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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SEEKER:S Story/*도시여행자

[도시여행자 해외탐방 #1] 축구여행자, 도르트문트에 가다

 

작지만 강한 축구도시, 도르트문트

인구 58만명이 살고 있는 독일의 작은 도시 도르트문트. 여행에 앞서 주위의 많은 이들이 작은 도시에 볼 게 뭐가 있냐고 물어왔다. 도르트문트에는 한 해 동안 가장 많은 평균 관중수를 기록하고 있는 축구팀이 있다. 노란색 꿀벌 군단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이영표 선수가 뛰었던 과거와 지동원 선수가 뛰고 있는 현재의 도르트문트를 만났다.

 

 

도르트문트의 홈 개막전을 가다

일주일 전, 도르트문트의 홈구장 지그날 이두나 파크에서는 홈경기가 펼쳐졌다. 지난해 리그 우승팀인 바이에른 뮌헨과 컵대회 우승팀인 도르트문트가 맞대결을 펼치는 슈퍼컵 경기가 열렸다. 2-0의 승리를 거두며 슈퍼컵 우승을 안은 도르트문트는 리그 개막전을 더욱 기다리는 모습이었다. 리그 개막전의 상대는 손흥민 선수가 뛰고 있는 바이엘 04 레버쿠젠. 워낙 큼지막한 경기장이 있어 많은 팬들이 들어갈 수 있을거라 생각했지만 이미 티켓이 동이 났다. 경기 전날과 당일 경기장 앞에서는 일부 남아있는 표를 판매하는데 이 곳 마저도 기다리는 팬들로 가득하다.

 

 

 

도르트문트의 역 앞부터 노란색 물결이 일고 있다. 경기가 없는 날에도 도르트문트의 상징인 노란색과 검은색 의류 또는 상품을 착용한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는데, 경기 당일에는 더욱 많은 사람들이 눈에 띈다. 도심에 위치한 클럽 오피셜숍에는 구단의 상품을 구입하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새로운 시즌의 시작으로 인해 새롭게 출시된 유니폼을 비롯 머플러 등 다양한 아이템을 구입하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다른 오피셜숍도 마찬가지로 팬들로 분주한 모습이다.

 

 

 

유럽의 광장 문화는 우리와 사뭇 다른 모습이다. 광장의 중앙에는 식사를 하거나 음료를 마실 수 있는 테이블로 가득한데, 팬들은 경기 시작을 다섯 시간 이상 앞두고 이 곳에서 사람들을 만나 음식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눈다. 경기가 시작된 느낌이랄까. 간혹 원정팬들도 모습을 보이며 응원가 대결을 펼치기도 하는데 생각했던 것만큼 위험한 분위기는 연출되지 않는다.


 

 

도르트문트 도심으로부터 지그날 이두나 파크까지는 지하철로 이동이 가능하다. 킥오프가 가까워질수록 지하철은 경기장으로 이동하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대부분 노란색 유니폼을 걸쳐 입은 모습. 유니폼을 입지 않은 사람도 구단이 판매하는 후드티 또는 머플러 정도는 착용한 모습이다. 지긋하게 나이든 할아버지와 그의 손을 잡은 꼬마 아이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팬들이 줄을 잇는다. 이 곳에서는 길을 헤매도 좋다. 사람들이 발걸음을 옮기는대로 따라가면 경기장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킥오프까지는 많은 시간이 남았건만 사람들은 무언가에 홀린것처럼 경기장으로 향한다. 팬들의 표정이 밝아 더 상쾌한 기분이 느껴진다.

 

 

경기가 없는 날에는 도심에 위치한 오피셜 숍을 이용하지만, 경기가 있는 날에는 오피셜 숍에 사람이 많아도 꼭 방문해 상품을 구입하는 모습이다. 더 많고 다양한 상품들이 구비되어 있는 탓도 있지만 경기장 옆에 위치한 오피셜 숍이라는 상징성이 더욱 크다. 선수들이 입고 뛰는 유니폼을 똑같이 입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팀의 이름이 새겨진 머플러는 기본적으로 구입한다. 도르트문트는 약 1,000여개 이상의 상품을 기획해 판매하고 있다. 축구팬으로써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많고 다양한 품목의 상품을 기획하고 판매한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도르트문트 엠블럼이 새겨진 토스트기와 갓난 아기를 위한 젖병, 도르트문트 도심 속의 건물을 그려 넣은 상품들. 도르트문트는 축구팀의 상품 속에 도시의 모습을 그린다. 지역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지역의 보편적 문화와 특수성을 감안해 마케팅을 펼친다. 팬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도르트문트의 노력은 경기장에 나타나는 팬들의 밝은 표정에서 결과물로 나타난다. 어느덧 경기장 바깥은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로 가득하다.

