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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SEEKER:S Story/*기억발전소

[기억발전소 해외탐방] ⑧ 다이얼로그 소셜 엔터프라이즈(Dialogue Social Enterprise)

 

베를린 소통 박물관

 

기억발전소는 사회의 소수자에 주목하며, 문화콘텐츠의 확산을 통해 일자리 창출 및 기억의 공유가 가능할 수 있는 지점을 찾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사회 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나 선입견을 해소하고, 소수자에 대한 새로운 상상을, 동시에 관련 당사자들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전시를 기획, 운영하고 있는 독일 함부르크의 다이얼로그 소셜 엔터프라이즈(Dialogue Social Enterprise, 이하 DSE)를 방문하였다. 이와 더불어 DSE에서 기획, 운영하고 있는 전시 <시간과의 대화(Dialogue with Time)>에 참여하였다.

 

2008년 안드레아스 하이네케(Andreas Heinecke), 오르나 코헨(Orna Cohen), 클라라 클레츠카(Klara Kletzka), 로라 곤(Laura Gorn), 토마스 리쳐(Thomas Richter)는 장애와 다양성에 대한 사고방식을 바꾸기라는 사회적 미션을 가진 다이얼로그 소셜 엔터프라이즈(이하 DSE)를 설립하였다. 사회 속 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을 꼬집고자 하는 전시 프로그램들, 1988년 시각장애에 대해 환기를 유도한 전시 '어둠 속의 대화'를 기획을 시작으로, 청각 장애에 대한 '침묵 속의 대화'(1997년), '시간과의 대화'(2012)으로 점차 넓혀가고 있다. 1992년 초, 소셜 프랜차이징을 통해 지역사회의 전시 파트너와의 협동해 전시를 운영하는 방안을 소개하였다. 이후 소셜 비즈니스 모델로 확산시켜 전 세계 35개국 160개의 도시의 지역 파트너와 함께 전시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 나이 들어감(aging), 경험(experience), 고정관념(stereotypes), 세대 간 대화에 대한 전시를 기획하여 이스라엘, 독일의 베를린 등에서 전시를 진행 중이다.

 

기억발전소는 26일 전시 <시간과의 대화>가 열리고 있는 베를린 소통 박물관(Museum fur Kommunikation)을 찾았다. 전시 담당자인 앤카트린 마이어(Annkatrin Meyer)를 만나 인사를 나누고 전시에 참여하였다.

 

 

전체적으로 전시는 총 6개의 주제의 방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시장 입구에는 나이를 속인 적이 있는가? 등에 대한 질문이 쓰여진 모래시계와 전시를 이끌 시니어 가이드들의 간략한 프로필이 벽면에 전시되어 있다. 전시 시작 전에 관람객은 이를 자유롭게 볼 수 있다.


전시의 첫 번째 방은 프롤로그로, 노화가 자연스러운 현상임을 인지시켜주기 위해 인간의 노화 과정에 관한 짧은 비디오를 보여준다. 비디오가 끝나면 전시를 이끌어줄 시니어 가이드와 인사를 하고, 두 번째 방으로 가기 전, 대형거울 앞에서 다음 방의 주제인‘노화는 개별적인 것이다’에 관한 간단한 설명과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의 성별과 나이에 따라 스티커를 붙인다.

 

프롤로그

 

이후 찾은 방은 대화의 방으로, 시니어 가이드가 자신이 살아온 인생 경험을 세 개의 사진을 가지고 이야기한다. 이야기를 마치고 시니어 가이드는 “자신이 생각하는 가장 행복하게 나이든 모습은 무엇인가?”란 질문을 던진다. 관람객은 테이블 아래에 놓인 10개의 일상생활 속 이미지 카드를 펼쳐놓고 자신의 생각에 맞는 사진을 고르고, 가이드와 다른 관람객과 함께 이야기를 나눈다.

 

대화의 방

 

세 번째 노란색 방과 네 번째 분홍색 방은 이어져있다. 관람객은 노란색 방과 분홍색 방을 자유롭게 오가며 체험을 한다. 먼저 노란색 방은 노화로 인해 발생하게 되는 다양한 신체적, 정신적 감정에 관해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방으로, 시니어 가이드가 노화가 진행될수록 망막이 점차 노랗게 변하여 노란색을 구별하기 힘들어지게 되는 상황을 설명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이후 관람객들은 노란색 방 여기저기에 놓인 노화로 인해 발생가헤 되는 여러 상황들을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기구를 체험한다.

