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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SEEKER:S Story/*훌라

[해외탐방기] 훌라(0) : 탐방을 떠나는 우리의 자세

이탈리아 탐방을 함께 떠난 훌라 멤버들 - 좌측부터 문찬미, 안진나, 김효선, 나제현, 이영민(영상서랍)

훌라HOOLA는 북성로에서 함께 걷고 생각하고 활동하는 가운데 도시에 대한 문제인식을 공유하고 실험하는 가운데 놀다가 만들어진 팀이다. 근대건축물 리노베이션, 기술생태계 기록 및 문화적 계승을 위한 기획들을 함께 도모해 왔으며 연약하고 가치있는 것들이 쉽게 밀려나거나 삭제되지 않는 도시 문화 사이클을 만들고자 뜻을 모으게 되면서 2017년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도시에 켜켜이 쌓인 시간의 켜를 발굴하고 탐사하면서, 본질적이며 길들여지지 않고 자생적인 도시환경과 문화를 예술적이고 놀이적으로 풀어내고자 한다.

 

도시의 숨겨진 공간찾기 프로젝트 <히든 플레이스>
지역 청년들과 도시를 탐사하고 매개콘텐츠화하는 <도시탐사대>
우리사회에 틈을 내고 새로운 발견과 실험을 하는 <변방의 전술가들>

현재 근대공업기술의 발신지 대구 북성로를 중심으로 연구, 기획, 제작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북성로기술예술융합소 ‘모루(MORU)’를 운영 중이다. 단순히 지역문화를 발굴하고 활용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북성로와 북성로 기술장인들로부터 배우고 익힌 감각을 바탕으로 현대도시의 과도한 규제와 구조화된 질서에 질문을 던지고 우리의 삶을 삶답게 만드는 인간 본연의 야생성을 환기하는 활동 등을 펼쳐나가고자 한다. 이를 원동력 삼아 대구 지역 곳곳에서 장소성을 발견하고 이어가는 작업들로(도시탐사대, 변방의 전술가들, 사운즈오브시티, 오픈팩토리 등 도시 문화&예술기획, 도시의 문제를 공공화 시키는 캠페인, 공연, 거점공간 운영 등) 활동의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도시의 사운즈를 채집하고 직접 악기를 만드는 <사운즈오브시티>
북성로 기술생태계에 기반한 기술X예술 프로젝트 <오픈팩토리>

 

 

탐방배경

현재 국내 도시는 개발을 넘어 재생이라는 패러다임의 전환기를 맞고 있다. 하지만 기존 개발주의적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도시정비방식 관행들이 그대로 적용되며, 외국모델의 기계적 적용, 기능주의적 도시계획, 부동산 논리의 메가 프로젝트 등 재생의 본래적 의미를 상실한 채 진행되고 있다. 오히려 기존 공간과 건축의 무늬를 지운 채 새로운 하드웨어를 갖추는 것에 급급하며, 과거에서 현재로 이어지는 맥락과 장소성이 무시되는 현상을 목도하기도 한다. 하드웨어적인 방식은 깨끗하고 정돈된 눈에 보이는 것에 집중하게 만듦으로써 도시재생이라는 키워드를 가시적으로 드러낼 순 있지만, 상대적으로 도시의 오래된 이야기나 사람, 기억에 대한 것들을 소외시키며, 다시금 도시의 사이클을 단축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또한 지주나 관, 소수의 전문가그룹 등 소수의 인원이 도시재생사업을 주도하다보니 그들만의 리그라는 인식이 강하여,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도시는 누구의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거나 도시에 대한 권리를 피력하지 못한 채 피동적인 입장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시민들 스스로 자신이 살고 있는 도시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수동적이고 소비적인 도시사용법에서 탈피하여 도시를 사유하고 전유하는 상상력을 갖지 못한다면, ‘도시재생사업은 또 하나의 거대한 부동산 게임에 그칠지 모른다. 이는 또 다른 도시의 난민(개발로 인해 쫓겨나는 원주민들, 길고양이들, 오래된 나무와 들풀 등)을 발생시키며,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사회의 부채를 발생시키고, 도시의 많은 문제들을 초래하며, 철거를 통한 물질적인 쓰레기는 환경오염을 유발한다. 그리고 책임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사실 이러한 현상은 설명적이고 계몽적인 구호나 책자 등으로 시민들을 설득하는 것으로는 해결되기 어렵다. 딱딱하고 어려운 방식이 아니라, 그리고 제한된 몇 가지의 방법이 아니라 다채롭고 흥미로우며 재미있는 접근방식, 도시권 아젠다 생성 및 회복을 위한 활동, 또 다른 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 기회의 가능성을 열어두어야 한다. 재미없는, 지속가능하지 않은 도시재생 관행을 타파하고, 진짜 재생을 시작해야만 한다.

 

이에 우리는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를 탐사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국내외 다른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도시해킹 사례들을 살펴보고 도시를 주체적으로 살아내며 흩트리는 이들을 만나고, 그들이 만들어가는 공간들을 살펴보며 네트워킹을 해 오고 있다. 이들 대다수 활동의 첫 단계는 기존의 정형화된 혹은 강요되고 주어진 방식의 도시사용법 너머의 공간을 ‘장소’로서 재발견하는 것이다. 이러한 도시탐사는 민주주의의 이상이 잠식되는 상황에서 폭력이 아니라 유쾌한 전복적 방식으로 도시에 대한 자신의 권리를 되찾는 첫 번째 단계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이번 탐방을 통해 통해 수십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는 이탈리아 점거운동의 배경과 그 스펙트럼을 살펴보았다. 이는 일종의 도시연구이기도 하고, 우리의 활동에 영감을 불어넣으며, 또 다른 가능성을 상상할 수 있는 동기를 제공해 주리라 생각한다.

 

도시연구, 문화기획, 악기제작과 공연, 영상제작과 비주얼작업 등의 작업을 함께 해 나가고 있는 훌라 멤버들

탐방목적

우리팀은 공간의 문화정치와 점거운동 : 도시권의 확장 및 시민 자율성에 근거한 재영토화 라는 주제로 공간점거 운동 및 직접행동주의 활동을 펼치고 있는이탈리아의 단체들을 탐방하기로 했다

 

숨어있는 폐공간을 점거하고 문화공간으로 만든 이들, 사유지이지만 사용하지 않고 있는 빈땅을 점거하여 생태공동체를 이루는 이들, 나의 집을 자발적으로 내어놓음으로써 사유공간에서 공유공간으로 그라데이션 하는 사람 등 라이프스타일을 실험하는 이들을 만나 우리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 시도와 방법론 그리고 그것을 지탱하고 있는 정신을 발견하고자 했다.

 

이를 통해 도시의 평가 절하된 공간과 이야기들, 사람들을 놀이터화 하고 놀이터의 사용주체가 될 수 있는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하여 터무니가 살아있는 도시재생을 위한 사회적 업사이클링 서비스를 구축하는 또 다른 방법들을 찾고 수동적이고 소비적 도시사용법을 넘어 도시에 잠재된 야생성(기들여지지 않는, 정의되지 않은)을 일깨우는 소셜 액티비스트로 한 걸음 더 나아가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