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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SEEKER:S Story/*소정당협동조합

[해외탐방기] (7) 공간 비즈니스를 맛보다: 1/3rd Life 공간 탐방 및 C.M.Phoenix Inc.대표 인터뷰

일본에서 마지막 주요 일정은 1/3rd Life라는 코워킹스페이스를 탐방하고, 해당 공간을 운영하는 C.M.Phoenix Inc.의 대표를 인터뷰하는 일정이었습니다.

 

1/3rd Life는 헬스클럽과 호텔 운영 경험이 있는 1/3rd Group(C.M.Phoenix Inc.)에서 건강과 자유로운 삶을 함께 누릴 수 있는 업무 공간을 모토로 설립한 복합 코워킹스페이스로, 모기업이 소유하고 있는 도쿄 내의 다양한 피트니스센터와 숙박시설을 연계해 평일 9-22시 사이에 1층 카페와 1-2층의 업무 공간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1DAY PASS, 카페 및 1층 핫데스크 공간과 전 지점의 피트니스 센터 중 한 곳을 이용할 수 있는 LIGHT PLAN, 업무 공간을 1, 2층에서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STANDARD PLAN, 전 지점의 피트니스 센터 및 업무 공간을 사용할 수 있고, 호텔 공간까지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HEAVY PLAN 등 다양한 형태의 회원권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1/3rd Life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회원 플랜 (사진 출처: 1-3rdlife.com)

 

 

1/3rd Life는 일과 건강, 여가를 묶어 하나의 공간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라는 컨셉은 유사하나 기존 탐방 대상지로 삼은 코워킹스페이스와는 달리, 기업이 가진 많은 부동산 자산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고가의 가격대로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하는 코워킹스페이스라는 점에서 고민하던 방향과 다른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을 확인할 기회라고 생각해 탐방 계획을 세우고 인터뷰를 요청했습니다.

 

처음에는 이토키와 마찬가지로 해당 공간의 인터뷰 요청에 대한 응답을 받지 못해, 실망 속에서 1DAY PASS를 이용하여 공간의 탐방이라도 하기 위해 Co-nect의 인터뷰가 끝난 72일 오후에 아키하바라로 향하게 되었습니다.

 

아키하바라 거리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공간 입구

 

공간에 도착해 1일 이용료를 내고 사용 신청을 한 후, 1층과 2층을 둘러보고 업무 공간에 앉아 탐방 기록을 정리하던 도중, 혹시나 하는 기대로 처음 입장했을 때 회원 가입 안내를 해준 공간 매니저(카오리 키무라) 씨께 소정당 단체 및 방문 목적에 대해서 다시 한번 설명하며 간단한 공간 안내나 질의응답을 해줄 수 있는지 요청했고, 다행히 카오리 키무라씨의 안내로 공간에 대한 설명과 함께 다시 한번 공간을 둘러보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궁금했던 인근 피트니스 시설까지도 함께 둘러볼 수 있는 행운을 얻게 되었습니다.

 

1층과 2층으로 나누어진 공간 중 1층은 좀 더 개방된 카페 같은 분위기로, 아키하바라 한복판에 있기에는 다소 눈에 띄는 세련되고 어두운 인테리어와 가구가 특히 눈에 띄는 공간이고 2층은 별실로 나누어져 있어 집중 업무나 회의가 가능한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특히 2층 가장 안쪽 공간에는 고급 안마의자와 각종 안마기, 런닝머신이 놓여있었는데 이는 일본의 안마의자 제조회사와 협업을 통해 서로가 필요로 하는 수요 조사 (코워킹 스페이스 이용자들의 안마기구나 운동기구 니즈) 뿐만 아니라 제품 홍보가 가능하도록 회의실 하나는 해당 업체의 단기 파견 사무실로, 해당 공간에는 업체의 체험 및 전시가 가능한 쇼룸으로 구성해서 운영하는 중이라는 설명을 듣고, 실제로 안마의자도 체험해 보았습니다.

