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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Globalwork Story/홍자매(농가연계먹거리)

07.28~08.03 WWOOF 가가와현 아이가와쵸 02 [은영]


 

7/31
4일째. 아기다리고기다리 이벤트 날. 시코쿠 요가관련 행사가 있어 거기서 음식들을 판매하는 날이다. 위치는 좋았다. 승강기 앞. 현미샐러드. 타피오카 쥬스. 감자 쥬스. 콩 샐러드. 샌드위치.

 


이걸 언제 다 파나 싶었는데 츄러스를 제외한 거의 모든 음식이 다 팔렸다. 건강을 중시하는 요가인들이라 마크로비오틱음식에 관심이 많았다. 판매하려는 것을 잘 파악해 그걸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는 곳에 가라. 탁월한 선택이었다. 학교로 돌아오니 9시가 다됐다. 

리더, 도서관사서였다는 미와씨, 초 귀여운 히카루군 엄마 유카씨, 유쾌 발랄한 소요마마 카요씨, 곧 선생님이 될 토시코씨. 오늘 고생 많았어요.




8/1
5일째. 모든 여자분들이 휴가를 받았다. 우리는 어디를 갈까하다가 처음에 여기 오기위해 들렀던 스에역 근처를 돌아다니기로 했다. 걸어 다니면서 모르는 길도 걸어보고 새로운 장소도 발견하는 것이 여행의 묘미! JA후레아이 직판장을 발견해서 싼 야채 과일에 환호하고선 아이스크림을 사먹었다. 더웠다. 뭐 그런 거다.

돌아오는 버스를 타는 데 소요짱과 같이 외출했다 돌아오는 카요씨를 만났다. 카요씨는 소요의 엄마로 소요를 먼저 여기 학교에 보냈었다가, 최근에 학교에 들어와 같이 생활하고 있다. 여기서 같이 생활하는 부모는 히카루군의 엄마 유카씨, 소요짱의 엄마 카요씨 이렇게 둘이다. 평소 때는 우리랑 같이 부엌일이나 청소 같은 일을 도와준다. 우리가 많이 헤맬 때 힌트를 주거나 슬쩍 와서 도와줬다. 힘들어하다가도 눈 마주치면 싱끗 웃어주고, 농담도 해주고, 우리는 그걸로 힘을 내서 다시 일을 하기도 했다. 정말 사소한 게 큰 힘이 되는 때가 있다. 

학교서 맨날 보다 밖에서 보니 더 반갑다. 일을 구하러 시내에 갔다 왔단다. 일을 구하게 되면 이쪽으로 옮겨오게 될 거란다. 고향을 떠나서 살 게 되는 게 어떤 건지 실감나지 않아 잠깐 상상을 했다. 버스는 섰고, 우리는 학교로 돌아왔다.

저녁때 호스트아주머니가 오꼬노미야키 재료를 준비해 두고 외출해서, 어제 자원봉사자로 온 쿠로씨랑 아이들이랑 같이 저녁을 만들었다. 이건 오코노미야키가 아니라 지지미라는 둥[지지미를 아는 게 너무 신기했다], 지지미는 한국음식이라는 둥,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은 비빔밥이라는 둥, 넌 피자를 제일 좋아하잖아, 피자는 두 번째야 라는 둥 부엌에만 박혀있어서 식사 때만 봤던 아이들은 처음에 봤을 때 수줍어하던 건 어디 갔는지 우리 주위를 맴맴 돌면서 한두 마디씩 툭툭 던지면서 우리를 웃게 했다. 오코노미야키는 내가 전에 실패했던 지지미 맛이 났다. 음식은 맛과 모양이 제일 중요하다고 하는데 이날 저녁은 만들 때가 너무 재미있어서 잊지 못할 거다.

저녁에 두 가족이 더들어와 어른은 2명, 아이들은 4명이 늘어났다.



8/2
6일째. 아이들이 들떠있다. 왜? 이온가는 날이란다. 이온? 그게 뭔데, 영화보고 해. 백화점이야? 백화점은 아냐. 뭐지? 우리도 가나? 우리도 가요? 간단다. 준비할게요.

