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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SEEKER:S Story/*기억발전소

[기억발전소 해외탐방] ④ 화이트채플 갤러리, 런던박물관, 영국도서관

기억발전소는 탐방 4일차에 문화예술을 접목한 아카이브 사례로서 화이트채플 갤러리 아카이브에 방문하여 아카이브 운영과 아카이브를 활용한 전시의 방식에 대해 알아보고자 하였다. 또한 다양한 구술기록물을 수집, 활용하고 열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런던박물관과 영국도서관에 방문하여 그 현황을 알아보고자 화이트채플 갤러리와 함께 방문하였다.

 

 

화이트 채플 갤러리((White Chapel Gallery, 이하 WCG)는 1901년 이스트 런던 지역 주민들에게 좋은 예술을 제공하기 위해 설립된 공공미술관이다. 산업혁명과 빅토리아 시대에는 이스트엔드에 해당하던 이 지역은 당시 가장 후미진 지역의 하나로 범죄와 매춘의 대표적인 공간이었고, 20세기에 들어서도 다양한 인종이 모여사는 도시빈민가였지만 지금은 런던의 문화예술에 관심이 많은 힙스터들이 몰려드는 공간이 되었다. WCG는 1939년 영국 최초의 피카소(Picasso)의 ‘게르니카(Guernica)’ 전시를 시작으로, 잭 폴록(Jackson Pollock), 데이비드 호크니(David Hockney), 길버트 앤 조지(Gilbert & George), 신디 셔먼(Cindy Sherman), 낸 골딘(Nan Goldin), 폴 매카트니(Paul McCarthy) 등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유명한 현대적이고 당대의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들을 전시하고, 공공프로그램,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화이트채플 갤러리가 운영하는 아카이브는 사진 및 회화를 소장하는 것과 동시에 갤러리 초기 기록, 책임자의 기록, 전시 파일, 교육 파일, 공적으로 제공된 여러 자료들을 소장하고 있다. 2009년 4월 갤러리 옆에 있던 화이트채플 도서관이 이전하고, 이 공간에 화이트채플의 갤러리 공간, 아카이브 전시를 위한 갤러리인 팻 매튜 갤러리(Pat Matthew Gallery)와 자료 열람실인 포일 리딩룸(Poyle Reading Room), 레스토랑 등이 만들어졌다.

 

포일 리딩룸

화이트채플 갤러리 아카이브에는 아카이브 자료를 열람할 수 있는 포일 리딩룸과 아카이브 전시를 위한 팻 매튜 갤러리이 갖춰져 있다. 아카이브가 소장하고 있는 자료를 온라인 페이지를 통해 색인이나 단어를 활용해 검색할 수 있다. 아카이브 열람 신청서를 작성한 뒤 방문하여 자료를 열람할 수 있다. 아카이브된 자료는 온라인으로 검색할 수 있으며, 자료의 간단한 서지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포일 리딩룸

 

또한 아키비스트 외에 아카이브 큐레이터를 두어 아카이브된 자료가 다시 전시로 활용될 수 있도록 아카이브가 가진 콘텐츠를 단순한 형태의 진열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방법으로 아카이브 자료를 재구성하는 전시를 만들어낸다. 아카이브 전시를 위한 별도의 공간인 팻 매튜 갤러리와 함께 아카이브에서는 조금은 생소하지만 '아카이브 큐레이팅'을 전담으로 하는 아카이브 큐레이터를 두어 아카이브 관련 특별전 외의 다양한 아카이브 콘텐츠를 만들어나가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기억발전소 방문 당시 진행되고 있던 전시는 <A Utopian Stage>로, 화이트채플 갤러리와 발리 마흐로지(Vali Mahlouji)가 함께 큐레이팅한 전시로, 1967년부터 1977년까지 매년 여름 이란에서 열린 예술의 축제(The Festival of Arts)의 관한 아카이브 필름, 사진, 극장 프로그램 원본, 포스터 등을 보여주는 아카이브 전시였다.

 

팻 매튜 갤러리, 전시 <A Utopian Stage: Festival of Arts Shiraz-Persepolis>

 

러리에 깃든 장소성과 역사는 차치하더라도 실제 전시장을 구성하는 자원봉사자들이 자신이 맡은 역할 대하는 태도, 관람객과 작품을 연결해주는 문화 커넥터로서의 소명의식이 흥미로웠고, 별실로 되어있는 아카이브 룸에 사람들이 드나들며 찾아보는 과정, 갤러리 아카이브를 가지고 작업한 작가의 작품이 인상 깊었다.

 

갤러리의 전시장 자원봉사자와 함께

 

 

 

이후 방문한 기관은 런던 박물관(Museum of London)이다. 런던 박물관은 1826년 설립되어 런던 중심에 관련된 다양한 고고학적 자료를 보유한 길드홀 박물관과 1912년 설립된 런던 박물관이 2차 세계대전 이후 합병하여 다양한 오브제, 회화, 의상 등의 고고학적 자료를 가지고 1976년 재개관한 것이다. 이후 런던 도크랜드의 항구와 강과 관련된 컬렉션을 모아 2003년 도클랜즈 박물관(Museum of London Docklands)을 개관하였다.