 

 

 

지그날 이두나 파크의 홈팀 응원석인 남쪽 스탠드는 의자가 없다. 더 많은 팬을 확보하기 위해 스탠딩 구역으로 운영된다. 좌석이 지정되어 있지 않아 빠르게 경기장을 입장하기 위한 줄이 유난히 길다. 3시간 전부터 느긋하게 입장하는 다른 구역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말을 탄 경찰들은 양팀 팬들의 충돌을 대비해 잔뜩 긴장하고 있다. 틈 사이로 팬들은 스태프들의 꼼꼼한 가방 검사와 몸 수색을 거쳐야 경기장을 입장할 수 있다. 티켓 가격이 다른 리그에 비해 저렴한 편에 속하지만, 최근 티켓의 2차 판매와 암표상들의 불법 복제 티켓 등으로 문제가 일어나고 있다. 그래서인지 철저한 검사를 통해 관람객들의 안전을 확보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관중석에 입장하는 순간, 초록빛 잔디가 주는 싱그러움과 상쾌함을 느낀다. 아직은 텅 빈 관중석에 사람들이 가득 찰까 의문스럽지만 이내 궁금증은 해소된다. 선수들이 몸을 풀러 나올 때까지도 한 시간이 더 남았건만 팬들은 정해진 자리에 앉아 대화를 나누거나 응원 준비를 한다. 화려하기로 소문난 응원석에는 직접 그린 깃발이 흔들린다. 마치 바다의 파도처럼 일렁이며 깃발 속으로 빨려들어갈 것만 같다. 도르트문트의 팬들은 한 경기의 퍼포먼스를 위해 체육관 크기의 공동 작업실에서 한 달여를 준비하기도 한다. 도르트문트에는 약 500여개의 서포터즈 모임이 있다. 모든 그룹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지만 퍼포먼스를 위한 최소한의 네트워킹은 원활하게 이루어진다. 레버쿠젠과의 홈 개막전에 특별한 퍼포먼스는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그들은 충분히 강한 응원을 보내고 있다.

 

 

 

경기 시작을 알리는 심판의 휘슬이 울리고 8만여 관중들의 함성 소리가 일제히 그라운드로 쏟아진다. 함성 소리가 메아리로 돌아오고 있을즈음,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골이 터졌다. 골망을 흔들기까지 정확히 9초의 시간이 흘렀다. 독일 분데스리가 최단시간 골 기록이다. 이내 도르트문트의 반격이 이어졌지만 쉽사리 동점골이 나오지는 않았다. 후반 추가시간 레버쿠젠의 추가골이 터졌을 뿐. 승부를 결정짓는 골로 도르트문트의 팬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경기장을 빠져나가기 시작한다. 이미 승패는 결정되었지만, 자리를 떠나지 않고 경기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응원을 하는 대다수 팬들의 모습과 원정 팬들에게 화풀이를 하며 떠나는 팬들의 모습이 대조적이다. 이제 경기장에는 레버쿠젠 팬들의 응원 소리만 들릴 뿐이다. 

 

 

지그날 이두나 파크는 축구를 위한 경기장으로 지어졌다. 전 좌석에서 경기를 잘 볼 수 있는 시야를 확보하고, 관람객의 동선을 최소화하여 편의를 돕는다. 최근에는 축구장의 지붕에 태양열 전기를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골고루 햇빛을 받아야 하는 잔디에 인위적인 햇빛을 비추어야 할 경우가 생기는데 이럴 때 비축해놓은 전기를 사용하곤 한다. 

 


지하철 역 가까이에 원정팀 팬들과 홈팀 팬들, 경찰들이 뒤섞여있다. 한 층 아래로 내려가 지하철을 타야하는데, 홈팀 팬들의 입장을 허락하지 않는다. 양팀 팬들의 충돌을 막기 위해 원정 팬들을 먼저 이동시키는 모습이다. 조그마한 지하철 세 량을 보내고 나서야 겨우 지하철에 탈 수 있었다. 먼저 떠나는 원정 팬들이 홈팀 팬들을 조롱하듯 응원가를 부르고, 홈팀 팬들도 원정 팬들을 향해 답가를 불러준다. 평화롭지는 않았지만, 소문만큼 폭력적이지도 않았던 응원 문화. 분데스리가의 첫 경기 관람은 이렇게 막을 내린다.

 

에디터 김준태

사   진 박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