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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Globalwork Story/탕탕탕(공정여행)

[2부] 홍근, 레알 발리를 보여드립니다. '발리 에코 사이클링 투어'


여행을 떠나기전 발리의 공정여행 관련 업체를 조사하던 중 찾은 업체가 하나 있다.
바로 발리 에코 사이클링 투어.
다른 에코 사이클링도 많았지만 이 곳을 선택하게 되었던 이유는 아마 거기서 외치던 문구가 마음에 들어서 였을 것이다.

'레알 발리를 보여드립니다.'

진정한 발리를 볼 수 있다는 그 말에 우리는 이 사이클링 투어를 하기로 했다.

여차하면 사장님 인터뷰도 해볼겸 해서 그 사무실을 직접 찾아가보기로 했다.
길을 묻고 헤매고 헤매다가 찾은 발리 에코 사이클링 투어의 회사. 우리를 맞이한 사람은 아이러니 하게도 젊은 서양여자였다.
엥?? 레알 발리를 보여준다며...

알고보니 사장 아저씨 또한 외국 사람이고, 그 여자는 그 사장 밑에서 외국인들과 유창한 영어로 대화를 하는 사람으로 네델란드 출신이란다. 다른 직원들은 거의 대부분 인도네시아 사람들이었는데, 네델란드 출신의 이 여자분은 유창한 인도네시아어로 그들과 함께 웃고 즐기며 일을 하고 있었다.

발리 에코 사이클링 투어의 선두주자라고 하는 이 회사. 현재 발리에 수많은 에코 사이클링이 있지만 다 이 회사꺼를 따라한 거라고 한다. 자전거를 못타는 윤주 때문에 우리가 고민을 하고 있다고 하니, 일단 자전거를 꺼내주며 연습을 해보라고 한다.

난 정말 친절하게 윤주에게 자전거를 가르쳐 주려고 했지만..
난 정말 친절한 표정이라 생각했는데, 아해들이 볼땐 아니었었나 보다...ㅋㅋㅋㅋㅋㅋ

짧게나마 자전거 강의를 하고 있을 무렵 나이 지긋한 서양 할아버지가 도착했다.
이 분이 바로 사장님이시란다. 인사를 나누고 현재 자전거를 타지 못하는 윤주에 대한 이야기를 드리니, 고객들의 안전을 제일 우선시 하는 자기 회사에서는 강요하지 않겠다고 한다.

다른 회사들이라면 고객의 안전이야 안중에 없이 상품을 판매 하겠지만, 우리회사는 안전이 최우선 이기에 투어를 하는 것은 우리들의 선택이라고 한다. 그래서 결국 우리는 윤주는 가이드와 이인용 자전거에 태우는 식으로해서 이 상품을 이용하기로 하고 예약을 했다.


다음 날 아침.
우리의 숙소 앞으로 픽업용 차량이 왔다. 차량에 오르니 이미 한 가족들이 타고 있었다. 호주에서 왔다는 가족들로 아빠와 엄마, 그리고 딸 3명. 특히, 막내 딸은 팔에 깁스를 하고 있었지. 조금은 어색하게 인사를 나누고 드디어 사이클링을 위한 출발을 한다.

가능 도중에 잠깐 들린 경관이 아주 아름답다는 계단식 논을 보여준다.
어..근데.. 왜 이러지?? 별로 감흥이 없다.
그동안 너무 아름다운 경치를 너무 많이 봐서 익숙해져버린 것일까?? 그건 아닌것 같은데..

너무 짙게 느껴지는 패키지의 냄새 때문이다. 우리 외에대 많은 사람들이 이 포인트에 와서 사진을 찍으며 구경을 하고, 구경을 하고 있으면, 옆에 어린아이와 어른들이 다가와서 물건을 파는 그 모습 때문이었나 보다.


정말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한 채 멍하니 있다가 그대로 차에 올랐다.

처음 도착한 곳은 발리에서 제일 커다란 호수인 바뚜르 호수와 화산폭발이 있었던 바뚜르 산이 바라다 보이는 전망 좋은 곳에서의 뷔페식 아침 식사다. 처음에는 사이클링을 하는 팀이 우리뿐인 줄 알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우리와 같은 팀이 여러개가 묶여서 있는 일종의 문어발 식이라고 해야할까? 그런 것이었어.

