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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Globalwork Story/탕탕탕(공정여행)

[3부] 용주, PURI LUMBUNG(생태관광마을_정부에 의해 설립)


우붓에서 며칠동안 재정비 시간을 갖다가, 북부에 위치한 뿌리로 이동을 했지

한국에서는 뿌리 사례를 꽤 열심히 공부하고 인터뷰 때 묻고 싶은 질문들도 잘 정리하고 그랬었는데

막상 가는 날이 다가오니 그런 긴장감은 제로 ........

우붓 마지막에 묵던 숙소 (내 결벽증 게이지를 100에서 20 정도로 낮춰 준) 덕분에 피곤에 쩔어서 몸도 마음도 멍했던 것 같다

 

내가 포스팅하는 사진 중 절반 이상은 애들이 찍은 사진 도용 방긋

나는 사진기를 꺼낸 기억이 언젠가부터 없어요

휴대폰 카메라에도 개별일정 사진만 가득......

 

아무튼 도용을 허락 해 주신 서홍근 김여나 이로베님께 감사하며

내멋대로 포스팅을 시작 해 볼까나

 

 

첫 사진부터 기억이 없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졸렸었나

이게 갈 때 찍은 건가 올 때 찍은 건가 ................

아무튼 발리 섬에 있는 호수 중 하나 , 예쁘지도 않고 멋있지도 않았지 . 노 감흥..

내가 찍은 건 호수가 아니라 탕탕이들의 뒷통수 ^,^

 

 

잠깐 시장에 들렀는데, 뿌리에서 식사가 포함됐는지 모르겠어서 전화를 해 봤다

포함이 안 되어 있다길래, 거긴 비쌀 게 분명하니까 여기서 때우고 가자 !!!!!!!!!!!!! 만 장 일 치

우리를 픽업 나오신 운전기사 분은 영어를 잘 못하셨다

진짜 영어 잘 하는 사람은 영어를 잘 못하는 사람과의 의사소통도 원활할 수 있어야겠지 ?

근데 나는 영어를 유창하게 사용하지 못 하는 분을 만날 때 마다 엄청난 어려움을 겪었다 ........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그런 쪽으로는 우리 로베가 또 ~ ㅋㅋㅋㅋㅋㅋㅋ

모기약에 모기'향'까지 설명 가능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암튼 그 분이 자꾸 여기서 먹지 말고 다른 곳에 좋은 데가 있다고 뭐 그런 식으로 말씀하신 것 같은데

우리가 아무도 못 알아들어서 ㅠㅠ 그냥 여기서 먹자고 우겼지

 

결국 현지인들 먹는 거 똑같이 달라고 했다가 토끼고기 꼬치 먹고 ^.^ 

나중에 깨달은 게

거긴 경치도 좋고 가격도 싸고 음식도 더 맛있는 곳이었다는 것 ............

여긴 시장이어도 관광객들 상대로 하는 곳이라 엄청 비쌌음 ..................

 

인도네시아어, 비록 한 달 정도 밖에 공부를 못 해서 엄청 허접이었지만

그래도 그거라도 배운 게 어찌나 다행이던지

인도네시아 가는데 '영어가 공용어니까 ^.~' 이러고 갔다면 내 자신한테 많이 실망할 뻔 했음

 

어쨌든 토끼는 인도네시아 말로 ? 끌린치 꺄악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뿌리는 음...  고급 리조트 단지 정도로 표현할 수 있겠다

깔끔한 건물 내부, 최고급 식사, 잘 숙련된 종업원들

우리는 복층으로 된 패밀리 코티지를 빌렸는데, 입이 떡 벌어질 만큼 호화로웠다

바로 이전에 묵었던 숙소랑 비교되서 더 좋게 느꼈을지도 ..............

 

 

새하얀 시트가 이렇게 감동적일줄이야 ㅠㅠ

 

화장실까지 찍은 찍사 홍

나랑 윤주가 쓴 화장실은 샤워하는 곳 천장이 뻥 뚫려있었다

 

 

이런 테라스에 나와 앉아

웅장한 산을 마주하고는 일기를 쓰거나 책을 읽곤 했지

 

 

나 자는 사진도 있구나 ㅋㅋㅋㅋㅋㅋ

정말 피곤했었어

도착하자마자 꿀잠잤당

 

 

식당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면 마을이 훤히 눈에 들어왔는데

이렇게 보는 거랑 직접 돌아다니는 거랑 많이 다르다

눈에 확 띄는 거는 빨간 꽃 !

발리는 어딜 가나 이렇게 집집마다 색색깔의 꽃이 만발했다

꽃을 좋아하는 사람들

꽃 같이 순수하더군 ..........  

