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탐방 기간을 잘못 잡은 건지 이틀 내내 비가 내리고 있다. 어제는 오전만 내리고 그쳐서 그나마 나았는데, 오늘은 하루 종일 비가 내려 정말 힘든 하루였다. 비를 맞으며 종일 걸었더니 하루 일과를 마칠 즈음엔 완전 녹초가 되고 말았다. 지치고 발이 아파도 오로지 탐방만을 위해, 하나의 상점이라도 더 보기 위해 걷고 또 걸었다.
오늘 처음으로 탐방이 아닌 목적으로 국립 박물관을 찾았다. 덴마크까지 왔는데 탐방 이외에 아무것도 보지 못한다면 조금 아쉬울 것 같아서이다. 국립 박물관은 정말 최고의 박물관 이었다. 엄청난 규모와 어마어마하게 많은 수의 전시물, 게다가 박물관에서 보기 힘든 독특한 디자인으로 관람자의 흥미를 끄는 전시 방식과 디스플레이. 덴마크 사람들은 어릴적부터 이런 수준의 디자인이 베이스가 되는 환경에서 보고 자라왔으니, 뛰어난 감각을 가진 세계적 디자이너가 많은게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특히 전시 디스플레이가 정말 뛰어났는데, 간단한 다이어그램으로 전시물에 대한 이해와 관심도를 향상시켜 준다거나, 다양한 색채를 사용하여 각 전시관의 특징을 살린 컨셉을 잡아주거나 그로 인해 몰입도를 높여주는 부분 등은 우리가 반드시 보고 배울 점이란 생각이 들었다. 보통 박물관과는 다른 총천연색으로 알록달록한 박물관! 그러나 절대로 유치하거나 박물관의 질을 저하시키지 않는 감각! 박물관에 다녀와서도 유물에 대한 감상 보다는 디자인에 대한 생각 뿐 이구나.
<유물의 이해를 돕는 디스플레이>
우리가 머무는 유스호스텔은 6인실인데 그 동안 방이 많이 비어서인지 우리 팀이 공간 전체를 차지하고 사용했었는데, 오늘 새로운 친구들이 들어왔다. 독일에서 온 두 친구였는데 난 오늘에서야 유스호스텔에선 낯선 이들과 같이 묵고 혼숙도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처음보는 사람들과 한방을 쓰는 것 자체도 어색한데, 둘 중 한 명은 여자라 더욱 불편했다. 그러나 서로 에 대한 대화를 나누고, 코펜하겐에 대한 얘기와 하루 종일 겪었던 일들을 얘기하며 금방 친해졌다. 그 동안은 외국인과 이렇게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상상도 못했었는데 역시 유럽에 오니 많은 경험을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예쁜 독일 소녀와 즐겁게 대화하며 나에게도 외국인 친구가 생긴 것 같아 기분 좋은 하루였다.
<유스호스텔 안에서. 내 밑 침대에 독일 친구들이 묵었다.>
seed juice
생과일 주스 전문점으로 유기농 과일에 다른 첨가제를 넣지 않은 건강 음료를 내세워 영업하고 있다. 이 상점은 고객에게 상점의 아이템에 대한 직관적 인식을 위한 디자인과 인테리어를 취하고 있다.
<컨셉을 그대로 투영한 로고와 이미지. >
어제 방문 했던 JOE & THE JUICE 와 정반대의 컨셉을 지니고 있어 전날 탐방과 여러 면에서 비교 해 볼 수 있었다. JOE & THE JUICE 가 내용-공간-서비스의 일체화 경향에 변화를 주었다면, 이번 사례는 그런 경향을 분명하게 내세우는 형태였다.
< seed juice 의 내부 전경과 공간 구성 방식 >
공간을 구성한 형태나 테이블과 카운터와의 관계, 잡지류 배치 등에서 서로 다른 타겟층 에게 어필하고 있었다. seed juice는 공간 구성과 디자인, 브랜드를 통해 상품이나 서비스를 표현하는 방식이었는데, 아이덴티티 디자인을 극대화하였으나 이것이 상품과 서비스의 범위를 침해하지 않고 오히려 더 부각시켜주고 있었다. 이는 이 사례가 전형적인 아이덴티티 구축으로 브랜딩화 했지만, 북유럽 특유의 디자인 흐름이 그러한 전형성을 상쇄시켜주는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seed juice 의 전경 >
agnes
agnes는 스트뢰이어트 거리에 있는 컵케이크 전문점으로 날마다 다른 종류의 케이크를 제공하며 그 종류는 30여 가지나 된다.
< 케이크를 직접 보고 고를 수 있게 하고 있다.>
카운터 옆에 구운 컵케이크를 디피해 직접 보고 골라 계산을 하게 해두었다. 실내 인테리어를 살펴보면 전체적으로 심플하고, 화이트톤의 깔끔한 모습을 볼 수 있다. 한족 벽면은 포장 용기를 쌓아두어 장식하고 있고, 포장 손님이 오면 거기서 박스를 꺼내어 바로 포장을 해준다. 반대편 공간은 테이블 공간으로 쓰이고 벽면에 30여 종의 케이크 이름을 모두 적어 두고 어느 요일에 구입 할 수 있는지 표현 해 놓았다.
< 패키지 디피 외엔 다른 인테리어가 없는 심플한 구성>
< 반대쪽 벽면엔 컵케이크 종류와 만드는 요일을 표시했다..>
매장 전체를 심플하고 깔끔하게 해서 고객들이 판매 상품에 최대한 집중할 수 있게끔 한 인테리어였다. 정육점이나 떡집 혹은 소 품종의 상품을 다루는 베이커리 등의, 상품 자체를 우선시하는 장인류의 상점들이 어떤 방식으로 상품과 서비스를 어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였다. 기능성을 우선하고 전체적으로 절제의 미가 돋보이는 인테리어를 통해 그것 자체가 디자인이 되는 방식이었다.
기능성과 절제를 통한 디자인이 상품과 서비스를 통해 구현되는 모습들을 이번 탐방을 통해 볼 수 있었다. 고객이 상품과 서비스에 어떻게 집중하게 할 것인가를 생각해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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