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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Globalwork Story/호흡(공정예술)

네덜란드의 SKOR 예술의 사회적 역할을 고민하다 8.19~8.21


언젠가부터 한국에서는 공공미술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지역공동체를 회복하고 소통하는 방법 중의 하나로 예술이 쓰여지기 시작한 것이다. 공공미술은 공공영역에서 실행되는 미술을 일컫기도 하지만 최근들어 단순히 공공영역에서 설치되는 조형물들 세우는 것을 넘어서 소프트웨어적 프로그램으로 지역주민들과 소통하거나 도시공간을 변화시키는 프로젝트들이 늘어나고 있다.

공공미술이 자주 쓰여지는 곳 중에 하나가 도시 바꾸기이다. 몇 해전부터 '도시가 갤러리다'라는 문구를 내세우며 서울을 변화시키는 프로젝트들이 시작되었고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하는 것들도 있었으나 공적 자금으로 공공영역에서 시행되는 프로젝트들 중에는 다소 '이랬던 곳을 이렇게 바꿨습니다'(러브하우스)식의 사업들이 즐비했다. 서울이 그렇게 들썩거리는 동안 이러한 형태의 공공미술들을 경기도권, 대전, 대구, 부산등의 다른 지역을 유행처럼 번져나가고 있다.

한편으로는 국가가 공적자금으로 문화예술활동에 예산을 지원하는 것에 대한 우려 섞인 말들도 나온다.
'예술에 돈들여서 밥이나오나'라는 식의 비판도 있었고 '전시행정'이라는 비판도 있었다.

우리는 그동안 지속적으로 예술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고민을 갖고 공공미술활동을 했었던지라 네덜란드의 공공미술활동은 어떠한지 알아보기로 했다.

그렇게 찾아간 곳이 바로 SKOR이다.
SKOR은 Stichting Kunst en Openbare Ruimte의 약자이다.
이곳에서는 공적 영역에서의 새로운 예술활동을 지원, 기획, 실행하고 있다.

SKOR의 건물 - 도로변에 나와있는 건물을 갤러리외 복합공간으로 쓰여지고 있다.



SKOR은 공공기관 및 다양한 기관에서 지원금을 받고 있으며 100여명의 소속 작가들과의 멤버쉽을 구축하고 있다.
우리가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그들의 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아니라 아이러니하게도 SKOR에서 하고 있는 투쟁이다. 꽤 큰 규모의 기관임에도 불구하고 작년부터 국가기관에서 지원금을 삭감하는 것 대한 문제제기를 하고 문화예술예산확보에 대한 운동을 하고 있었다.
네덜란드는 국가가 문화예술에 투자를 많이 하기로 유명한 나라이다. 하지만 현재는 각종 지역단위의 오케스트라를 해체시키고 있으며 문화예술단체 지원금을 축소하고 있고 더나아가 대학교 등록금을 인상하고 있다.

문화예술에 대한 국가 예산이 우리나라보다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기존의 예산안이 삭감되는 것에 따른 저항을 하고 있었다.
우리는 그들의 저항이 부러웠다.
단순히 예술기관들이나 예술가들의 이익을 위함이 아니라 예술의 공공성과 이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너무나도 당연하게 이야기 할 수 있는 그들의 환경이 부러웠다. 물론 그들이 이렇게 요구하고 저항할 수 있었던 이유는 너무나도 다양하다.
문화가 곧 국가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네덜란드는 지금까지 수없이 증명해왔기 때문이다. 하다못해 SKOR에서 불과 400m정도 떨어져있는 반고흐미술관에는 비가오나 바람이 부나 관람객들이 끊임없이 줄을 서며, 반고흐의 해바라기를 보며, 반고흐의 자화상을 보며 감탄한다. 그렇게 줄을 선 사람들 대부분은 관광객인데 그 중에 네덜란드의 방문 목적을 '반고흐'로 꼽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어디 반고흐 뿐이랴. 램브란트는 어떠한가? 
그 외 현재에 이르기까지 네덜란드에서 배출해낸 예술가들은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으며 이는 네덜란드에 대한 국가 이미지를 전세계에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Rieke Vos가 SKOR에 대해 설명해주는 모습 - 아름다운 금발의 소유자 Rieke Vos는 매우 열정적으로 여러 이야기를 해주었다.


다소 흥분감으로 가라 앉히고 우리는 본연의 자세로 돌아와 Rieke Vos와 인터뷰(글 아래에 전문이 있다)를 시작하였다.
Rieke Vos는 한국에 방문한 적이 있다며 한국에서 받은 인상을 이야기해주었다. 그녀는 광주에 방문했었다고 했는데 아마도 광주비엔날레에 방문했으것이라 판단된다. 한국 사람들이 매우 친절하고 훈훈했다며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함께 재미있는 프로젝트를 해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우리야 대환영이지'라고 말은 했으나 '과연 그것이 현실화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머릿 속에 맴돌았다. 

