활에 구현되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차선 하나를 자전거 도로로 사용하고, 자전거 이용자를 위한 별도의 신호와 표지판이 존재한다. >


JOE & THE JUICE

 

코펜하겐 중앙역 부근의 샌드위치 전문점으로 특히 여성들에게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이 상점만의 포인트는 다른 샌드위치 가게와는 다른 디자인 컨셉을 취하고 있다는 점인데, 주 컨셉은 바로  'SEXY' 이다.

 

< JOE & THE JUICE 의 전경. 보통 샌드위치 가게와 달리 내부를 감춘 것이 인상적이다. >

 

기존의 상점들은 판매 아이템의 이미지에 걸맞은 공간을 구성하고 그에 따르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 내용-공간-서비스가 일체화된 경향을 보이는 것이 대부분인데 이 상점은 이러한 전형적인 타입에 변화를 주었다. 샌드위치 가게라면 신선함이나 건강함 등을 기치로 유기농이나 다이어트 식임을 내세우는게 보편적이고, 그에 따라 녹색이나 흰색 등을 이미지 컬러로 가게를 구성한다. 그러나 이 가게는 샌드위치하면 떠오를 고정적인 이미지를 탈피했다.

 

가게의 외관만 봤을 때는 샌드위치가게라는 생각을 하기 힘들다. 가게 외관의 전체 톤은 검은색 이며, 내부 공간은 분홍색 커튼을 사용하여 밖에선 보이지 않게 하고 있다.

 

< 어두운 조명과 편하게 있을 수 있는 내부 공간. 그리고 종업원이 젊은 남자들뿐이다.>

 

가게 내부로 들어가면 제일 눈에 띄는 것은 어두침침한 조명이다. 흡사 바에 들어 온 것 같은 느낌을 연출하고 있다. 내부 인테리어는 모두 블랙 톤으로 유지해 심플하고 깔끔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다. 또 다른 특징으로 앉는 공간을 말 할 수 있는데, 낮은 테이블과 의자가 아닌 소파를 제공해 편안하게 기대거나 심지어 눕는 것이 가능한 공간을 만들었다. 이는 밖에선 내부가 보이지 않게 한 것과 연관되어 공적 장소에서 타인의 시선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는 편안한 분위기의 공간을 만들어 내었다.

 

이렇게 상품 내용에 적합하다고 생각되는 보편적인 기대를 저버림으로 오히려 고객들에게 이곳은 뭔가 다르다는 어필을 하게 된 것이다. 이 가게의 서비스적 면에서 볼 수 있는 다른 특징은 종업원들이 전부 젊은 남성이라는 점인데, 이 또한 전형성을 탈피했다. 샌드위치 가게의 주요 소비층이 젊은 여성층임에 착안하여 그 점을 공략 할 수 있는 전략을 세운 것이다. 시장을 분석하고 그에 맞는 전형성을 벗어난 컨셉을 취해 차별화한 케이스다.

 

illums bolighus

 

일룸은 북유럽의 모든 디자인 메이커 제품들과 유명 디자이너의 작품 등을 판매하는 4층 규모의 거대한 인테리어 용품 전문 백화점이다. 디자인 소품부터 가구, 조명, 그릇, 전자제품까지 많은 상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이 곳은 현재 북유럽 디자인 상품의 성지이며 전세계적으로 열풍이 불고 있는 북유럽 디자인의 발상지라 할 수 있다. 이런 형태의 백화점이 운영 될 수 있는 것은 시민들의 디자인에 대한 태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일반 제품과 비교 했을 때 월등히 높은 가격이라 해도, 디자인 적으로 가치가 있다 판단하면 구입하는 이들의 문화가 디자인의 발전을 이끌었단 생각이다.

< 디자인 상품 전용 매장 중 가장 규모가 크다>

 

여기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신진 디자이너 층에 대한 태도이다. 일룸에서는 신인 디자이너의 코너를 따로 마련하고 있는데, 놀랍게도 이 코너는 입구 쪽에 마련되어 가장 노출 빈도가 큰 곳에 위치하고 있다. 이는 신인 디자이너의 코너가 겉으로 보여주기 식에 불과한 형식적인 코너가 아니라 는 의미이다. 일반적으로 생각했을 때 이정도 규모의 기업이라면 매출이 가장 우선시 되어 유명 메이커나 디자이너의 작품을 전면에 내세우는게 당연 한 일인데, 주력 상품을 배치할 곳에 신인 디자이너의 상품을 배치한다는 것은 단기적인 매출 증대에만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신진 디자이너 육성에 얼마나 큰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가를 알 수 있다.

 

또한 상품마다 신인 디자이너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게재되어 있고, 점원들도 고객들에게 상품과 디자이너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해주어 그들이 충분히 알려지고 상품이 판매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렇게 한 명 한 명 작가로 육성하는 시스템은 졸업 후 취업에 급급한 우리나라의 신진 디자이너 층의 현실과 비교되어, 장기적인 관점에서 디자인 산업의 발전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 신진 디자이너의 육성을 위해 개별 코너를 마련하고 있다>


  우리가 일반적이라 여기는 전형적 타입에 변화를 줌으로서 발현되는 차별화는 소규모 상점의 경쟁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기업 차원에서의 신진 디자이너층에 대한 투자와 육성이 오늘날의 북유럽 디자인을 있게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