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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SEEKER:S Story/*기억발전소

[기억발전소 해외탐방] ⑦ 매스 옵저베이션 아카이브 & 더 킵(Mass Observation Archvie & The Keep)

브라이튼

 

기억발전소가 탐방지로 영국을 선택하였던 가장 큰 이유는 매스 옵저베이션 아카이브 & 더 킵(The Mass Observation Archive & The Keep)을 방문하기 위해서였다. 특히 매스 옵저베이션 아카이브(이하 MOA)는 영국인의 일상에 주목하여 관련된 자료를 수집하고, 이를 위해 다양한 워크숍, 자원봉사 프로그램 등을 제공한다. 이렇게 얻어진 자료를 연구자가 아닌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모두 활용할 수 있도록 공개된 아카이브의 가장 대표적 사례인 동시에 오래된 사례다. 기억발전소 역시 ‘일상’을 기억하고 기록하는 것에 대한 의미를 두고 있기 때문에 선행 기관으로서 MOA의 시스템이나 프로그램을 체험하기 위해서였다. 기억발전소는 23일, 24일 양일간 MOA와 더 킵(이하 The Keep)을 방문하여 아카이브 체험, 기관 투어, 인터뷰, 워크숍 참여 등을 진행하였다.

 

 

MOA는 1937년, “스스로의 인류학(An anthropology of ourselves)”을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거리와 일터, 종교행사, 여가 활동 등에서 일어난 평범한 사람들의 행동들을 기록한 사회 연구 프로젝트 그룹에서 시작하였다. MOA와 서섹스 대학의 연계가 시작되면서 MOA가 수집한 컬렉션들을 The Keep으로 이관하였다. 

 

MOA에서 수집한 일기

 

The Keep은 East Sussex Record, the Royal Pavilion & Museums Local History, MOA, Sussex Family History Group 등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영국, 서섹스(Sussex) 지방과 그 사람들, 서섹스 대학 등에 관련된 자료를 수집, 보관하고 있는 기관이다. 2013년 여름 준공된 아카이브 건물은 최적의 상태로 자료를 보존하기 위한 여러 설비, 단체의 사무실, 워크숍룸, 열람실이 있다. MOA는 The Keep과 함께 자료를 수집하고 보존하기 위한 자원봉사 프로그램과 함께 학교, 지역 커뮤니티를 대상으로 소장 자료의 활용방법에 대해 교육 워크숍을 진행한다. 그리고 MOA는 생산되고 활용된 결과물은 리포트나 책의 형태로 출간하거나 온라인으로 다수에게 공개한다. 
 

 

  MOA와 The Keep의 담당자인 수잔 로즈(Suzanne Rose), 엠마 존슨(Emma Johnson)와의 인터뷰를 통해 ‘기록’을 소중히 대하는 태도와 당대의 기록을 수집해나가는 기관의 여러 노력들, 특히 교육 워크숍 분야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었다. 교육과 관련해서 시니어, 학생, 장애인 등 다양한 대상을 상대로 진행하며, 아카이브를 잘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과 이를 장기적인 관점에서 진행한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기록을 아카이브한다는 것이 단순히 ‘오래된 것’을 정리하고 기록한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점을 다시금 생각했다. 
  

 

또한 MOA는 작년에는 브라이튼 포토 비엔날레에 초, 중학교 학생들과 함께 일상을 사진으로 기록하는 워크숍을 진행한 결과물을 전시하기도 하였다. 이렇게 젊은 사람들에게 왜 기록이 중요한지를 각성시키는 작업을 거부감 없이 전달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당위성을 생각하게 되었다. MOA와 The Keep에서는 그러한 차원에서 지역주민을 비롯해 청소년 대상의 아카이브 강연과 워크숍을 주기적으로 진행하고 있었는데 이러한 과정을 통해 기록문화에 대한 인식이 넓어지고, 그 관심의 폭이 깊어질 수 있었다고 생각하였다. 
 

 

Keep의 공간들은 세미나 룸으로부터 시작해 레퍼런스 룸, 리딩 룸, 1층 자료보관소, 격리실, 2층 자료보관소, 아키비스트 작업실, 포장실, 디지털 룸으로 이루어져있다. 기관 투어를 통해 세미나룸과 자료보관소를 제외하곤 실제로 아키비스트가 일을 하고 있는 공간에서 아키비스트로부터 직접 본인의 업무나 진행하고 있는 작업에 대해 소개받을 수 있었다. 다음은 투어 장소마다의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1. 세미나 룸(Seminar Room)

총 3개의 교육실이 있으며, 총 160명을 수용할 수 있다. 이곳에서는 주로 원본 자료들을 사용하여 교육을 한다.

 

2. 레퍼런스 룸(Reference Room)

 

이곳은 리서치에 필요한 자료들을 검색하기 위한 곳이다. 다양한 뉴스 자료들이 있으며, 특정 기사를 찾고자 할 때 날짜별로 뉴스를 검색하면 된다. 현재 The Keep에서 보유하고 있는 자료들은 온라인상에서 검색하는 것도 가능하다. 족보(Ancestry)를 검색하려면 인터넷상에서는 돈을 내야 하지만 이곳에 직접 오면 무료로 검색할 수 있다. 색인(Index)을 사용하여 자료를 검색할 수도 있으며, 자료들은 지역별로도 정리되어 있기 때문에 지역별로 관련 자료를 검색할 수도 있다. 역사기록소에는 역사관련자료가 있다. 모든 자료들에는 바코드가 있고, 바코드 별로 지정된 자료에 정리되어 있기 때문에 인터넷으로 자료를 검색하면 해당 자료의 원본이 이곳의 어디에 보관되어 있는지 알 수 있다.

