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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SEEKER:S Story/*초록공작소

[해외탐방기] 미래 세대를 위한 맥주 : De Halve Maan Brouwerij

한적했던 포페링게를 지나 초록공작소는 이번에는 기차를 무사히 잘 갈아타고 유럽 문화수도인 브뤼헤로 향합니다. 브뤼헤를 대표하는 브루어리인 드할브만 브루어리(De Halve Maan Brouwerij)를 찾아가기 위해서였습니다.

브뤼헤 랜드마크 벨포트(높이: 83m)

유럽에서 손꼽히는 아름다운 도시인 벨기에의 브뤼헤는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선정될 만큼 멋진 경관과 건축물들로 유명하지만, 맛 역시 빠질 수 없는 자랑거리입니다. 드할브만 브루어리는 브뤼헤를 대표하는 브루어리로 ‘Brugse Zot’라는 깔끔한 맛이 돋보이는 맥주로 유명합니다. 이 브루어리는 단순한 맥주 회사가 아닌 지역을 대표하고, 지역이 사랑하는 브루어리인데요, 미리 브루어리 투어를 예매한 덕분에 90분 동안 브루어리의 역사, 양조 시설, 양조 과정 그리고 맥주 시음 및 해설까지 드할브만 만의 매력에 한껏 빠져볼 수 있었습니다.

드할브만 입구에서
드할브만의 다양한 맥주 및 굿즈 라인업

 

드할브만 브루어리는 1856Henri Maes라는 지역 유지가 인수하며 시작되었습니다. 브루어리를 운영하던 Henri의 삼촌이 맥주 레시피를 지원해주었고 이를 바탕으로 차츰 성장을 거듭했습니다. 사업 초기에는 브루어리에서 양조한 맥주를 문 앞까지 배송해주는 맥주 딜리버리 시스템을 도입해서 큰 효과를 봤다고 합니다. 브루어리에서 직접 고용한 배달부들이 직접 들고 혹은 마차에 맥주를 싣고 배송을 했다고 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시대를 앞서간 서비스라고 볼 수 있겠네요.

 

옛 딜리버리 서비스

 

지난 2016, 드할브만 브루어리는 대단한 선택을 합니다. 브루어리에서 다소 거리가 있는 곳에 위치한 맥주 병입 공장을 연결하는 지하 파이프라인을 건설한 것인데요, 그 거리가 약 3.2km라고 합니다. 보통은 브루어리에서 만들어진 맥주를 트럭에 옮겨 싣고 병입 공장까지 운반하여 그곳에서 작업을 하는 시스템을 선택했을 텐데, 브루어리에서 병입 공장까지 가려면 도심을 통과해야 하며,그로 인해 트럭 교통량, 생태 발자국이 발생할 것을 예측하고 브뤼헤 시와 함께 파이프라인을 공사하는 것으로 합의했다고 합니다. 그 합의에는 주민들의 지지도 함께 했다고 해요. 드할브만은 이 공사가 지역에 끼칠 부정적 영향을 줄이고자 GPS 등의 최첨단 장비를 총동원했고,개월로 공사 기간을 단축하고자 무려 4년의 준비시간을 두어 충분히 공사를 계획했다고 합니다.

 

파이프 라인 시작점
파이프 라인에 대한 설명

지금은 양조시설을 모두 현대식으로 교체했으나, 예전부터 사용했던 재래식 양조시설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한정된 공간을 버릴 것 없이 최대한 활용해서 양조시설을 만들어 놨는데요, 정말 과학적이고 정교하게 설치가 되어있었습니다. 양조를 적당히 알아서는 흉내도 낼 수 없을 정도로 훌륭한 시설이었습니다. 현재는 재래식 시설은 사용하지 않지만 워낙 컴팩트하게 시설이 설치되어 있어 양조시설을 철거하려면 건물 자체를 철거해야 한다고 해요. 그러나 유네스코에 등재된 이후 브뤼헤에서 건물을 건설하고 철거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여 브루어리 투어용으로 두고 있다고 해요.

브루어리 꼭대기에서 본 브뤼헤 전경. 건물이 좁은 대신 상당히 높아 주변이 훤히 보인다.
내려올 때 뒤로 내려와야 할 만큼 좁다.
좁은 건물에 정교하게 설치한 맥주 저장조
건물 구조를 활용한 양조 원리를 설명하는 그림

드할브만의 대표 맥주는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Brugse Zot’와 이후 개발된 ‘Straffe Hendrik’입니다. 브루어리 투어의 마지막 코스로 두 맥주를 맛보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드할브만 브루어리 투어 해설사는 ‘Brugse Zot’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는데요, 실제로 브뤼헤 시 어디서든 ‘Brugse Zot’ 생맥주를 마셔볼 수 있습니다.

드할브만 탐방 마무리

드할브만 브루어리는 맛있는 맥주를 만들고, 지역을 생각하며 주민들과 항상 호흡하는 살아있는 브루어리였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점은 이들이 큰돈을 들여 3.2km 길이의 맥주 파이프를 건설한 가장 큰 목적은 미래 세대를 위함이라는 부분이었습니다. 지하에 파이프를 만든 덕분에 주민들이 매연 없고 안전한 길을 다닐 수 있고, 또 파이프 자체가 지역의 자랑거리가 되어 많은 이들이 이를 보기 위해 드할브만을 방문하고 그들의 사명에 공감해 맥주를 구입할 수 있으며, 이런 과정은 미래에 브뤼헤에서 살아갈 세대들에게 현세대가 줄 수 있는 재산이라는 것이지요. 맥주가 가진 사회적가치를 넘어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야 하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해 준 시간이었습니다.

 

De Halve Maan에서 초록공작소가 배운 점!

- 크래프트 비어는 맥주 이상의 정신을 파는 것이다.

- 지역과의 소통을 뛰어넘어 늘 지역 안에서 함께 호흡해야 한다.

- 맥주는 과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