 

 

뿌리룸붕에서의 첫 저녁식사

역시 비쌌다

음식 이름이 잘 기억나지 않는 걸 보니 맛도 별로였겠지

 

 

간단한 회의를 마치고 로베와 홍은 술 한잔 하겠다며 바로 ...

지금 기억은 안 나는데 회의 중에 뭔가 갈등이 있었다

이유도 기억 못 할 일로 뭐 그렇게 다퉜는지 ... ㅠ_ㅠ

나중에 나랑 윤주도 슬렁슬렁 걸어 가서 애들 옆에 앉아 조용히 술을 마셨지

내가 시킨 건 사진엔 없지만 '브룸'이라는 발리 전통 와인

투명한 핑크빛 액체인데 달큼시큼한 것이 전혀 와인 같지는 않지만 나름 매력있던 술

 

 

그리고 아침

숙박에 조식이 포함된 경우가 대부분인데, 숙소에 따라 그 질은 천차만별

이 곳은 고급 리조트에 맞게 아침식사 하나는 뷔페식으로 잘 제공되었다

우리 쫌 많이먹었음 ....... ㅋㅋ 식사가 아니라 거의 비축 정도로 ㅋㅋㅋ

 

 

 

 

그리고 이어진 설립자와의 인터뷰

 

 

뿌리는 Community based Tourism의 성공사례로

사진에서 보이는 분이 호텔학교 교사로 일하다가 정년퇴임 후 마을을 기반으로 하는 관광사업을 시작하셨다

발리에 물 밀듯 들어오는 매스 투어리즘에 대항하여 '현지 사람들'을 고용하고, '현지 지역 주민들'에게 직접적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구조로, '현지 환경'을 보존하며, '현지 문화'를 지키고 알리는 방식으로.  제드와 비슷한 점도 많지만 제드 같은 경우는 관광은 부수적인 활동이고 농사일을 주업으로 삼는 데 반해, 뿌리는 일단 이 자체가 마을의 핵심적인 사업이고 그 만큼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모든 것이 체계적이었다는 것이 눈에 띄는 차이점이었다

 

인터뷰만 포스팅 해도 한 나절 걸릴 정도로 많은 정보와 교훈을 얻었지만

그건 보고서 작성 때 하기로 .... ^^

 

 

Love is the basic thing to maintain everything.

이라는 메세지를 남겨 주신 설립자 할아버지

 

인터뷰 내내

<가장 중요한 것은 한 가지 뿐>

이라는 말씀을 많이 하셨다

 

 

그리고 떠난 사이클링

바보 같이 웃고 있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윤주는 쿠킹클래스를, 로베는 몸이 안 좋은 관계로 휴식을, 나와 홍은 자전거 사이클링을 체험 해 보기로 했다

 비가 많이 와서 우비까지 입고 출발

나 헬멧 쓴 것 가지고 엄청 놀리던 이로베 .........

죽빵이 튀어나왔다나 다람쥐 같다나 뭐라나

난 괜찮아

젖살은 곧 빠질테니까

 

 

출 바알~~~~~~~~ !!

계속되는 내리막길

소리를 질러대며 ㄱㄱ

정말 시원하고 짜릿했지요

 

 

작품 찍었네 서홍큰

이 때 쯤이었나, 달린 지 3시간 정도 되었을 때 지나가는 분들께 우리의 목적지를 여쭤봤더니

정 반대방향으로 왔다고 .................

3시간 동안 내리막길만 내달린 것은 즉 돌아가려거든 3시간을 오르막길만 가야한다는 것

여행자가 가진 복 그대로 살려 <대책없이> 가던 길 쭉 가기로 했다

너무너무 가고싶었지만 너무너무 멀어서 포기했던 로비나 비치로 !!!

 

 

우비 벗어버리고 다시 내리막길 달려달려

 

 

더워 죽겠다 싶을 때 자전거 던져버리고 잠시 쉬기

서홍근이 찍는 거 눈치 채고 고개 돌렸음

지금 생각해도 정말 현명한 처신이었음

 

 

터질꺼에요

태환오빠는 이렇게 말하겠지

비비크림이 빨간색이야

 

 

상대적으로 멀쩡한 홍 클로즈업

사진크기 줄이고 이런거 없음 ^.~

 

그렇게 몇 시간을 더 달려

 

 

도착한 로비나 비치

인 줄 알았던 비치

 

 

관광객들의 발길이 뜸한 곳에 운 좋게 당도한 우리

신기해 하는 마을 아이들과 허접 인니어 셋트 의사소통 ^^

이상하게 요 아이들은 잠깐 마주친 건데 얼굴이 한 명 한 명 다 기억이 생생해

 