 

3. 리딩 룸(Reading Room)

 

리딩 룸에서는 원본 자료들을 볼 수 있다. 필요한 자료가 있으면 먼저 데스크로 가서 본인의 카드를 스캔한 뒤, 필요한 자료를 말하면 직원이 보관소로 가서 필요한 자료를 가져온다. 최대 한번에 3개의 자료를 주문하여 볼 수 있다. 스캔을 하고자 하면 하루에 10파운드를 지불하면 무한대로 자료를 스캔하거나 사진을 찍어갈 수 있다. 이곳 한 켠에는 대형 지도도 보관되어 있는데, 각 선반마다 지도가 개별적으로 보관되어 있다. 책 형태로 된 자료들은 자칫하면 손상될 수 있기 때문에 책을 받치거나 책 페이지를 고정시킬 쿠션을 준비해둔다.

 

4. 1층 자료 보관소

 

수백 개의 지도와 포스터 등 중요자료들이 보관되어 있는 곳이며, 각 층마다 하나씩, 총 3개의 자료보관소가 있다. 이 자료들을 모두 일렬로 나열하면 6마일이 된다. 이곳의 기온은 자료를 보관하기 가장 적절한 기온인 약 섭씨 12도이다. 공기가 주기적으로 펌프에 의해 순환된다. 자료들이 손상되지 않도록 설계가 되어있는데 예를 들어 화재가 발생한다면 천장에 있는 시스템이 가동하여 공기를 빼 진공상태에서 불이 꺼지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곳으로 이어지는 문은 2개이며, 이 중 하나는 리딩 룸(Reading Room)과 바로 연결되어 자료들을 속히 꺼내 전달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5. 격리실(Quarantine Room)

 

이곳으로 이관된 자료들의 경우 이전의 보관이 잘못되어 곰팡이가 피거나 균이 있을 수 있다. 이는 자료를 열람하는 사람에게도 균이 전염되어서 기침증상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격리실에서는 자료에 있는 균들을 멸균한다. 우선 자료를 진공 팩에 넣고 특수냉동고에 넣는데, 영하 35도 이하로 약 1주일간 보관하여 균들을 죽인다. 그 후 건조대에서 자료를 건조시킨 후 아키비스트(archivist)들에게 전달한다.

 

6. 2층 자료 보관소

 

2층의 자료 보관소는 1층에 비해 기온이 낮기 때문에 자료를 보기 위해서 녹이는 데에 시간이 길어져 자료를 받기까지 오래 기다려야 한다. 기온은 8도 정도이며, 이곳에 보관되는 자료는 사진, 필름 등이다. 우리가 이곳에 보관중인 가장 오래된 사진자료는 1850년대의 것들이다. 근대 사진자료들, 대학교들의 사진자료들, 뉴스 사진자료들 등 다양한 종류의 자료들이 있다.

 

7. 아카비스트 작업실

 

자료들은 멸균을 거친 후 아키비스들에게 무작위 순서로 전달되며, 자료를 받은 아키비스트들은 자료를 살펴본 후 분류한다. 이후 일반인들에게 공개된다. 당시 아키비스트가 작업하고 있던 문서자료는 양피지(동물 가죽)의 기록이었다.

 

8. 포장실

 

자료가 보관되기 전 각 자료의 특성에 맞게 아카이브 상자를 만들어 자료를 담는다. 당시 아키비스트들은 오래된 카메라와 한 여성의 폴란드 여행사진집을 포장하고 있었다.

 

9. 디지털 룸

 

디지털 룸에서는 자료를 스캔, 복사해준다. 일반적인 자료들은 대형스캐너로 스캔이 가능하지만, 매우 큰 초대형 자료들은 초대형 스캐너로 스캔한다. 스캐너 위에 달린 사진기로 자료를 위에서 사진 찍는 방식이다. 원본자료를 사람들이 열람하면 손을 타기 때문에 자료 손상의 우려가 있기 때문에 디지털화된 자료를 사람들이 사용하는 것을 선호하기도 한다.

 

 

 

이날 진행된 집의 역사에 관한 워크숍(History of House Workshop)의 내용은 아카이브에서 소장하고 있는 자료 가운데 ‘건물’에 관련된 내용을 추적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약 한 시간 정도의 짧은 워크숍이었다. 대부분 워크숍에 참가한 사람들 가운데 KEEP을 처음 방문해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워크숍에 참여한 많은 시니어들이 주제에 관해 특별한 관심이 있어 필기도 열심히 하고, 질문도 하고. 전반적으로 자기가 살던 집뿐만 아니라, 가게에 대한 관심도 있어서 그들이 끊임없이 과거에 대한 기록물을 찾아보려고 하는 게 인상적이었다.

 

 

열명 남짓 워크숍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왜 워크숍에 참여하게 되었는지, 왜 과거의 역사를 찾고자 하는지를 물어보았다. 한 참가자는 “내가 지금 살고 있는 동네를 좋아한다. 그리고 이 동네에 살았던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가 매우 궁금해서”, 또 다른 참가자는 “1897년에 절벽 부근에 지어진 집의 배경이 매우 궁금하여” 워크숍에 참가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다른 기관에 비해 많은 것을 경험할 수 있었던 날, 밤늦게까지 기관의 다양한 자료를 정리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