ココルーム & カマンメディアセンタ (코코룸, 카만! 미디어센터)
1) 탐방 후기
원래 일본 일정은 교토의 Social Kitchen에서만 2주간 체류하면서 여러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식의 방식이었으나 인터넷 기사에서 본 것과는 달리 Social Kitchen의 여유롭지 못한 사정으로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대신 카페로서의 공간, 운동으로서의 공간 등 다채로운 범주 안에서 오사카, 나고야, 기후, 교토에 있는 여러 사람들과 공간을 만났습니다. 4일이었지만 Social Kitchen에서 하고 싶었던 방식은 오사카 카마가사키 코코룸에서 할 수 있었던 것을 다행으로 생각합니다. 말로 설명되어지는 것이 아닌 그 곳에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처럼 느끼기 위해 가급적 우리가 방문하는 마을이나 단체에서 운영하는 숙소를 이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습니다.
- 팀에게 탐방이 미친 영향
체화당이 12년을 오면서 무언가 돌파구가 필요했고, 올해 나에게는 무엇보다도 같이 일하는 친구들에게 국내외 탐방
을 함께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첫째, 우리에게 어떤 식으로도 자극이 될 것이며 그 안에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둘째, 하루하루 카페 운영에 급급한 나머지 한 번이라도 제대로 체화당과 관련해서 근본적인 이야기를 나눠본 적이 거의 없었습니다. 셋째, 무엇보다도 함께 일하고 있는 우리들끼리 서로에 대해서 체화당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허심탄회에게 이야기를 나눠본 적도 없었습니다. 우리가 체화당, 신촌, 한국을 떠나지 않는 한 이 세 가지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는 좀처럼 찾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만토에서 ‘필요’라는 단어를 거듭 반복해서 강조했던 아만토 준과의 인터뷰를 시작으로 이후 만난 단체와 사람들
을 만나면서 지금까지 체화당을 떠올리면서 자괴감과 허탈감으로 각자가 힘들어했습니다. 그들 말 한마디 한마디는 진정성이 묻어났고 우리들을 부끄럽게 만들었습니다. 결국 한국으로 돌아갈 무렵 우리는 힘을 빼기로 했습니다.
- 향후 활동 방향
당장 올 하반기는 당장의 인건비 등 경제적인 어려움을 해결하려고 언 발에 오줌 누기 식으로 프로젝트 지원에 급급하게 운영하기보다는 우선 우리 서로를 알아가고 우리 내부를 다져가는 시간을 갖기로 했습니다.
- 탐방 후 전반적인 감상, 총평
‘나에게 이것이 왜 ‘필요’한가?‘
8년 동안의 체화당 활동 가운데 이번 일본 여행은 나에게 정말로 의미 있는 여정이었습니다. 다음의 세 가지 질문을 하게 됩니다. 체화당에서의 활동을 하는 동안 나는 즐거웠는가? 즐거움이 더 있었기에 지금까지 왔던 건 분명합니다. 젊은 친구들을 계속적으로 만날 수 있다는 장점이 나에게 컸습니다. 준처럼 체화당을 왜 필요로 했는까요? 그리고 이후 나에게 필요할까요? 더 이상 무급으로 활동을 지속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미래가 보이지 않습니다. 일본은 지방마다 각자의 색깔을 가진 커피전문점이 많은데 올 한 해 이 탐방을 위해서 많은 시간을 쏟았습니다. 준비하면서 일본에서 사람들을 만나면서 우리들에게 엄청난 자극이 되었고 내가 왜 이 일을 하고 있는지, 그래서 나는 어떤 사람인지 깊은 고민과 질문들을 던져주었습니다. 그래서 귀국하자마자 지금까지도 이렇게 심각하게 고민을 해 본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나란 사람이 여기와는 생리가 맞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우선 지금까지 체화당만을 보면 살려야겠다는 생각보다는 내가 체화당에서 뭘 하고 싶은지에 대한 고민을 하기로 했습니다. Social Kitchen, 코코룸 카페에서 궁극적으로 예술의 사회적 개입이라는 목적을 보고 나서 학부, 대학원까지 정치학을 공부해온 나는 정치학이 얼마나 정치적인지 그리고 대중들과 끊임없는 소통을 해야 할 정치학이 그들만의 리그가 되거나 대중들로부터 철저히 외면되어가는 현실을 보면서 나 역시 이 공부를 왜 했는지 회의감에 가지고 있었습니다. 정치의 영역이 해 주고 있지 못하는 부분을 예술이 적극적으로 정치, 사회 현실을 대중들과 함께 소통하며 바꿔보려 하고 있습니다.
