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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SEEKER:S Story/*완주적정기술숙녀회

[완숙회 해외탐방] 우리는 CAT(Center for Alternative Technology 영국대안기술센터)으로 간다.

우리는 CAT(Center for Alternative Technology 영국대안기술센터)으로 간다. 


영국 웨일즈 맥킨레스 지역의 산골마을에 위치한 대안기술센터(Center for Alternative Technology, CAT)는 적정기술 분야에서 해외사례를 들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완주적정기술숙녀회(완숙회) 두 사람이 재직 중인 전환기술사회적협동조합의 경우에도 설립 당시 CAT을 롤모델로 삼았다고 전해진다. 


CAT은 1973년 지구의 환경과 에너지 문제에 위기의식을 느낀 사람들이 웨일즈 지역으로 이동해 함께 살며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 대안기술을 연구개발하는 생태공동체로 시작되었다. 1973년은 1차 오일쇼크가 있던 해로, 그 전년도인 1972년에 로마클럽이 <성장의 한계>라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그 즈음 CAT뿐아니라 생태주의자, 급진주의자, 자유주의자, 반사회주의자 등 히피라 불릴만한 사람들이 다른 삶을 꿈꾸며 도시를 떠나오는 사람들이 많았다. 

CAT이 자리한 매킨레스는 폐광촌이다. 개척자들은 물도 전기도 들어오지 않던 황무지에서 지속 가능한 삶을 실험하기 시작했다. 다소 과격하고 급진적인 인상을 주기도 했지만, 확연히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그 생각을 실천으로 옮긴 헌신적인 사람들이었다. 많은 기술들이 전문화되고 많은 사람들이 기술 사용자일 뿐 그 영향을 알아채지 못하는 문제를 인식한 그들은 ‘기술의 민주화’를 기치로 잘게 찢은 신문지로 집을 단열하고 라디에이터를 검게 칠해 태양열 온수기를 만들었다. 함께 살 집과 정원, 자신들이 연구하고 개발한 기술을 이용한 친환경 건축물들을 느린 속도로 만들어냈다.


CAT은 르네상스맨(Renaissance man; 뛰어난 재능을 지닌 사람으로 여러 분야에 걸쳐 폭넓게 전문적 지식을 갖고 있다)을 육성하고자 했다. 과학교육이 좁은 영역으로 심화되는 현상에 반대하여 폭 넓은 지식을 가진 기술자, 즉 ‘제너럴 엔지니어’ 코스를 개설하였다. “옛날에 흔히 볼 수 있었던 마을 대장장이를 되살리고 싶었습니다. 물과 엔지니어링, 기계, 전기를 알고 주변에 널린 잡동사니로 수력 터빈을 만들 수 있는 사람 말이죠. 다른 지역에서도 매우 필요한 일일 겁니다.” (Todd)


그들의 실험은 실용적인 접근에서부터 이론적인 부분으로까지 확대되었다. 1977년에는 영국 정부에 대안에너지 전략을 수립해주기도 했다. 1970년대만 해도 기후변화에 대한 이해가 없었고 원자력 발전 비용이 값싸지기 시작했던 때이다. CAT의 선구자들은 에너지를 좀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고 그런 생각은 꽤나 앞선 생각이었던 것 같다. 물론 모든 실험이 성공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풍력발전기를 시연하기 위해 전기모터를 사용하는 우스꽝스러운 일도 있었고 바람을 고려하지 않아 위치를 옮기기도 했다. 여름 동안 지하탱크의 물을 데워 겨울에 온수로 사용하려고 했던 열장고는 박테리아가 번식해 질병을 일으키기도 했다.

  



40년이 지난 오늘 CAT은 대표적인 대안기술(적정기술) 전시장이자 교육 기관이다. 전 지구적인 환경위기에 대응하여 대안기술을 넘어 지속 가능한 삶의 방식 전반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실질적인 변화와 구체적인 실행으로 이어지는 것을 목표로 한다. 넓은 부지에는 지속가능성이라는 키워드로 태양광/태양열, 풍력, 지열, 소수력, 생태습지, 자체 식수 공급장치, 유기농장 등이 다채롭게 전시되어 있다. 방문객들에게 만족도가 상당히 높으며 연 방문객은 약 6만여 명에 달한다. 그들이 이룬 성과는 환경 분야의 여러 가지 이슈를 가시화하고 그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CAT이라는 공간 자체가 재생가능 에너지, 대안적이고 지속 가능한 건축, 퇴비화와 같은 해법들이 실제로 이루어지고 있는 현장인 셈이다. 그러한 공간을 통해 생태적이고 친환경적인 생각들이 공유되고 실천된다. 초창기의 실패와 오랜 역사가 밑거름이 되어 CAT은 이 다음 단계를 준비하고 있다. 2014년도에 시작된 ‘Zero Carbon Britain’이라는 프로젝트를 살펴보면 그들의 비전을 엿볼 수 있다. 의지를 가진 정책가와 대중이 이를 지지해준다면 영국은 현재 가진 기술로도 충분히 탄소배출 제로를 달성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단기 교육과정은 전통 목구조, 자연재료로 집짓기, 난로/화덕, 정원관리, 퍼머컬처 디자인, 흙건축, 태양열, 풍력, 생태화장실, 빗물 저장, 하수처리, 바구니 짜기, 숲 속 명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과정이 연중 운영되고 있다. 1994년부터는 University of East London과 연계하여 대학원 과정도 운영하고 있다. 전문적인 내용과 실습이 강화된 교육과정은 다양한 아이디어와 그 실행에 중점을 두고 있어 영국은 물론 유럽 전역에서 교육을 받으러오고 학위를 마친 학생들이 설립한 회사가 50여 개 이상에 이른다고 한다.


생태주의자들의 생활공동체에서 세계에서 손꼽히는 기술교육센터, 방문자센터, 지속가능한 삶의 길잡이 역할을 하는 CAT은 그 영역 안에서 젠더 이퀄리티 문제에 대해 해줄 말이 있지 않을까. 여성을 위한 기술교육, 초보자를 위한 기술교육,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기술교육이나 지속가능한 대안기술(적정기술) 캠페인 등에 대해서 말이다. 


완숙회는 지역에서 가족을 이루지 않은 청년이나 여성이 살아가다가 기술적으로 곤경에 처할 일이 생길 때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소한의 살림기술, 필수기술 등은 배워서 익혀야 하고 그렇기 위해서는 초보자, 막연한 두려움이 있는 사람들에게 그러한 기술을 잘 가르쳐야 할 것이다. 우리 회사, 우리 나라보다 역사가 깊으니 CAT에서 힌트를 얻어올 수 있을 것이다. 성별과 나이, 상황을 떠나 농촌살이에 기술자립은 일정부분 필수적이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진 대안기술센터의 기술교육의 현장을 체험하고 젠더이퀄리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시도할 수 있을지 실마리를 찾아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