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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Globalwork Story/탕탕탕(공정여행)

[개별탐방 서홍근] 아궁산 일출 트래킹과 소녀 가이드 마띠.


산과 나의 인연에 대해서 말하자면 어린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버지께서는 무척이나 산을 좋아라 하신다. 덕분에 어린시절의 나는 아버지 취미생활에 희생이야 되곤 했었다.
초등학교 3학년 무렵부터 였나..산이라는 산에는 정말 셀 수없이 끌려다니곤 했다.

주말만 되면 아버지가 배낭을 꾸리셨는데..그 모습은 정말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행복해보이곤 하셨다.
반면 나의 표정은 다음날을 생각하며 어둠의 나락으로 빠지곤 했었다.

산이 싫은 것은 아니었다.
올라가면 아름다운 경치를 볼 수 있고,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었고,
겨울에는 당시에는 내 허벅지까지 빠지는 눈을 헤쳐나가고, 그 눈을 녹여서 라면을 끓여 먹었고,
여름에는 입고 있던 옷을 벗어던지고 시원한 계곡물에 몸을 담글 수 있었으며,
이 고개만 넘으면 끝이라던 아버지의 거짓말을 알면서도 속아가며 아버지와 진솔한 이야기들도 나눌 수 있었으니깐.

내가 싫은 것은 그 이른 시간에 잠에서 깨어나는 것이다. 정신도 못차린 상태로 깨어나서 산 아래까지 이동하는 동안 새우잠을 자고, 다시 비몽상태로 일어나서 그 험난한 고개를 올라야 하는 그 순간이 정말 싫었던 것이다.

그러다 어느덧 고등학생이 되고 나서 부터였나. 공부를 한다는 핑계를 대며, 더 이상 아버지의 산행에 동행을 하지 않았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내가 어느새 여행이라는 마법에 걸려서 헤어나오지 못해서 배낭을 꾸리고 있는 순간 행복을 느끼는 내 모습을 보면서 산이든 여행이든 '난 어쩔수 없는 아버지의 아들이구나' 라는 사실을 깨달았지.


그래서 발리에서 개별여행을 할 때 난 어디로 갈까 고민을 하다가 선택 한 곳이 바로 아궁 산(Mt. Agung)이다.
아궁 산은  발리에서 제일 높은 산으로서 해발고도는 3,142미터이다. 발리 섬에서 제일 높은 산이기에 발리 사람들에겐 신성하게 여겨지는 산으로서, 발리 전역에서 Agung이라는 단어를 쉽게 접할 수 있다. 1960년도엔가 폭발을 하기도 했었던 화산으로 이곳에 트래킹을 갔던 사람들 중에는 돌아오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기도 한다. 그래서 이 산을 오르기 위해서는 꼭 현지가이드를 고용해야 한다고 한다.

우붓에 있는 동안 아궁산으로 가는 방법을 물색하기 위해 여러 여행사들을 돌아다녔었는데, 최소 2명은 있어야지 그렇지 않으면 가격이 배로 든다고 한다. 2명을 구해도 가격이 Rp. 750,000로 우리나라 돈으로 거의 십만원에 가까운 돈이다. 아궁산 트래킹은 새벽에 산을 오르기 시작해서 정상을 찍고 일출을 보는 것이다.

우붓을 떠나기 전에 그곳에서 사람들을 구해보려고 여행사에 부탁을 해서 수소문을 해보았지만 딱히 찾을 수 없었기에, 나는 일단 우붓을 뜨자는 생각으로 발리의 동쪽해변에 위치한 아멧으로 이동을 했다.

아멧에서 머무는 동안 홈스테이 주인인 꾸뚜와 이야기를 해서 혼자 가는 대신 Rp. 800,000에 예약을 할 수가 있었다.

자정에 홈스테이에서 출발해서 새벽 두시에 도착을 해 바로 산에 오르는 일정이다.

하필 그날 스노클링을 한 탓에 온몸은 녹초가 되어버렸고, 이틀 뒤 발리의 큰 축제인 갈룽안 데이가 있어서 마을에서 돼지 잡는 것을 구경하던 탓에 열시쯤 잠들어서 거의 두시간 밖에 자지 못한채 똑똑 하며 내방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밖으로 나오니 꾸뚜의 사촌인 마띠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비몽사몽인 상태로 인사를 나누고 차에 몸을 싣고 아궁산으로 향한다.


