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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Globalwork Story/탕탕탕(공정여행)

[2부] 홍근, 우붓에서 만난 사람들, '발리의 젊은 관광사업가' 뿌뚜


예술의 도시 우붓. 우붓에서 지내는 동안 '갤러리나 미술관 같은 곳은 한번 가봐야지' 라는 우리들의 이야기.
가이드 북을 찾아보니 우붓에는 ARMA라는 유명한 미술관이 있다고 한다.

우붓을 이곳저곳 돌아다니다 보니 대충 위치는 파악이 되기에 우리들은 걸어서 ARMA로 향했다.
ARMA는 Agung Rai Museum of Art의 약자로서 1996년 6월 9일 인도네시아 교육문화부 장관인 Wardiman Djojonegoro에 의해서 개관되었다고 한다.

이곳에서는 발리를 주제로 한 다양한 작품들 혹은, 발리 출신의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또한 숙박시설과 까페를 겸하고 있어서 숙식해결이 가능한 곳이기도 하다.
(참고로 미술관 입장료를 내면 티켓을 한 장 주는데 이 티켓으로 카페에서 커피를 한잔 마실 수 있다)


평소 나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먼 미술관이지만 이런 미술관을 보면 조금이라도 발리를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그런 생각.
안해본 많은 것들을 해 볼수 있는 좋은 기회구나 이번 여행 ㅋㅋ

그렇게 미술관 안으로 우리는 들어섰고, 잘 꾸며진 정원의 길을 따라 걷다가 한 인도네시아 청년을 만났다.
그의 이름은 뿌뚜.

뭔가 게슴치레한 눈빛에 살짝 통통한 체형을 가진 뿌뚜.
나이는 우리와 동갑으로 방학기간 동안 이 미술관에서 직원으로 일을 하고 있다고 한다.
영어와 일본어를 전공해서 두가지 언어에 능통한데..처음에 나를 보더니 일본어로 말을 걸어왔던 건..그래 어쩔수 없지.
내 생긴 모습을 탓해야지..


뿌뚜와 조금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상당히 관광에 대한 지식이 해박하다.
그리고 그가 이야기 해준 한국 관광객과 일본 관광객의 차이점 들도.. 아직도 외국인들이 인식하기에 우리나라 여행객들은 찍고 찍고 찍고 다니는 그런 여행. 여유로운 모습이 없단다.
물론 일년내내 일로 고생하다가 짧게 얻은 휴가를 어떻게든 보람차고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서 그러는 사람들도 있고, 패키지로 여행을 와서 본의아니게 그런 사람들도 있다지만..씁쓸한건 어쩔수 없는 현실이다.

언제쯤 한국 관광객하면 '그곳의 진정한 매력을 온몸으로 느끼는 여행을 하는 사람들' 이라는 이미지가 정착이 되려나..

뱅형님과 전에 잠깐 이야기를 했었다.
세계의 흐름이 과거 중동에서 시작해서 서쪽 방향으로 유럽과 아메리카를 지나서 아시아 까지 한 바퀴를 돌았고, 관광도 역시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 중동에서 종교적인 순례가 시작되었고, 이어진 유럽의 대항해시대, 미국의 관광산업, 그리고 일본을 지나 한국 그리고 중국으로 향하는 그런 구도.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공정여행도 유럽쪽에서는 이미 70, 80년대부터 발전해 왔고, 우리나라는 이제서야 시작하는 걸음마 단계이다. 그래서 아직 가능성도 많고, 무한한 잠재력도 있지만 반대급부로 안좋은 여행(섹스관광, 무분별한 패키지관광) 행태 또한 함께 발전해가고 있는 단계이다. 그리고 가장 뜨거운 감자인 중국의 행동에 따라서 세계 여행의 흐름이, 아직까지 보존되고 있는 고유한 문화들이 보존 또는 파괴가 되겠지..라는 생각.

뱅형님이 말씀 해주시길 지금 중국에서 관광을 하는 사람들은 인구의 5%라고 한다. 말이 5%지 중국인구에 비례하면..정말 어마어마한 숫자구나.

어쨌든 관광이 계속될수 있기를 문화가 하나로 통합되는 게 아니라 각자만의 고유한 문화를 잘 유지할 수 있기를..

