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P의 거대인형
LGP는 거대인형으로 이름이 난 극단이다. 한국의 안산거리극 페스티벌과 하이서울페스티벌에 모두 초청되어 거대인형 거리극을 펼쳤고 한국을 벗어나 대만 중국에도 익히 이름이 난 팀이다. 그렇다 보니 자신들의 기술에 자부심을 가지면서 또 그 기술이 공유되는것에 대해서 방어적인 자세를 취했다.
거대인형 기술 공유 제안 (7월 2일)
돌쌓기(이하 돌) 우리는 한국에서 온 사회참여극단 돌쌓기라고 한다. 우리는 거대인형을 만드는 것을 배우고 또 극단의 운영에 관한 많은 점들을 묻고싶어서 이곳에 방문했다.
크리스토프(이하 크) 당신들이 나누어 준 소개자료를 읽어보았다. 우리는 거대인형을 만들고 공연을 하는 단체이다. 우선 요점부터 말하자면 우리는 이 거대인형을 통해서 한국을 방문했었고 앞으로도 또 그러고 싶다. 당신들이 우리의 기술을 가지고 한국에서 공연을 한다면 프랑스에 있는 우리를 부를 이유가 없지않느냐? 그래서 우리는 그런 부분에 대해서 합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돌 우리는 거대인형을 만드는 것을 배우기 위해서 이곳에 왔다. 그러나 우리의 중요한 지점은 인형으로 퍼포먼스를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한국사회의 문제점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위해서 거대인형을 만들고자하는 것이다. 우리 때문에 LGP가 한국에서 공연을 못하게되는 일을 없게 할 것이다.
크 그렇게 배워간 팀이 한둘이 아니다. 대만, 인도, 수많은 나라의 예술가들이 우리의 기술을 배워가고 난 후 우리와 연락이 끊겼다. 그리고 그들은 우리에게서 배워간 기술로 공연을 하고 있다.
돌 우린 그런부분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말해 줄 수 있다. LGP로부터 배워간 기술로 인형을 제작하게 될 경우에 공연의 포스터나 리플렛에 LGP의 도움으로 제작되었다는 표시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당신들이 한국에 공연을 오게 되면 한국 내에서의 코디를 담당해줄수도 있다. 한국의 사회문제를 바로잡기 위해서 당신들의 기술을 사용한다는 진심을 알아주길 바란다.
크 그렇다면 두고 볼 일이다. 당분간 이곳 아뜰리에에서 지내는걸로 알고 있다. 그렇지? 거대인형 이외에도 당신들도 배움을 얻고 우리도 많은 도움을 받을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우리는 지금 <바그너의 선조들>의 제작 준비를 하고 있다. 메일로 언급을 한 부분이라서 당신들도 알고 있을 것이다. 내일 작가가 이곳에 올 예정이니 만나서 많은 이야기 나눴으면 좋겠다. 이곳에서의 생활이 좋은 경험이 되길 바란다.
처음 LGP의 아트디렉터인 크리스토퍼를 만났을때 그는 자신이 생각하고있는 우려지점들을 확실하게 말했다. 우리의 LGP의 방문에 목적에 대해서 확실하게 물었고 자신들의 입장을 확실하게 이야기했다.
난처했다.
사전에 완벽하게 커뮤니케이션이 되었다고 생각했으나. 그들은(이라기보다는 크리스토퍼는) 배타적이었다. 기술의 전수를 두고 그는 우리와 함께 생활하며 판단하겠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래서 더욱 이곳 생활에 집중할수밖에 없었다.
빌라의 입주예술가들의 작품을 돕고 LGP의 벽화작업을 도우며 <바그너의 선조들>의 작업에 들인 성의를 보았는지 크리스토퍼는 거대인형의 조작에 관한 부분부터 하나씩 돌쌓기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이것이 빌라에서 머무른지 약 일주일이 지난 시점이었다. 촉박해진 시간만큼 우리는 더욱더 워크숍에 열을 올렸다.
