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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SEEKER:S Story/*스페이스100

[해외탐방프로젝트#3] 아이들에게 상상력을! 플레이파크 / 스페이스100


버려진 놀이터와 아이들의 창의력

플레이파크를 방문하기에 앞서, 우리는 한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버려진 놀이터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했다. 무차별적으로 들어서는 아파트에 꼭 세트처럼 들어서는 놀이터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노후 되고 관리가 되지 않아 아이들의 공간이 아니게 되어 버리는 경우가 많다. 더욱이 키즈카페와 같은 실내 민영놀이터들이 급부상하게 되면서 아이들은 규범화된 공간에서 규제를 지키면서 놀게 된다. 인공적이고 획일적인 공간에서 아이들은 규칙 속에서 움직여야 하지만, 이 아이들이 크면서 늘 듣는 소리는 창의성을 가지라는 것이다. 하지만 부모들이 아이들의 창의력을 키우기 위해 하는 일은 고작 창의적으로 풀어야하는 문제집을 풀게 하는 것뿐이다. 정말로 아이들의 창의력을 키워주고 싶고, 상상력을 자극하고 싶어 한다면, 더 이상 획일적으로 조성된 공원녹지나 놀이터가 아닌 곳에서 아이들이 마음껏 창의적으로 놀 수 있는 공간을 먼저 만들어줘야 하지 않을까.

 


<아이들과 건축가가 함께 만든 놀이기구>

 

시부야 하루노 오가와 플레이파크

하루노 오가와 플레이파크는 2004년 시부야구의 위탁을 받아 현재까지 NPO ‘시부야의 놀이터를 생각하는 모임이 운영해나가고 있다. 2명의 플레이리더가 상주하고 있으며 지역주민과 함께 진행하는 이벤트나 프로그램들도 정기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수다카페모두 손놀이를 하자!’ 등이 그 예이다. 우리가 방문하기 한 달쯤 전에 10주년 기념파티를 진행했다고 한다.


플레이파크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입구에서부터 곳곳에 아이들의 손길이 하나하나 거치지 않은 곳은 없어보였다.

 




<하루노 오가와 플레이파크에 들어서는 입구>

 



<하루노 오가와 플레이파크를 소개하는 글>

 

플레이파크에서 배우고 익히는 아이들

플레이파크는 기존의 공원이나 놀이터와는 달리 물, , , 나무 등을 이용해 노는 공간이다. 아이들은 플레이파크 안에서 웅덩이를 파고, 나무를 꺾어 재료로 쓰고, 불을 피운다. 아이들이 불을 가지고 논다는 것에 대해서 걱정하는 입장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플레이파크를 방문해서 아이들이 불을 가지고 노는 모습을 지켜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플레이리더나 부모가 옆에서 도와주고 있고, 아이들 또한 먼저 불에 대한 위험과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훈련받고 있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플레이파크는 아이들에게 다치는 것에 대해 책임진다는 것을 배우고, 위험을 익히는 곳이다. 그 책임 안에 자유로움이 있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세를 가지게 되면서 본인이 놀고 싶은 곳으로 만들어나가기도 한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플레이파크와 아이들이 지역사회로 녹아들게 된다. 동떨어져서 각자가 이용하던 도시 녹지공간이나 공원과는 달리 플레이파크는 지역주민들이 모일 수 있고 자연스럽게 커뮤니티가 형성되는 계기가 된다. 예를 들어 우리가 방문했던 시부야 하루노 오가와 플레이파크의 경우에, 옆에서 키우는 텃밭 작물들을 아이들이 직접 키우는 것이냐고 물으니 지역주민들이 플레이파크로 와서 함께 키우는 것이라는 답을 들었다. 이와 같이 플레이파크는 지역커뮤니티 형성에 자연스럽게 하나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플레이리더와 함께 놀고 있는 아이들>

 

지역사회 속의 플레이파크

그런 의미에서 플레이파크는 유휴공간을 지역사회에 보탬이 되도록 활용하는 사례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누구나 상상 가능하도록 빈 자투리 공간을 무분별하게 텃밭, 꽃밭, 공원, 녹지 공간 등으로 만들어내는 것보다 훨씬 더 일반 시민들에게도 설득력을 가지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노후된 놀이시설들이 가득하거나 가로등이 꺼져있고, 늘 관리가 되지 않아 치안의 문제점이 되는 놀이터를 바꿔본다는 상상을 할 수 있지 않을까. 동네에 늘 있는 담배꽁초와 쓰레기 가득한 놀이터가 아니라 주변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 언제나 오가면서 자연스럽게 아이들이, 어른들이 만날 수 있는 공간으로 바뀐다는 상상. 만약 그 상상이 한국에서도 하나의 사례로 자리 잡는다면 큰 사업비를 들이거나 재개발이 아니더라도 그 동네에서 살고 싶은 이유가 생기지 않을까.

 



<지역주민들과 함께 관리하는 플레이파크 안의 텃밭>

 

마을만들기와 플레이파크

마을 만들기가 한국에서 가장 큰 난관에 부딪혔던 건, 그리고 지금도 문제가 되고 있는 지점은 베드타운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출퇴근길 빽빽하게 들어찬 지하철과 광역버스, 지역버스들을 보거나 직접 타게 되면 사실 일상이 빡빡한 이들에게 퇴근하고 나서 마을만들기 활동을 하자는 것은 억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하지만 역으로 생각해본다면 누구나 자연스럽게 참여할 수 있고, 오가다 들릴 수 있는 곳이 있다면 직장인들도 마을만들기에 참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을만들기의 주체는 그 동네에 사는 주민이어야 하고, 주민은 노인과 애기엄마들 뿐만 아니라 출퇴근하는 사람이나 지역 상가까지 포괄해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그러한 관점에서 봤을 때 플레이파크는 아이들과 어른들이 한 데 모일 수 있고 마을의 거점이 될 수 있는 사례라는 것이다.



플레이파크가 한국에서 만들어진다면

완성된 놀이터가 아니라 아이들이 스스로 만들어나간다는 것에 의문을 품는 어른들이 많다. 사회화 과정을 완벽하게 끝마친 어른들의 시선으로는 아이들이 스스로 무엇인가를 해나간다는 것에 대해 위험하고 더럽게 느껴질 수 있다. 온 몸에 진흙칠을 한 아이가 집으로 돌아온다면, ‘오늘 뭐하고 놀았니?’보다 당장 들어가서 씻으라는 훈육과, 빨래에 대한 걱정이 먼저 앞설 것이다. 그래서 한국에서 만들어진 모험놀이터의 사례를 보면 모험놀이터라기 보다 좀 더 다양하게 놀 수 있는 친환경 소재로 만들어진 놀이터라고 보는 것이 맞다. 플레이파크는 지역적 커뮤니티를 만드는 장이 될 수 있고,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창의적으로 놀 수 있는 공간이라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아이들의 안전문제나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가지는 걱정이나 부모-자식의 관계에 대한 사회적 구조의 관점에서 바라볼 때 한국에서 진정한 의미의 모험놀이터가 만들어지려면 아직은 좀 더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플레이리더와 플레이파크를 이용하는 아이들, 그리고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