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모스페스티벌은 프랑스 페리그에서 개최하는 세계적인 마임 축제이다. 올해로 33회째며, 매년 수준 높은 공연들이 올려져 세계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있다. 거리 및 실내에서 이루어지는 마임과 광대극, 서커스, 인형극, 움직임, 오브제, 댄스 등 다양한 퍼포먼스 공연들이 펼쳐진다. 돌쌓기는 마임으로 출발한 극단이다. 소음이 많은 거리에서 관객들과 소통하기 위한 최고의 장치는 오히려 침묵이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거리극 아이디어를 얻고, 세계적인 공연계의 흐름을 파악하며, 일반 시민들도 할 수 있는 공연컨셉을 찾기 위해 프랑스 서부의 페리그, 미모스 페스티벌을 참관했다.
Mimos Festival과 돌쌓기
총 45개의 공연이 7/27~8/1까지 6일동안 펼쳐지는 이번 33회 미모스페스티벌은 공식초청작인 IN 공연, 자유참가작인 OFF 공연으로 이루어져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공식참가작인 IN공연중 돌쌓기가 관람했던 공연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려한다.
1. Expiry date
페리그에 도착한 당인 미모스페스티벌에서 처음 본 공연이다. 4명의 배우가 출연하여 도미노와 물리학 실험실 같은 무대 장치들 속에서 배우들이 서로 다투고 싸우고 갈등이 폭발하고 그 와중에 도미노가 쓰러지고 무대장치들은 움직인다. 배우들이 고함치는 대사를 들어보면 ‘내가 지금부터 너한테 소리칠거야! 그러면 너는 나를 밀칠거야!’와 같은 앞으로 표현할 상황을 대사로 미리 말한다. 싸움의 무의미함을 이야기하는 걸까.
관객들은 이 위트에 웃는다. 전반적으로 에너지가 넘치는 공연이었다. 도미노와 장치들이 셋팅할것들이 많아서 그런지 단 1회공연이어서 더욱 집중해서 보았던것 같다.
2. La montagne
미모스에서 제일 흥미롭게 본 공연 중 하나이다. 파리에 머물 때 태양극단이 있는 곳에서도 공연했었는데, 미모스에서 보려고 아껴두었다. 한국에서 검색할 때도 사회적 메시지 얘기가 가능한 스펙타클한 거리극으로 가장 기대가 되는 공연이었다. 현실의 힘듦, 세상의 높은 벽을 거대한 기울어진 나무세트로 표현했는데 배우들은 계속해서 이 경사 위를 미끄러지고 올라가고 미끄러지고 올라간다. 그러다가 이 세트가 움직인다. 총 3개로 이루어진 이 거대한 세트는 관객들을 밀어내며 광장을 포스있게 가로지른다. 삼각형으로 서로 마주본 세트 위에서 배우들은 각 세트 위에서 연기하다가 다른 세트로 이동하며 연기하기도 한다. ‘절망에서 어떻게 힘을 내는가’가 주제인 이 공연은 올라가길 두려워하는 여자를 끊임없이 억지로 끌어올리려는 남자의 폭력성을 보여주기도 하고 꼭대기에서 떨어질 것 같은 여자를 붙잡고 있기도 하고 나이든 이들이 긴장된 상태에서 서로 어깨동무를 하고 군가나 민요를 연상케하는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기득권과 새로운 자의 대립으로 보이는 장면을 연출하며 클라이맥스로 치닫는다. 결국 새로운 자가 위치를점한다.
마지막이 압도적이다. 거대한 세트가 다시 이동하며 관객들을 움직이고 처음의 위치로 돌아가서 거대한 경사면을 다시 오르고, 이 경사면에 글씨를 쓴다.
"젊은이여 푸른 열정을 잃지 마라." 라는 구절을 시작으로 꺽여서는 안될 인간의 의지에 대한 긴 글을 차곡차곡 써내려간다. 배우들은 한명씩 춤을 추고. 대사를 외친다. 관객들을 일직선으로 가르며 길을 만듭니다. 무대와 관객을 가르는 거리는 점점 멀어져 어느덧 광장의 끝까지 뛰어갔다 돌아오기를 반복한다. 광장의 저 편에서 인사. 커튼콜. 다시 세트로 돌아와서 인사. 커튼콜. 온 광장을 사로잡는 압도적인 멋진 공연이었다. 음악 CD도 샀다. 10유로!
3. a corps perdus
노을 지는 저녁, 페리그 시내에서 멀리 떨어진 한적한 풀밭 위를 걸어갔다. 멀리 보이는 높고 거대한 공연세트..! 사방면에 마련해 놓은 객석들. 우리는 객석 앞에 펼쳐진 은박 시트 맨 앞에 앉았다. 점점 해가 기울고 어두워지고, 무대에 첼로를 든 한 남자가 등장했다. 조명이 차례차례 켜지고 흰 옷을 입은 배우들이 등장하고 첼로 남자는 무대 옆 첨탑 같은 곳으로 올라가서 라이브로 전자음악을 조율하고 배우들은 무대세트 안의 원형무대를 돌리며 높고 거대한 무대 위에서 곡예를 펼치기 시작했다. 높이 봉을 타고 올라갔다가 떨어져 내려오다.. 멈추고! 서로 밀치고 당기고 넘어뜨리고 견제하며 겨루듯 서커스 봉타기 기예를 펼치는 배우들. 마지막은 저 높은 곳에서 트래블링을 하며 클라이맥스!
