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5 SEEKER:S Story/*사회참여극단 돌쌓기

[사회참여극단 돌쌓기 05] Alsaxy Project - 준비

Alsaxy Project는 'Marcl-li'의 시민참여형 예술 프로젝트이다. 그는 스페인에서 세노그라프로 유명세를 떨쳤고 샤독에서 레지던스 지원을 받으며 스트라스부르 외곽지대인 오삐에르의 지역활성화를 위해 활동을 시작하였다. 그의 프로젝트 사업의 프로모션 영상은 아래와 같다.

Alsaxy project promotion movie


원래 LGP와 함께 <바그너의 선조들> 공연스케쥴이 잡혀있었으나 스케쥴이 취소되면서 참여할수 있게 되었다. 평소에 시민참여 워크숍에 대해서 주체적인 입장에서 프로그램을 열었지만 참가자의 입장에서 시민참여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에 대해서 관찰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게다가 다른나라의 시민참여는 어떤 느낌일지도 궁금했다.


프로젝트 첫날. 프로젝트를 시작하기에 앞서 모두들 모여 오늘의 작업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을 때 우리가 도착하였다. 어색한 눈인사를 나누며 Marcel-li를 포함한 참여자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프로그램의 진행은 Marcel-li와 그의 딸인 Adelaida이 주축을 맡고 고 그 외에는 시민참자여들로 보였다. 그리고 기획팀으로 구성된 그룹이었다. 작업장에 도착하여 가장 크게 눈에 뜨인것은 리어카를 이용한 큰 구조물이었다. 오삐에르에는 다섯개의 작은 구역이 있었고 이 구조물들은 각각의 구역을 대표하는 느낌으로 쓰인다고 한다. 그리고 그가 작업장을 한바퀴돌며 프로젝트 진행상황과 우리가 만들어 내야하는 것들에 대해서 소개해 주었다. <Megafish> 작품은 폭 10m, 높이 4m짜리 그림은 전체가 여러페이지로 나뉘어져있다. Marcel-li의 독특한 캐릭터관이 여기서부터 느껴졌다. 그림작품 하나로 전체적인 스토리텔링이 가능한 구조였다. 어릴적 보던 책들이 생각이나서 괜찮은 발상들이 많이 떠오르는 작품이었다


Marcel-li의 Megafish


그리고 이런 작품외에도 퍼레이드에 참가하는 시민들이 입을 의상과 모자 등 75명분의 의상을 제작하는 일들이 시작되고 있었다. 총 75명분의 의상을 제작한다고 했다. 박스와 버린 플라스틱 병을 이용해서 말이다. 이 부분에서이 연출도 욕심이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간단한 프로젝트 제작물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작업을 시작하였다. 통역없이는 옆사람과 쉽사리 대화조차 시도할 수 없어서 첫날은 함께 작업을 하였다. 첫날은 리어카의 큰 구조물을 완성하는 일이었다. 

이런 구조물리어카가 다섯대 있다


기본 뼈대 작업만 되어있는 리어카에는 박스를 씌우는 작업을 하였고 박스가 씌워져있는 리어카는 케이블타이로 묶여있는 부분을 천으로 보이지않게 씌우면서 외부로 노출된 모든부분을 물에 젖지않도록 천으로 마감처리하는 일을 진행하였다. 한국에서 작업을 하던 우리들은 왜 그런 마감처리를 하는지 알수가 없어 Marcel-li에게 물어보니 비가 오든 눈이오든 공연은 진행되어야하기때문에 최소한의 방수처리를 해야한다고 이야기했다. 우리는 비가오면 일단 공연을 미루는게 기본이라고 생각했으나 이곳에서는 공연날 날씨의 컨디션을 최악의 상태까지 고려하여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것이었다. 이 부분은 많이 배울부분이었다. 그리고 케이블타이가 삐져나온부분이 사람을 다치게 할 수도 있다고 말하는 부분에서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쓰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이곳에서도 첫날에는 상태가 괜찮았다


파리에 이어서 뜨거운 날씨가 이어졌다. 실외 공간이기때문에 햇빛을 피할수 있는 공간은 구조물이 만들어내는 그늘 밖에 없었다. 아침 9시부터 시작된 작업은 12시가 되어서야 점심식사를 위해서 멈추었고 다같이 모인 식사자리는 풍성했다. 한국과의 가장 다른 작업스타일이라면 먹거리라고 이야기하고싶다. 음식전담 기획이 있어서 작업장에는 언제나 먹거리가 풍족하다. 힘들면 언제나 먹을수있는 간식들이 준비되어있으니 참가자 모두가 힘들게 작업을 하더라도 잠시 쉬면서 기운을 회복할수 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워크샵에서 식비에 큰 비중을 둘수 있는 이런 시스템이 기획으로써 아주 부러웠다.