 

로비나 비치는 여기가 아닌가바

우리 넷 중에 인니어 제일 잘 하던 홍

발리 떠나기 전에는 현지인과 원활한 의사소통이 가능했던 ... ㅋㅋㅋㅋ 독학의 힘인가여

 

 

'진짜' 로비나 비치를 찾아 다시 달려 ㅜㅜ

이 때 많이 힘들었다

허벅지에 감각이 없었지만, 시쳇말로 '빡쎈' 여행 좋아하는 홍근이한테 폐끼치고 싶지 않아 이 악물고 폐달을 밟았지 ㅋㅋㅋㅋ

다음 날 근육통 ~.~

 

 

그리고 잠시 옆 길로 새면 폭포가 나온다길래 갔더니만

 

 

폭포는 이게 끝이고

저 남자애들 두 명한테 삥뜯김 ㅋㅋㅋㅋㅋㅋㅋ (저렴한 표현이지만 더 이상의 표현은 없어)

 

 

로비나 비치

 

 

그림같다 ..

 

 

대책 없이 신발 벗고 진흙에 풍덩

 

 

밴드 붙혔던 자리가 유독 깔끔한 내 발 .......... ㅋㅋㅋㅋㅋㅋ 이런 사진으르 제일 좋아하던 홍

약간 의심 해 봐야 할 듯

 

 

애들이 걱정할까봐 뿌리 프론트 데스크에 전화부터 걸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전화 받은 사람이 애들한테 바로 말을 안 해줘서 애들이 엄청 걱정하고 ㅜㅜ 트럭타고 우리 찾아다녔다는 ...

우리는 그런 것도 모르고 그냥 이 순간을 즐겼지 (애들아 미안해)

 

 

마음이 달달하게 노곤해지던 순간

 

 

맥주

일기

담배

카메라

정적

석양

 

 

 

맥주보단 소주를 즐기는 내가

'맥주 맛을 알 것 같아' 라고 말할 만큼 달달했어

다시 사진을 봐도 울컥

 

 

씨푸드 스페셜

스페셜을 시킬 만큼 굉장히 저렴했던 현지식당

맛도 뿌리랑은 비교가 안 될 만큼 입에 착착 달라붙었다

 

 

해가 저물고 나서야 슬슬 자리에서 일어난 우리

아무리 대책이 없었기로서니 ..... 이대로 자전거만 타고 가기엔 아침이 밝아도 도착하지 못할 거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일단은 달려보자 ! 하고 있는 힘을 다 바쳐 달렸건만

한 시간이나 달렸나 ?

온 몸에 힘이 다 빠지고, 앞은 안보이고, 무섭고 .......... ㅜㅜ

히치하이킹을 하다가 실패하고, 길거리 음식 파시던 아저씨의 도움으로 오토바이를 잡아타게 되었다

 

 

아직도 '발리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 하면 이 때가 떠오를 정도로

가슴이 벅차 아저씨 뒤에서 엉엉 울었더랬지

 

이 감동은 이 날 쓴 일기로 대체

읽어도 읽어도 감동은 그대로 :-)

 

 

 

<이 날 일 기>

우붓을 베이스캠프로 잡고, 발리 북부의 문둑으로 이동했다. 뿌리룸붕이라는 대형 숙박시설이 있는 산간마을이었다. 뿌리는 community based tourism의 성공사례로 Mass tourism의 폐해에 저항하여 올바른 방식으로 지속 가능한 관광정책을 펴고 있는 곳이었다.

미리 요청해놓은 자동차에 올라탔다. 해가 더워지는 날씨였다. 관광객들로 들어차 상업적인 냄새가 심심찮게 풍기는 우붓에서 조금 벗어나니 금새 때묻지 않은 리얼 발리가 보인다. 역시 관광객은 찾아볼 수 없다.

구불구불한 산길 속 구름을 헤치며 달리다 시장에 들러 점심을 먹기로 했다. 나는 테이블에 앉아 다짜고짜 현지인들이 먹고 있는 음식을 가리켰다.

먹음직스런 음식이 나온 후
아빠 이니? (이게 뭐에요?) 하고 물으니 토끼고기란다.
오, 마이, ......
별 수 있나. 심호흡 한 번 크게 내쉬고 맛있게 먹는 수 밖에.