 

안마 의자를 체험해 볼 수 있는 마사지 공간

 

 

공간을 둘러본 후 도보 5분 거리에 있는 별도 운동 공간 (1/3rd Residence에 있는 피트니스 공간)까지도 함께 가볼 수 있었습니다. 탐방 전 자료 조사를 통해 1/3rd Life가 대규모 부동산 회사에서 운영하는 공간임은 알고 있었지만, 실제 방문 시 생각보다 더 큰 규모와 최신식 시설이 갖춰져 있어 놀랐고, 해당 공간은 C.M.Phoenix에서 조성한 레지던스 및 피트니스 중 가장 작은 규모의 공간이라는 설명을 듣고 나서 다른 공간과 C.M.Phoenix에 대해 더욱 궁금한 점이 생겼습니다.

 

크고 다양한 시설이 갖춰져있는 1/3rd Group의 고급 피트니스센터

 

카오리씨에게 C.M.Phoenix의 대표 이메일로 인터뷰 요청을 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는 이야기와 혹시 지금이라도 C.M.Phoenix Calvin 대표님과 인터뷰 할 기회를 연계해 줄 수 없는지 요청했고, 다행히 메일의 답장을 받지 못한 것이 거절의 의미가 아니라 메일을 읽지 못한 것일 수도 있으니 대표님의 비서를 통해 다시 한번 상황을 전달해 주겠다는 답변을 받게 되었습니다.

 

큰 기대 없었던 첫 번째 방문에서 생각보다 많은 성과를 얻게 되었고, ITOKI등 다른 탐방지를 탐방하는 도중에 Calvin 대표님의 개인 비서 Rui씨를 통해 출국 전날인 7 5일 인터뷰가 가능하다는 이메일을 받았을 때는 모두가 안도했습니다.

 

인터뷰 약속 당일 다시 1/3rd Life를 방문해 Calvin 대표님께 궁금했던 많은 것들을 질문할 수 있었습니다. 아래는 Calvin 대표님과의 인터뷰 전문입니다.

 

안녕하세요, 갑작스럽게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저희는 카오리씨를 통해서 소개해 드렸지만, 한국에서 소정당협동조합이라는 설계, 디자인 회사를 운영하는 박성경, 김보연, 홍다솔, 김지욱, 이진경입니다.

반갑습니다. 매니저와 비서를 통해 그간의 이야기는 전해 들었습니다. 인터뷰를 거절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고 이메일이 잘 전달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이렇게 여러분들을 뵙게 되어서 다행입니다.

(카오리) 대표님께서 이메일 전달 이야기를 하시긴 했지만, 원래도 인터뷰에 잘 응하지는 않는 편이신데 여러분들을 소개했더니 아주 흥미로워하셔서 이 자리가 성사될 수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저에 대해 궁금한 점들이 많이 있으시겠지만, 저 역시도 여러분들에 대해 궁금한 점이 많습니다. 장기적으로 기회가 된다면 같이 협업을 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 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럼 우선 준비한 질문들을 해보겠습니다. 한국에서 운동을 할 수 있는 코워킹스페이스에 대해서 조사하던 중, 1/3rd Life라는 곳을 알게 되었습니다. 다만 저희가 조사했던 다른 공간들과 조금 다른 점은, 1/3rd Life는 운동에 특화된 업무 시설을 당초 계획했다기보다는 기존에 1/3rd group, 혹은 C.M.Phoenix Inc.라는 부동산 기업이 가지고 있던 많은 호텔과 피트니스 시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사용자들이 마치 옵션을 고르듯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다양한 공간을 운영하고 계신 것 같은데, 정확한 사업 범위를 알려주실 수 있으신가요?

맞습니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부동산을 취급하고, 실제로 기획해서 운영하기도 하고, 가구도 수입하는 등 공간을 매개로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가장 처음에 시작한 사업은 오래된 건물을 매입한 후 흥미로운 공간으로 리노베이션해서 다시 판매하는 사업이었고, 지금 앉아 계신 이 공간도 우리가 설계하고 운영하는 공간 중 한 곳입니다. 레스토랑이나 호텔 같은 곳도 운영하고 있고, 주요 사업 아이템은 아니지만 소정당이 작은 대관 공간을 운영하고 있다고 하니 비슷하게 대관공간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작은 공간에 의자도 두지 않고 파티나 촬영, 세미나를 위해서 렌탈하는 공간입니다.