Rieke Vos는 SKOR의 이 곳 저 곳을 함께 돌아다니며 열심히 설명을 해주었다.
또 한가지 인상 깊었던 것은 SKOR의 아카이브였다.
대략 3m 높이의 책장이 둘러쌓인 공간에는 SKOR의 10년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져있었다.
우리는 안다. 왜 SKOR이 이토록 아카이브를 축적하고 있는지.
흔히 공공미술은 조형물이나 벽화를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우리는 그러한 형태의 공공미술 보다는 보다 소프트웨어적인 접근을 지향한다. 러브하우스식의 공공미술이 아니라, 전시행정식의 공공미술이 아니라, 뽐내기 식의 공공미술이 아니라 대중과의 거리감을 좁히고 '소통'을 위한 공공미술을 지향한다. 예술을 위한 예술작품보다는 사람을 위한 예술작품이 우선이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런 맥락에서 SKOR에서 진행되는 프로젝트중에서 우리나라에서 쉽게 볼 수있는 하드웨어적 (조형물, 벽화) 공공미술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반영구적 형태의 공공미술이기보다는 보다 말랑말랑한 형태의 프로젝트들을 많이 실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한 지역에 공공미술프로젝트를 했다고 하자.
공적자금을 들여 실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오래가는 재료로 조형물을 만들기에 급급한 사업은 하지 않는다.
일정정도의 기간을 정해두고 예술가들과 함께 기획하고 예술가들의 접근방식을 존중하며 지역주민들 속으로 들어간다.
그렇게 실행되는 프로젝트들을 프로젝트 기간이 지나고 나서는 철거된다.
이것이 SKOR가 아카이브를 만드는 이유다. 그렇게 차곡차곡 쌓여가는 자료들은 출판물로 재생산되기도 하고 새로운 문화예술정책을 구성하는데에 객관적인 지표로 활용되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관련 행정가들은 소위 공적 자금을 들여하는 사업이기때문에 반드시 반영구적 재료로 비바람에도 끄떡없는 작품을 만들어 달라고 예술가에게 요청한다. 행정기관에 사이클에 맞춰 프로젝트를 실행하고 작가는 사업마감일자에 맞춰 작품을 만들기에 급급하다. 그러한 프로세스에서는 진정한 '소통'을 찾아보기 힘들다.
그렇게 이틀에 걸쳐 SKOR을 만난 우리는 새롭게 자극된 것도 많지만 마음 한켠에는 씁쓸함이라는 부스럼이 생기기 시작했다.
'아... 네덜란드에 와서 한국과 비교해가며 속상해하진 말자'라고 다짐했건만!


Droog-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의 상품들이 전시, 판매되고 있다.


분위기를 바꿔 주말도 됬겠다. 우리는 암스테르담에 위치한 Droog를 방문하기로 했다.
숙소에서 놀면 뭐하겠는가. 하나라도 더 봐야지라는 생각이었다.
Droog는 역시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네덜란드에 도착한 후로 제대로 쉴 새로 없이 강행군을 펼치고 있는 우리가 휴식을 반납하고 발품을 팔아 방문한 것에 대해 보답이라도 하듯.

아마도 디자인에 관심있는 친구들은 한번 쯤 들어봤을 법한 전설의 Droog!
이 곳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이라고 말을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다.
간략하게 정리하자면 네덜란드의 디자이너그룹의 디자인운동으로 시작되어 보다 더치스러운 작품, 상품을 만들자는 것이 그들의 목적이었고 몇몇의 디자이너로 시작된 Droog는 국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발판으로 현재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디자인회사가 되었다. 소위 '더치디자인'이라는 바람이 일으킨 장본인이기도하며 이미 일본에는 이 '더치디자인'을 하나의 디자인론으로 대학교에 커리큘럼이 만들어질 정도이다.

Droog에는 네덜란드 현지인들보다는 관광객들이 득실거렸다.
아는 사람들은 한번쯤 들린다는 Droog에서 수많은 관광객들은 네덜란드의 치즈와 함께 이 곳의 디자인 상품을 사간다.
그리고 자신들의 나라로 돌아가 사람들에게 이야기한다.
'이게 내가 네덜란드에서 사온거야'

그리고 그것을 본 사람들은 이야기하겠지.

'우와~ 기가막히는 아이디어다'
'너무 예쁘다 나도 갖고 싶어'

그렇게 네덜란드는 디자인을 판다.
좀 과장하자면 관광객들이 마치 영업사업이 되는 것이다. 이것은 단순히 기념품을 구입하는 행위 이상의 역할을 한다.
그리곤 사람들을 이야기한다.