차에 탄지 한 십오분 정도지났을까. 간단한 소개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나는 그대로 기절해버렸다.
나를 깨우는 소리에 일어나니 어느새 차는 아궁산 아래쪽인 빠사르 아궁이라는 신전에 도착을 했다.

마띠가 말하길 아직 가이드가 도착을 하고 있으니 조금만 기다리라고 한다.
차 밖으로 나와서 잠을 깨기 위해 담배를 한대 피우며 주변을 쓰윽 둘러보는데, 정말 칠흙같이 어둡다.
저 멀리 덴파사르의 야경이 눈에 들어오는 걸 보니 이곳의 위치도 상당한가 보다.

조금 기다리고 있으니 고요함을 뚫고 오토바이 소리가 들려온다.
이내 오토바이는 우리 앞에 멈추고 두 사람이 내렸다.
건장해 보이는 남자 한 명과...다소 왜소해보이는 남자가...어??
 
악수를 나누며 인사를 하는데...왜소한게 아니라 가냘픈 여자아이다.
나의 가이드라며 자신을 소개하는 그 아이의 이름은 마띠. 하필이면 나를 여기까지 데려다 준 마띠와 이름이 같구나.
나이는 18살이고 이 근처의 마을에서 살고 있단다.

언뜻봐도 나보다 더 무거운 배낭을 메고 씩씩하게 인사를 하기에 나도 당황한 표정은 지우고 오늘 트래킹을 잘 부탁한다며 서로 인사를 나눈다. 드디어 트래킹의 시작인가..

등산로의 입구에서 마띠가 잠깐 기도를 드릴테니 기다려 달라고 한다.
발리 사람들에게 신성한 산인 만큼 무사한 트래킹이 되도록 신께 기도를 드리는 것이라고 한다.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볼까 잠깐 생각을 해보지만 경건한 행동에 혹시나 누가 될까봐서 차마 이야기를 하지 못하고 옆에 그냥 서 있는다. 그녀가 기도를 드리는 동안 나는 옆에서 뻘쭘하게 서 있기 모해서 주변을 둘러보니, 우리 외에도 몇 사람들이 등반을 하려는지 준비를 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그녀가 기도를 마치고 출발하자는 신호를 보내기에 출발 전 사진 한 장을 부탁해본다.


산행 코스는 약 6시간 정도가 된다고 한다.
밤하늘의 별빛과 머리위의 랜턴 그리고 내 앞에서 씩씩하게 걸어가는 마띠 신발의 반사된 불빛에 의지한체 걷기 시작한다.
트래킹 코스로 진입하니 울창한 수풀에 가려 정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마띠에게 우리가 출발한 지점의 높이가 몇 미터나 되냐고 물으니 약 1,700미터 정도 된단다. 그렇다면 정상의 높이는 얼마나 되냐고 물으니 3,900미터란다. 무슨소리하는거야 마띠..분명히 지도에도 3,142미터라고 되있는데..그럼 난 거의 죽는다고..

마띠는 말하길 아직 영어는 배우고 있어서 유창하지 않다고 한다. 내가 볼땐 잘하던데.ㅋㅋ 어쩌면 내 귀가 비정상일지도..

약 한 시간정도 올라갔을까. 앞이 아무것도 보이지 않기에 올라가려면 얼마나 많이 남았는지 전혀 분간히 되지 않는다. 덕분에 오히려 덜 힘들다고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마띠가 조금 쉬어가자고 한다. 솔직히 오르는 내내 언제 쉬나 궁금하긴 했었다. 출발 하기 전부터 이 산의 정상까지 여섯시간 정도가 걸린다고 하기에 지레 겁을 먹었고, 한번 쉬긴 쉬어야 할텐데 라는 생각이 들지만서도..가이드가 어린 여자아해다 보니..알량한 자존심이 발동하기도 하고..그런데 마띠가 쉬어가자고 하니 정말 땡큐다. 가방에서 초코바를 꺼내서 나에게 건내주는 마띠.