뿌리룸붕은 잘 조성된 리조트와 같은 느낌이었다. 호화스럽고 깔끔한 건물내부와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는 종업원들이 잘 짜여진 체계와 어우러져 편리함을 제공했다. 관광객은 모두가 서양인이었다. 장기로 숙박하며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는 듯 보였다. 저녁을 먹고, 빨래를 하고, 간단한 회의를 하고, 바에 가서 술을 한 잔 했다. 나는 이 곳 전통 와인 브름을 마셨다. 분홍빛 투명한 액체가 달큼시큼했다.

다음 날 아침, 설립자를 만나 인터뷰를 했다. 역시나 고개가 절로 끄덕여질만큼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발리에 관광객들이 대량 유입되고 외국 자본이 밀려들어와 그들의 문화와 환경을 해치는 것에 문제의식을 느껴 이 곳을 설립했다고 했다. 인터뷰를 마치며 그가 말했다.

Love is the basic thing to maintain everything.

신은 우리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주었습니다. 물, 불, 흙, 바람, 빛이 그것인데 모든 것은 이들로 만들어졌지요. 인간도 마찬가지고 심지어 굴러다니는 오토바이도 그래요. 이 다섯가지만 있으면 세상이 살아집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신이 다 마련해 놓으셨고 우린 이들을 잘 지켜야해요. 그 중심에 있는 것이 바로 사랑입니다. 사랑은 모든 것을 유지하지요.

인터뷰를 마치고, 프로그램 리스트를 보며 각자의 관심분야를 정했다. 로베는 트레킹을 웅은 쿠킹클래스를 나와 홍은 사이클링을 하기로 했다. 비가 우억스럽게 쏟아지고 있었다. 홍과 난 헬맷을 쓰고, 우의를 입고, 가느다란 선이 몇 줄 죽죽 그어진 지도를 한 장 들고 빗속을 내달렸다.

뿌리를 찾는 수 많은 관광객들은
그 안에 조성된 부족함 없는 서비스만 이용하며 휴양을 즐기다가 떠나나보다. 자전거로 약 이십분 정도 달려 마주한 마을 사람들이 눈이 휘둥그레져 우리를 응시했다. 어떤 이들은 입이 찢어져라 함박스런 웃음을 지으며 헬로! 헬로! 인사를 한다. 우리가 '슬라맛 시앙! 시앙!' 하면 눈이 더 휘둥그레졌다가 또 다시 웃는다.

온통 열대나무로 뻥 뚫려 하늘과 닿을것만 같은 내리막길을 내달렸다. 시원한 산바람이 온 몸을 스쳤다. 홍이 소리쳤다.
오호홋~~~~!!!!!!!!!!!!!!
나도 소리쳤다.
아~~~~~~!!!너무조타아아아아!!!!

소리를 질러대며 한참을 더 내달리다 지도를 펼쳐 길을 물으니 우리가 정 반대 방향으로 왔단다. 호숫가는 동쪽에 있는데 우리는 서쪽으로 15키로를 달린 것이다. 대신 그 길로 왔던 만큼을 더 달리면 바다를 볼 수 있다고 한다. 개인일정때 가려다가 너무 멀어 포기했던 로비나비치. 우리는 잠시 고민하다가 다시 페달을 밟았다. 엉덩이가 베기고 얼굴이 발갛게 익었다. 티셔츠는 땀으로 흥건한데 얼굴엔 여전히 미소가 흠흠했다. 그렇게 네시간을 달려 바닷가에 닿았다. 관광객의 발길이 닿지 않는 외곽마을인 듯 했다. 우리를 보고 아이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하더니 삽시간에 둘러싸 반갑다 인사했다. 내 어눌한 인니어를 따라하며 키득키득 웃는 아이들에게 아는 문장들을 죄다 동원해서 말을 걸었다. 한 아이가 악수를 청해 손을 잡으니 열댓명의 아이들이 소리를 지르며 손을 건냈다. 그 중 한 아이는 수줍은 미소 뒤로 손을 감추며 제 손이 더러워 안된다고 했다. 내가 한국말로
괜찮아~~~~!! 손 잡자!
하니 꽃보다 아름다운 미소를 지으며 슬그머니 손을 내민다.

삼빠이 줌빠 라기! (또 보자!)
하고 다시 자전거 페달을 밟았다. 한참을 더 달리니 <진짜> 로비나비치가 나왔다. 관광지화 된 로비나는 따로 있고 우리가 도착한 곳은 현지인들만 가는 곳인 듯 보였다. 심장이 웅글웅글해지는 석양 아래로 구릿빛 피부의 이들이 몸을 담그고 있었다. 한 사내가 나뭇가지를 세워 꽂아 옷을 걸친 자리가 보였다. 나는 무조건 반사적으로 운동화와 양말을 벗어 물에 발을 담갔다. 한참을 걸어다니다 다시 양말을 신어야 할 때가 되자 홍이 어쩌려고 진흙을 뭍혔냐며 대책없는 여자라고 면박을 준다. 자전거만 없었음 벌거벗고 들어가고도 남았을꺼면서....

