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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SEEKER:S Story/조각보

[탐방보고서]SEEKER:S 탐방 연재기 - (3) <인터뷰>② (일본 도쿄)

 

 

동네 카페와 빵집의 승리, 시모키타자와

앗코

2012-09-10

 

 

 

[인터뷰] 도쿄 시모키타자와, 몰디브. 구획되지 않은 구불진 골목길을 따라, 아기자기한 빈티지샵들이 나타난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 <안녕, 시모키타자와>로 유명한 일본 도쿄 젊음의 거리 '시모키타자와'다. 개인 자영업자들이 운영하는 보셰 옷가게와 이국적인 음식점, 카페가 많아 서울의 홍대같은 느낌도 있다. 더불어 스즈나리, 기타자와타운홀, 혼다극장 등 유명한 소극장이 들어선 '연극의 거리'다. 배우를 비롯해 자유로운 문화예술인들이 곳곳에 살고 있다.

 

하지만 최근 '도시계획도로 보조54호선'이라는 도로 건설 계획과 재개발 이슈를 둘러싸고 시모키타자와에 우려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새로 닦는 도로는 오랜 상권과 유명한 소극장을 관통하기에 기존의 거리를 아꼈던 지역주민, 외부인, 작가 릴리 프랭키, 음악가 사카모토 류이치 등 저명인사들이 재개발 반대에 동참하고 있다. 7월 말 '동네 카페'와 '동네 빵집'으로 유명한 점포들을 찾아 시모키타자와의 어제와 오늘, 내일을 물었다.

 

 

 

 

학생의 거리에서 커피 문화를 처음 알렸다

 

몰디브는 1984년 3월에 문을 연 커피콩 전문점으로 커피를 직접 로스팅해 판매하는 가게다. 28년째 한 자리를 지키는 와나조 타모쯔 (67) 대표는 "커피를 좋아해서, 커피전문점도 별로 없던 당시 맛있는 커피를 손님들에게 제공하고 싶었다."고 창업 계기를 밝혔다. 원래 시모키타자와 주민은 아니었지만 커피와 잘 어울리는 동네를 찾아, 활기넘치는 학생의 거리 시모키타자와에 터를 잡았다.

 

좋은 소재로 정성들여 로스팅하고 신선도를 유지하는 것이 커피의 핵심. 커피의 맛이 열화되는 가장 큰 원인은 산화로, 이를 방지하기 위해 로스팅한 후 일주일 안에 전부 판매하고 있다. 손님의 빈도, 팔리는 양에 따라 로스팅하는 양을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신선도 관리가 우수하다. 프랜차이즈일 경우 큰 공장에서 대량생산된 것을 각 영업점에 가져가는 방식인데 이에 대비한 작은 가게만의 장점이라는 설명이다.

 

33종 이상의 드립커피를 판매하는데 커피 내리는 도구도 함께 판매한다. 커피를 즐기는 정도에 따라 추천하는 제품이 다르다. 전문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도구는 큰 구멍이 있는데 물이 빨리 떨어지기 때문에 물을 붓는 템포를 조절해서 맛을 잘 조절하지 않으면 안 된다. 평균적으로는 작은 구멍이 세 개 나 있는 카리타 제품을 쓴다. 작은 가게 한 귀퉁이 음료 테이크아웃 테이블에는 한국말 설명도 적혀 있다. 

 

 

 

 

손님도, 아르바이트도 단골, 옛 모습 지켜갔으면

 

하루에 100여 명, 주말에 200여 명이 찾는 몰디브 손님 중에는 단골이 많다. 학생 시절 처음 찾다가 사회인이 되면 회사 근처로 이사를 가거나 지방, 고향으로 돌아기도 하는데, 인터넷으로 주문을 해온다. 때문에 인터넷 주문이 전체 매상의 30%를 차지한다. 외국인 손님도 많아 한국인, 중국인, 해외에 있는 일본인도 연락을 해온다. 대부분 지역주민이지만, 2개 선로가 교차하는 환승역이라 이동 중에 하차해 사러 오는 사람도 있다.

