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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SEEKER:S Story/*훌라

[해외탐방기] 훌라(5) 나폴리: 알토페스트, 경계를 오염시키고 무너뜨리는 실험적 예술 바이러스를 만나다1. 기록

스니아에서 만났던 마이데어에게 다음으로 이동하는 곳이 나폴리라고 했더니, 그가 한마디 외쳤다.

 

“Crazy Naples!”

 

우리는 왜 그렇게 말하는지 영문도 모른 채 신나게 그곳으로 출발했고,

드디어 도착하는 순간 우리도 모르게 외쳤다.

 

“Crazy Naples! Oh My God!”

 

 


 

 

우리가 도착한 나폴리 구시가지는 마치 인도를 방불케 했다. 360도(원점!?)를 꺾는 좁은 도로에서의 운전, 주차할 때 앞뒤 차의 박치기는 기본, 열정적인 사람들의 환대, 오래된 건물들, 삶의 색을 볼 수 있는 하늘을 나는 빨래들, 테라스에 나가면 마주하는 이웃들의 나이스한 인사. (그리고 피자!)

 

크레이지 나폴리는 다양한 서식지를 품고 있는 숲처럼 아름다운 도시였다. 물론 운전은 고난이도에 속한다.

 

 

좁디좁은 골목과 촘촘히 얽혀있는 오래된 건물들은 나무가 우거진 우림 같았다. 도시 속에서 야생을 느낄 수 있는 나폴리는 우리의 세포를 흥분시키기 충분했다. 이런 곳에서 사유공간을 침투하는 예술적 바이러스 축제가 일어나고 있다니!

 

네비게이션으로 쉽게 찾을 수 없었던 알토페스트의 첫 번째 장소는 주변의 떠들썩한 주민들의 인도와 오토바이로 안내하던 수선집 아저씨 덕분에 도착하게 되었다. 드디어 인터넷에서 봤던 알토페스트 포스터가 (아주 작은 포스터!! 알토페스트는 과한 홍보물을 설치하지 않더라! 그 때문에 찾기는 쉽지는 않았으나 과한 홍보물을 낭비하는 것 보다 훨씬 매력적이었다. 원래 은밀하고 비밀스러운 것이 영원할 수 있다.) 걸린 건물을 찾았다.

 

 

2019 알토페스트 메인포스터. International Contemporary Live Arts_AltoFest

 

 

"알토페스트는?"

2011년 글로벌 위기로 이탈리아는 재정위기를 맞으며 큰 경제 위기 속에서 고통 받고 있었다. 이탈리아의 극장에는 관객들이 사라졌으며, 위급한 경제 상황으로 시민들은 예술가들의 활동에 관심을 꺼버렸다. 알토 페스트의 시작은 이러한 위기한계로부터 시작되었다.

 

이탈리아 연극 단체인 Teatr In Gest Azione의 창립자이며 공동 예술감독인 안나 게수알디(Anna Gesualdi)지오반니 트로노(Giovanni Trono)는 이러한 위기한계를 넘기 위해 정치적 행동을 하기로 결정한다. 현대 퍼포밍과 사람들의 일상적인 삶의 간극을 줄일 수 있는 실험적 축제를 나폴리에서 여는데, 그것이 바로 알토 페스트이다.

 

알토 페스트의 텍스처는 독특하다. 바로 예술가와 시민들과 관계를 맺는 방식인데 축제에 초청된 예술가는 일반적인 공연 장소가 아닌 시민들의 사유공간(, 주차장, 테라스 등)에서 공연을 한다. 그리고 작품을 발표하기 전 10일 이상 그 공간 기부자의 집에서 거주하며, 창작 작업을 하고, 그곳에서 관객을 만나게 된다.

 

예술가는 그 공간에서 거주하면서 어떤 극장의 장치 없이 집안에 있는 테이블이라던가 침대 등을 사용해서 무대화하고 공간의 물건들을 구석구석 탐색하고 재발견을 통해 반영하여 예술화한다. 또한 공간 기부자 시민(호스트)과 함께 작업을 하기도 하며, 직접 작품에 출연하기도 한다.