돌쌓기가 지향하는 공연은 아니었지만, 멋진 공연이었다.
4. nous sommes
성당 앞 작은 광장에서 진행된 공연. 숙소 바로 옆이라 좋았다. 오전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관객들이 많이 모여있었다. 특별한 무대 장치 없이, 평범한 옷을 입은 배우들이 일반인처럼 섞여있다가 갑자기 대사를 하거나 소리를 내거나 춤을 추는 행동을 했다. 익숙한 광장의 공간이 색다르게 보이고, 혹시 배우일지 모르는 일반 사람들의 관계도 유심히 살펴보게 되었다.
5. encore une heure si courte
이 공연은 실내 공연이라 영상을 찍을 수 없었다. 40년 된 유명한 극단인 LE THÉÂTRE DU MOUVEMENT의 오래된 대표작. 공연 보러 온 관객들이 넘쳐났고, 우리는 대기표를 받아서 운 좋게! 겨우 입장할 수 있었다. 이 공연은 총평을은. 제가 본 이 공연은, 연극으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시(詩)였다. 작은 상자 속에 들어있다 나온 3명의 남자. 이들은 사무실 복장을 입고 있고, 작고 의미 없어 보이는 행동들을 매우 진지하게 지속합니다. 하지만 이 행동들에는 우리 일상과 덧없는 목표에 대한 상징이 숨어있다. 그 속에서 진지하게, 그래서 코믹하게 임하고, 때로 일탈하는 우리 삶이 보인다. 대사 거의 없이 움직임으로만- 너무나 맘에 드는 공연이었다.
6. alba
이번엔 LE THÉÂTRE DU MOUVEMENT의 신작이다. 로르카의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을 LE THÉÂTRE DU MOUVEMENT 스타일로 각색한 작품. 역시 대사는 거의 없고 움직임과 오브제 미장센으로 보여준다. 파리 일정에서 코메디아 프랑세즈의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을 재밌게 봤기 때문에 무척 흥미롭게 보았다. 두 극단의 다른 매력을 물씬 느끼며.
여기서는 베르나르다 알바를 남자가 할머니 분장을 하고 연기한다. 나이 드신 극단 대표가! 그래서인지 주연의 카리스마는 더 좋았다. 허나 딸들의 느낌은 보다 약했다. 검은 주단으로 삼면을 둘러친 무대는 효과적이었고 공연과 잘 맞아떨어졌다.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을 유럽와서 두번이나 보게 될 줄 몰랐다. 한국에 돌아가서 우리도 작업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7. l'île sans nom
한국에서 검색할 때 예쁜 무대세트와 단촐한 구성으로 기대가 되었던 작품. 줄타기를 하는 줄 위에서 사는 여자와 줄타기를 못하고 바닥에 발 붙이고 사는 남자의 사랑이야기이다. 다 재미없었다고 했지만 글쓴이는 좋았던 작품 ^^
8. rien à dire
자부하건데 마임 광대극의 끝이 있다면 린드레 일것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이번 미모스 페스티벌에 이 공연을 위해서 왔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정도의 작품이었다. 우선 나는 배우를 지향하고 있지 않기때문에 광대나 마임의 법칙이나 그 수단들에 대해서 많이 알지 못한다. 하지만 린드레가 보여주는 광대와 마임은 오래전 찰리채플린의 영화를 보면서 느꼈던 해학이 그대로 전해졌고 오히려 더 발전한 장치들과 그의 아이디어로 공연 전체가 반짝반짝 빛이 났다. 공연시간 90분이 끝나지 않기를 바라면서 공연을 보았다. 원래는 2인극의 포멧으로 개발이 되었지만 지금은 1인극으로 공연되고있다. 남은 한명의 빈자리는 관객으로 채운다. 거리 광대극에서나 있을줄알았던 관객의 공연참여가 실내극에서도 이어졌다. 관객을 우편배달부, 사랑하는 여자, 옆집에 놀러온 꼬마아이 등으로 활용하여 극의 입체감을 더했다. 전체적인 줄거리는 있지만 그에 얽매이지않고 순간순간 터져나오는 그의 애드립은 그가 거리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리액션을 연구했는지 짐작케했다. 앞으로 이 공연, 린드레라는 배우를 만나는 순간이 온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말고 관람하길 바란다.
9. iceberg
린드레는 이번 미모스 페스티벌에 유일하게 혼자서 두작품을 공연하는 사람이다. 그것도 IN으로 초청을 받아서 말이다. 위에서 언급했던 'rien à dire'는 유료공연이었지만 이 공연은 무료로 야외에서 공연되었다. 빙하기가 다시 찾아온 미래에 살아남은 최후의 인간 남,여를 그린 이 작품은 많은 이들의 찬사를 받았다. 빙하위의 이글루에 살아남은 두 남녀의 모습을 코믹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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