다만 한 팀당 가이드가 한 명씩 붙어서 개별적으로 관리를 하는 방식이긴 하지만.
어쨌든 아름다운 풍광이 보이는 곳에서 아침밥을 먹으면서 가이드와 조금씩 이야기도 나누며 친해지길 바래.


그래도 화산흔적이 남아있는 바뚜르 화산과 그 밑에 넓게 펼쳐진 호수를 바라보며 먹는 아침식사는 정말 좋았다.
게다가 뷔페식이라서 양껏 먹을 수 있었으니껜. ㅋㅋㅋ

그렇게 아침 식사를 끝내고 방문한 곳은 'I♡BAS' 라는 곳이다.
이 에코 사이클링 투어가 단순히 자전거만 타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묶여 있는 데이투어이다 보니 집약적으로 체험이 가능한 것도 사실이긴 하다.

가이드를 따라서 걸으면서 발리에서 자라나는 커피, 카카오, 바닐라 그리고 열대 과일 등에 대해서 하나하나 직접 만져보면서 설명을 듣는 일종의 생태수업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다양한 식물과 그 열매들에 대해 하나하나 자세하게 가르쳐 주는 가이드. 우리와 함께하는 호주인 가족들은 모든 것 하나하나가 정말 신기한듯이 관심을 가지고 열심히 듣는다.
특히 팔에 깁스한 꼬맹이 녀석은 디지털카메라로 이것저것 찍어데는 모습이 귀엽다.

우리도 물론 이러한 것들 하나하나가 정말 신기하겠지만 우리는 이미 다 아는 이야기들일 뿐이다.
조금은 거만한 소리로 들릴지도 모르지만 처음에 들렸던 J.E.D에서 우리는 정말 발리의 모든 것을 다 겪어버린 것 같았어.
커피열매 하나부터 그들의 문화들까지 말이지. 그래서 조금은 시큰둥한 반응이지만 그래도 열심히 듣는 호주 가족들과 열심히 설명하는 가이드를 위해서 우리는 잠자코 따라다니며 경청을 해본다.

이곳에서 특별히 기억에 남았었던 것은 바로 그 유명한 '루왁 커피' 를 맛 볼수 있다는 것이다.
한 잔에 수십만원의 가격을 호가한다는 루왁 커피.

질좋은 커피 열매를 사향 고향이가 골라서 먹고, 그 커피 열매들은 사향고양이의 몸속을 여행한다.
그렇게 배설된 커피 열매는 특별한 향과 맛을 낸다고 한다. 그 커피열매를 모아서 만든 커피가 바로 루왁커피.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보았을 이야기.

어쨌든 이 곳에선 사향고양이를 우리 안에 가두어 놓고 커피 열매를 먹이는 일종의 양식(?) 루왁 커피가 생산되고 있었다.
발리커피와 인삼커피 그외에 다양한 허브차를 시음해 볼 수 있고, 추가로 돈을 내면 루왁 커피도 마셔볼 수가 있다.
이곳 아니면 언제 마셔보겠냐는 생각으로 루왁커피를 한잔 주문해본다.


커피 맛을 잘 모르는 나는 그냥 한번씩 맛만 본다.
내가 관심을 가지는 것은 바로 말아피우는 담배. 가이드 아저씨가 말아줘서 밖으로 나가서 한대 피우며 주변 풍경을 둘러본다.
커피 시음을 마치고 난 잠깐 응가를 하고 오는데 아해들이 사라져 있다.

어디로 갔나 물어보니 옆에 있는 상품 전시관으로 갔다고 직원이 말을 해줘서 간다.
아해들은 과일 시식중. 나도 과일 하나를 얻어먹고 판매하고 있는 상품들을 쭈욱 둘러본다.
패키지라서 어쩔수 없구나..라는 생각도 들지만 강요하지 않는 모습에 커다란 거부감은 들지 않는다.