 

이탈리아 남부 도시 나폴리에서 매년 여름 진행되는 국제 컨템포러리 라이브 아츠 페스티벌(International Contemporary Live Arts Festival)인 알토페스트는 그10회째를 맞이했다. 그들은 경계와 예술의 새로운 존재 방식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도시에서 실험적 사회성 프로젝트(Experimental Sociality Project)’를 진행하고 있는데 일반적인 유럽의 스쾃(Squat) 점거운동과 달리 예술 운동으로 사유재산(공간)을 공유하게끔 유도하는데 여기에 대한 깊은 대화를 위해 감독인 안나 게수알도를 만났고, 작품들과 보이스오버 그리고 아고라 등에 참여했다.

 


 

보이스 오버(Voice Over)

처음 우리가 참여한 것은 보이스오버(Voice Over)였. 점심식사와 함께 진행된 이곳에서 우리는 식사를 대접 받았고, 드디어 감독 안나와 첫인사를 하게 되었다(작고 강단 있는 체구와 반짝이는 눈빛은 그가 무언가를 해내고 있는 사람임을 증명했다.)

 

공동감독 안나 게수알디와의 첫만남!
지역 주민이 준비해준 꿀맛 같은 점심

참여한 예술가들이 식사 후, 한자리에 모이게 되었고 우리도 그곳에 있게 되었다. 그들은 공간소유화 문제에 대해 논하였다. 학생, 시민, 주민, 예술가, 이민자등 공간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이 있는지. 특히 예술가들이 모인자리인 만큼 이들의 역할에 대해서 많이 듣게 되었다.

<voice over>참여한 예술가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함께 이야기하며 소개하는 자리/ Sul giardino degli aranci라는 아파트 주거공간에서 진행

예술가들은 제품을 제작하고 노출시키는-마치 미디어에서 하는 것처럼-것과는 달라야한다. 자신의 시학을 지니고 있어야하고 이를 표현할 수 있는 사람들이며, 자신의 작업에 대해서 공유할 수 있어야만 한다. 공유과정을 통해 논의가 만들어지고, 플랫폼이 되는 것이 바로 우리(예술가)의 역할이다. 알토페스트에서는 공간의 고정화 경계에 틈을 내는 오염원(바이러스)이 되어야만 한다.”

라고.

 

보이스 오버에 참여한 훌라 멤버들(알토페스트 스케치 영상 캡쳐)

 

 

이후 우리는 알토페스트의 여러 작품 피스들 중 4곳을 참여하게 되는데...

 

 


 

아틀리에 OIL-ORA IL LAVORO

나폴리의 공공기관의 한 공간에서 진행되는 퍼포먼스로 현대 사회구조에서 정체성과 업무에서 관계에 전념하는 인간에 대해 표현하는 내용이다. 관람만 하는 공연과 달리 배우는 관객들에게 관계를 확장시키며 대중이 도덕적인 선택에 직면할 것을 촉구하며, 몸의 동의를 구한다. 즉흥적인 라이브셋 음악과 퍼포먼스는 공간을 다시 디자인 했으며, 우리는 몰입되어만 갔다.

<OIL-ORA IL LAVORO> 중 관객들에게 동의를 구하며 손을 들고 화답하는 장면 / 나폴리의 공공기관인 Citta Metropolitana의 유휴공간에서 진행

이 퍼포먼스의 언어는 이탈리아어였는데, 독립라디오에 영어로 통역된 음성을 들을 수 있도록 준비된 것은 눈에 여겨볼 점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한 박자 늦게 손을 들고 응답했다.)

 

 


 

Mouvement D’ensemble (Sacre)

오래된 수도시스템이 있는 지하공간 입구에서 공연 기다리는 훌라 멤버들과 관계자들

나폴리의 오래된 수도시스템이 있는 지하공간(Aqua Augusta)에서 진행된 이 퍼포먼스는 인류세를 맞이하고 있는 현재, 기후 변화는 인간과 인간이 아닌 종들이 연결되어 있음을 인지하게 하는 은유적 표현을 나타내고 있었다. 이는 이원론적으로 분리된 서구의 접근방식으로부터 우리는 해방되어야만 하며 패러다임 전환에 기여해야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건축을 해체하고 공간을 자연의 기초물질로 재구성하여 관객들에게 직접, 물리적, 감각적 경험을 하게 하는 이 퍼포먼스는 나(개인, 2인 이상이 아닌)를 모래의 원안에 묶었는데, 이때 들었던 생각은 "내 자신이 자연으로부터 왔다는, 자연의 일부라는, 인간의 종이 무리지어 무언가를 파괴하고 있지는 않은가, 인간이 쌓아올린 게토는 인류와 다른 타종에게 위험하다, 도시 속에서의 야생성과 생태계 회복이 필요하다"라는 것들이었다.

