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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SEEKER:S Story/*더넥스트

[액션프로젝트]소셜픽션: 따로 또 같이, 대학의 미래를 말하다(소셜픽션w/s)

20대, 우리는, 지금, 대학에서 무얼 하고 있는가?



대한민국의 대학생들은 모두, ‘혼자’ 바쁘다.  저마다 졸업이수 학점을 채우기 위해 무작정 수업을 듣고, 학기 중엔 예고 없이 쏟아지는 온갖 과제와 시험, 방학 때에는 각종 공모전과 대외 활동, 해외 봉사, 아르바이트나 인터경험을 쌓아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뿐인가, 토익과 취업면접, 최근에는 SAT나 다양한 자격증 시험까지 두루두루 준비해야 하는 건 물론이요 거기다 ‘20대’다운 패기와 열정, 꿈까지 갖춘 ‘인생 스토리’까지 만들어야 성공한다고 하니 초중고 시절을 대학 입시만 바라보고 달려온  이들은 어안이 벙벙하다 못해 억울할 지경이다. 하지만 착하고 성실한 우리 학생들은 또 머리에 쥐가 나고 녹초가 되도록 열심히 노력한다. 끝난 것만 같던 고3 시절의 지겨운 자습 풍경은 다시 대학교의 강의실과 도서관에서 재현된다. 그러나 언제 어디서든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딴 생각을 하고, 쓸데없는 질문을 던지며, 뜬 구름잡는 소리를 하는 이들이 있긴 마련이다. 각자 머물고 있는 대학 안(혹은 밖)에서, 각자의 화두와 문제의식을 가진 청년들이 있었고, 진정한 의미의 배움과 대학에 대해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혼란스러운 시대, 불안 사회, 흔들리는 대학.

그 가운데 모인 20대 청년들의 발칙한 소셜픽션: 감히, ‘미래의 교육’을 상상하다.


그렇게 모인 소셜스터디 멤버들에게 가장 처음 주어진 미션은 다름 아닌 각자 다니고 싶은 대학을 소셜픽션으로 써내는 일이었다. 1소셜픽션이란 사회에 대해 제약 조건없이 상상하고 이상적인 미래를 그리는 기획 방법이다. 이때 상상은 공상이나 예측과 달리 의지가 담긴다. ‘이런 미래가 올 것’ 이라는 막연한 예측이 아니라, ‘이렇게 되면 좋겠다’라는 염원이다. 즉 여기서 상상이란 예언자나 공상과학 소설가가 하는 일이 아니라,  특정한 조직의 변화를 원하는 사람들의 마음 속 염원을 확인하는 일이 된다.

 


소셜픽션을 쓰기 전에, 대학생 멤버들은 각자가 생각하는 대학의 문제점과 그에 대한 불만, 문제의식 등을 구체화시키는 것에서부터 시작했다. 그 다음 서로가 생각하는 쟁점들에 대해 토론하고 이를 분류해나가면서 그에 대한 대안과 해결 방안을 국내 외 사례들을 조사했고, 이를 토대로 각자가 상상하는 대학의 모습을 소셜픽션의 형식으로 그려냈다. 아래에서 그 여정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대학불만제로: 짜증스런 투덜거림에서 근거있는 비판으로


한국사회에서 ‘대학생’이라는 신분은 그리 찾아보기 힘든 것이 아니다. 최근 들어 하락세이긴 하지만, 한국의 대학 진학률은 여전히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 9월 4일 교육부가 공개한 ‘2013년 교육기본통계’에 따르면 올 2월에 고등학교를 졸업한 63만1197명 가운데 대학(전문대 포함) 진학자는 44만6474명으로, 졸업생 대비 대학진학률은 70.7%로 나타났다. 말 그대로 ‘모두가’ 가는 대학이지만 이에 대한 만족도는 아직 높은 대학 진학률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현재 대학에 다니고 있거나 과거 대학에 다녔던 소셜스터디 멤버들은 각자의 경험을 토대로 대학에 대한 막연한 불평과 불만들을 구체적인 언어로 풀어 과정을 거쳤다. 이를 통해 대학 내 공간, 행정, 등록금, 수업방식, 전공/과목선택, 평가제도, 교수와 학생간 관계, 교육내용, 대학의 의미, 대학의 역할 등의 다양한 주제를 아우르는 구체적인 질문들을 뽑아낼 수 있었다. 아래는 나온 질문들의 일부이다.