 
굉장히 다양한 범위의 일을 하시고, 관리하는 공간도 많은 것 같은데 직원 구성이 어떻게 되는지 궁금합니다.

12명 정도이고 현재 이 건물 3층을 사무실로 쓰고 있습니다. 사실 아르바이트생을 포함해 현장 (호텔, 레스토랑, 피트니스 등의 현장)에 정확히 몇 명이 있는지는 저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알고 있었는데 이제는 규모가 커져서 알기 어렵습니다. 아마 40-50명 정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와 함께 일하는 코어팀이라고 부를 수 있는 직원은 12명입니다.

 
적은 인원으로 이 모든 사업을 컨트롤하신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그럼 12명에 대해서는 팀 구성이 어떻게 되는지 궁금합니다.

부동산, 운영, 피트니스 관련, 회계 이렇게 부서가 나뉘어 있긴 하지만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일이 명확히 구분되지는 않습니다. 모두가 모두의 일을 하고 있습니다. 디자이너가 마케팅하기도 합니다. 이것은 일본식 문화인 것 같기도 한데, 예전 일본의 회사에서 특정 분야의 전문가를 채용하기보다는 회사원을 채용 후 6개월은 디자인팀에, 6개월은 회계팀에, 그 뒤에는 마케팅팀에 이렇게 순환 시켜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한 것처럼 우리도 모든 일을 같이 공유하고 경험합니다.

 
독특한 방식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럼 그들이 개개인의 결정권을 가지고 일을 진행하게 되는지 궁금합니다.

중요한 의사 결정은 모두 제가 합니다. 저는 크지 않은 규모의 회사에서는 무조건 대표가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회사가 성장할 수 있습니다. 만약 회사가 일정 규모 이상으로 커진다면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져도 상관없고, 특히 반대 의견을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이 필요해지지만 작은 규모에서는 대표가 단독 결정을 해야 합니다.

다만, 앞서 말한 핵심 팀원들에 대해서 특정한 세부사업 분야에서 예산을 편성해 주고 그 안에서는 담당자가 알아서 모든 것을 진행할 수 있게 결정권을 줍니다. 모두가 우리 회사 안에 있지만 서로 다른 개개인의 작은 회사를 운영하는 것처럼 느끼게 하려고 합니다. 그런 방식으로 예산과 결정권을 주어야 본인이 하는 일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책임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앞서 말씀해주신 핵심 맴버와 그 외의 모든 지점 스태프와는 어떤 방식으로 의사소통을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전체 미팅을 진행합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같이 모여서 온종일 회의만 합니다. 우리가 세워놓은 목표를 얼마나 이루었는지 이야기하고, 다음 달에 우리가 하고 싶은 일과 목표를 공유합니다. 한 달 동안 있었던 갈등이나 문제점, 이슈 등을 함께 나눕니다.

예를 들면, 지금 있는 이 공간은 초창기에 회의 공간 (2층의 별실)이 따로 없었습니다. 그래서 공간을 방문하는 소비자들이 그런 불만을 많이 이야기했고, 회의를 통해 그런 문제점들을 같이 이야기해서 현재와 같이 회의 공간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미팅의 목표는 대화와 의사결정입니다. 그게 제일 중요합니다. 슬랙 등 다양한 의사결정 도구 (메신저)가 있지만 저는 그런 것을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대화만 많아질 뿐 결정하기는 어려운 도구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매일의 보고나 문제 상황에 대한 이슈화 등은 필요하기 때문에 매니저들과 다양한 채널을 통해 많은 대화를 하려고 합니다.