처음 봤을때부터 궁금했었다. 가방 안엔 도대체 뭐가 들어있는걸까..쉬어가는 김에 물어보니 마띠가 말하길 커피와 뜨거운 물 그리고 비상식량 같은 것들이 들어 있단다. 모두 다 나를 위한 것들이겠지..지금 생각해보면 후회되는건데..내가 들겠다는 말은 왜 단 한번이라도 꺼내지 못한 걸까..

매번 쉬는 순간마다 마띠에게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물어보았다. 그러다가 왜 이 일을 하게 되었는지라는 조금은 민감한 질문을 해본다. 왠지 대답을 알것 같았지만 확인을 해보고 싶기도 했었을까..

그녀가 말하기를 그녀는 단순히 취미라고 말을 한다. 정말 취미라면 다행이겠지만..그녀는 거의 1주일에 세 번은 이 산을 오른다고 하는데..정말 취미려나??

그녀에게 영어는 어디에서 배웠는지 물어보니 그녀는 자신의 마을에서 오토바이로 두 시간 떨어진 곳에 위치한 곳에 있는 학교를 다니면서 영어를 배웠다고 한다. 학교가 멀긴 하지만 배움에 대한 열의에 비하면 그런 고생은 아무것도 아니었다고 하던 그녀.

다시 쉬어 갈 무렵. 우리 뒤에 출발했던 다른 일행들을 만났다. 그 사람들과 가볍게 인사를 나눈다. 그들과 함께 온 가이드 또한 마띠와 같은 마을 출신의 사람들. 거의 모두가 친척뻘되는 사이란다. 어느새 트래킹 코스는 화산지대로 들어서서 더 이상 초목은 보이지 않고 급격한 경사의 암반지대만 있을 뿐이다. 아직까지 어두운 하늘 덕분에 역시나 거리는 가늠할 수가 없구나. 암반지대를 오르는 길은 위험하지만 아름다움 그 자체이다. 잠깐 고개를 들어하늘을 올려다 보면 머리위에선 별들이 쏟아지고, 뒤로 돌아 앉아서 지상을 내려다 보면 도시의 불빛들이 또 다른 별천지를 만들고 있다.


정상에 다다를 수록 점점 쉬어가는 횟수가 많아진다. 마띠는 아직 해가 뜨려면 시간이 많이 남았고, 우리는 체력보충이 필요하니 자꾸 간식을 먹어야 한다며 나에게 자꾸 과자와 초코바를 건넨다. 자꾸 받아먹기가 미안해진 나는 예전에 발대식 할때 씨즈에서 챙겨줬었던 과자들을 안먹고 이번 여행때 혹시 몰라 가지고 왔었는데, 한국 과자라며 그녀에게 건네준다. 다행히 맛이 괜찮은지 그녀는 과자를 맛있게 먹고 enak sekali~(정말 맛있어요~)라고 외쳐되더라. 진형님 그때 챙겨주셨던 과자들 이렇게 유익하게 썼네요 ㅋㅋ

올라가는 순간순간은 정말 더워서 몸에서 땀이 흐를 것 같은데, 조금만 앉아서 쉬어도 금방 체온이 내려가는게 느껴질 정도로 춥다. 한 여름임에도 불구하고..정말 춥구나. 하긴 현재 발리섬의 경우에는 특별한 계절이 나눠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건기에다가 우리로 치면 겨울정도 된다고 하니. 그래도 정말 이정도로 추울줄은 상상도 못했단 말이지.

새벽 다섯 시 반 정도 되었을까..결국 산의 정상에 올랐다.
마띠는 나에게 축하한다고 외치고, 우리는 신나게 하이파이브를 한다. 뒤따라 온 다른 사람들에게도 서로 축하의 인사를 건네며 기쁨을 함께 나눈다. 정상의 바람은 정말 칼바람 같더라. 저 멀리 어슴푸레 날이 밝아오는 게 보이긴 하지만 너무 춥다. 정상에 오른 우리들은 바위가 바람을 가려주는 틈 사이에 옹기종기 모여서 앉아서 가지고 온 과자와 음료를 나누며 일출을 기다린다. 마띠가 나를 위해 커피와 과자를 자꾸 건네준다. 아무리 내가 돈을 내고 온거지만..차라리 내 가이드가 내 또래 혹은 니보다 나이가 많거나 어린 건장한 남자였다면 모를까. 미안한 마음이 들지 않는다면 거짓말이겠지.