우리는 부둣가에 앉아 젖은 발을 말리며 지는 해를 바라보았다. 구릿빛 그들이 그림자 실루엣같은 형태로 한 폭의 그림을 완성하고 있었다.

배가 고파 져 근처 식당을 찯았다. 우리는 구운 생선요리와 맥주를 주문하고 바닷가쪽으로 길게 놓여진 타일 테이블에 앉았다. 숨이 턱 막힐정도로 황홀한 석양의 파노라마가 길었던 하루의 마무리를 장식해주었다. 우리는 점점 말이 없어졌다. 홍은 담배를 태우며 사진을 찍었고 나는 고개를 숙여 미친듯이 글을 적다가 이따금씩 고개를 들 때마다 하.... 하고 낮게 감탄했다.

이대로 죽어도 좋다.
홍이 말했다.
나는 그저 조용히 하늘과 바다를 바라봤다.
구름 사이로 저무는 붉은 노을이 바다와의 경계를 만들지 않으려고 스스로 수평선에 녹아들었고 서너척의 작은 배들이 춤을 추듯 천천히 몸을 흔들었다.
아름다웠다.

저녁을 먹고, 밤빛이 깜깜해지자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나는 홍이 담배를 태웠던 성냥개비를 집어들고 끄적거렸다.

'worry less in Bali.'

자리를 털고 일어나 칠흙같은 어둠을 한참동안 달렸다. 더 이상은 못가겠다 싶을 때마다 잠시 도로 한 구석에 자리를 잡고 앉아 땀을 식히고 다시 페달을 밟았다. 얼마쯤 달렸을까.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다리에 힘이 풀렸다. 자전거를 내동댕이치고 주저앉아 히치하이킹을 시도 해 보았지만 우릴 보고 길을 멈추는 차는 흥정하는 택시뿐이었다. 옆에서 먹거리를 팔던 중년남자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는 그는 우리의 목적지를 묻더니 깜짝 놀라며 이 밤엔 절대 갈 수 없는 곳이라고 한다. 조카에게 부탁해서 차로 데려다주겠다며 15만루피아를 요구하는 그의 얼굴에서 악의를 찾아볼 수 없었다. 사실상 차로 사오십분은 걸리는 곳이었고, 밤이었고, 택시기사들은 30만을 불렀었다. 우리가 고민하며 우린 가난한 배낭여행객들이라고 말하니 그럼 오토바이를 빌려주겠단다. 두 대 합쳐서 십만. 나쁘지 않다. 무엇보다 이 밤에 자전거를 양손으로 들고 구불거리는 산길을 오토바이로 질주할 수 있는 기회는 앞으로도 많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었다. 우리는 오토바이를 불렀다. 현지인들이 하는 그대로 운전사 뒤에 자전거를 뒤집어 세우고 그 양쪽을 잡아 균형을 맞추는 것이 안전벨트를 대신했다. 몸의 긴장이 완화되는데에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나는 금새 허리를 펴고 고개를 들어 눈을 감았다.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불빛이 없는 산길로 접어드니 별이 쏟아질 것 같았다. 빌딩도, 차도, 심지어 나무도 없다. 그저 하늘이다. 끝없이 탁트인 밤하늘에 별이들이 가득하다. 나는 울먹이며 중얼거렸다.
이건, 너무, 아름답잖아요....
기사가 뒤돌아보며 무슨말이냐는 표정을 지었다.

바구스. 바구스 스깔릿. 짠띡.
사야 찐따 발리..
(좋아요. 너무 좋아요. 예뻐요.
저는 발리를 사랑해요.)

기사가 웃으며 끄나빠 다땅 발리 하였다.
다땅? 오다? 아 왜 발리 왔냐고?
(늘 이런식이었다.)

나는 잠시 한국어로 대답할지 영어로 대답할지 고민했다. 내가 아는 인니어가 바닥났을 때, 상대가 영어를 한마디도 하지 못하면 나는 한국어로 천천히 그리고 끝까지 말을 했지만 상대가 영어단어를 조금이라도 알고있을 땐 영어를 쓰는 것이 좋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Well.. I am here for traveling obviously. I want to experience the real Bali. I want to eat what Balinese eat and I want to do what you do. I am really happy to ride a night bike with holding my push bike on hands. It's exactly the same as what you do. Isn't it.

그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겨우 일주일 되었다. 앞으로 남은 이십여일이 어떠할 지 조금은 알 것 같다.

행복하다.