하고 내려오니 어제저녁에 들어온 아이는 분명 아닌데..처음 보는 아이가 있다.  서로 자기소개도 없이 대화는 시작됐다.


어디가? 

우리? 이온에 가[이때도 이온이 뭔지 모르고 있었다]

좋겠다. 

너도 준비해 다들 가.

안 돼 못가.

왜?

돈이 없어. 못가.

괜찮아 그냥 가도 돼.

안 돼, 돈이 없다니까.


우리가 이런 저런 얘기를 하고 있으니 왔다 갔다 하던 어른들이 괜찮아 엄마[여기 호스트를 이렇게 부른다]가 아이들한테 용돈 나눠 줄 거야. 됐지 들었지? 이제 가서 준비해. 시무룩해있던 아이는 어느새 쌩 달려간다. 이날 오전에 들어온 미키짱. 어느새 모자까지 쓰고 이렇게 빙긋 웃고 있다.

 


 

이온은  대형할인마트였다. 3개 반으로 나눠져 돌아다녔는데 카요씨, 오코노미야집 아들 카짱, 코즈마 형, 유토, 어제 들어 온 코스케 우리가 한 조였다. 서점-오락실-100엔샵-과자코너로 1시간 40분이 꽉 채워졌다. 오락은 정말 참기 힘든 유혹인가보다. 딱 한판만 하자를 어기고, 카짱! 어느새 동전을 넣고 있다. 아아, 이럼 곤란하다 싶었는데 그 한판을 마지막으로 툭 털고 일어난다. 아이들은 생각보다 크다. 우리 반은 시간을 잘 지켜서 도착했다. 다른 반이 올 때를 기다리면서 공동체생활에 충실한 과자타임을 가졌다. 




 

8/3
아침 일찍 학교를 나왔다. 우리가 학교에 있던 일주일 동안 2명의 자원봉사자와 2명의 아이들이 학교를 떠났다. 그럴 때마다 아이들은 배웅을 했다. 만나고 헤어지는 건 세상의 이치라고 한다만은 어렵다. 그네들한테 어려울 거라고 생각한 것도 있었지만 솔직히 우리가 어려웠다. 6시에 포장, 스티커를 붙이는 일 때문에 일어난 카요씨, 쿠로씨, 주인아주머니에 인사를 하고 나왔다. 아주머니는 아침으로 먹으라면서 어제 주문이 들어와서 만드는 거라던 바나나 파운드케잌을 꺼내 우리에게 주셨다. 그동안 서운한건 서운한 거고, 그때는 정말 고마웠다.

받아 들고 옆을 보니 리더랑 카요씨는 서로 눈물 글썽글썽하면서 서있다. 이렇게 하지 않으려고 아침시간을 노린 거였는데 어느새 나도 훌쩍인다. 정말 안녕, 고마웠습니다. 한참을 가는데 유카씨가 우리를 불렀다.


늦진 않은거죠? 잘가요. 이거


하면서 편지를 건내 준다. 그러곤 다시 학교 쪽으로 뛰어 가셨다. 리더도 나도 그 자리에 서서 한참을 유카씨가 뛰어가 걸 봤다. 감성에 젖어 있긴 했어도 이동은 해야 했다. 아이가와쵸에서 다카마츠 시내로 나와 다카마츠역에서 호스트분이 줬던 바나나파운드케익을 꺼내 말그대로 우걱우걱 먹었다. 금방 버스가 와서 버스에 탔고,  5시간정도 걸려 히로시마에 도착했다.


우리가 있던 가가와현의 아이가와초는 그야말로 촌이었다. 버스도 자주 없다고 궁시렁 거렸는데 히로시마에서 콘크리트건물들의 향연을 보고 있자니 그 녹색 숲이 벌써 그립다고 우리는 촌이 맞나보다고 킥킥댔다.


숙소에서 메일을 확인하니 같은 방을 썼던 쿠로씨한테서 메일이 와있다. 이것저것 고맙고, 히데가 일주일동안 있어줘서 고마워요 라고 전해주라고 했단다. 히데는 고학년반에 있던 한국에 대해 이것저것 알고 있어서 우리를 놀라게 했던 학생. 우리한테 고마워해줘서 우리가 고맙다. 


 


여기는 히로시마. 내일부터 다시 우퍼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