 

런던의 BC 450,000년부터 현재까지의 긴 역사를 보여주는 런던박물관은 당시의 시대상을 보여주는 다양한 유물, 회화, 사진, 영상, 모형, 디오라마 등이 전시되어 있다. 근대에 와서는 시민 인터뷰 및 구술기록물, 현대 예술 작품을 곳곳에 비치하여 관람객으로 하여금 동시대성을 느낄 수 있게 디스플레이하였다.

 

 

런던박물관은 1980년대부터 런던 주민을 대상으로 구술기록물을 수집하였고, 이주나 다문화에 초점을 맞춘 런던에서의 삶과 관련된 <General Museum of London recordings>, 런던 항구의 무역, 제조 등에 초점을 맞춘 <Working Life>, 1982년과 1990년 진행한 워크숍의 내용을 기록한 <London history workshop collection> 3개의 컬렉션으로 구성된 1800건의 런던 주민 생애사 기록물을 보유하고 있다. 박물관은 기록물을 활용하여 전시를 구성하며, 일반인이 이를 열람하기 위해서는 아카이브 열람 절차를 밟아야 한다.

 

 

따로 운영되는 아카이브실에는 2000여건, 5000시간 이상에 달하는 구술기록물이 보관되어있어 다양한 사람들의 구술기록 들을 수 있으며 검색에 용이하게끔 잘 카테고리화 되어 있었다. 런던 박물관 내 고고학 아카이브(The Museum of London Archaeological Archive)는 해크니의 Mortimer Wheeler House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지난 100년 이상의 런던을 조사하기 위해 약 8,500개의 고고학적 지역의 관련된 정보를 보유하고 있다. 오프라인 열람 서비스는 물론 카탈로그를 검색할 수 있는 웹사이트도 간편하게 .되어 있었다.

 

 

 

마지막으로 방문한 기관은 영국도서관이었다. 두 기관을 탐방하고 거의 끝날 때즘 도서관을 방문하게 되어 도서관에서는 많은 것을 체험할 수 없었다. 영국도서관은 대영박물관 산하의 도서관부로 시작하였으며, 1973년 영국의 국립 도서관 법안에 따라 주요 도서관이 통합하여 창설하였다. 대헌장 원본, 성서 필사본, 조지 3세의 책 등 1억 5천만 건 이상의 자료를 소장하고 있다. 영국도서관은 영국신문, 필사본, 음성 등을 컬렉션을 온라인으로도 열람을 제공하고 있다. 음성(sounds) 컬렉션은 음악, 단어, 자연의 소리, 구술사 등을 포함한다. 구술사는 영국에서의 삶, 일, 문화, 개인적인 경험 등을 23개의 세부 주제를 포괄하고 있으며, 서식스 대학의 매스 옵저베이션과 협력하여 ‘Observing the 1980s’ 컬렉션 또한 갖추고 있다.

 


영국 도서관은 국립기록보존소와 마찬가지로 책이나 기타 자료를 열람하기 위해서는 등록 절차를 거쳐야 한다. 상대적으로 오프라인 열람 절차보다 온라인 열람이 더 간편하게 여겨질 정도이다. 도서관이 보유한 서적, 지도 등의 자료는 아시아 & 아프리카 연구, 인문학, 지도 등 8개의 주제에 따라 분류된 개별 리딩룸에서 열람이 가능하다.

 

 

음성 자료 열람을 리딩룸에 위치한 컴퓨터의 ‘SoundServer’를 이용해 들을 수 있다. SoundServer에서 듣지 못하는 자료를 열람하고자 하는 경우는 별도의 신청 절차가 필요하다. 영국 도서관은 보유한 서적, 음성 등의 자료의 열람 서비스를 제공하는 동시에 구술 기록 수집과 같은 다양한 자료를 수집하고 별도로 마련된 전시공간에서는 전시를 진행한다. 당시 영국 도서관이 원본을 보유한 대헌장 800주년을 맞아 진행된 특별전시가 진행 중이었다.

 

 

갤러리, 박물관, 도서관은 서로 다른 형태의 기관이지만, 넓게 보면 뚜렷한 목적을 가진 아카이브 기관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아카이브라는 말이 전면에 드러나지는 않지만, 기관마다 다양한 수집, 컬렉션 구축, 보관, 열람 서비스 제공, 보유한 자료를 활용하여 다양한 전시, 교육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다. 기관들이 나서서 기관의 역할을 한정짓지 않고 지속적으로 다양한 활동들을 이어나가는 모습에서 영국이 보유한 다양하고, 방대한 양의 기록이 가능하지 않았나 생각해보았다.

 

또한 기관 방문을 통해 영국의 기관과 기관 사이의 네트워크가 잘 되어있음을 알 수 있었다. 국내에서도 각 기관의 아카이브들을 잘 링크하여 그 자료들이 문화예술파트에서 활용 가능한 예를 제시하여주고 아티스트는 물론 일반인들도 자연스럽게 아카이브에 대한 인식을 개선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오랜 시간을 돌아다녀도 해가 지지 않는다. 10시나 11시 즈음이나 되어야 어둑어둑해진다!

조금 더 놀다가 숙소에 돌아가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