LGP의 거대인형 조작담당 claude maurice baille(모두들 클로드모 라고 부른다)
클로드모는 엄격한 선생님이었다. 평소에는 인자한 할아버지지만 인형을 지고 있을때는 언제나 현장에서 공연을 하는듯 호통을 치시는 분이다. 서커스단의 아크로바틱 주자로 공연예술계에 입문하여 현재 60이 넘는 나이임에도 무거운 인형을 지고 거리를 누빈다.
조작 워크숍에 쓰일 거대인형 두기
워크샵 당일 빌라에 도착했을때 우리가 조작해야할 인형들은 이미 조립이 되어있었다. 인형들의 이동과 조립에서도 많은 부분을 배울 수 있을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아직 경계당하고 있다라는 생각을 했다. 남자인형과 여자인형을 상혁과 방용이 하나씩 지고 한사람이 규환과 교대를 하면 빠진사람이 서포트를 하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LGP인 만큼 인형의 퀄리티는 매우 좋았다. 인형의 마감과 옷들이 마치 공장에서 이 인형을 위해서 제작이 된것마냥 잘 어울리고 자연스러웠다. 얼굴과 머리카락의 표현도 매우 사실적이었다. 그리고 더울 놀라웠던것은 관절의 움직임이었다. 인체에서 큰 동작을 구현하는 관절들을 거의 그대로 차용해서 매우 자연스러운 움직임이 가능했다.
거대인형 기동~
하지만 무게는 생각보다 무겁다는 생각을 했다. 한국에서 돌쌓기에서 미리 만들어본 인형은 30kg이 넘는 중량이었다. 물론 손은 제외하고. LGP에서 만든 인형들의 무게는 못잡아도 20kg이상으로 느껴졌고 이는 10kg쯤으로 만들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던 우리들에겐 조금 충격이었다. 하지만 한사람이 인형을 모두 컨트롤 할 수 있다는 면에서는 그정도의 무게가 한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또한 하게 되었다. 첫번째 워크숍에서는 간단히 몸을 풀고 인형을 지고 팔을 뻗고 스텝을 밟는 수준의 동작만을 연습했다. 이것도 생각보다 힘든 활동이었다. 일단 무게가 있고 그것을 지속적으로 쉬지않고 움직여야하며 그곳은 40도의 폭염이 내리쬐는 프랑스였기 때문이다. 조금만 움직여도 비오듯이 쏟아지는 땀 때문에 30분이 못가 지쳐서 교대시간만을 바라보게 되었다. 그렇게 세번의 사이클이 돌면 말그대로 완전히 탈진상태에 이른다. 아직 삼십대 초반인 우리도 이정도로 체력이 부치는 퍼포먼스인데 클로드모는 이것으로 공연까지 한다니 예순이 넘은 그의 체력이 놀랍게 느껴졌다.
인형 조작 실습중인 신대표
그 다음번 연습부터는 살짝 살짝 뛰기도 하고 양손을 번갈아 움직이기도 하는 등 좀 더 연출다운 동작에 집중하였다.이 연습부터 새로운 인형을 사용하였는데 이 인형은 전에 졌던 인형보다 한층 무거웠다.(....ㅠㅠ) 안쪽 공간에서만 행해지던 연습도 이젠 빌라의 전체를 돌아다니며 사물과의 커뮤니케이션 인형이 사람과 만났을때의 리액션을 곁들이는 등 전보다 점점 난이도가 더해지면서 돌쌓기 단원들의 창의력을 테스트했다. 인형이 큰 만큼 사람이나 사물에 대해서 취하는 액션도 1.6미터의 사람과 같을 수 없었다. 눈 앞의자를 못본척 걸려 넘어질뻔하기도 하고 큰 박스를 종이컵 차듯이 차기도 했다. 각 동작들을 왜 하는지에 대해서 보는 사람들이 이해할수있게 행동해야하는 지점들은 연극을 처음 시작할때 배우훈련을 받을때랑 똑같은 느낌이었다.
