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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SEEKER:S Story/*사회참여극단 돌쌓기

[사회참여극단 돌쌓기 02] <바그너의 선조들>제작기

빌라에 머물면서 처음으로 주된 작업으로 시작했던것은 거대인형이 아니라 <바그너의 선조들> 작업이었다. 한국에서 출발하기 전부터  페스티벌에 출품하기위해서 준비중인 작품이 있는데 함께 하면 좋겠다는 제안을 받았고 거대인형보다 그 프로젝트를 먼저 실행하게 된 것이다.


<바그너의 선조들>이란 전세계의 선조들의 이야기를 모은 옴니버스식 인형극이다. 프랑스, 부르키나파소, 칠레 등의 이야기가 이미 모여있었고 그곳에 한국의(혹은 아시아의) 선조이야기를 돌쌓기에서 맡아줬으면 하는것이 LGP의 요청사항이었다. 바그너의 선조들에서 선조들을 'Ancient'라는 단어를 사용했기때문에 역사적으로 오래된 이야기를 해야하나 하고 준비를 하고있었던 우리는 그들의 말하는 ancient들이 한 두 세대위의 어르신을 이야기를 한다는 것을 알고 조금은 역사적인 책임감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미팅이 있기 전 날 각자의 부모님의 이야기를 정리하기위해서 집으로 전화를 걸어 부모님의 어릴적 이야기를 물어보면서 과거를 회상할 수 있는 시간 그 자체로도 돌쌓기 팀원들에게 고마운 선물같은 시간이었다. 어머니의 이야기로 한국적인 인물을 대표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 우리는 어머니의 일대기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신규환 대표의 어머니, 김상혁의 어머니, 국방용의 어머니의 이야기를 각자 모아 A4용지에 한글로 옮겨썼고 그것을 LGP의 작가를 맡고 있는 Paul lepic과 함께 이야기하며 극으로 만들었을때 감동이 있을 이야기를 만들어갔다. 


신대표의 어머니사랑이 느껴지는 스토리텔링


약 세시간에 걸친 단원 세사람의 어머니의 삶 이야기가 끝나고 Paul은 국방용의 어머니의 이야기를 기본으로 살들을 붙여서 이야기를 이어나갔으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했다. 기본이 된 이야기를 기준으로 그 사람의 일생을 떠올렸을때 한가지 동작으로 꼽자면 어떤것이 있는지를 이야기 나누었고 국방용의 어머니는 물건을 들어올리는 동작이 어머니의 모습을 대표할 수 있는 모습이 될 것같다고 이야기했다. 이렇게 정리된 이야기는 이제 인형의 제작으로 넘어가게 된다.


Mao. 이탈리아 출신의 금속재료 전문가이다. 기계적인 메커니즘에 대해서 방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고 또 그것을 쉽게 설명할수 있는 사람이라서 기계구조에 대한 지식이 없는 일반인들과 워크샵을 할때 그 역량이 폭발하는 사람이다. 


LGP최고의 친절맨 Mao


마오와 함께 골격작업에 들어갔다. 물건을 들어올리는 동작은 허리와 팔이 함께 움직이며 무거운 물건을 들어올릴 때처럼 허리를 숙여 물건을 잡고 허리를 뒤로 젖혀 골반 위에 물건은 얹는다는 느낌의 동작이 나와야한다고 설명을 하였다. 그래서 모눈종이 위에 간단하게 어떤 느낌으로 인형이 움직여야하는지에 대해서 설계를 시작했고 간단하게 그려진 설계도를 제시하면서 이렇게 설계를 하면 되겠다 라며 설명을 해나갔다.


뼈대를 나타내는 선과 접합점으로 나타낸 동작의 설계


기계적인 설계를 하는데 있어서 정운동과 반운동이 있다고 설명을 한 그는 한국에서도 흔히 쓰이는 과학상자의 부품을 예로 들어 설명을 했다. 힘을 주는방향과 같은 방향으로 동력을 받아 움직이는것이 정운동이고 힘을 주는 방향과 반대방향으로 움직이는게 반운동이다. 물건을 들어올리는 동작을 하는 인형에서 허리를 숙이면 앞으로 내뻗는 손부분이 정운동을 하는 부분이고 허리를 당겼을때 반대로 펴지는 목부분이 반운동 부분이다. 이것을 함께 실행되도록 하는 메커니즘은 운동기관을 꼬아주면 동시에 발생시킬수 있다는 설명을 위의 그림을 그리면서 설명을 했었고 뭔가 레고조립의 심화과정 수업을 듣듯이 집중해서 워크샵을 이어나갔다. 


뼈대를 납으로 접합하고 있는 Mao와 신대표


구조설계가 끝난 뼈대들은 납땜을 통해서 접합되었다. 이 접합의 방법과 뼈대가 되는 재료들은 제작을 하는 장소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고 한다. 우선 가장 구하기쉬운 재료와 가장 작업하기 안전한것을 우선으로 한다고 했다. 옛날에는 피아노 강선을 산소용접기로 작업을 했으나 작업효율이 떨어져 현재는 굵은 철사와 납땜으로 작업을 진행한다고 했다. 골격의 강도는 약해지지만 안전하고 50cm정도의 크기의 인형을 만들기에는 굵은 철사가 적정하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녹이는 납에 바세린을 발라 녹은 납액이 튀지않게 만드는것도 안전을 위한 좋은 팁이었다. 