다시 본래 이야기로 돌아오자.
미술관을 구경하며 뿌뚜에게 조금 설명을 들었고, 중간중간 자주 마주쳤다.
마주쳤을 때 혹시 인도네시아의 전통 주인 '아락'을 구할 수 있는지 물어보았다. 아락은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마시는 전통주로 도수는 40도 정도 되는데, 마치 우리나라의 소주처럼 그들이 일상적으로 마시는 술이라고 한다. 맥주는 가격이 너무 비싸고, 그래서 조금만 마셔도 빨리 취하는 아락을 마신다고 하는데, 이것은 공식적으로는 따로 판매를 하지 않기에 우리는 찾아 헤매고 있엇던 거다. 그뿐만 아니라 여행자들에게 아락을 판매하는 사람들 중 일부 못된 사람들이 장난을 쳐서 화학약품을 섞어서 팔아 사망한 사건도 있다고 해서 우리는 조심조심 제대로 된 아락을 찾기 위해 애쓰던 중이었다.

뿌뚜는 우리의 이야기를 듣더니, 자신의 마을에 아락이 있으니 자신이 퇴근하고 나서 마을에 들려서 가져다 주겠다고 하더라.
우리를 위해서 고생을 마다않는 그 친절함에 고마워진 우리들은 뿌뚜를 저녁식사에 초대하기로 했다.
있다가 만날 식당을 정하고 우리는 미술관 구경을 마친 후 그 미술관의 카페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며 조금 쉬고 있으니, 뿌뚜가 다가와서 자기가 예약을 해 놓았단다.

그 식당은 워낙 유명한 곳이라서 미리 예약을 하지 않으면, 아마 자리가 없을거라고 한다. 기특한 친구구만 ㅋㅋ


카페에 앉아서 평소에는 하지도 않던 문화체험을 하느라 지쳐버린 몸과 머리를 조금 쉬어주고, 슬렁슬렁 식당으로 향했다.
아직 약속시간은 한시간 가량 남았기에 우붓의 거리를 구경하고, 나의 로망인 해먹 가격도 좀 알아보면서 식당에 도착했는데도 제법 빨리 왓구나.

조금 기다리니 뿌뚜가 도착을 했다.

알고보니 뿌뚜는 ARMA미술관에서 일을 하기도 하지만 따로 조그마한 여행사를 운영하고 있었다.
우리가 생각하던 커뮤니티 투어리즘과 더불어 현지의 공정여행이 가능한 그런 여행 상품들을 판매하고 있었다.

이 당시에는 우리가 발리에 도착했던 초기라서 상당히 놀랐었는데, 그가 운영하고 있는 상품은 말그대로 현지인과 함께할 수 있는 그런 일상 체험이었던 것이다. 함께 새벽시장에가서 물건을 사서 밥을 하고, 농촌의 일을 거두는 식의 그런 상품들.
현지 체험이 그대로 묻어나는 그런 상품들이었다.

놀란 우리들은 그와 관광에 대해 깊은 대화를 나누면서(물론 말은 대부분 용주가 해주었다 ㅋㅋ) 현지문화의 보존에 대한 중요성과 공정여행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누면서 깊은 교감을 나눌 수 있었다. 

아락에 대한 감사로, 그냥 현지 친구라도 한명 사귀어 보자는 생각으로 함께한 저녁식사자리였는데..생각보다 나에게 엄청난 자리였다고 생각되었다. 상당히 많은 생각들을 할 수 있는 그런 기회였다.

평소에 생각해오던 역시나 모든 일들은 바닥부터 겪어봐야 한다는 생각들을 다시 한 번 확인 시켜주었고,
항상 나 자신보다는 자신이 살아온 환경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말하던 그.

녀석 뭔가 잘놀게 생겨서는 생각하는 모습들이 정말 깊고 듬직하다.

분명히 엄청난 일을 해낼 녀석이라는 생각이 확 들더라. 그래 뿌뚜 넌 인도네시아 관광청 장관, 난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할까?? ㅋㅋ 이렇게 말했더니 겸손한 모습을 보이며 웃던 그. 난 진심이야. 문화체육관광부장관까진 몰라도 한국관광공사사장 정도는 될거니깐 기대하고 있어라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