그녀가 가지고 온 그 고생을 생각해서라도 과자 한 조각 커피 한 모금을 소중하게 마신다.

아까 트래킹을 할때는 모두들 힘들어서 일까 여행자들 끼리는 별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없었는데, 모두 함께 목표를 이뤘다는 기쁨에서 일까 아까보다는 밝고 쾌활한 표정으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유쾌하면서도 자유로운 영혼의 느낌을 가진 미국 남자.
그와 함께 올라온 유럽 패션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깔끔하게 생겼지만 골초인 독일 남자.
나이가 상당히 지긋해 보이시는 독일 출신의 할줌마.
그리고 말수는 적지만 사진찍기를 좋아하는 서양 여자 한명과 그녀와 함께 온 동남아의 부잣집 느낌이 나는 동양여자 한명.

이 날 함께 아궁산의 일출을  맛본 외국인들은 이정도 였을거야.

어느새 동쪽하늘은 조금씩 밝아온다.
아궁산의 일출은 정말 운이 좋으면, 구름 한점 없는 맑은 날씨로 발리와 그 옆 섬인 롬복까지 모두가 보인다고 한다.
하지만 이날은 운이 따라주지 않아서 일까. 산 밑으로 깔려있는 구름들 때문에 도저히 위치를 파악할 수가 없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너무너무너무 깨끗한 하늘 보다는, 구름이 함께하는 그런 하늘이 좋다는 생각.


함께 떠오르는 해를 넋을 놓고 바라본다.
역시나 인간은 자연 앞에서 한없이 미미한 존재 일뿐.

모두 함께 성공했다는 그런 공감대가 형성이 되서 일까 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그러다 아까 자유로운 영혼의 미국아저씨가 자신의 가이드에게 묻더라.

왜 가이드일을 하느냐고.

그러자 그 사람이 대답하길. 이 일이 자기 마을사람들에게는 밥줄이란다.
아궁산을 오르는 길은 두 곳이 있고, 그 두 곳에 있는 마을의 많은 사람들은 모두 가이드 일을 하면서 돈을 번다고 한다.
내가 마띠에게 물었을 때 그녀는 순수하게 취미라고 했었지만, 역시나 조금 나이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다르다.
마띠 또한 자존심 때문에 그런 대답을 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녀의 순수한 마음은 그대로 쭉 남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마띠가 내 사진을 찍어준다기에 나도 마띠의 사진을 찍어준다.
나중에 보니 둘이서 같이 찍은 사진이 없더라.
나의 길잡이자 말동무이자 든든한 동반자 였었는데.


이제 일출 감상을 끝내고 돌아내려오는 길.
올라올때는 어두워서 몰랐었는데 내려가는 길이 눈에 다 보이지 정말 막막하다.
거의 70도 정도 되는 경사를 거꾸로 내려가려니 사람들이 미끌어지고 장난이 아니구나.

특히 아까는 말이 없으시던 독일 할줌마가 이제는 마음이 열리셨는지 나에게 말을 걸어오셨다.
그 할줌마는 계속해서 미끌어지시면서도 끊임없이 나에게 말을 거셨는데, 그분은 관광에 대해서는 전혀 문외한이라고 본인 입으론 말씀하시는데 정보력이 정말 장난이 아니셨다.

우리가 공정여행과 커뮤니티 투어리즘에 관련된 곳들을 탐방하고 조사하고 있다고 말씀을 드리니, 발리의 곳곳에 있는 많은 업체들을 말씀해주시더라. 이곳 사람들 조차 잘 모르던 J.E.D까지 알고 계시던 그분.

순수하게 그분은 그런 현지체험이 관심이 있어서 조사를 하셨다고 하는데..정말 대단한 정보력이셨어.
나중에 내려가면 나에게 대나무를 보존하기 위한 업체가 있는데 그곳을 알려준다고 하시며 우리의 심도 있는 대화는 끝.