 
팀 구성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서, 팀 인원이 생각보다 적고 특히 공간을 만드는 (설계와 시공)팀이 따로 없다는 점이 놀랍습니다. 기존에 자료를 통해 찾아본 1/3rd 공간들뿐만 아니라 지금 이 공간, 그리고 카오리씨가 보여주셨던 피트니스 공간을 답사하면서 공간이 어떤 일관된 컨셉과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고 느꼈고, 디자인 퀄리티 자체도 굉장히 높았기 때문에 팀 내에 공간을 직접 만드는 인력이 함께 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우리 회사에서 중요한 디자인적인 결정 역시도 제가 직접 하고 있습니다. 다만 스케치를 하거나 도면을 그리지는 않습니다. 그 분야를 전공하지도 않았습니다. 저는 역사를 공부했고 역사 선생님이었습니다. 과거에 우리 공간에 사용될 가구들을 직접 그려서 태국에 있는 가구를 만드는 친구에게 보내면 그 친구가 가구를 만들어주긴 했었으나 그것도 오래전 일이고 지금은 직접 하고 있지 않습니다. 대부분 아주 간단한 컨셉스케치를 전달한 후, 공간에 직접 가서 시공사와 이야기하고 결정하는 스타일입니다. 현장에 매우 많은 수정 요청을 합니다. 때로는 여러 개의 박스를 사용해서 현장에서 직접 박스를 배치해보며 가구와 벽을 상상해봅니다. 굉장히 직관적인 방식입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결과물이 모두 훌륭합니다.

비록 저는 전문가가 아니지만, 저와 함께 일하는 팀들은 모두 전문가입니다. 제가 하는 일은 코디네이션 정도입니다. 때때로 디자인과 관련해서 강연하기도 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많이 아는 게 아니라는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디자인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야 소비자의 입장에서 의견을 어필할 수 있고, 너무 많이 알게 되면 본인의 틀에 갇히게 되어 그 어떠한 것도 제대로 전달할 수가 없게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언제나 소비자 입장에 서서 이야기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면 재료를 사용하는 방법이라던가 색을 이용하는 방법이 기존의 건축가가 생각하고 적용했던 방법과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적용해보면 분명히 잘 작동한다는 것 알 수 있습니다. 저쪽 벽을 장식한 재료는 원래 화장실 바닥에 쓰이는 타일이라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런 사실을 모르기 때문에 오히려 벽에 붙이자고 말할 수 있었습니다.

 
속도감과 퀄리티를 한 번에 얻을 수 있는 방식일 것 같습니다. 실제로 공간을 기획하고 만드는 일을 굉장히 빠르게 진행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시공팀은 싫어하지만, 실제로 그렇습니다. 하나의 공간을 기획하는 데에는 1주일도 채 걸리지 않습니다. 러프한 스케치만 그려서 전달합니다. 스케치를 전문 디자인팀에 전달하면 몇 주 정도의 도면과 세부적인 계획단계를 거쳐 우리 회사와 함께 일하는 시공팀에서 시공을 하게 됩니다.  공사중인 공간을 가서 보면서 결정하는 것들이 많습니다. 80% 정도는 예상했던 것과 비슷하게 맞아떨어집니다.

또 하나의 독특한 방법이라면, 조명을 마지막까지 결정하지 않습니다. 재료도 마지막에 가서야 정하는 편입니다. 천장에 최대한 레일을 만들어서 공사가 끝나갈 무렵까지 현장을 지켜보면서 그 공간에 맞는 조명을 찾습니다. 예를 들면 이 공간은 스케치조차 하지 않고 진행했습니다. 기존에 가지고 있는 제품이나 디테일에 맞춰서 공간을 만들어나가기 시작한 후 현장에서 공간을 꾸밉니다. 이런 식으로 하면 시간과 돈을 많이 절약할 수 있습니다. 지금 이 공간은 한 달 만에 만들어진 공간입니다. 물론 그 후에 공간을 운영하면서 앞서 이야기한 대로 매니저와 손님의 반응에 따라 많은 부분을 바꿔나갑니다.

 
조명과 재료를 현장에서 마지막에 고른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저희는 공간을 디자인하는 디자이너이다 보니, 말씀하신 조명과 재료들은 실제로 저희의 현장에서도 마지막까지 바뀌는 일이 많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반부터 일정한 계획을 세우고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앞서 이야기한 대로 저는 디자인 하는 학생들 앞에서 강연할 일이 종종 있는데, 학생들에게 늘 예산을 고려하지 않는 디자인은 예술이고 시간을 고려하지 않는 마케팅은 소설이라고 이야기합니다. 학생들은 좋은 디자인을 가져오지만, 디자인과 아티스트의 차이점을 명확히 구분할 줄 알아야 합니다. 아티스트는 멋있고 좋은 것들을 만들어내는 게 중요하지만, 디자이너는 제한된 것들을 꼭 수반합니다. 그래서 클라이언트가 뭘 하고 싶어 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디자이너라면 자기에게 주어진 제한된 상황들과 요소들을 확인하고,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그 목적을 디자인을 통해 달성해야 합니다.