 


대학에서의 배움의 목적은 새로운 지식의 획득인가 사과의 확장과 표현인가?

시험이나 성적제도가 없어진다면?

모두가 대학에 가야하는가?

대학 졸업장은 무엇을 보장하는가?

대학생에 대한 사소한 편견에서부터 사회적 압박까지, 대학생이라서 감당해야 하는가?

대학은 왜 점점 커져야만 하는가? 작은 대학은 불가능한가?

대학은 졸업생들의 사회진출을 보장해야 하는가?

'필수'교과 과목. 누구마음대로?

왜 교수님은 혼자 수업하실까?

어중간한 공강시간, 어디로 가야하나?

학생회의 역할은 무엇인가?

누구를 위한 행정인가?

고등교육은 사업의 대상인가?

 

 

대학에 대한 단순한 고민과 불만을 넘어, 위의 질문들이 새로운 변화와 상상, 혁신의 시작이 되는 될 수 있도록 하는데 주안점을 두었다. 이를 바탕으로 소셜픽션을 구상하였으며, 각자가 다니고 싶은/ 만들고 싶은 대학을 그리는 데 한발 더 다가가갈 수 있었다.  


 



 

고민의 아웃소싱: 세계의 교육현장에서 찾아낸 혁신의 자취들

1) 교육계의 샛별, 무크(MOOC)

2 미국에서 시작된 대규모 온라인 공개 강의 ‘무크(MOOCㆍMassiv Open Online Courses)’가 빛의 속도로 진화하고 있다. 무크는 고대 그리스 플라톤의 아카데미 이후 대학 체제의 두 가지 근간 즉, 학점 인정 권한과 등록금 책정 독점권을 근본으로부터 흔들고 있다.


무크시대의 도래를 두고 하버드대학 총장은 올 가을 신입생 축사에서 미국 대학체제에 대한 ‘지진(seismic)’이라고 지칭했고 스탠퍼드대학 총장은 미국대학들에 ‘쓰나미(Tsunami)’가 몰려오고 있다고 말했으며 MIT 총장은 ‘전복적(disruptive)’이라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즈의 컬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만(Friedman)은 무크가 기존 대학 체제에 미칠 영향을 ‘대학 혁명(Revolution)’이라는 용어로 정리했다.


급기야 지난 8월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무크를 적극적으로 이용해 대학 교육의 질을 높이고 학비를 줄이는 대학을 우선적으로 차등 지원하겠다는 대학 교육개혁안을 발표했다.


무크는 10여년 전 시작된 미국 명문대의 공개 강의(OCW/Open Course Ware)와는 차원을 달리한다. 첫째, 무크는 온라인으로 진행하지만, 강의, 시험, 채점, 토론, 수료증 등이 정규 수업과 똑같이 진행된다는 점이다. 수업당 인원수는 거의 제한이 없고 수업료도 거의 무료로 제공된다. 둘째, 무크가 대학들의 정규 학점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여러 주에서는 법적인 보완이 이루어 졌거나 법적 절차가 진행 중이다.


