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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Globalwork Story/탕탕탕(공정여행)

[2부] 홍근, 우붓에서 만난 사람들, '심각하게 살고 싶지 않은 사람들의 집' 의 제이&아이리스



여행을 떠나기 전 블로그 이웃인 한 분께서 발리의 우붓에 가게 되면 연락을 해보라며 소개를 해 주신 분이 있다.

여행 전날 밤 그 분 블로그에 들어가서 확인을 해보니, 현지에서 게스트 하우스를 운영하시는 분이시다.
게스트 하우스를 운영한다고 하시기에 뭔가 상업적인 냄새도 나는 것 같기도 하고 해서 망설였지만, 우선 블로그의 이름 자체가 '심각하게 살고 싶지 않은 사람들의 집' 이다. 블로그를 구경하다 보니, 상당히 재미있는 만남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연락처를 적어서 왔었다.

JED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우붓에 도착한 우리들은 숙소를 잡고, 점심을 먹으면서 다음 일정에 대해 논의를 하기로 했다.

우리의 멘토 뱅형님은 우붓을 더 돌아본다고 하셨고, 우리는 이분들과의 만남을 가지기로 했다.
공정여행 이런 개념자체를 떠나서 한국인이 발리 현지에서 운영을 하는 게스트하우스라..뭔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소소한 이야기들도 듣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출발하기 전 근처의 전화방에 들어가서 적어왔던 연락처로 전화를 걸어본다.

일단 제일 놀랐던 건 생각보다 목소리가 너무 젊어서였다.
젊은 여성분이 전화를 받으셨다. 나도 모르게 약간은 긴장을 한 상태로 우선 우리에 대해 설명을 들이고, 인터뷰가 가능한지 여쭈어 보니 지금은 청소중이니 20분 후에 방문할 수 있냐고 하신다.

우리야 당연히 가능하다고 말씀드리고 전화를 끊으려고 하는데, 택시 타고 오면 Rp.30,000 이라는 팁도 가르쳐 주신다.
혹시나 우리가 외국인이라서 바가지를 쓰지는 않을까 하는 그런 배려.

전화방에서 나온 우리들은 택시를 잡으려고 길을 나선다.

여행을 떠나기 전 우리가 사전 조사한 바에 따르면 발리에서는 택시를 탈 때 블루버드라는 회사의 택시를 이용해야 제일 안전하고 바가지를 물지 않는다고 들었다. 그래서 우린 곧이 곧대로 믿고 그 택시를 찾으러 길을 걷는다. 여행자거리 답게 많은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우리를 바라보며 때~엑~시?(택시가 필요하냐는 뜻이다) 혹은 뜨랜쓰~뽀르트~?(교통수단이 필요하냐는 뜻이다) 아니면 즈빵??(일본사람이냐는 뜻이다) 말을 걸어온다. 즈빵?? 이라는 말에 조금 짜증은 났지만, 쏟아지는 비는 어쩔 수 없기에 우리는 블루버드고 나발이고 그냥 이 사람들 택시를 타기로 한다.

물론 타기 전에 흥정은 필수다.
아까 전화통화를 통해 가격을 알고 있었기에 Rp.30,000 으로 합의를 보고 차에 오른다.

공정여행에 현지의 물건을 사고 현지의 교통 수단등을 이용하자는 말은 있지만, 흥정에 관해서는 구체적인게 없는 것 같다. 뭐 내 가치관가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너무 지나친 흥정만 아니면 괜찮을 것 같기도 하고 말이다. 게다가 바가지 요금 자체를 그대로 믿고(우리 돈으로 치면 그렇게 비싼 돈은 아니지만), 속아주는 것 또한 불공정한 것이고, 오히려 그 사람들에게 '관광객 = 돈' 이라는 믿음만 가중시킬 뿐이다. 이 사람들에게 관광이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 주어서 그들의 삶이 나아져서 밥을 먹고 자식을 학교에 보내며, 조금은 편해진 것이 사실이지만, 어느새 그들은 관광으로 인해, 물질의 노예가 되어 버렸다. 이것 또한 모두 우리들의 잘못이겠지. 관광학도로서 앞으로 우리들의 사명감은 더욱 커지리라.

운전 기사 아저씨도 일단 손님을 잡았기에 기분은 좋은데 뭔가 당황해 하는 모습이...알고 보니 길을 모르시는 거다.
결국 우리가 아까 통화하면서 들었던 주변의 사원과 거리 이름을 말하며 지도를 찾아서 가르쳐 주며 네비게이션 역할까지 해준다. 처음에 이 아저씨는 어설픈 곳에 우리를 세워주려고 하는 듯한 눈치였다.