디자인 이야기에서 조금 벗어나서, 공간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습니다. 저희는 워커홀릭이 조금 더 좋은 환경에서 일하는 공간을 만들고 싶습니다. 한국의 워커홀릭은 운동을 하지 않고, 제대로 된 식사를 하지 않은 채로 일에만 몰입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만들고자 하는 궁극적인 것은 단순히 피트니스와 업무환경을 결합한 공간이라기보다는 일을 하면서 운동을 하고, 건강한 식사를 하는, 그러면서 서로의 일을 격려하고 서로를 성장시키는 일종의 커뮤니티입니다.

우리가 운영하는 레스토랑 중에 햄버거 가게가 있습니다. 이 햄버거 가게는 고단백, 저탄수화물, 저당의 햄버거를 제공하는 음식점입니다. 우리가 보여주고 싶었던 건 피트니스와 햄버거 가게를 같은 건물에 배치해서 운동을 하면서 건강한 음식까지 같이 소비할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입니다. 감자칩 대신 샐러드를 팔고, 콜라 대신 차를 제공합니다. 일종의 디톡스 차입니다. 우리는 커뮤니티를 만들어 일도 하고 건강한 음식도 같이 먹으면서 한 공간에서 생활하는 코워킹 스페이스를 디자인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생각하고 있는 사업 방향과 굉장히 유사하게 느껴집니다.

우리는 워크, 헬스, 펀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새로운 브랜드와 가치를 창출하고자 합니다. 지금까지는 기존에 가진 근거리의 공간들을 회원제 형태로 함께 이용하는 식으로 실험해보았다면, 본격적인 시작은 현재 준비하고 있는 호텔을 통해 만들고자 계획하고 있습니다. 21세기에는 균형 잡힌 라이프스타일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해변에 위치한 리조트를 이용해서 회원제를 통해 일하는 공간, 쉬는 공간, 즐기는 공간과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공간을 모두 한꺼번에 이용할 수 있게 하려고 합니다. 이게 라이프 스타일 웰니스 브랜드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많은 실험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2층에 있는 마사지 공간을 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지금 투자하고 있는 회사입니다. 이 회사의 제품으로 쇼룸을 구성하고, 공간의 회원이 되면 이 모든 걸 사용할 수 있게 제공하고 있습니다. 소정당에서 하려고 하는 프로그램이 우리가 하려고 하는 프로그램과 같아 보입니다. 일본에서 얻어가고 싶은 것은 어떤 것인가요?

 
건강한 삶을 만들어낼 수 있는 공간에 대해서 리서치하면서, 초반에는 미국에 있는 다양한 공간들을 찾았습니다. 큰 볼더링장에 코워킹스페이스가 결합한 곳이나, 트레드밀 위에서 노트북을 하는 공간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미국과 한국은 어느 정도 정서적인 이질감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한국은 미국만큼 운동을 하는 모습, 땀을 흘리는 모습, 그런 요소들이 정적인 업무환경과 결합한 모델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한국과 비슷한 정서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 일본을 방문하게 된 것입니다.