 

가게의 아르바이트도 10년 이상 오래 근무하는 편이다. 점장은 대학생 때부터 커피를 사랑해 함께 몰디브에서 일해왔다. 오랜 기간 함께 해 호흡도 척척 맞기에 손님들은 '사장님 아들'로 곧잘 착각한다고. "삼십 년 전에는 젊을 때라 일단 맛있는 커피를 알리는 일만 생각했었죠. 지금은 67세가 되었는데, 앞으로는 점장에게 가게를 물려줄 계획입니다. 이미 부탁해서 승낙을 한 상태예요"라는 말에서 신뢰가 묻어난다.

 

재개발을 둘러싼 목소리들에 대해서는 오랜 터줏대감으로서 어떻게 생각할까. "'시모키타자와에 큰 도로나 높은 빌딩은 필요없다. 이 거리를 바꾸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반대들을 하는 것 같아요. 저도 시모키타자와가 기본적으로는 지금과 같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휠체어 탄 약자들도 지날 수 있는 친절하고 편리한 동네, 재해에 대처해 피난처가 확보되고 소방차가 다닐 수 있는 도로가 생겨나는 형태는 바람직하겠죠."라고.

 

 

 

 

서울까지 진출한 원조 카레빵집, 안젤리카

 

요즘 한국에서는 동네 빵집을 상상하기 어렵다지만, 옆나라에만 가도 '프랜차이즈 빵집'이 더 드물다. 최근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 맛집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도쿄 빵집'의 원조 가게가 바로 시모키타자와에 있다. 카레빵과 미소빵으로 유명한 '안젤리카'다. 안팎 합쳐서 예닐곱 명이 직원의 전부인 3평 남짓 작은 매장이지만 '거리를 대표하는 빵집'으로 매일 자부심 가득한 빵을 구워낸다.

 

안젤리카는 4-50년 전 한 부부의 케이크 가게로 시작했다. 카레빵과 미소빵을 만들기 시작한 건 2-30년 전으로, 매스컴을 타며 유명해졌다. 15년차 안젤리카에서 빵을 굽고 있는 오오츠카 테츠야(53) 파티셰에 따르면 '질리지 않는맛'이 인기의 비결이다. 계절에 따라 겨울에는 사과쥬스를 넣거나 카레가루 양을 조절하거나 하면서 변화를 주고 있다. 어린 사람부터 고령자까지 단골 손님이 많다. 동네 덕에 유명 배우와 연극인도 자주 찾는다.

 

안젤리카만의 차별점은 또 있다. 마을 분위기, 주민들의 의견을 귀기울여 듣고 원하는 것을 느껴 반영한다. 반죽부터 같은 걸 써서 전국 어딜가나 동일한 맛인 프랜차이즈에서는 느낄 수 없는 매력이다. 시모키타자와의 미래를 그려본다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똑같은 가게들이 늘어나면 재미없는 거리가 되겠죠. 안젤리카 같은 소박하고 개성있는 가게들이 계속 늘어나면 좋겠습니다"라는 바람이다.

- 조각보 주홍

 

 

 

 

원본 링크 : http://byulsijang.org/xe/coverstory/6128

 

 

 

간다 고서점가, 나쓰메 소세키 찾던 요리

앗코

2012-10-05

 

 

 

 [인터뷰] 간다 고서점가 쇼에이테이, 호리구찌 다케시 대표. 도쿄에는 고서점과 전문 서점, 헌책방으로 유명한 책의 거리 '간다'가 있다. 130여 년 전, 일본의 여러 대학들이 인근에 들어서며 학생들이 모여들게 되었다. 개화기를 따라 최초의 양식 레스토랑들이 들어섰으며 아직까지 남아 문화인들이 왕래하는 명물 가게로 자리매김했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의 작가 나쓰메 소세키의 에피소드와 함께 전해져내려오는 양식집 '쇼에이테이'가 그 중 하나다. 8월 초입, 유명세에 비해 눈에 띄지 않는 평범하고 작은 식당을 찾아 문을 두드렸다.

 

 

 

 

나쓰메 소세키 위해 태어난 요리, 가키아게

 

1907년부터 4대를 걸쳐 내려왔으며 테이블 10개가 되지 않는 작은 가게는 식사 시간에만 문을 열고 더는 손님을 받지 않는다. 카키아게와 하야시라이스가 대표 메뉴로 전자는 돼지고기에 야채를 넣어 튀겨 만든 요리고 후자는 카레라이스와 흡사한 일본 특유의 양식이다. 풍부한 맛이 따끈하게 입 안에 퍼진다. 주방장 호리구찌 다케시(49) 대표에게 맛의 비결을 물었다. "독자적인 극비 소스를 사용합니다. 재료는 정말 웃음이 나올 정도지만 알려드리지 않아요. 단골 손님이 몸이 안 좋아 위험했을 때 드시러 오셨지만 그 때에도 밝힐 수 없었죠."라고 웃는다.

