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망의 공연날이 되었다. 일기예보에는 비와 강풍이 예견되어있어서 퍼레이드를 할수 있을까 의문스러운 날씨였다. 아니나 다를까. 아침부터 소나기와 등을 떠미는 강풍이 일었다. 벽면으로 세워두지 않으면 리어카 구조물들이 넘어질것같은 날씨였다. 10시부터 모인 참여자들은 날씨를 보며 준비가 미흡했던 부분들을 다시 한번씩 점검했다. 돌쌓기도 어제 완성못한 <청개구리>의 소품들을 다시 점검하면서 날씨가 맑아지길 기다렸다. 오후 2시가 되자 점점 날씨가 맑아졌다. 바람도 점점 잦아들어 공연을 하기에 적합한 날씨로 바뀌었다.
퍼레이드 준비
퍼레이드 준비
아프리카 음악을 하는 팀이 와서 퍼레이드의 시작전부터 흥을 돋우고 어디서 온건지 알수 없는 많은 시민들이 작업장에 도착했다. 다섯가지 구역의 의상들을 하나씩 맞춰입으면서 예열을 하듯이 몸을 리듬에 맞춰 흔들기 시작했다. 물론 돌쌓기도 참가자의 하나가 되어 그동안의 고생들을 보상받기라도 하는듯이 몸을 흐느적거리기 시작했다. 참가자들이 모든 의상을 갖춰입고 구역별로 모여 전쟁이라도 시작할듯이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네시에 다다르자 각 구조물 리어카들을 선두로 부족이동이라도 하는 듯이 참가자들은 리듬에 맞춰 행진을 하기 시작했다. 리어카들은 오삐에르의 아파트 단지를 돌며 단지마다 굳게 닫혀있던 문과 창문을 열게 만들었다. 아프리카음악에 맞춰서 춤을 추는 사람들과 그들에게 그들만의 리듬으로 박수를 치는 사람들이 참 아름답게 느껴졌다.
퍼레이드가 멈추면 그곳은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었다
Verigette 구역에서 난장
어디서 놀고있었는지 하나씩 행렬을 따라 나서는 아이들. 흡사 피리부는 아저씨가 된것 같았다. 자전거를 타고 따라오는 아이들은 퍼레이드 참가자의 등에 달려있는 깃발들을 하나씩 뽑아서 행렬에 동참했다. 모자를 달라고해서 쓰고 따라오는 아이들도 있었다. 몇몇은 리어카에 올라타 지휘를 시작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이런 문화적인 행사가 지역을 활성화 시킨다는게 이런느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약 세시간이 넘는 시간을 리어카를 밀면서 오삐에르의 다섯구역을 돌아다녔다. 중간중간 쉬는 시간에는 참가자들에게 음료와 먹을것들을 나눠주며 기운을 북돋았지만 길어지는 퍼레이드가 힘든건 사실이었다. 퍼레이드를 영상으로 남기기위한 촬영팀들도 많았다. 어쩌면 현장에서 진행하는 퍼포먼스보다 기록으로 남기는 영상이 더 중요한것 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어쨌거나 잘 보여지는것이 퍼포먼스의 목적이라면 저런 노력도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도 했다. 돌쌓기는 수많은 공연을 하지만 그 포장이나 후시적인 작업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늘 했었는데 이 공연의 퍼포먼스 영상촬영을 보면서 영상과 사진을 동시에 남길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모든 리어카가 출발지점으로 돌아오고 모두가 수고했다고 박수칠 때, 우리만 긴장하고 있었다. 바로 우리의 공연차례가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하루도 안되는 시간으로 이야기를 구상하고 오브제를 만들고 연출과 음악까지 준비하였다. 이만하면 '월간 돌쌓기'를 뛰어넘는 '일간 돌쌓기'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겠구나 싶었다.
<청개구리> 공연중
<청개구리> 공연중
연습시간이 부족하여 합을 잘 못맞추는 바람에 실수도 있었고 마무리를 잘 맞추지도 못했지만 누군가의 작업을 도와주던 조력자로, 또는 요리사로 불리우던 그동안의 시간들을 완전히 날려버릴만한 기분좋은 공연이었다. 짧았지만 첫 해외공연이었고 이 공연을 진행 할 수 있게 허락해준 Marcel-li에게 이자리를 빌어 다시한번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기대했던만큼 시민참여 프로그램의 설계에 대한 많은 배움은 얻지 못했지만 그동안 우리가 해오던 오브제의 제작, 시민참여, 거리 퍼레이드가 결코 부족하지않음을 느낄수 있어서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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