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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SEEKER:S Story/*생각공방

[액션프로젝트 #5] 마을공동체를 위한 한 걸음, 언니네 작은 도서관 / 생각공방



골목을 돌면 만날 수 있는 작은 도서관


대림역에서 나와 뜨거운 햇살을 맞으며 얼마나 걸었을까. 어느 골목 나귀, 이제는 쉽게 볼 수 없는 구멍가게에서 마실 것을 사고 몸을 돌리니, 동네 교회 한 켠에 걸린 샛노란 간판이 우리를 반겼다. 우리는 그렇게 언니네 작은 도서관에 도착했다. 





마을에 의한, 마을을 위한 공간


미닫이문을 조심스레 열고 들어가니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곳은 사서 자리 옆에 마련된 작은 카페 공간, 그리고 그 뒤에 걸린 후원자 명단이었다. 플래카드를 빼곡히 매운 후원자의 이름은 언니네 작은 도서관이 마을 사람들이 함께 기획하고 꾸린 공간이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우리는 도서관 한 켠에 마련된 테이블석에 앉아 이명희 운영팀장님과 인터뷰를 가졌다.




권: 우선,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하다. '언니네 작은 도서관'은 어떤 곳인지, 어떻게 출발하게 되었는지 알고 싶어 이렇게 방문하게 되었다.


이: 언니네 작은 도서관은 안전한 마을을 만들고자 하는 생각에서 시작한 공간이다. 작년에 영등포 지역을 중심으로 마을안전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적이 있었는데, 대림동 같은 경우 더른 동네에 비해서 아이가 안전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안전한 동네는 어떤 곳인가? 이모 삼촌들이 많은 곳이다. 사람들이 서로를 알고, 서로의 자녀를 알면 아이들이 길을 지나가도 돌봐줄 사람이 생긴다. 지역을 활성화하고 사람들을 서로 알게 할 수 있는 마을 공동체를 만들어야겠다는 목표가 생겼다.


이 곳은 누구에게나 열려있다. 아이들이 책만 보는 것이 아니라 마을주민 누구나 와서 책을 보고, 쉬고, 수다를 떨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공간이다. 현재는  다양한 모임과 활동을 열고 있고, 기혼여성의 참여를 장려하고 있다. 


김: 후원자 명단이 인상적이다. 설립과정에서 마을 분들의 도움이 컸던 것 같다.


이: 그렇다. 우리는 특정 단체가 주도한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주민들이 같이 참여해서 만든 공간이다. 2013 12월달에 개관을 했는데, 개관 두 달 전부터 마을을 돌며 후원, 기증, 재능기부 요청하고 다녔다. 개관 전이었는데 주민분들이 우리의 취지를 이해해주시고 선뜻 도움을 주시겠다고 나서주셔서 정회원 133명, 준비위원 479명과 함께 공간을 준비할 수 있었다. 현재 우리가 가진 장서가 6,000여권 되는데 시작은 3,000여권 정도였다. 나머지 절반은 주민분들이 기증해주셨고, 지금도 계속 기증해주시겠다는 연락을 해주시고 있다. 지금도 우리는 후원회원과 함께 도서관을 운영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 분들께는 강좌 할인 혜택, 북카페 혜택, 대출 관련 혜택 등을 지속적으로 드리고 있다. 







박: '작은 도서관'이라는 이름이 특이한 것 같다. 이름에 특별한 의미가 있는지?


이: 많은 사람들이 '작은 도서관'이라 하면 규모가 작은 도서관을 생각한다. 물론 우리는 민간 운영이기 때문에 운영비 등의 문제로 다른 도서관들과 규모의 차이가 있을 수는 있지만, 규모가 작아서 작은 도서관은 아니다. '작은'의 개념은 동네에 5분 거리마다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엄마 아빠의 차를 타고 가야만 하는, 시나 도에 하나씩 밖에 없는 도서관이 아니라, 아이들이 걸어갈 수 있는 도서관이다. 구립도서관은 멀리 떨어져 있고, 책을 좋아하는 환경을 만들기는 어려운 곳이다. 그런 반면 작은 도서관은 포근하고 가족같은 공간, 좋은 책이 많이 있는 '놀이 공간'이다. 아이들이 스스럼없이 찾아와 책과 친해지는 곳이다.