 

문학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것은 특유의 맛 때문만은 아니다. 증조할아버지가 독일인 동경대 교수의 집에서 요리사를 하던 시절, 그 제자였던 나쓰메 소세키가 방문해 만들었던 원조 가키아게 때문이기도 하다. 전기냉장고가 없던 시절 목재냉장고 위에 얼음이 놓여 있고 계란, 양파, 돼지고기밖에 없어서 이를 섞어 평평한 모양으로 튀겨냈다. 이후 교수가 독일로 돌아가며 별도로 가게를 냈고 나쓰메 소세키는 종종 가게를 찾았다. 나쓰메 소세키가 다닌 초등학교도 인근으로 후세의 문학인들은 이를 둘러보는 코스로 식당을 찾기도 한다.

 

유명 작가들도 심심찮게 들린다. 하루는 기모노 입은 할아버지가 가게문을 열고 들어왔다. '영업 시간 끝났다'고 돌려보냈는데, 이후에 알고 보니 이케나미 쇼타로라는 일본 유명 작가였다. 이케나미는 단골 손님으로 야채샐러드와 롤양배추요리를 자주 찾는데, 작가의 팬들이 이를 먹어보려고 오기도 한다. 인근의 고서점가 손님들이 집으로 돌아가며 찾기도 한다. 간다 고서점가도 세월이 흐르며 옛모습을 일부 잃어가고 있지만, 쇼에이테이 근처는 100년이 넘은 가게들이 아직 자리를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손맛도, 전화기도, 메뉴판도 100년 전 그대로

 

"간다도 상당히 변했어요. 예전에는 여기에서 후지산이 보였는데 지금은 전혀 보이지 않죠? 오챠노미즈의 언덕에 올라가면 아사쿠사의 불꽃놀이도 볼 수 있었는데 큰 건물이 들어서며 이제는 어려워졌죠. 알고 있는 가게가 없어지고 할아버지 할머니가 있던 어린 시절 풍경이 사라져가니까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라는 호리구찌 대표는 쇼와이테이의 인테리어, 메뉴, 운영방식 모두 옛 모습 그대로를 고수하고 있다. 창업 당시 요리법도 전혀 바꾸지 않고 있다. 벽에 거는 다이얼 전화기는 장식이 아니라 실제로 벨이 울리는데 젊은 손님들은 깜짝 놀라곤 한다.

 

무리해서 가게를 늘릴 생각은 없다. 영업시간도 늘리지 않고 같이 일하는 76, 80세 할머니가 요리에 집중하다가 휴식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레시피는 따로 갖고 있지 않은데, 옛부터 곧잘 눈으로 보고 손으로 느끼는 맛을 선대부터 전해받았다. 2호점, 3호점을 내면 맛이 변할 수밖에 없다. "초대할아버지가 가게를 시작하고, 할아버지가 요리법을 만들고, 아버지가 지금 가게의 토대를 만들었어요. 모처럼 이렇게 만들어진 것들을 없애기는 간단하죠. 하지만 지켜나가야 하는 부분을 물려받았다는 사명감이 제게는 있습니다."

 

 

 

 

하지만 여느 젊은이들이 그렇듯 딸들은 아직 전통이나 가게에는 관심이 없다. 외려 국내보다 해외로 관심을 쏟는 편이다. 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한 딸은 미국으로 3개월간 여행을 떠났다. "좀 섭섭하죠."라더니 "한국 사람들이 가이드북을 들고 많이 찾아와요. 제 딸이 한류 팬이기 때문에 대환영입니다."라고도 말한다. 인터뷰의 말미, 자신의 할아버지가 대만에서 군복무를 하며 요리사로 일했었다고 털어놓으며 그는 조심스레 덧붙인다. "할아버지에게 전쟁 이야기를 들어 한국과 중국인에게 죄송한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젊은 분들이 교류를 많이 하고 받아들여주어 기쁘게 생각합니다."

- 조각보 alissa

 

원문 링크 : http://byulsijang.org/xe/coverstory/7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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