'역시 더치디자인이야'

우리 역시 Droog에 전시된 상품들을 사고 싶은 유혹에 빠졌으나 꽤 값이 나가는 관계로 사진으로만 남기기로 했다.
Droog를 등지고 돌아오는 길목에서 생각했다.

'아... 우리도 하회탈 열쇠고리외에 색다르고 톡톡 튀는 상품을 팔아봤으면 좋겠다.'라고.



Rieke Vos와의 인터뷰

▪ [SKOR]을 간단하게 소개해 달라.

 [SKOR]은 사회적인 맥락에서 실험될 수 있는 다양한 예술적 작업들을 하는 기관이다. 우리는 주로 공공공간에서 사회적, 정치적, 문화적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SKOR]은  Stichting Kunst en Openbare Ruimte 라는 뜻이다. 영문으로 하면 Foundation for Art and Public Domain 라고 할 수 있다. 예술기획은 물론 예술가들이 작품을 실현 할 수 있도록 재정적 지원을 해주고 있다. 우리는 주로 전시, 공공장소 프로젝트, 워크샾, 출판 사업을 하고 있다. 


▪ Alert! Otto Karvonen라는 프로젝트가 매우 흥미롭다. 작품에 한글이 쓰였더군요. 이 프로젝트는 어떠한 것인가?

Otto Karvonen은 저희와 함께 작업한 예술가 중에 하나로 네덜란드는 물론 리버풀비엔날레나 싱가폴비엔날레등에서도 활동을 했었다. 올해 3월부터 4월까지 진행되었던 프로젝트다.  이 작가는 한글을 비롯하여 라틴어, 중국어 등의 다양한 나라의 언어로 간판을 만드는 작업을 하였다. 

그는 텍스트가 가지고 있는 기의와 기표의 의미를 흥미롭게 재구성하였다. 건물에 설치된 그의 작품을 보고 거리를 지나다니는 사람들은 생소한 텍스트를 보고 여러 가지 반응을 보였다. 특히 한글이 작품에 사용되어 당신이 매우 흥미로워했을꺼란 생각이 든다. 유머러스한 작업이지만 가볍지만은 않은 작업이다. 이 작가는 끊임없이 공공장소에서 사람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한다. 예술의 힘은 말을 하는 것 보다는 보여주는 것에 있으니까.


▪ 요즘 [SKOR]에서 펼치고 있는 문화운동은 무엇인가?

현재는 8월 휴가 시즌이기 때문에 진행되고 있는 프로젝트는 없지만 올해 문화예술에 대한 국가 예산이 굉장히 많이 삭감에 됨에 따른 청원 운동을 하고 있다. 우리는 공공영역에서 진행되는 예술 활동을 하기 때문에 이러한 조치는 우리에게 매우 어려움을 주고 있다. 때문에 다른 기관들과 연대하여 문화재정 축소에 따른 반대운동을 하고 있다. 이 문제는 미국언론에서도 보도했던 커다란 문제다. 문화예술에 대해서 국가가 신자유주의적 정책을 펼치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일이다. 지금까지 네덜란드가 문화강국이 된 이유는 지속적인 문화에 대한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앞으로도 문화예산을 지키기 위한 운동을 펼칠 것이다.


▪이곳에서 일하는 당신의 신념은 무엇인가?

우리 사회는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다. 그 문제들을 풀어나가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나는 예술이 행하는 사회적 역할의 힘을 믿는다. 사람들이 비판하기 어려운 지점들, 잊고 있는 것들, 지나쳐버리는 것들에 대해 예술가들이 새롭게 접근하고 사람들에게 알리고 생각하게 하는 일들에 내가 보탬이 된다면 좋겠다.


▪여기 보이는 방대한 양의 자료가 모아있는 곳은 어떤 것들인가?

이곳은 우리의 아카이브다. 우리가 하는 공공미술은 영원할 수 없다. 어느 장소에 설치가 되었다가도 금방 철거가 되기도 한다. 때문에 매번 프로젝트의 프로세스를 기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곳에는 우리가 1999년도부터 진행했던 프로젝트들의 기록들이 모두 담겨져 있다. 연도별로 정리가 되어있으며 언제든 사람들이 과거의 기록들을 볼 수 있도록 해놓았다. 우리의 자랑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한국에서 예술 활동을 하고 있는 젊은 작가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한국과 네덜란드는 멀리 있지만 기회가 된다면  [SKOR]와 함께 흥미로운 작업을 할 수 있길 바란다. 우리는 언제든 열려있고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아이디어라면 대환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