이런 일이야 작년에 인도에 갔을 때 많이 겪어보았기에 그 정도로는 더 이상 우리에게는 어림없다. 아저씨가 우리를 거기에 데려다 주기로 약속을 했으니, 어떻게든 데려다 달라고 말하니 아저씨 갑자기 책임감이 발동하셨다. 차를 세워놓고 길을 묻고, 갈림길이 나오면 길을 물어서 결국 우리를 목적지까지 데려다 주신다. Bapak, Trima kashi!!(아저씨, 고맙습니다!!)


저 멀리 보이기 시작한다. '심각하게 살고 싶지 않은 사람들의 집'.


우리를 맞아주신 분은 전화통화에서 놀랐던 것처럼 상당히 젊으신 분이었다.
남자분의 이름은 제이, 그리고 여자분의 이름은 아이리스.
모두 한국 이름이 있지만 발리에서 생활을 하다보니 이런 이름이 더욱 편하다고 하신다. 우리에게도 딱딱하게 나이로 서열을 정하는 것보다는 이렇게 편하게 부르라고 말씀을 하신다.

우선 이 분들에 대해서 간단한 설명을 드리자면, 두 분다 반듯한 직장생활을 하고 계시다가 결혼을 하셨단다. 하지만 항상 남들을 짓밟고 올라서고, 경쟁을 강요하며, 남들보다 더 잘 살기 위해 강요하는 한국사회에 환면을 느끼셔서 두 분다 직장을 그만 두고 발리로 여행을 떠나기로 하셨단다.

9박 10일 정도의 일정으로 스쿠터를 빌려서 여행을 하는데, 발리에서도 특히 이곳 우붓이 마음에 들어서 약 1년정도 눌러 앉아서 살 생각이라고 하신다. 그래서 집 한채를 장기로 렌트를 했는데, 이곳에 있는 동안 생활비라도 마련해보고자, 1층은 두 분이 쓰시고, 2층의 경우에는 게스트하우스로 사용하고 있단다.

게스트 하우스 치고는 상당히 작은 규모이지만, 뭔가 처음에 우리가 이 공모전을 시작하기 전에 우리도 게스트하우스에 살면서 오는 손님들이랑 함께 어울리고 놀면서, 그냥 즐기면서 살아보자는 그런 생각들. 그게 확 떠올라서 정말 즐거운 생각들.

두 분의 이야기를 듣는 내내 좋았던 것은 서로를 최대한 잘 이해해주는 남편으로서, 아내로서의 모습과 이해는 하면서도 서로간에 다른 의견이 있을 때는 바로바로 터놓고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들.


두 분다 부산에서 오셨는데, 부산 여자들이 사투리로 말하면 귀엽다고들 하는데, 오히려 아이리스누님은 처음에 솔직히 무섭기도 했었다 ㅋㅋ 하지만 알면 알 수록 매력적이신 분.

두 분께서는 인생의 선배로서 많은 이야기들을 해주셨는데, 그 중 제일 기억에 남는게 한가지 있다.

한국에서의 우리는 '시간' 때문에, 그것에 쫓겨 급박하게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시간에 그렇게 쫓겨 살아가는 이유는 바로 모두 사회에서 우리들에게 '시간'을 강요하기 때문이라는 것.

이 말이 내가 기억에 남는 이유는 아마, 예전에 읽었었던 책의 한 구절이 생각나서 일듯.

'당신, 시계를 자주 들여 다 보게 되는가?
그렇다면 아직도 숙제하듯 여행을 한다는 증거다. 무릇 여행자라면 그 공간, 그 시간에 머무를 줄 알아야 한다" _ 서명숙

내 주변에서 모든 일들을 여행 혹은 나의 전공인 관광과 덧붙여서 생각을 하는 버릇이 있는 나는 그때문에 이번 여행을 떠나올 때도 시계를 굳이 준비하지 않았다.(물론 여행할 때 손목시계는 필수인데..자꾸 그 말이 생각나서 도저히 못 사겠더라. 덕분에 종석이가 고생 좀 많이 했었지 ㅋㅋㅋ) 가만히 멍때리고 있으면 꼭 뭔가를 해야한다는 강박관념이 드는 것도, 시간과 속도를 강요하는 한국사회에 어느새 익숙해지고, 거기에 순응해버린거겠지.

굳이 무엇을 하지 않아도 내가 스스로 만족을 느낀다면 그것으로 된 것이 아닐까나..

제이와 아이리스의 말을 통해서 나는 서명숙 아주머니의 말을 조금은 잘 이해하게 된 것 같다. 


그리고 또다른 느낀점이 있었는데, 역시나 모든 것은 한쪽의 입장만 듣고 생각하면 안된다는 그런 것.
우리의 모델을 실현하기 위해서 제일 중요한 것은 현지인들과 잘 어울리는 것이다. 외지인이 자기 동네에 와서 게스트 하우스를 운영한다고 하면 그다지 반기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우리가 일반적으로 들어왔던 정설이다.