김: 지금까지 운영해오시면서 많은 일들이 있었을 것 같다. 특히 민간 운영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이: 좋았던 점도 답해도 되나? (웃음) 운영을 하면서 피부로 느끼는 긍정적인 점 중 하나가 도서관에서 함께 일하시는 분들이 이 곳을 집처럼 여겨주신다는 점이다. 현재는 서울여성회 회원 분들께서 보수를 받지 않고 상근을 해주시고 계시는데, 모두들 온 마음을 다해 아이들과, 주민 분들과 교감하며 이 공간을 운영하고 계신다. 그 분들이 작은 도서관에 애착을 가져주시는 것을 볼 때마다 이 공간이 정말 포근하고 친근한 곳이 된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또 다른 좋은 점은 이 곳을 찾아주시는 주민 분들께서 이 곳을 정말 좋아해주신다는 것이다. 작은도서관은 다양한 분들이 방문하시지만 주로 아기 엄마들이 많이 오신다. 가족끼리 음식을 싸서 놀러오시기도 하고, 어린 아이들이 와서 맘껏 놀고 가기도 한다. 다른 도서관들에서는 조용히 해야 하지만 이 곳은 그렇지 않으니까, 아이들이 한 번 오면 집에 가기 싫어하는 경우도 종종 봤다. (웃음)


물론 인력이나 재정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또 우리가 '사업'으로 지원 받는 것이 있다보니 성과를 많이 내야 한다거나 감사를 준비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하지만 모두가 함께 공간을 꾸려나가며 느끼는 보람이 더 큰 것 같다.





권: 우리 동네에도 이런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말씀하신 것처럼 주민분들께 많은 사랑을 받는 공간인 것 같다. 그렇다면 작은 도서관이 대림동을 마을 공동체로 만드는 것에 얼마나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하나?


이: 우선 개관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큰 변화를 보기는 어렵다.  도서관에 모여 다문화 가족같은 우리 마을의 문제를 함께 논의하는 모습을 종종 찾아볼 수 있는 정도다. 하지만 확실한 점은 주민분들이 우리가 마련한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시고 있다는 점이다. 여성과 아이를 위한 성교육 세미나나 여름방학 기간 동안 떠날 수 있는 캠프 같은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제공하려 하고 있다.


가장 좋은 반응을 얻었던 것은 '책 읽어주는 언니네'라는 프로그램이다. 아이들을 모아놓고 책을 읽어주고, 프로젝터로 그림이나 영상을 보여주고, 이야기가 끝나면 함께 모여 그림을 그린다. 간단한 프로그램인데도 아이들이 너무나 좋아해서 굉장히 뿌듯하다. 이 프로그램 때문에 도서관을 찾는다는 학부모 분도 굉장히 많다. 또 '동화모임'도 인기가 많다. 아이들에게 동화를 잘 읽어주기 위해 어른들이 먼저 동화를 공부하는 모임이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시는 분들은 함께 모여 또래 아이들에 대해 이야기도 하고 서로를 알아가신다.


또 고무적인 것은 다른 동 주민분들이 이곳과 같은 공간을 원하고 계신다는 점이다. (언니네 도서관은 대림 3동에 위치하고 있다) 도서관을 설립할 때 대림 1, 2, 3동을 모두 찾아다니며 후원을 받았었는데, 이제 대림 1동과 2동에 계시는 분들이 자기 동에도 작은 도서관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신다. 현실적인 제약이 있지만, 더 많은 분들이 우리 '작은 도서관'을 사랑해주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혹시라도 작은 도서관 같은 공간을 만드실 생각이 있는 분들은 연락 주시라. 적극적으로 도울 준비가 되어 있다.






작지만 작지 않은 공간, '언니네'를 떠나며


마을 공동체와 도서관. 어떻게 보면 가깝다 볼 수 없는 두 개념을 엮어 탄생한 공간에서 우리는 이제 막 태동하기 시작한 '공동체'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벽면을 가득 채운 책장 반대편에는 아이들을 위한 놀이공간이 있고, 그 옆에는 모임을 위한 세미나실이 있는 곳. 찾아오는 사람들을 위해 커피와 차를 제공하는 곳. 책을 통해 서로가 서로를 알아가며 보다 가깝고 안전한 마을을 만드려 하는 이 곳은 '인문학적 공간'애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했다. 생각공방은 생각을 나누는 것에 그치지 않고, 생각을 나누는 사람들의 공동체를 만들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다.



WRITER 김다진

PHOTO 손성호, 박창현

INTERVIEWER 권은진, 김다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