프랑스인이 되어가는 우리들-1


작업이 하루이틀 이어지면서 우리는 점점 프랑스인화 되어갔다. 웃옷을 입지않고 일하는것들이 점점 자연스러워졌다. 더운 날씨도 날씨지만 강한 햇볕에 팔다리가 요란스럽게 타고 있었기 때문이다. 박스를 씌운 리어카는 색칠을 하기전에 박스의 색깔을 지우기위해서 흰색 수성페인트로 모든부분을 칠했다. 그렇게 기본적인 준비가 끝나면 Marcel-li가 자기의 컨셉북을 보면서 각 리어카에 자신만의 캐릭터들을 그려넣기 시작했다. 그렇게 밑그림 도안작업이 끝나면 또 다시 참여자들이 정해신 색깔로 색을 칠하는 식으로 리어카를 완성해갔다.


밑그림을 그리는 Marcel-li


리어카 준비가 어느정도 진행되자 우리는 퍼레이드 참여자들이 입을 의상작업에 투입되었다. 박스를 이용한 의상과 헌옷을 이용한 의상 두 종류의 의상을 만들었다. 박스를 이용한 의상은 다섯가지 구역으로 나누어진 지역에 따라 색과 문양컨셉을 따로 잡아 제작이 진행되었고 헌옷을 이용한 의상의 경우 색칠된 종이를 길게 길게 잘라서 바느질로 옷에 붙이는 식으로 제작이 진행되었다. 둘다 거친 소재들로 작업이 이루어졌기때문에 작업이 진행될수록 몸의 이곳저곳에 상처들이 생겼다. 이런부분에 대한 대비는 조금 소홀한것 같아서 아쉬웠다. 


프랑스인이 되어가는 우리들-2


헌옷과 종이를 이용한 의상


헌옷을 이용한 의상은 몇벌 필요하지 않았기때문에 금방 작업을 끝낼수 있었지만 박스를 이용한 의상은 한구역당 15명씩 5구역의 인원 75명분의 의상이 필요해서 작업량이 엄청나게 많았다. 상의와 각부족의 모자, 그리고 깃발까지 만들어야했기 때문이다. 뜨거운 날씨 때문에 시민참여자들의 출석률도 가면갈수록 떨어지고 이것은 어떻게 손써볼수가 없는 부분같이 느껴졌다. 이때 2014년 돌쌓기극단에서 함께 기획을 했던 '김별'양이 유럽 배낭여행 중이었고 유럽에서의 일정이 겹친다면 한번 보자는 식의 이야기를 했었던것이 생각이 났다. 다행히 그녀는 체코에서 다른 지역으로 이동을 준비하고 있었고 돌쌓기의 Alsaxy projecrt 작업에 합류하게 되었다. 


어서와~ 이런 작업은 익숙하지?


열심히 준비했지만 공연시간이 닥쳐와도 늘 준비가 안된 느낌인 것은 한국이나 프랑스나 똑같은것 같다. 공연 이틀 전이 되었음에도 참가자들의 의상은 끝날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리허설을 못하고 공연을 하는게 아닌가 하는 걱정도 생겼다. 그렇지만 여기서 다른나라의 작업문화의 특징을 또 한번 목격하게 되는데 그것은, 당장 내일이 공연이라도 쉬어갈 것은 쉬어간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점심을 먹고난 후 낮잠을 청하며 체력을 보충했고 총책임자의 딸인 Adelaida 역시 그늘에서 휴식을 취했다. 그러나 다급하긴 했던지 공연이 임박해오자 시민참여의 시스템적인 모습은 많이 사라져 있었다. 시민참여자들에게 어떤 동기부여보다는 다가오는 마감을 지키기위해서 작업만 바라보며 달리는 공장이 되어버린 느낀이었다. 이부분은 참 아쉬웠다. 물론 이부분이 시민참여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가장 힘든 부분이라는 것을 우리도 잘 알고 있다.


공연전날 아직 완성되지 않은 의상들


그리고 공연의 하루전날 Marcel-li는 우리에게 한가지 제안을 하였다. 퍼레이드를 할때 한국팀의 퍼포먼스를 하나 넣고싶다는 주문을 하였다. 처음에는 20~30초의 간단한 안무였지만 우리는 회의 끝에 2분 30초분량의 짧은 공연을 준비하겠다고 제안을 다시 했고 Marcel-li는 허락을 하였다. 다만 그들의 퍼레이드와 컨셉이 맞지않을 수도 있으니 퍼레이드가 끝나고 작업장으로 돌아와 모두가 모인 가운데에서 함께 보겠다고 제안했다. 


2분 30초 공연의 컨셉에 대해서 설명하는 김상혁


메인이 되는 퍼레이드도 준비가 안끝났지만 2분 30초에 달하는 공연을 채우기 위해서 하루도 남지않은 시간을 써야하는 우리도 마음이 급해졌다. 돌쌓기답게 거짓말하는 정치인을 풍자하는 공연을 준비했고 그에 맞는 소품을 준비해야했다. 폐품들이야 이미 Marcel-li의 작업장에 널려있기때문에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었다. 


"거짓말 하는 청개구리가 거짓말로 개구리의 왕이 되지만, 호랑이에게 잡혀먹었다"


는 간단한 시놉시스의 이야기를 위해서 우리는 밤늦게까지 제작에 매달렸다. 최대한 Marcel-li의 작품컨셉을 해치지 않는 한도내에서 색과 스타일을 사용했고 그곳에 돌쌓기스러운 느낌을 줄수있게 오브제들을 만들어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