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6 SEEKER:S Story/*완주적정기술숙녀회

[완숙회 해외탐방] 갈등을 기꺼이 받아들이겠다 동의하고 느리게 함께 가는 느슨한 공동체를 꿈꾼다

[완숙회 해외탐방] 탐방후기 이보현

 

갈등을 기꺼이 받아들이겠다 동의하고 느리게 함께 가는 느슨한 공동체를 꿈꾼다

 


영국 탐방지도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도 교통이 편리한 곳이 아니라서 공항까지 이동하는 데 오래걸리고 힘들었는데 유럽까지 가는 비행시간도 길어서 이번 탐방에서 가장 고생스러웠던 점은 이동이었다. 워크숍에 참여하고 탐방지에서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하고 이곳저곳을 둘러보는 일은 매번 새롭고 감동적이어서 고생스럽지 않았다. 실제로 몸을 써서 무언가를 만드는 수업시간이나 밭일을 하는 자원봉사활동 시간에도 우리나라에서 일하듯이 효율을 강조해서 지나치게 몰입하듯 일하는 게 아니어서 힘들지는 않은 편이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곳이라 우리를 수없이 견학 오는 사람들 중 하나로 여기지는 않을까 우려했던 점은 첫날부터 사라졌다. 모두에게 환대받았고 지내는 동안 꼼꼼히 배려받았다. 서구사회가 워낙이나 우리보다 장애인이나 성소수자 등 소수자를 기본적으로 배려하는 분위기와 제도가 있지만 기후변화를 염려하며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 구체적인 실천을 하는 사람들이라 더 그런 것 같다는 느낌이었다. 단기 교육 과정의 담당자이자 우리 방문 일정을 관리해준 스텝의 다음 말은 책에서만 보던 말이었다. 내가 만난 사람의 눈앞에서 직접 그 사람의 입으로 나오는 걸 듣고 있자니 정말 다른 세상 같았다.

 






난 이제 비행기는 타지 않을 거에요. 이미 탄소를 너무 많이 배출했죠

 

40여 년 전 당시에도 선구자처럼 생태적이고 대안적인 공동체를 꾸리기 위해 시골지역으로 와서 자리잡고 실패를 거듭하면서 함께 노력해 지금에 이른 캣의 모델을 우리나라에 그대로 접목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다. 우리가 궁금해하는 젠더이퀄리티 관련 내용들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어서 정책이나 제도로 마련되어 있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곳도 처음부터 지금처럼 시스템이 잘 갖춰 돌아가지 않았던 것처럼 중요한 것은 문제를 만난 때마다 해결했던 방식이나 해결을 위해 모두가 공유했던 태도와 관점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에서도 처음에는 남편을 따라 어쩔 수없이 따라왔던 여성들도 있었고, 기술분야에는 남자들이 주로 일하던 시기도 있었다. 그렇지만 일반 영국사회에 비교해서도 젠더이슈에 대한 관심이 높아 비율을 맞추려고 노력했던 점이나 함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모두가 평등하게 의견을 제시하고 결정하고 책임을 나누던 초기 공동체의 노력이 인상적이었다. 일이 되게 하기 위해서는 관리자의 필요성을 인지했기 때문에 돌아가면서 그런 악역을 맡아하기도 했단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명확하게 인지하는 것이 중요할 거 같다. 그 필요성에 동감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당장 성과가 보이지 않더라도 차근차근 문제해결을 위해 함께 노력하는 느슨한 공동체를 꾸려야겠다고 생각했다. 당장 수도꼭지 가는 법을 가르치는 워크숍도 중요하지만 그와 동시에 함께할 사람들을 동료로 옆에 두고 못하는 사람도 불편하지 않은 삶의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그리고 그런 문화를 만드는 것은 길고 더딘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지금의 지역사회나 적정기술계가 남성중심 기술 중심으로 일부 여성이나 초보자들을 소외시키고 있다면 그들을 비난할 게 아니라 새로운 움직임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한 남성들이 필요로 하고 관심을 가진 기술과 나를 포함한 지역의 청년, 여성들에게 필요한 생활기술은 전혀 다르다.

 

사람들이 모이게 되더라도 각각이 가진 욕망과 필요는 다 다르고 갈등이 생길 것이다. 그 갈등의 과정을 함께 지나가겠다고 동의하는 것, 그 동의를 기반으로 삶의 공동체를 꾸려나가야 할 것이다. 생활기술은 요리나 청소처럼 살림의 기본이다. 집을 짓는 어려운 기술이 아니라 일상생활에 필요한 생활의 기술, 시골에서 더 필요한 생활력을 함께 키우는 과정을 시작하려고 한다.

 

가기 전부터 해외탐방에서 느끼는 점이 문화적 차이, 라는 한마디 말로 정의되는 것을 우려한다고 들었다. 실제로 확인한 것도 그와 비슷하다. 캣과 같은 성공한 모델이 만들어진 것은 의지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40여년의 시간동안 대안기술과 지속가능한 삶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노력해왔기 때문이다. 지금 이렇게 여성친화적이고 대중적인 교육기관이 된 것은 그런 센터가 되고자 노력해서가 아니라 자신들이 추구하는 삶의 방향을 향해 계속해서 실천하며 살아왔고 그 경험을 다른 이들과 나누기 위해 교육을 하기 시작한 것뿐이었다. 구성원들 중에 여성과 아이가 있었고 모두의 요구와 필요에 의해 조직은 진화해왔다. 우리는 그 결과물을 만나러 왔고 그 과정은 당사자들도 말로 설명하기 어렵다. 실제로 사람이 살아가는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들은 비슷하거나 전혀 다르다.

 

내가 주목한 점은 기술분야라는 공통점이 있으니 여성이나 초보자를 교육할 때, 업계에서 소수자로 취급받는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분야에 들어설 때 느꼈던 어려움이 일정부분 동일했고 그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했다는 점이다. 사실 해결책이라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경우도 많다. 이를 실천하는 것, 실천과 노력에 모두 동의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그럴 만한 사람들이 모였고 혹은 그러기로 동의했다는 점. 사람이 중요하다. 사람이 관계를 맺고 각자가 할 수 있는 만큼 서로를 배려하며 노력하는 것. 구체적인 실행전략들에 대한 조언도 듣고 도움이 되는 것들도 있었다. 여성들만을 위한 코스를 마련하고, 그런 여성들을 대상으로 기본부터 편안한 교육을 하고, 자신들의 필요와 욕망을 구체적으로 찾는 계기를 마련할 것이다.

 

그리고 문화적 차이라고 뭉뚱그려 포기하지 않고 그러한 문화를 만들어내기 위해 나와 팀이, 모인 사람들이 할 수 있는 노력들을 찾을 것이다. 캣이라는 현존하는 사례가 캣이 보여준 긍정과 편안함의 에너지가 그것을 가능하다고 믿게 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