차를 타고 이동한 곳은 드디어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사이클링이다.
어제 설명을 들을때 거의 두시간을 자전거로 탈리고 쭈욱~ 내려간다고 하기에 기대감이 정말 엄청나다.
많은 자전거들이 준비되어 있어서 그 중에서 제일 괜찮은 자전거를 고르려고 보다보니 자전거 마다 번호가 달려있다.

혹시나 해서 한번 쭈욱 훑어보니 내가 좋아라 하는 번호인 22번 자전거가 있다.
비록 조금 낡은 자전거지만 상관없다. 내가 좋아하는 숫자니 골라서 상태를 살펴본다.

뭐 그럭저럭 탈만하겠어.
아해들도 자전거를 한 대씩 고르고, 윤주는 사이클링을 하는 동안 우리와 동행하는 여자 가이드와 함께 이인용 자전거에 오른다.
안전을 위해서 헬멧을 주지만 불편하기도 하고, 나름 자전거 고수라는 핑계로 쓰지 않기로 한다.
자 그럼 이제 신나게 패달을 밟아볼까나!!


라는 생각도 잠시 한 십분 가량 달렸을까..앞에서 우리를 이끌던 가이드가 자전거를 세운다.

현지마을에 들려서 그들의 생활과 문화, 그리고 장례풍속 등을 설명을 해준다.
문제는 오늘따라 영어가 잘 들리지 않는다는 거다.
아..영어공부 진짜 좀 해야겠네 ㅋㅋㅋ

잘 이해안가는 건 용주에게 물어보면서 하나하나 사진과 동영상에 담아본다.
리얼 발리를 보여준다던 이 업체의 말처럼 가이드는 정말 그런 사명감 때문인지 많은 이야기들을 해준다.
덕분에 자전거를 타고 신나게 달릴 줄 알았던 나의 기대감은 조금씩 사그라 들고 있어.
난 오늘 좀 달리고 싶었는데..어쩔수 없네..

게다가 고객들의 안전이 최우선이다 보니, 앞에 가던 가이드가 우리의 모습이 조금이라도 보이지 않는 다 싶으면 자전거를 멈추고 우리를 기다린다. 사람들을 먼저 쭈욱 보낸 후 한방에 달려가려던 나의 꿈 마저 좌절되어버렸어..

중간중간 그런 시도를 몇번 했는데..아마 가이드에게 내가 눈에 가시였을듯 싶기도 하다.
그래. 미안. 잘 따라갈게요..

우리와 함께 했던 호주 가족들은 좋은 사람들이었다.
우리와는 다른 그룹이지만 서양 사람들 몇몇이 상당히 눈에 거슬리는 행동들을 많이 하더라.
현지 아이들에게 대하는 태도부터 이기적인 모습들이 나와 종석이의 눈에는 상당히 가시처럼 밟혀서 우리 둘은 조금 짜증냈지.

왜 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동안 서양의 여행객들은 그래도 우리보다는 더 높은 여행에 대한 가치관을 가지고 여행을 다닐꺼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건 막연한 문화 사대주의 정도밖에 되지 않았나봐.
우리보다 훨씬 떨어지는 잘못된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의 모습도 볼 수 있었던 그런 시간이다.

어쩌면 그 사람 또한 나름의 가치관을 가지고 내 돈 내고 내가 여행을 하는데, 왜 내 마음데로 행동하지 못하지?? 라며 반박을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생각할 때는 그렇지가 않아.

여행을 떠나는 궁극적인 이유는 '다름' 때문이다.

자기가 살아왔던 환경과는 전혀 다른 곳에서 다른 언어와 다른 음식, 다른 생활방식들을 보는 것이 바로 여행의 묘미라고 생각하는데, 그러한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이 진정한 여행자의 자세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앞으로도 여행을 계속 하고 싶다면 그러한 다양성의 인정과 존중이 필요한 것이고 그게 바로 공정여행이라는 생각.


'공정여행' 이라는 것.
알면 알 수록 어렵다. 그리고 너무나도 개인의 가치관에 따라서 차이도 너무 많이 나는 그런 것이다.

조금은 패키지의 느낌은 강했지만, 생각보다 많은 생각들을 할 수 있었던 발리 에코 사이클링 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