프랑스 미녀와의 댄스
그리고 마지막 수업에 도달해서는 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에 나섰다. 주로 사물과의 커뮤니케이션에 집중했던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신대표는 사람과 춤을 추기 시작했다. 상당히 아름다운 장면으로 기억되고있다.
이정도 수업이 진행되자 클로드모는 자신의 속내를 내비췄다. 크리스토퍼는 우리를 경계하고 있지만 다른 사람들은 우리를 신뢰하고 있다고 말했다. 거대인형의 기술을 도둑질해가려고 온사람들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하며 인형의 조립과 해체과정도 함께 해보자고 이야기했다. 드디어 인형의 속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긴것이다.
거대인형의 조립
내부는 철골로 되어있었다. 피아노선을 잘게 잘라 용접을 통해 뼈대를 완성했다. 피아노선으로 사면체 구조를 만들어 그것을 이어나간 식이어서 형태를 잡으면서 무게를 줄일 수 있었던것이 특이한 지점이었다. 그리고 의상도 놀라웠다. 각 부위에 맞춰서 딱맞게 결속시키는 파츠들이 있어서 옷이 흐트러지지않고 몸에 입은것처럼 붙어있게 만드는것도 놀라웠고 가장 놀라웠던 것은 머리의 보관과 그 내구도였다. 돌쌓기는 신문지로 만들어서 습도에 취약하고 완성된 뒤 몇일이 지나면 습기를 머금어 쉽게 찌그러졌으나 여기는 만든지 몇년이 지난 인형들도 딱딱하게 그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런 지점은 클로드모도 제작보다는 연기쪽을 담당하는 분이라서 자세하게 설명을 해줄수 없다고 말했다.
집에 오는길은 때론 너무 길어
인형을 30분씩 세번 연습을 하고나면 완전히 체력이 바닥나기때문에 우리는 연습후 숙소로 돌아오는길마다 지쳐 쓰러지기 일쑤였다. LGP에서의 일정이 끝날때까지 결국 자세한 제작법에 대한 워크샵은 시작하지 못한 채 떠나야했고 우리는 많이 아쉬웠다.
그러던 어느날. 파리를 떠나 스트라스부르에서 알자시 워크샵을 진행하고 있는 우리에 게 크리스토퍼로부터 연락이 왔다. 자신이 바캉스를 다녀온 후 파리에서 볼수 있다면 거대인형의 제작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싶다고 온것이다. (!!) 우리는 당장 스케쥴이 비어있다고 이야기했고 미모스페스티벌을 보고 파리로 돌아온 우리는 몽마르뜨의 어귀에서 다시 크리스토퍼를 만날 수 있었다.
거대인형의 제작에 관한 설명중인 크리스토퍼
그는 그동안의 그가 맞나 싶을정도로 친절하고 자세하게 거대인형의 제작에 대한 설명을 해 주었다. 그동안의 노력들이 신뢰로 맺어진것 같았다. LGP의 비밀이라고 신신당부를 했기때문에 공개되는 블로그에는 자세히 설명할 수 없음을 아쉽게 생각한다. 거대인형을 만드는 재료들과 제작에 들어가는 시간관리, 그리고 주의해야할 점 등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고 신대표의 끊임없이 이어어지는 질문으로 짧은 만남을 예상했던 크리스토퍼와의 마지막 대화는 세시간이 넘게 이어졌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크리스토퍼는 당신들을 우리의 자매극단으로 홈페이지에 등록하려하니 극단의 소개자료를 보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리하여 탐방을 떠났던 목표의 첫번째 지점은 탐방이 끝나기 하루전에 성취할 수 있었다. 비록 그것이 우리것으로 온전히 체득되기 위해서는 내면화하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테지만 스승이자 동료를 얻어올 수 있었던 좋은 경험이었다.
+) 돌아온 한국. 감사의 편지를 쓰려는 찰나에 LGP가 하이서울페스티벌에 초청을 받아 10월에 서울을 방문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다시 함께 할 시간을 만들수 있다는 것,그리고 그들에게 받은 선의를 돌려줄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은것 같아서 10월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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