앞으로 5년내 세계 유명 대학이 제공하는 무크 강좌는 무섭게 늘어날 것이다. 교양수업과 전공 입문 수업은 무크로 대체하는 3년제, 2년제 대학도 생겨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대학 등록금도 지금보다 4분의 1 혹은 2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 것이다. “



위처럼 무크는 단순히 세계의 명문대학들이 무료로 수업을 제공하는 것 만을 뜻하지 않는다. 이는 고등지식을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온라인으로 누릴 수 있다는 것, 새로운 차원의 지식 전달이자 교육의 혁신인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학위인정, 수업 이수률, 온라인 평가의 공정성 등 앞으로 개선되어야 할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2. 가르침과 배움의 개념을 새로 쓰는 ‘거꾸로 학습’(Flipped Learning)


3. “지난해 8월 ‘KBS파노라마’ 팀은 부산의 초중등학교 교사들과 함께 ‘거꾸로교실’이란 수업방법을 도입해 2학기 내내 실행하고 그 과정을 기록했다. ‘거꾸로교실’은 영어로 ‘Flipped Classroom’이라 불리는 교육방법. 국내에는 생소하지만, 2010년 무렵 미국에서부터 시작해 최근 수 년 사이 미국 뿐 아니라, 호주, 유럽 등 전 세계적으로 급속도로 퍼져나가며 주목을 받고 있다.

수업 개념은 아주 단순한 발상의 전환에서 시작된다. 원래 교실에서 하던 지루한 강의식 수업을 동영상으로 만들어 학생들이 수업 전에 미리 보도록 하고, 교실에서는 강의 대신 다양한 활동으로 재미와 공부의 깊이를 더해준다는 것. 그런데, 결과는 놀라웠다. 학업 성과 뿐 아니라 교실붕괴, 학원폭력, 컴퓨터 중독 문제까지, 전 세계가 골머리를 앓고 있는 현실 교육 문제의 근원적 치유와 동시에 미래를 대비하는 획기적인 교육혁신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

불과 한 학기 사이 마법같은 결과를 보여준 ‘거꾸로교실’ 실험의 성과와 세계 각국에서 진행되는 교육혁신의 사례들을 통해 위기에 처한 한국 교육의 탈출구를 제시한다.”

 

 

KBS 1TV ‘KBS파노라마’ ‘21세기 교육혁명-미래교실을 찾아서’ 중. 교사가 수업시간에 일방적으로 강의를 하는 대신 학생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위의 다큐멘터리에서 묘사된 플립드 러닝을 주제로 소셜스터디 멤버들은 논의를 이어갔다. 중고등 교육에서 검증된 플립드 러닝의 효과를 대학의 수업환경에서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인가, 플립드 러닝에서의 대화와 토론은 시험을 위한 것이 아닌 진정한 의미로서의 학문에 가까운가, 플립드 러닝 과연 모든 전공과 학문 분야가 적합한 교육 방식인가 등 심화된 질문을 바탕으로 한 토론이었다.

 


3. 생각을 디자인하는 혁신 레시피를 찾다: 스탠포드 D-SCHOOL

 


4스탠퍼드 디스쿨은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회사 SAP를 공동 창업한 하쏘 프래터너(Hasso Plattner)가 지난 2005년 350만 달러를 기부한 것을 모태로 만들어졌다. 디스쿨(d-school)은 디자인스쿨(Design school)의 약자다. 하지만 디스쿨에서는 역설적으로 디자인을 가르치지는 않는다. 디자인이라고 하면 가구 디자인, 자동차 디자인이나 옷 디자인 등 무늬를 만드는 것을 떠올리지만 디스쿨은 이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디자인하는 방법을 가르친다. 디자인스쿨이 맞긴 하지만 전통적 의미의 디자인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혁신과 창조하는 방법을 디자인하는 것을 가르치는 학교라는 의미다.

디스쿨은 학위와 학점을 주지 않는다. 왜냐하면 학부나 학과가 아니기 때문이다. 기존 디자인스쿨 또는 비즈니스스쿨은 별도로 입학과 졸업의 과정을 거치고 학위를 딴다. 대학, 대학원에 가는 이유가 학위 아니던가. 하지만 디스쿨은 학위를 주지 않는다. 이 과정을 수료하면 동문(alumni)이 될 뿐이다.