우리가 가진 피트니스센터에 대해서 조금 이야기해주자면 우리는 그 공간의 인테리어를 아주 어둡게 만들었습니다. 그래야 여자들이 땀을 흘리고 운동할 때 화장하지 않은 모습도 충분히 보여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공간이 전체적으로 어둡습니다. 그런데 너무 어둡다 보니 문제는 일하는 공간에서 생깁니다. 일하는 곳도 같이 어두워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새로운 시도를 빠르게 실험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실 우리는 지금 보육공간을 겸한 공간도 테스트해보려고 시도하고 있습니다. 어머니들이 좋아할 만한 공간으로, 운동도 하고 아이들도 돌봐주는 공간으로, 하나의 건물에 코워킹스페이스, 피트니스센터, 카페, 주거공간이 모두 있는 그런 건물을 만들려고 하고 있습니다. 츠타야에 대해서 잘 아실 것으로 생각합니다. 우리는 츠타야와도 협업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들 역시 단순한 서점이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곳이기 때문에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와 잘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굉장히 다방면으로 공간적인 실험을 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그런데 비즈니스라면 어쨌든 공간 운영을 통해 이윤을 남겨야 할 것 같은데, 지금 하고 계신 작업을 모두 실험이라고 표현하시는 것 같아서, 어떤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모든 것은 경험이고 실험입니다. 운영은 솔직히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 일단 공간이 생기면, 사람들이 알아서 공간을 이용합니다. 솔직히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공간을 어떻게 운영하고 사용하는지에 대해 그렇게 궁금해하지도 않습니다. 우리는 그냥 우리에게 필요한 공간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그 사람들이 하는 일들에 대해 궁금할 뿐이지 그 이상 이하도 아닙니다. 우리도 시스템이 있지만, 최대한 틀 밖에서 생각하려고 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3-4개월 후의 미래를 계획하는 게 아니라 당장 실험해보고 그 문제점들을 수정해나가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우리보다 소비자들의 의견이 더 중요하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편입니다. 이 공간에 대해서, 2층의 회의실을 말씀드렸지만 사실 그뿐만 아니라 원래는 1층 역시 일반 카페의 개념으로 운영되지 않는 회원제 전용 공간이었습니다. 그러나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카페의 필요성에 관해서 이야기했고, 이제는 일반 카페로도 운영하기 시작하면서 코워킹스페이스의 회원이 아닌 다양한 사람들이 1층에 올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15개월 전만 해도 피트니스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지만, 지금은 도쿄에서 굉장히 영향력 있는 피트니스 회사가 되었습니다.

 
소비자의 의견에 귀 기울이는 방식에 대해서 여러 번 강조하셨습니다. 그런데, 앞서 이야기한 라이프스타일 제안이나 츠타야와의 협업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방문한 공간들에서 받은 이미지는 소비자의 니즈에 의해서 만들어졌다기보다는 마치 츠타야처럼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강력하게 제안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가령, 이 공간만 하더라도, 다른 피트니스센터와 일맥상통하는 디자인적인 컨셉이 있는 공간처럼 느껴집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스타일이 없습니다. 이 공간의 인테리어 방향을 결정한 것은 마케팅입니다. 만약에 내가 오모테산도나 긴자에 가게를 연다면 이렇게 접근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오모테산도나 긴자에는 이미 이와 유사한 고급스러운 공간들이 많이 있습니다. 내가 만약 샤넬 옆에 공간을 운영하게 되었다면, 완전히 일본의 구멍가게와 같은 규모의 라멘 가게를 열었을 것입니다. 공간의 차별성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츠타야는 라이프스타일을 리브랜드하는 회사입니다. 하지만 모든 사용자가 츠타야의 라이프스타일에 동의하고 따라가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그 브랜드를 이용해서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는 있습니다. 우리는 피트니스를 라이프스타일에 적용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고객들에게 먼저 제안하려는 시도는 하지 않는다는 말씀이신지 궁금합니다. 이 공간만하더라도 디제잉 파티 같은 재미있는 프로그램들이 열리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런 것조차도 어떠한 메시지를 담고 있지 않은 것인지요.

커뮤니티는 클럽과 같은 것입니다. 커뮤니티는 내가 무엇을 기획하는지에 따라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만약 디자이너들을 위한 코워킹 스페이스를 만들려고 이리저리 찾아다닌다면 그건 절대 작동하지 않을 것입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코워킹 스페이스를 자연스럽게 이용하고 찾아오게 만드는 것이 그래서 중요합니다. 사람들은 알아서 커뮤티니를 만들지 절대 커뮤니티를 만들어서 그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 없습니다.

디제잉 파티 같은 이벤트의 경우에도 우리가 먼저 기획해서 사람들을 오게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우선 이 공간을 이용하면서 자연스럽게 커뮤니티가 형성되면 그 사람들에 맞춰 프로그램을 준비한 것입니다. 이벤트를 절대 먼저 만들면 안 됩니다.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공간에 진입할 수 있도록 하고 그 공간에서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만약 소정당처럼 유대감이 굉장히 좋은 회사라면 지인을 끌어들여 이벤트를 여는 것은 가능하지만 그게 좋은 방향은 아닙니다.