 

이 때  분홍색 방은 커튼으로 둘러싸인 작은 네 개의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 공간마다 비디오로 연출된 시니어는 어린 시절 살았던 고향에 대한 이야기나 자신의 직업, 온라인으로 연인을 사귀게 된 이야기 등 서로 다른 삶의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커튼으로 인해 분리된 공간에서 시니어와 마주하여 대화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분홍방과 통계의 방

 

잠깐의 시간이 흐른 뒤, 시니어 가이드는 다음 방인 통계의 방으로 관람객을 유도한다. 미래 연령분포와 평균수명 등 실제 예측 상황에 대한 객관적인 자료를 활용하여 노화에 대해 흥미로운 다양한 인포그래픽과 영상 자료를 간단한 퀴즈와 함께 보여준다. 이 방을 끝으로 시니어 가이드와 인사를 나누고, 마지막 방인 에필로그로 이동한다. 마지막 방은 전시장의 입구와 연결되어 있으며, 관람객들은 자유롭게 간단한 퀴즈를 풀거나 방명록을 남길 수 있고, 사랑, 친구 등 9개 주제에 관한 시니어들의 생각이 전시되어 있다.


시니어 가이드와 함께 전시장을 꼼꼼히 체험해보며 시간과의 대화의 공간과 시간 운영 방식과 시니어들의 개별 콘텐츠와 인구통계학적 자료를 활용하여 대화, 미션 체험, 역할극 등 다양한 전시 방식을 체험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전시에서의 시니어 가이드(모더레이터)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였고, 이를 교육하기 위한 다이얼로그 소셜 엔터프라이즈의 방법이 궁금해졌다. 이를 위해 전시 담당자와 함께 시니어 가이드 하트만 카브리츠(Hartmann Cablitz)를 인터뷰하였다.

 

시니어 가이드 하트만 카브리츠와 함께

 

대화의 방에서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하고, 관람객으로 하여금 자기의 이야기를 끌어내게 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만드는 시니어 가이드의 모더레이터의 역할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기억발전소의 프로그램의 경우에도, 이야기를 끌어내고, 호응해주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서로 질문이나 대답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가이드가 대중을 대하는 방식을 배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였다. 시니어 가이드를 교육하는 워크숍에는 이론뿐 아니라 ‘소통’을 이끌어내는 방식에도 많은 노력을 했음을 인터뷰를 통해 알 수 있었다. 또한 방문객으로부터 받은 다양한 의견, 전문가들로부터의 의견, 언론에서의 반응 등을 취합해 아카이브하여 전시를 보완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전시 담당자 앤카트린 마이어와 함께

 

 

다음날, 시간과의 대화의 기획자이자 DSE의 CEO 안드레아스 하이네케와 COO 오로나 코헨과의 만남을 위해 DSE의 본사가 있는 함부르크로 향했다. 함부르크의 풍경을 동영상으로 담았다.

  

 

 

DSE의 본사는 사무실과 함께 어둠 속의 대화 전시장과 침묵 속의 대화 전시장이 함께 구성되어 있다. 전시장 입구마다의 자유로운 분위기가 인상적이었다.  

 

 

CEO 안드레아스 하이네케와 COO 오로나 코헨과는 전시 시간과의 대화의 기획부터 자금 조달, 컨설팅 등 전시가 만들어지는 과정,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인터뷰를 하였다. 인터뷰를 통해 기억발전소의 자체역량을 고민하게 되었고, 한국으로 돌아와 구체적으로 이 사안에 대해 협업할 수 있는 기관을 만나 실행가능한 부분이 있는지 재설정 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인터뷰를 마친 후, 담당자의 배려로 전시 <침묵 속의 대화(Dialogue in Silence)>에 참여할 수 있었다. 

 

 

다이얼로그 소셜 엔터프라이즈의 세 가지 전시를 모두 체험해봄으로써 이들이 무엇을 지향하고 있는지가 뚜렷해진 것 같다. 일반인들이 사회적 문제에 어떻게 접촉할 수 있게 할 것인가라는 방식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이라 생각했다. 영국에서는 기억, 아카이브에 대해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시간과의 대화 전시 참여 이후에는 시니어를 어떻게 연결지을 수 있을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게 되었다. 또한 이 과정에서 무엇보다도 사람들의 생각을 이끌어내도록 만드는 모더레이터의 역할과 그를 교육하는 방식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다.

 

한국은 전후 분단이라는 특수성과 함께 전 세계적으로 유래가 없는 발전을 해온 나라라는 것이 분명하다. 그런 한국적 특수상황 속에서 생을 살아온 시니어들에 대한 다른 시각으로의 접근과 이해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또한 젊은 세대와 시니어 세대가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적기에 그들이 서로 만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장을 마련해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것이 일방적인 것이 아닌 자연스러운 형태가 되기 위해서는 ‘기억의 공유와 감동’이 가장 적합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다.

 

 

CEO 안드레아스 하이네케와 COO 오로나 코헨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