그리하여 완성된 어머니의 뼈대


이 뼈대는 이제 티슈 담당인 Yabako에게 넘어간다. Yabako는 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 출신의 예술가이다. 성격이 엄청 세심한편이라서 거대인형을 만들때도 최소한의 재료를 사용하여 훌륭한 퀄리티를 낸다고 칭찬이 자자한 사람이었다. Mao에게서 건내받은 철골격에 종이죽을 바를 수 있는 천을 감는 작업부터 시작했다. 



살붙으신 어머님


Yabako는 기본적인 종이죽의 반죽부터 우리에게 설명을 하였다. 거대인형도 마찬가지지만 작은 퍼펫들도 결국은 내구성과 무게와의 싸움이라고 말했다. 내구성이 있어야지 퀄리티 있는 인형이 오래 보관될 수 있고 또 사람이 들고다니면서 움직여줘야하는 인형이기때문에 가벼워야한다고 말했다. 그가 만드는 종이죽은 기본적으로 돌쌓기가 알고있는 종이죽에 톱밥이 추가가 되었다. 신문지를 기반으로 한 종이죽은 섬유질이 파괴되어 내구도가 떨어진다고 한다. 거기에 고운 톱밥을 추가하여 점성을 높여서 사용하면 그 내구도는 훨씬 올라간다고 한다. 그리고 이 종이죽은 두종류를 준비하는데 하나는 내부를 채울 신문지 색깔 그대로의 종이죽과 스킨컬러를 반영한 종이죽 두 종류이다. 기본 종이죽으로 부피감을 최대한 살려낸 후 바짝 말린다. 그 후에 스킨컬러를 입힌 종이죽으로 겉면 마감을 하는 식이다. 


Yabako와 스킨컬러 작업을 하는 신대표

 

바짝 말린 인형은 2키로도 채 되지않을 정도로 가벼운편이다. 기본적인 스킨을 완성하고 나면 이제 인형의 생명인 얼굴 조형에 들어간다. 국PD의 어머니의 사진을 기본으로 얼굴의 이목구비를 잡고 마음의 창인 눈과 그 눈매를 조화롭게 만져준다. 


국PD의 어머니


얼굴 조형의 하일라이트인 눈을 매만지고 있다


이 작업 뒤로 인형은 건조작업을 거치게 되고 그 사이의 시간동안의 인형이 입을 의상을 제작하게 된다. 하지만 기존에 예정되어있던 공연이 취소가 되면서 의상제작담당이 바캉스를 떠나게 되면서 의상작업은 후로 미뤄지게 되었고 연출과 소품제작 작업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연출담당은 Max이다. 거대인형을 제외한 인형들의 연출을 담당하고 있다고 했다. Max는 <바그너의 선조들>의 다른 에피소드의 완성된 인형을 보여주며 그 인형들의 이야기가 어떻게 구성이 되어있는지 어떤동작을 하는지들을 설명해주며 한국의 어머니의 극연출을 어떻게 할것인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미 완성된 아프리카 말리부족의 선조 인형. 창을 들어올리는 동작을 한다


바캉스를 떠난 의상담당을 위해서 한국의 선조의 의상패턴을 사진을 통해 수집하고 복식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퍼펫이 취할 동작과 그 동작에 따른 소품을 어떻게 만들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앞에서 예로든 말리부족의 선조같은 경우는 실제로 사람이 쓰는 장신구를 인형의 스케일에 맞게 작은것으로 준비하여 의상을 꾸몄고 소품들의 경우는 나무를 깍아 제작하였다. 국pd의 어머니 경우는 박스를 들어올리는 동작을 연출해야했기 때문에 골판지 종이를 접어 박스를 여러개 제작하였고 그것을 기본으로 해서 이야기의 흐름과 동작들을 연출하였다.


구멍난 양말을 이용한 봉제인형과 Max


그 이외에도 다른 형식의 인형극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었다. 신다 버린 양말을 이용하여 만들어낸 봉제인형. 이 인형극은 마을의 재판을 주제로한 이야기라고 했다. 양말의 안쪽을 풀을 먹인 톱밥으로 채워서 얼굴의 형태를 잡고 그 위에 아크릴물감으로 얼굴을 그려낸다. 간단한 기계장치로 인형들의 움직임을 만들어내고 목소리 연기로 인형극을 실감나게 표현했다. 잘나가고 있는 거대인형에 머무르지않고 다양한 공연예술의 장르에 도전하고 있는 모습이 멋있어보였다. 


<바그너의 선조들> 리플렛에 쓰일 사진촬영중인 신대표


프랑스를 떠나오기전 크리스토퍼는 <바그너의 선조들>의 포스터와 리플렛에 쓰일 한국선조 제작팀의 사진을 찍길 원했다. 동네의 작은 까페였지만 매우 이국적인 느낌의 사진이 나올것 같았다. 후에 <바그너의 선조들> 작품이 나온다면, 그리고 한국에 방문에서 공연을 하나면 원작자로써 꼭 함께 해주길 바란다는 말로 인사를 대신했다.


완벽하게 완성된 모습을 보고 돌아올수 없어서 아쉬웠지만 <바그너의 선조들> 좋은 작품으로 탄생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