- 좋았던 점, 아쉬운 점
국내외로 대표를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는 식의 스터디 투어 경험이 많았기 때문에 이번 탐방은 그런 것에서 벗어나 딱 한군데만 정해서 지내보면서 이야기로 전해지는 ‘정사’가 아닌 ‘야사’를 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와 같은 방식은 어느 정도 관계가 형성되고 나서야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경험상 다들 잘 되고 있는 단체들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의 방문과 체류는 그들에게 또 하나 신경 써야 할 짐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를 기꺼이 받아준 코코룸에게는 대단히 감사할 뿐입니다. 의도하지 않게 많은 공간을 방문했지만 계속 체류해서 일상을 보냈던 코코룸이 제게, 그리고 우리에게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 3기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TIP
첫째, 탐방에서 되도록 머물러 있으라는 이야기를 전해주고 싶습니다. 그렇게 하면 가슴으로 분명 전해지는 뭔가가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흥미가 떨어질지는 모르겠지만 새로운 곳을 탐방하기보다는 기존에 관계를 맺어왔던 단체를 우선 순위로 했으면 합니다.
둘째, 단체의 대표가 아닌 다른 직원들과 인터뷰를 반드시 해야 합니다. 우리는 항상 대표에만 주목합니다. 모든 역사가 그렇듯이 ‘정사’보다 ‘야사’가 좀 더 구체적으로 실질적이기 때문에 알아듣기도 쉽고 그래서 더 재밌는 법입니다. 의미와 가치에 대한 설명을 듣는 대신 실제 현장과 밀착되어 일하는 그들의 일상을 들어보는 것이 조직의 이념보다 훨씬 더 가치 있다고 자신합니다. 그들은 현장에서 조직의 목적이 어떤 식으로 받아들여지는지 적나라하게 잘 알고 있습니다.
- 동료 청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
첫째, 우리 각자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 우리와 전혀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려는 노력을 했으면 합니다. 서로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 간의 이야기는 조직에 있어서 어떠한 자극이 되지 않습니다.
둘째, 지역민을 대상으로 계몽적인 태도를 버려야 합니다. '사회적 기업으로 우리가 이렇게 사회적 의미를 가지고 일을 하고 있는데 왜 몰라 주냐, 우리가 이 마을을 위해서 얼마나 많은 노력과 고생을 하고 있는데 왜 그 마음을 몰라 주
냐?'라는 식으로 착각을 해서는 안 됩니다. 이런 경우 나중에 일이 잘 안될 때 우리가 대상으로 했던 사람들 탓으로 돌리고 변명과 핑계로 자기 합리화를 하기 시작합니다. 자격증에 대해 엄청나게 맹신하는 대한민국. 사회적 기업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어야만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을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셋째, 워크숍, 네트워크 파티 등의 프로그램으로 시간을 보내고 매번 계속 같은 이야기를 하고 말고만 오고가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말만이 오고가는 연대가 아니라 사람이 보이는 연대를 가졌으면 합니다. 결국 일이라는 것도 사람이 하는 것이 아닐까요?
넷째,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 우리 선배들이 이 부분을 굉장히 간과했던 점에서 우리가 왜 이런
활동을 하려고 하는지 잘 생각해봤으면 합니다. 인권 문제를 이야기하면서 사실상 조직 내부에서 비민주주의적인 의사 결정 구조를 가지는 경우, 민주주의를 운동의 가치로 내걸고 있으면서 정작 조직 내에서는 권위주의적이고 소통이 안 되는 사례, 환경 보호를 부르짖으면서 행사 때는 일회용 컵을 사용하는 사례 등을 요즘 20,30대 그룹이나 단체에서
도 종종 경험하고 있습니다. 우리네 선배들은 가족들을 희생하면서 가족들의 헌신을 요구하면서 그렇게 운동을 해 왔습니다. 당신들이 그렇게 해왔기 때문에 아랫사람들은 물론 주변의 사람들에게 똑같이 이를 강요하곤 합니다. 하지만 누군가의 헌신과 희생을 담보로 하는 활동은 더 이상 지양되어야 합니다. 정말 자신들의 활동에 좀 더 많은 사람들이 할 수 있기를 바란다면 우선 나, 너, 우리가 그 일을 즐겁게 하면 됩니다. 분명 쉬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분명 기대하는 결과가 따라올 것이라고 자신 있게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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