디스쿨은 비즈니스스쿨이나 로스쿨처럼 따로 지원해서 들어가는 곳은 아니다. 스탠퍼드 대학원에 다니면 누구나 등록할 수 있다. 즉 디스쿨 전공이 아니라 자신의 전공이 있고 디스쿨은 수료하면 된다고 보면 된다. 그래서 디스쿨은 화학과, 정치학과, 미디어학과, 의학과, 법학과, 엔지니어링, MBA 등 다양한 전공을 가진 학생들이 모인다. 창조적 아이디어는 다양함과 다름에서 나오기 때문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이를 디스쿨에서는 '극단적 협력(Radical Collaboration)'이라 부른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서로 다른 관점과 다른 경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소셜픽션: 따로 또 같이, 대학의 미래를 말하다



서정_ 진정한 대학에서 학생을 어떻게 길러내야 할 것인가? ‘깊이 있는 사고’와 ‘넓은 사고’, 그리고 지식인으로서 ‘사회적 책임감’을 느끼는 것. 이 세 가지에 초점을 맞추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현재의 대학에서는 학과로 나누어 그 전공수업들을 강조하는 것을 보아 한 분야에 대한 깊은 사고에 초점이 맞춘 교육 같다.


민재_10년 뒤 수업 방식의 변화는 대학을 비롯한 사회 전체의 교육 패러다임에 전환을 가져올 것이다. 전통적인 교육 방식은 지식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면 미래에는 스스로 생각하고 의견을 나누고 질문하고 의문을 던지는 것이 가능한 환경을 만드는데 가치를 부여할 것이다. 이런 변화는 비단 수업 방식 하나에 한정된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교실의 형태, 수업의 내용, 평가의 방식 등 다양한 곳에 복합적으로 영향을 줄 것이다. 하나의 변화가 다른 영역에도 도미노처럼 영향을 줄 것을 기대하며 대학의 수업 방식의 변화를 눈 여겨 본다.


건영_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대학은 젊은이들이 자기 적성에 맞게 자기 원하는 삶을 대학 안에서 많은 대화를 통해 찾아나가는 것이다.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의 적성을 살릴 수 있도록 마술의 같은 힘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은 교육 방법일까?  정해진 대로 움직이는 수동성이 학교가 정한 틀이 아니다. 학생이 학교에 맞추는 것이 아니다. 학생과 학교가 경쟁자가 아는 협력을 통해 함께 걸어가는 것이다. 교수는 학생을 하위 개념으로 보는 것이 아니다. 동반자의 개념으로 학생들의 의견을 적극 들어준다. 거기서 학생의 적성 시너지가 나올 것이다.


정은_ 우리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1학년 때부터 전공으로 분류되지 않고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중시하기 때문에 소규모 집단으로 이루어져 있다. 한 반은 스무명이 넘지 않으며 4년 동안 이 기본 관계는 끝까지 유지된다. 그래서 학교가 마치 여러 부족들이 모여 사는 곳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1학년은 이 관계 속에서 자신의 흥미를 찾아 다양하게 수업을 들을 수 있다. 전공수업, 필수교양 등으로 지정해 놓은 과목은 없지만 공통적으로 많은 시간을 독서, 생활기술 습득, 지역에서의 활동에 쏟게 된다. 앞에서 언급했던 작은 집단 단위들은 학생들이 위와 같은 활동들을 시도하는 첫 번째 집단인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 대학의 중앙기구에서 제공하는 수업들을 원한다면 들을 수 있으나 1학년 동안 부족 내에서 자체적으로 이루어지는 토론회나 독서모임, 공방활동 등에만 참여에도 전혀 상관이 없다. 학생들은 이수학점에 시달리지 않고 작은 그룹 내에서 자신의 흥미를 발견하는 과정을 지지 받고 깊이 있게 시도해 나가게 된다. 충분한 시간을 갖는 것이 1학년 생활의 최대 원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