내리막 길을 걷는 내내 나의 배는 조금씩 아파오기 시작했다.
아마도..한밤중에 먹은 수많은 초코바와 과자들이 원인이 아니었나 싶은데..
처음에는 참을만 했다. 하지만 화장실은 아까 출발했던 입구에만 보이고 거기까지는 약 두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그래 참아보자..하면서 한시간 정도는 잘 참았다.

근데..아 정말 터질것 같은거야..

하지만 이 곳은 발리사람들이 신성하게 생각하는 아궁 산이 아닌가.
어떻게 외지에서 온 나따위가 이 신성한 곳에..응가를..그것도 물응가를 할 수 있겠어..
근데 정말 죽을 것 같은거야.

그래서 조용히 마띠에게 말했지.
"마띠..혹시 근처에 화장실 없어?? 내 배가 터질것 같아.."

그러자 마띠는 전혀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더라.
"이 전체가 다 화장실인데요 뭘!!"

내가 너무 오바했나보다.

방출의 후련함으로 힘을 얻은 나는 마띠와 함께 다시 신나게 내려가기 시작한다.

가는 내내 미끄러우니 마띠가 나에게 계속하던 말.

Kita jalan hati-hati !! 읽으면 "끼따 잘란 하띠하띠" 뜻은 "조심히 가자!!" 이런 말인데, 그나마 트래킹을 하는 사람중에 우리가 제일 어려서 일까 엄청난 스피드로 서로 깔깔 거리면서 산을 내려왔었지.
자꾸 끼따 잘란 하띠하띠라고 외치면서 말이야.

하지만 나도 어느새 이십대 중반에 다가서서 일까 무릎에 슬슬 통증이 오기 시작하더라.
도저히 안되겠어서 마띠에게 잠깐 쉬어가자고 말을 한뒤 앉아서 쉬는 동안 신발끈을 고쳐메고 있었다.
마띠가 내 신발을 보더니 정말 좋은 신발이라고 칭찬을 하더라.
내가 마띠의 신발을 보며 너의 신발도 좋은 신발이냐고 묻자 신발을 벗어서 보여주는데..

거의 3cm 큰 신발을 신고 이 산을 오른 거였다.
자신의 신발도 없이 오빠가 쓰던 신발을 신고 이 산에 오른단다. 아 그 이야기를 듣고 정말 마음 같아서는 내 트래킹화를 그녀에게 주고 싶었어. 물론 사이즈도 맞지 않았겠지만..동정심?? 이런것 보다는 뭔가 그녀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 같아.

그래서 고민고민 하다가 그녀가 두시간 걸려 학교를 다니던게 생각이나서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우리팀이 인도네시아에 갔을때 아이들에게 주려고 챙겼던 연필들이 있었는데 그걸 그녀에게 주었다. 좋아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니 다행이다.

어느새 새벽에 출발했었던 우리의 출발지 빠사르 아궁 사원이 보이기 시작한다.
저 멀리 계단 밑으로 나를 여기까지 데려다 준 드라이버 마띠의 모습도 보이기에 나는 외쳤지.

I survive~!! 그러자 그는 엄지손가락을 번쩍 치켜올려주더라.

마띠와 신나게 마지막 길인 300계단을 신나게 걸어내려간다.
마띠가 계단을 내려가면서 이 계단 이름은 '300계단' 이라고 가르쳐 주길래 혹시 여기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물었더니..
"그냥 계단 숫자가 300개에요^^"

홍근. 너무 많은 것에서 의미를 찾으려고 하지 좀 말자 ㅋㅋ

드디어 주차장에 도착을 하고 마띠에게 진심어린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마띠. 정말 고마웠어. 너의 그 쾌활함과 순수함 그리고 학업에 대한 열정들 모두 시들지 않고 계속 되었으면 좋겠어.

마띠와 악수를 나눈다.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악수를 하고 나서 가슴에 손을 댄다.
단순히 손을 잡아서 인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느끼겠다는 뜻.

Suksma 마띠!! (이날 마띠에게 배웠던 발리어로 '감사합니다' 라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