 

<Mouvement D’ensemble (Sacre)> 중 예술가가 관객들을 모래의 원으로 묶고 있는 장면 / 나폴리의 오래된 수도시스템 있는 지하 공간에서 진행.

 


 

Apres La Chronique

<Apres La Chronique>중 배우들이 퍼포먼스 하는 장면/ Franzese씨의 집 안에서 진행

기부된 공간들 중에 개인의 집안에서 진행된 작품이다. 오늘날, 초연결관계망을 구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어나는 개인의 고립감에대한 쇼이다. 데칼코마니적인 요소로 진행되는 이 퍼포먼스는 배우 2명이 나와서 점차 몰아치는 개인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마지막 장면에서 구원하는 어떤 존재가 나타는데 이 사람은 실재 그 공간을 기부한 시민이다. 순간 궁금했다. 내 집에서 다르게 짜여진 공간과 시간 그리고 관객들 앞에서 퍼포먼스를 하고, 내 집을 공유한다는 것이 어떤 느낌일까, 하고 말이다.

 

공연시간 전, 대문 앞에서 다른 관객들과 관람을 기다는 훌라 멤버들

 

 


 

Look at me

Zamparelli씨의 마당과 계단에서 진행되던 공연 장면

Zamparelli 씨의 아파트 로비와 계단에서 진행되었는데 이곳의 많은 주민들이 함께 관람하였다. 이 작품은 21세기 여성의 성이 착취되고 마케팅 도구로 전락하는 여성의 경험을 토대로 리드미컬하게 짜낸 퍼포먼스였다. 반복적인 리듬 위에 제스처와 메시지를 담아냈는데 이는 중독성이 강했다. 우리는 이후에도 퍼포먼스 동작들과 반복되는 리듬을 따라했다.

 

“Haaa~ Look at me!"

Loot at me 중 퍼포먼스를 펼치는 배우들과 관객들

 

 


 

Agora

마지막은 알토페스트의 참여한 예술가, 공간기부자, 리서처, 관계자, 감독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오픈 어셈블, 아고라(Agora)이다. 시적행동, 정치적 상상, 거주공간에 대해서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자리이자 알토페스트의 핵심적인 만남의 장이다.

Agora/ 예술가와 공간기부자 그리고 리서처들이 대화 중이다.

 

여기서 가장 기억 남았던 대화들을 풀어본다.

 

주거는 알토페스트의 가장 중요한 이슈이다. 주거공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끔 하게 해야만 한다. 왜 다들 자기의 일, 집 등에 갇혀서 살아가는가? 그것을 넘어서길 저항해야 한다. 그것이 가능하게끔 하는 과정의 여정에서 질문이 생성되고 곧, 그것은 저항이 된다.”

 

알토페스트에서 예술가의 위치는 주거지(사유공간)에서 대상(물건, 가구 등)이 반영하고 있는 고정되고, 갇혀있는 것 너머를 보게 하고, 재직조하는 과정을 공유하는 것이다. 예술이 주거의 과정에 기여할 수 있는가에 대한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예술가들은 그들의 작업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시공간과의 상호작용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프리젠테이션에서 인용한 문구.

“history decays into images, not into stories.” Walter Benjamin-

 

마지막으로 참여했던 아고라가 끝나갈 무렵 우리는 알토페스트가 일련의 과정 속 축제라고 깨닫게 되었는데, 이는 이들이 축제 시작부터 축제가 진행되는 동안(아마 축제 이후에도 그럴 것이라 예상된다.) 끊임없이 이야기를 하고, 얽히고 풀어내고 다시 짜내는 과정들을 반복하였기 때문이다.

벤야민의 말이 이들에 대한 답인 거 같다.

 

Fondazione San Gennaro라는 회사의 컨퍼런스 공간에서 진행됐던 아고라

 

혹시 궁금한 분들을 위해 공유하는 알토페스트 스케치 영상 주소를 아래에 덧붙인다:)

 

https://vimeo.com/346267988 (알토페스트 스케치 영상1)

https://vimeo.com/346512657 (알토페스트 스케치 영상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