멀리 볼 필요없이 우리나라의 제주도만 보아도, 제주도의 본래 사람들이 아닌 육지의 사람들이 와서 게스트 하우스를 차리고, 경제적인 이익을 다 가지고가서 본래의 주민들과 어울리지 못한다고 들었었다.

하지만 두분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런 것은 정말 단편적인 모습이라는 것을 알게되었지. 두 분이 아는 블로그 이웃들 중에서도 제주도에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면서도 지역주민들과 즐겁게 살아가는 분들이 많다는 것도, 그리고 이 두 분도 주변의 많은 인도네시아 사람들과 거리낌 없이 잘 지낸다고 하신다.

다만 이들의 뿌리 깊은 종교와 문화를 깊게까지 이해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외지인으로서 이들의 종교와 문화를 존중하며 잘 지내신다고 하시더라.

단적인 예로 발리섬에는 힌두교를 믿는 사람들이 많이 있는데 힌두교인들은 매일 집의 입구와 곳곳에 '짜낭' 이라고 불리는 조그마한 꽃바구니와 향을 피워 놓는다. 그런데 이 두분의 집에 매일 집 주인 아주머니가 들어와서 아무말 없이 문과 방 앞 같은 곳에 놓고 가신다고 하신다. 처음에는 장기렌트한 집인데도 이러는 것이, 사생활을 침해받는 것 같기도 하고 적잖히 놀라는 일도 많았다고 했지만, 이제는 그런 것에 익숙해지고, 서로 음식을 만들면 이웃집과 나눠 먹기도 하고, 이웃 꼬마들과도 즐겁게 지내신단다.

혹시 외지인이 게스트 하우스를 차려서 경제적 이익을 가져가는 것에 대해 주변에서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냐고 여쭈니, 이곳의 경우에는 규모도 작을 뿐더러 혹시나 손님들이 택시가 필요하다거나, 편의시설 같은게 필요하면 주변 이웃들을 통해서 이용하는 식으로 경제적인 이익을 서로 최대한 나눌 수 있도록 하신다고 하셨다.


잠깐, 잡설이지만 25박 26일간의 발리 여행중에 내가 느꼈던 생각이 한가지 있는데..
발리 사람들이 외국 여행자들을 대하는 방식은 '발리인 대 외국인' 이라는 이런 생각이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발리 사람들 끼리는 정말 기가 막히게 잘 단합이 되어있다고 해야할까나.

예를 들어보자. 우리나라에서 숙박업소 주인에게 이 근처에 저렴한 숙박업소 있어요? 라고 물으면 열이면 아홉은 다들 자기 업소가 제일 저렴하다고 대답을 할 것이다. 하지만 발리는 다르다. 자기 가게보다 더욱 저렴한 숙박업소가 있으면 바로 옆집이라도 소개를 해주더라. 길거리에서 호객을 하는 사람들에게 물어도 마치 자기 일인 것 마냥 이곳저곳을 추천해준다. 처음에는 분명히 커미션 같은 것을 받겠지..라고 생각했는데.. 꼭 그것도 아닌것 같다.
그냥 원래 심성이 착한 사람들인가?? 라는 생각도 들고..아니면 우리가 외국인인이니 어떻게든 이 사람들이 발리에서 돈을 쓰면 그 이익이 발리에 돌아오니깐?? 이라는 생각도 들고..어쨌든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들었던 잡설.


다시 본래대로 돌아와서 제이와 아이리스에게 인생선배로서 이런저런 수많은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고, 도중에 이층에 한번 올라가서 구경을 해보라고 하셔서 올라가보니 정말 아름답더라. 복잡하던 우붓의 중심지와는 또다른 분위기의 우붓. 끝없이 펼쳐진 논을 바라보면서 처음에는 우리끼리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며 재미있게 살아보자라고 시작했던 장난같던 이야기가, 정말 현실이 될 수도 있겠구나..라는 그런 생각.


이야기 하는 내내 파리가 조금 많았었다.
그 파리 때문에 제이가 파리 끈끈이막대를 들고 와서 앞에다 꽂아놨었는데 파리가 잘 달라붙지 않더라.
그래서 내가 손으로 파리를 잡아서 한마리 한마리 붙이고 있었는데, 제이가 그 빨대 위에다가 장식용 발리 꽃을 꽂아놓으셨다.
그걸 보더니 새로운 꽃이 생겼다며 아이같이 좋아하던 아이리스.


정말 이 집의 이름이 딱이구나. '심각하게 살고 싶지 않은 사람들의 집'


즐거운 이야기 좋은 이야기 많이 나누고 떠납니다.
저희도 심각하게 살고 싶지 않은 사람이 되어볼게요.

2011. 06. 26. 발리의 우붓에서. 탕탕탕 그리고 심각하게 살고 싶지 않은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