사용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은 좋은 방향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런 과정에서 처음의 방향을 잃어버리게 될 것이 늘 걱정됩니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가령, 사용자의 의견을 들어 공간을 바꾸다보면 1/3rd가 제안하려던 처음의 방향을 잃을 수 있지는 않을까요?

당연히 모든 소비자의 이야기를 들으라는 것은 아닙니다. 모든 이야기에 답변할 필요도 없습니다. 사용자들과 함께 조율해나가는 과정이 필요하지만, 사용자에게 공간을 운영하는 사람이 듣고 있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면 아주 좋은 방향일 것입니다. 핵심적인 방향성은 당연히 계속 가지고 나가야 합니다.

어느 순간부터 저는 피트니스센터를 설계하는 일을 싫어하게 되었습니다. 초반에는 재미있게 해나갔으나, 새로 생기는 피트니스 대부분의 스타일이 비슷해지니 이제 더 이상 개인적으로 흥미를 느끼지 않는 일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브랜딩을 위해서, 새로 실험하는 복합형 공간 외에도 기본적인 체육시설의 확장과 유지는 매우 중요합니다. 그래서 팀의 도움을 받아서 계속 확장해나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대표님께서, 혹은 이 회사가 이렇게 강력한 비전을 가지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혹시 대표님께서도 운동과 일을 병행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솔직히 운동을 많이 하진 않는 편입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웰니스에 굉장히 관심이 많고 열정이 있기 때문에 운동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바빠지기 전까지는 다이빙을 하고는 했었습니다. 클라이밍도 조금 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거의 밖에 나갈 일이 없어서 운동이라고 해봤자 대부분의 시간을 우리가 만든 피트니스 안에서 했습니다.


다이빙이나 클라이밍 같은 원래 즐기시던 운동 종목도 비즈니스에 결합할 계획이 있으신가요?

앞서 말한 새롭게 준비하는 호텔 프로젝트가 그것입니다. 해변에 위치해서 수영이나 다이빙 스쿨 같은 것을 함께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궁극적으로 웰니스라는 가치를 가지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습니다.

 

1/3rd Life Calvin 대표님과의 인터뷰는 여러 면에서 다른 인터뷰보다 더 특별했는데, 그것은 부동산 개발 회사의 공간 기획이나 운영 방식, 공간을 바라보는 시선 모두가 기존에 소정당이 가졌던 태도나 기존 탐방지의 그것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이라 신선한 충격을 받게 된 이유도 있지만, 그러다 보니 오히려 공간에 대한 고민, 지역에 대한 고민, 브랜딩에 대한 고민에 대해 자세히 묻고 전략을 배우려 하기보다는 사업을 관통하는 비전에 대한 공유와 소정당 그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눌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다른 많은 탐방지에서도 (특히 Co-nect와 같은 탐방지) 느꼈지만, Calvin 대표님은 소정당을 배우러 온 학생의 입장이 아닌 협업할 수 있는 파트너로 바라보고 오히려 소정당에 대해 인터뷰하듯이 팀의 일하는 방식, 의사결정 구조, 팀이 생각하는 미래에 대해 질문을 하셨습니다. 또한 모든 대화가 영어로 진행되다 보니 팀원 모두가 익숙하지 않은 영어로 질문과 대답을 하게 되면서, 빠르게 최대한 많은 생각을 짧고 간단히 표현하면서 오히려 서로의 생각을 명확하게 전달하고 확인하는 뜻밖의 놀라운 경험도 하게 되었습니다.

 

비록 탄탄한 자본을 바탕으로 부동산 기획과 거래를 통해 공간을 만들어나가고 운영하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는 다른 탐방지처럼 어떻게” “에 대한 질문이 꼬리를 물고 들어가는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오히려 그랬기 때문에, 탐방의 끝에서 소정당의 미래 그 자체에 대해 돌아보게 된, 생각지도 못한 큰 수확을 얻게 된 인터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