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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Globalwork Story/탕탕탕(공정여행)

[2부] 홍근, 발리 우붓에서 길을 잃게 되기 시작하다.


이 글은 조금 거친 표현이 있을 수도 있는 그런 일기 입니다.
이 당시 일기를 쓸때 저의 상태는 너무나도 감정적이었거든요.

그때 일기 내용을 그냥 있는 그대로 적어보려고 합니다.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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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702226.(발리 현지시간).

일단 밀린건 제쳐두고.. 도대체 뭐가 뭔지 모르겠다.

내가 한국에서 태어나서 발리에서 술을 마시고 노닥거리는 것 자체가 행운이려나.
영화 '카불 익스프레스'에서 봤었던 그 말.

"너희들이 이곳에서 태어나지 않고 매끼니 거르지 않고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운일지도 몰라."

내일 아침에 용주가 먼저 떠나기 때문에(내일 부터는 개별여행의 시작)이라서 근처의 라이브 카페에 가서 마지막 송별회를 즐기기로 했다. 처음엔 그런 분위기 하나하나가, 맥주의 맛이, 아해들의 감상 젖은 모습들이 다 좋았어.
담배를 피울 맛도 나고 너무나도 맛있었기에 하나 남은 담배를 피우고, 새로 담배를 사러 길 건너의 편의점으로 향했지.

그런데 그 쪽에 구걸을 하는 소년이 보이는 거야.

처음엔 그냥 그런가보다라는 이런 생각. 근데 나중에 갔다와서 노래를 들으며 음악을 듣는데 그 소년이 보이더라.
뭔가 엄청나게 대조되는 그런 느낌. 길 건너엔 구걸하는 소년, 그리고 그 건녀편엔, 단순히 부모를 잘 만났던, 혹은 운이 좋아서 자기 밥 그릇을 챙겨먹을 수 있고, 고기에 이유야 어떻게 되었든 발리라는 곳으로 여행을 올 수 있는 사람들.

너무 차이가 극명하잖아. 이런 열여덟. 나는 뭐하고 있는거야.

밥과 맥주는 발리 사람들이 하루 벌어서 쓸 수 있는 돈 보다 더 비싼가격. 우리는 그것들을 먹고 있는 거지. 그게 담배든 맥주든.

아 뭔가 진짜 내 자신이 부끄럽기도 하고, 정말 운이 좋은 건 아닐까라는 생각도 하고.. 뭘 어떻게 해야되는거냐.

갑자기 관광이라는 단어자체에도 환멸감이 드는 것 같기도 하고, 사회적 기업? 솔직히 이런건 잘 모르겠지만 정말 그런 구조를 통해서 세상을 바꾸기나 할 수 있는 거긴 하는걸까 라는 의문도 들고 말이지.

내가 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건 뭘가. 내가 할줄 아는거라곤 여행을 다니면서 보고 배우고 느끼고, 그것을 내 방식데로 표현을 하는 건데. 정말 세상을 바꾸려고 마음먹으면 내가 그 세상을 바꿀수는 있는거냐.

나는 그 소년에게 뭘 해주고 싶었던 걸까.

그 소년을 쫓아가서 밥을 먹었냐고 물어보니 밥을 먹었단다. 오히려 내가 그 아이에게 돈을 주는 것보다 그 아이를 위해서 밥을 사주고 싶었었나. 그 아이가 하는 행동이 거짓이든 아니든 나는 너무나도 내 자신이 정말 편한 세상에서 살았다고 생각되.
물론 상대적인것이겠지. 나라고 내 자신이 스스로 큰게 아니고 엄마 아빠의 그늘 밑에서 자라났으니깐 밥걱정, 돈걱정 덜하면서 살아온거니깐.

오늘 트래킹 아니 싸이클링하면서 보았던 수많은 꼬맹이들. 걔중에는 우리에게 money, money라고 외치며 돈을 달라고 하는 아해들도 있었고, 부족함이라고는 하나도 느끼지 못했을 것 같은 서양 사람들이 먹은 바나나 껍질을 받아서 소를 먹이기 위한 것이라며 모아서 가고, 물을 마신 페트병을 가지고 간 녀석들도 있었지.

누구는 어린 나이부터 여행을 아니 여행이라기보다는 관광이라는 표현이 적절하겠지. 어쨌든 관광을 다니는데 자기보다 나이많은 혹은 나이 어린 사람들의 카메라의 사진 모델이 되면서도 마냥 좋아하는 것 마냥 웃음을 지어야하는 소녀들도 있었고 말이야.

어쩌면 정말 내가 이번 여행을 하면서 날 돌아보고, 뭔가 깨닫게 되는 순간이 바로 조금전 일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아 정말 어렵네. 정말 홍근. 이러다가 세계에서 길을 잃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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